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안, 한나라당 직권상정 카드 만지작?
“한나라 60여명 본회의 행 도장 찍어놔”…“시간제한 자체가 위헌”
2010년 06월 28일 (월) 12:46:03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야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나라당은 오후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야당 및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치자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금지하는 수정안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시간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위배된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야당 반발에 한나라당은 행안위 부결에 이은 본회의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고 있어 충돌 일보직전의 상황이다.

   
  ▲ 28일 오전10시 30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조항을 아예 ‘위헌 조항’으로 바꾸자는 안"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권순택  

이와 관련해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조항을 아예 ‘위헌 조항’으로 바꾸자는 안”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약칭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집시법 개악과 관련해 친이계의 세종시 표결처리 방법과 동일하게 행안위에서 부결시키시고 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벌써 60명 의원들이 도장을 찍어 놓은 상항”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은 자정 12시부터 5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도록 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거주자와 관리자 등의 동의를 받아 집회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추가했다”며 “그러나 이는 현재 집시법 9조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집시법 8조는 경찰이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9조는 경찰의 금지통보에 대해 집회 주최자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이어 “헌재 5명의 재판관은 야간옥외집회에 대한 원천 금지와 예외적으로 경찰의 허가를 둔 집시법 10조에 대해 위헌을 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다시 시간제한을 두고 예외적으로 경찰의 허가까지 두도록 한 것은 헌재 판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역시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집시법 10조가 위헌이라는 것인데 그 예외마저도 원천금지한 한나라당 안이 어떻게 위헌이 아닐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역시 “헌재에서 다시 위헌이라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 집시법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공권력의 폭력이나 견제하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집시법 개정에 있어 오후10시에서 오전6시, 그보다 한 시간 더 허용한 오후 11시부터 오전6시로 수정하더니 이제는 자정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금지토록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양보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들 모두 똑같은 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은 집회를 허가제로 할 수 없다고 했으나 한나라당의 안은 시간제한을 두고 완전히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라며 “집시법 10조를 완전 삭제해버려야지 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는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고 집회에 대해 경찰이 관할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전에 집회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전투경찰을 동원해 진압하는 나라도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집시법 10조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으로 집회와 시위는 무조건 불온하다는 독재정치의 잔재다. 국민의 인권은 1분 1초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역시 “한나라당은 야간에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한다며 그 근거로 2008년 촛불집회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당시 진짜로 놀란 것은 평화로웠던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경찰들의 모습”이라며 “한나라당은 기본권인 집시법 개악 말고 공권력의 폭력이나 견제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평화롭게 집회를 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28일 단독으로 오전 11시 30분경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고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후 5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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