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은 화장실에서부터 (홍승권 위원)

홍승권/ 인권연대 운영위원

 나는 평소 신경을 집중하면 얼굴이 잘 달아오르는 체질이어서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면을 자주 하는 편이다. 화장실에 수건이 있으면 고맙고 수건이 없으면 화장지를 조금 뜯어 수건 대용으로 삼는다.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웬만한 공중화장실에는 늘 화장지가 칸마다 잘 비치되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일부 화장실은 입구에서 자판기에다 동전을 넣고 화장지를 뽑아 쓰거나 밖에 설치된 덕용화장지를 각자 쓸 만큼 뜯어다가 쓰곤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화장실은 엄청 깨끗해지고 편리해졌다.

 얼마 전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할 때의 일이다. 회의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에 찬물을 묻히고서 수건을 찾으니 없었고 변기 칸에서 화장지를 찾으니 아예 없었다. 결국 대충 바람에 말릴 수밖에 없었는데, 행정실장님께 왜 화장지가 없느냐고 여쭈었더니 아이들이 화장지를 물에 묻혀 벽이나 천정에 붙이는 장난을 하기 때문에 없앴노라고 한다. 그러면 교직원용, 학생용을 구별하지 말고 화장실을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쓰면 아이들이 함부로 장난을 못 치지 않겠냐고 했더니 ‘좋은 생각이긴 한데..’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으신다.


사진 출처 - 참세상

 아마도 대부분의 학교가 이와 같은 실상이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교실에서부터 화장지를 챙겨야 하다니...
아이들이 거의 매일 교육적 효과와는 무관한 일로 익숙하지 않은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특히나 저학년 아이들은 이에 적응하는데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야 할 것이다.

 화장지를 좀 아끼려고 이렇게까지 아이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도록 해야 할까?
이참에 학생화장실과 교사용 화장실을 통합하면 좋지 않을까? 아이들이 선생님 보는 앞에서 함부로 종이를 낭비하며 장난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학교에서 화장실을 통합하게 되면 중고등학교의 흡연지도도 한층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쓰는 화장실에서 감히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피워대지는 않을 테니까...

홍승권 위원은 현재 삼인출판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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