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성폭력범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 강행 논란

ㆍ법무부, 수사공보준칙 개정안 시행…“무죄추정 위반”

법무부는 수사 과정에서 흉악범과 성폭력범에 대한 촬영을 허가하고,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수사공보준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는 흉악범과 성폭력범은 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언론이 촬영·녹화·중계방송할 수 있고, 얼굴·실명·나이 등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검찰은 공개 요건과 관련,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알 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제정된 수사공보준칙은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소환조사·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과정에서 언론의 촬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회에서 흉악범과 성폭력범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돼 이 같은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얼굴 등 신상공개는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신원 및 신분노출 등을 이유로 얼굴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고, 수사기관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훈령을 정해 이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과 지난 3월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을 계기로 얼굴을 공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와 관련, 확정 판결 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자 신상공개가 수사에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피의자 검거 전에 수배전단 등을 뿌려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검거 후 공개는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족이나 친지들이 실질적인 연좌제에 묶여 2차 피해를 입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흉악범 얼굴을 공개한다고 강력범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신상정보 공개가 마치 범죄를 줄이는 지름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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