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기 사고와 자살 등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해병대에서 또 다시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병대에 따르면, 14일 오전 5시55분경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예하 부대 영내 집무실에서 현역 A(48)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숨진 상태로 동료 부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해병대 측은 현재까지 숨진 원사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인 또한 신병 비관인지 혹은 특정한 이유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해병대는 지난 4일 부대 내 총기난사 사건으로 4명이 숨진데 이어 총기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3일에도 같은 사단 소속의 B(23) 이병이 외박을 나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10일에는 포항의 한 해병 부대에서 C(19)일병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최근 해병대 내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해병대의 비극적 사태의 배경에는 구타나 가혹 행위, 집단 따돌림 등 군의 고질적인 악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피해자 및 가해자 진술, 참고인과 관련자 진술, 의무대 환자발생 보고서 및 의무기록리스트, 군 병원 및 민간 병원 진단서, 부대 내 구타사건 관련 징계기록 등에 의하면, 호봉제나 기수열외, 작업열외,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과 같은 부조리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는 일명 '악기바리'도 그러한 악습 중 하나다. 한 병사는 "선임들이 후임병에게 과자 5봉지를 던져놓고 시간 안에 다 먹으라고 해 입천장이 벗겨졌고 먹지 못하면 발로 차이는 등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호봉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해 놓은 이른바 '호봉제(인계사항)'도 존재했다. 예로 '이병은 잘 때에도 주먹을 펴서는 안 된다', '일병 1호봉이 되어서야 자기 물건을 쓸 수 있다', '화장실도 호봉에 따라 규정칸을 사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시시콜콜 항목을 적고 호봉이 올라갈 때마다 금지 항목을 하나 둘 풀어준다.


 특히 해병대 총기사건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수열외'의 실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기수열외란 눈밖에 난 특정 병사들에 대해 후임자가 선임 대접을 해 주지 않거나 선임이 후임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집단 따돌림인 셈이다.


 전우들에게 K-2 소총을 조준해 발사한 김 상병(19)은 지난 5일 국군대전병원에서 이뤄진 사고조사반과의 필담 조사에서 사건 원인이 개인 신상 문제이냐고 묻자 "아니다.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구타, 왕따, 기수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 부대 내 집단 따돌림 등 악습이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해병대 일부 전역자들의 카페에 의하면 기수 열외는 부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거나 부대원 눈 밖에 난 병사들이 그 대상이다. 몇몇 선임들의 주도 아래 하급자까지 동참해 특정 병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무시하는 행태를 말하는데 역으로 후임이 선임을 기수 열외 시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또 숨진 C일병으로 인해 알려진 '작업열외'는 후임병을 작업에서 열외 시키며 정신적인 고충을 주고 수치심을 갖게 하여 괴롭히는 수단으로, 숨진 C일병의 부모가 같은 부대원으로 부터 확인, 아들이 '작업열외'로 일상적인 작업에서 제외 되어 상당히 괴로워 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 사건 이후 해병대 내에서의 각종 악습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밝혀지고 심지어 자살까지 잇따르는 가운데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취임한지 1년 1개월만에 최근 발생한 총기 사건 등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측은 "유 사령관이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병영문화개선 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번 사건(총기사건 등 최근 잇단 해병대 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령관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측은 "유 사령관은 지휘관으로서의 군인적 책임감을 피력한 것일 뿐 사의를 밝힌 게 아니다"며 "현 시점에선 해병대의 안정과 혁신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 장관은 한.중 국방장관 회담차 이날 방중한 상태여서 오는 16일 귀국 이후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군 인권실태 전면 조사와 함께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며 수뇌부의 사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이날 영등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군인권센터 자체 조사결과 확인된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만 30건에 달했다"며 "최근 해병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고 자살 등이 잇따르는 것은 이 같은 악습을 군 수뇌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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