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조현오 경찰청장은 왜 총기 적극사용을 지시했나
'관악서 취객난동사건' 발단…"'규정에 따라 총기 사용하라' 지시, 권장한 건 아냐"
2011-05-12 09:02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위급한 상황에서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조 청장은 9일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최근 취객이 흉기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팀장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 서울 관악경찰서 난우파출소의 사례를 언급하며 총기사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경찰 조직 내에 총기를 사용하면 불이익을 받는 관행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점에 대해 "그런 매뉴얼, 규정이 어디 있느냐. 권총 등 장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직원은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지역 경찰관에게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거나 현장에 출동할 때 권총이나 가스총, 테이저건 등을 반드시 휴대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청장의 '총기사용' 지시에 대해 트위터나 인터넷 등에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정당한 지시라면서 찬성하는 의견과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인권단체에서는 '총기 남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은 왜 총기 적극사용을 지시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라!' 이렇게 지시한 거냐?
= 조현오 경찰청장의 지시는 전제조건이 있다.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위급한 상황에서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취지다. 일상적으로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는 건 아니고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면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적극 대처하라는 얘기다. 조 청장과 11일 밤늦게 통화를 했는데 "총기사용을 권장하는 취지의 지시가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라면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해결을 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왜 이런 지시를 한 거냐?
= 최근 서울 관악경찰서 난우파출소에서 발생한 '취객난동' 사건이 총기사용을 지시한 발단이 됐다. 조 청장은 "파출소에 취객이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데도 한 경찰관은 맨손으로 맞서다 부상했고 팀장인 경찰관은 밖으로 나간 상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 지시내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공권력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며 범법자를 제대로 제압하는 강한 경찰상을 보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관악서 취객난동사건 보고를 받고 화가 많이 났다"면서 "상관이라는 사람이 도망을 갔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경찰관을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총기사용이 늘어나게 되는 거냐?
=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장이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1999년 탈옥수 신창원 사건 이후 경찰이 실탄발사 기준을 공포탄 2발에서 1발로 줄이자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 전례가 있으니까 총기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11일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총기를 사용"하라고 한 것이지 총기사용을 권장한 건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총기사용 규정이 있느냐?
=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에 경찰장비의 사용, 10조 2에 경찰장구의 사용, 10조 3에 분사기 등의 사용, 10조 4에 무기의 사용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경찰장비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무기와 경찰장구, 최루제 밑 그 발사장치, 감식기구차량, 선박, 항공기 등등 경찰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장치와 기구를 말한다. 경찰장구란 경찰관이 휴대하여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 등 직무수행에 사용하는 수갑. 포승. 경찰봉. 방패 등을 말한다. '무기'라 함은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도록 제작된 권총. 소총. 도검 등을 말한다"라고 각각 규정돼 있다.
"총기 적극 사용? 부적절하고 위..조현오 '경찰 위급시 총기 사용하라'
10조의 4에는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형법에 규정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때 또는 4가지 규정된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각 호에도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지만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현오 청장이 총기사용을 주저하거나 위축시키는 조항을 고치겠다고 했는데?
= 일선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총기를 사용하면 곧바로 감찰조사가 기다리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라고 엄격하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총기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조 청장은 "경찰관이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것을 위축시키는 그런 규정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경찰관이 폭행을 당하거나 파출소 같은 경찰관서가 난동장소가 되는 것을 방치 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권력에 대한 침해에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총기 및 장구 사용 때 발생하는 책임에 대한 면책조항 신설을 추진하고 적법한 장구사용으로 인해 소송을 당할 때는 법무팀이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다만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격훈련 뿐 아니라 총기사용에 대한 안전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교육을 확대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총기사용' 지시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 트위터나 인터넷에는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 등에서는 총기사용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소개하자면
"경찰들에게 위급시 총기사용을 지시했다는 게 왜 논란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 많네. 자질 없는 경찰들이 있긴 하겠지만 경찰알기를 개뼈따구로 아는 인간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라거나
"그 나라 국민이 경찰은 때려도 되는 호구로 보이게 되면 결국 치안유지도 힘들게 되고 결국은 무고한 시민들이 더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총은 멋으로 들고 다니나? 위급할 때 써야지. 그리고 경찰들 운동 좀 합시다. 쪽팔리게 쯧쯧…", "위급시 경찰이 총기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위급에 대한 정의가 문제죠"라는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총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라거나 "그게 전기총이 있던데, 총처럼 쏘는데 감전시켜 제압하는…", "꼭 총기여야 하는지…. 생명에 지장 없는 제압장비도 있을 텐데요." "개념 없는 경찰청장, 너무나 즉흥적이고 기준이 없는 발언"도 있었다.
또 "술취한 사람이 칼만 들어도 도망 다니면서, 무술 교육이나 더해라. 총들고 괜한 민간인들 죽이지 말고…" "법 적용을 엄하게 하거나 구금, 수갑사용 등 수단은 많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총은 제일 마지막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라는 글도 있다.
특히 "총은 정말 생사를 다투는 극도로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폭력도 항상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특히 공권력이므로 더욱 주의해야지요. 불심검문을 빌미로 수많은 인권침해가 있던 것 잘 아시잖아요"라는 비판이나 우려의 트윗도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어떤 차원이냐?
= 총기사용이 남용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0일 'CBS 시사쟈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오 국장은 "총은 일단 사용하면 그 피해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 인명을 살상하는 무서운 무기다. 탈옥수 신창원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데 총기사용 건수가 2배로 늘어나고 희생자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경찰관의 총기사용이 늘어나면서 중학생이 총을 맞아 숨진 적이 있고 행인이 유탄을 맞고 사망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관악서 파출소 취객 난동사건의 핵심은 총기를 사용했냐 아니냐가 아니라 현장에서 피한 팀장이라는 경찰관의 상황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면서 당시 상황에서 가스총으로도 제압이 가능했고 경찰봉이나 삼단봉으로 제압할 수 있는데도 책임 있는 경찰관이 도망간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경찰관의 미숙한 대응을 총기사용이라는 강공책으로 돌파하려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경찰관이 총기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며, 총은 총을 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경찰관, 특공대들만 쏘도록 하는 데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에도 꼭 총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다른 수단을 동원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