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3년 소급적용…올해만 300명 더 찬다
법안 국회 통과…시민단체 “법치주의 훼손”
미성년 성폭행범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
한겨레 이세영 기자 메일보내기
전자발찌 부착이 법 시행 이전 3년까지 소급 적용되고,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전자발찌 부착을 3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성범죄자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6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의원들과 인권단체들은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처벌을 위주로 한 대책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범죄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법’(일명 전자발찌법) 개정안은 이 법이 시행된 시점(2008년 9월1일)을 기준으로 형 집행중이었거나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던 성범죄자한테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 중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렀거나 13살 미만의 어린이에게 성폭력을 휘둘러 부착 대상이 되는 성범죄자가 올해에만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검찰이 부착을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낮아지고, 착용기간도 현행 10년에서 30년까지 크게 늘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형사법 60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천정배(민주당), 이정희(민노당)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소급입법 금지라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응보·중형주의로 점철된 19세기 형사정책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성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자발찌 소급적용 등 법률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대중영합주의적 방식보다는 훨씬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에 통과된 ‘형법 개정안’은 어린이 성폭행 살해를 비롯한 흉악범죄에 대해 유기징역의 상한을 기존 15년에서 30년으로, 가중처벌 때의 상한을 25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부분 처벌할 수 있도록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다. 또 성범죄 피해 어린이나 청소년이 성인(만 20살)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 내년부터는 어린이·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19살 미만 자녀를 둔 지역 주민에게 우편으로 고지된다.

김민경 이세영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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