등록금넷, 군인권센터, 인권연대 등의 회원들이 1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군 복무 중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를 위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인단 모집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의 4년제 사립대에 입학한 A씨(19)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 400만원을 대출받았다. 장학재단이 운영 중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제도(ICL)’를 통해서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A씨는 졸업 때까지 ICL로 학비를 마련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4학년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대출 이자율이 연 4.9%인 데다 취업을 못해 상환 개시가 늦어질수록 갚을 돈이 점점 더 불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 제도가 허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상당수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대출받아야 하지만 비싼 이자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A씨 사례를 봐도 25세에 연봉 3000만원인 직장에 취직해 돈을 번다면 연평균 403만원을 14년간 갚아야 ‘등록금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다. 총상환 원리금은 원금의 1.7배인 5654만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ICL이 소득연계 상환방식이어서 임금상승률을 4.6%로 가정했을 경우다.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재학 중 학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소득 하위 70%까지만 ICL을 이용하도록 제한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다른 학자금 대출(농어촌 자녀·공무원·사학교직원·군인)이 모두 ‘무이자’인 것에 비해 ICL의 이자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남수경 강원대(교육학) 교수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이자 걱정 때문에 ICL 이용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ICL 이용자는 정부 기대(100만 명)에 한참 못 미친 23만2448명에 그쳤다.
또 남학생은 군복무 기간에도 이자가 붙어 군 인권단체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이자 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학생을 도와야 할 장학재단이 학생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기도 했다. 2009년 7월 대학생 33만1470명에게 학자금 1조2014억원을 빌려주면서 보증금 296억원(1인당 8만9000원)을 부당하게 받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국가 장학금도 빈약하다. 지난해 장학재단이 지급한 국가장학금은 5200억원에 그쳤다. 2008년 전체 학생의 28.5%가 정부 학자금 지원을 받는데 이 중 무상장학금 수혜자는 1.6%다. 재원이 부족하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사립대는 법으로 규정된 장학금 지급 비율도 지키지 않고 있다. 대학 정원의 10%엔 수업료를 면제하고 이 가운데 3%포인트는 저소득층 학생이어야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2008~2009년 전체 사립대의 72.4%(205개)는 이 규정을 어기고 1921억원을 대학이 챙겼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한국장학재단(이사장 이경숙)=장학사업을 전담하는 정부기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옛 학술진흥재단(현 연구재단), 한국과학재단 등 분산돼 있던 장학금 및 학자금 사업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2009년 5월 설립됐다. 기존의 은행을 통해 간접 대출해주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방식을 폐지하고 장학재단이 직접 채권을 발행해 대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