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인도에 산재돼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서 검거를 해!”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주상용(사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발언들이 위법성 논란을 낳고 있다. 주 청장이 지난 5월1~2일 무전기로 ‘촛불시위’ 해산을 지시하며 한 이 발언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발언들과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 등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14일 “‘보는 족족 검거하라’는 발언은 집시법 20조 위반”이라며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명백한 불법 사실이 있지 않을 경우, 검거가 아니라 해산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집시법 20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집시법 시행령 제17조는 강제로 해산절차에 들어갈 때에도 ‘종결선언 요청, 자진해산 요청, 해산명령 및 직접 해산’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무전기 녹취록을 보면, 주 청장은 이러한 해산절차 없이 곧바로 검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 청장이 “인도상의 시민을 쫓아가서 검거하라”고 지시한 것도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철 변호사는 “인도상의 시민은 현행범이 아니므로, 형법 124조 불법체포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또한 인도에 있는 시민을 고의적으로 감금했기 때문에 국가배상 민사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2009년 집회시위 경찰관리 지침’은 ‘단순 도로점거가 해산된 후 시위대가 인도에서 일반시민과 섞여 있는 경우 무리한 검거를 지양하라’고 정하고 있다”며 “주 청장이 먼저 나서서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주 청장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비례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1조는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집시법 위반 사항과 그 밖에 드러난 경찰의 위법적 태도를 모두 검토해 고소·고발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다음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다음달 5일까지 매일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