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FOCUS]제2, 제3의 양천서 막을 수 있나…'피의자 가혹행위 사건'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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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서울 양천경찰서 피의자 가혹행위 사건이 불거진 지 16일로 한 달을 맞는다. 경찰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러나 제2의 양천서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 양천서 피의자 가혹 행위 확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16일 양천서 형사과 강력 5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들이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성모 경위(40) 등 해당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조치 및 수사의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성 경위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공범 관계와 여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절도, 마약 소지 혐의를 받던 피의자 21명을 경찰서로 연행하는 차량 안과 강력팀 사무실에서 심한 구타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경찰이 해당 피의자들을 상대로 수갑을 뒤로 채우고 목을 다리에 끼워 조인 후 팔을 위로 꺾어 올리는 일명 '날개꺾기' 및 이들의 입에 두루마리 휴지 또는 수건 등 재갈을 물리는 고문을 가했다는 진술을 피의자들로부터 확보했다.
또 해당 피의자들의 구치소 입감 당시 보호관 근무일지, 의약품 수불대장 등에서 고문피해 흔적을 확보했다. 고문으로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는 병원진료기록, 고문과정에서 최근에 보철한 치아가 깨진 상태의 사진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양천경찰서 유치장 CCTV와 동료 입감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성 경위 등의 혐의를 확인, 지난 9일 독직폭행 등 혐의로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또 유치장 수감자의 병력, 상처 등을 허위로 기록한 양천서 유치장 근무 경찰관 2명에 대해서도 해당 경찰서에 징계사유를 통보했다.
◇'인권 교육, 고문피해신고센터' 대책 마련 분주
인권위 발표 이후 서울 마포경찰서와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서 가혹행위 또는 부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들이 잇따랐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은 뒤늦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양천서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실천연대 오창익 사무국장(43) 초청 강연회를 열고 인권 보호 서약서도 작성했다.
경찰은 또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개연성이 높은 절도·마약범죄 대상으로 의무적 진술영상녹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하·별관 등에 산재해 있는 강력팀 등 수사사무실도 집중 재배치하고 개방형 구조로 변경키로 했다. 형사들의 실적부담으로 인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던 형사활동 평가기준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1대1 면담을 실시해 조사과정에서 폭행 등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인권위도 양천서 사건 발표 이후 수사기관을 상대로 고문 피해 인권위 진정, 상담이 잇따르자 9월28일까지 3개월간 고문피해신고센터를 개설,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제2 양천서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같은 대책들이 제2의 양천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적주의' 등 경찰 조직 문화에서 기인한 문제를 인권교육, 강력팀 사무실 재배치 등 물리적으로만 해결하려든다는 지적이다.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지난달 28일 "양천서 가혹행위는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자신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경찰청은 채 서장의 기자회견 이후 "조직 내 지휘계통을 위반한 기강문란 행위"라며 직위해제했다. 서울경찰청도 "실적주의는 전혀 문제없다"며 일축했다.
경찰청의 강경한 대응에도 양천서 인권 강연을 들은 한 경찰관은 "경찰 하위부만 이런 교육을 받는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윗분들에게 이런 강의를 듣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권교육에 심드렁했던 경찰관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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