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 2nd Day

2008/07/15~07/17
2009 인권연대 인턴 윤광훈
둘째날
전날 다들 몇시에 잔 건지... 다들 초췌한 얼굴에, 슬리퍼를 끌고 식당에 들어선다. 큰 접시에 먹을 만큼의 양을 덜고 자그마한 식탁에서 함께 먹는 아침밥은 소박하고 정겨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강의할 때가 되자, 식사 시간의 초췌함은 찾아볼 수 없고, 질서 정연하게 준비된 상태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ㅡ.ㅡ) 강의실 벽면에는 전날 작성했던 자기소개들이 붙어있었는데, 하나하나 읽고 나니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노동하는 인간, 인간적인 노동 - 하종강
둘째날의 첫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던 하종강 선생님이 해 주었다. 하종강 선생님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모든 시청강 자료를 동원했기 때문에 내용이 풍성하고 강의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강의는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노인, 장애인, 여성에 대한 권리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 주장에는 적개심을 표시하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노동 문제 의식을 지적하였다. 일례로 OECD에 속하는 많은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문에 노동 조합을 구성하고 사측과 협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한국에서는 사법연수원에서조차 근로기준법을 처음보는 학생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피력했다.

특히 강의를 마치면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줄타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부채는 어느 쪽 손에 들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답은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쪽'이다. 자신의 강의가 한쪽에 치우쳐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는데, 부채를 가운데 들고 있으면 줄에서 떨어져버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날 이지상 선생님이 말했던 '낙엽은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라는 말과 함께 그 의미를 계속 곱씹었다.

법치주의와 인권 - 장경욱
점심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장경욱 변호사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장경욱 변호사님은 촛불집회로 인해 체포, 구금된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신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생생한 현장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다.

장경욱 변호사님은 '법치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토론식 수업이 생소했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업은 원활히 진행되었다.

질문 시간에는 요즘 뜨거운 감자인 '쌍용차 파업 사태'를 비롯해 '촛불집회'와 같은 집회 시위에 관한 질문이 많았고, 장경욱 변호사님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동감있는 답변으로 응수하였다.
인간다움을 고민한다 - 이찬수
이찬수 교수님은 '강남대 파면사건'으로도 유명하신 분이다.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접했는데, 직접 뵈니 힘든 일을 겪으시고도 항상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고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분이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인권의 뿌리를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공부하고 연구하셔서 그런지 여러 종교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뿌리에서부터 인권의 개념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신기했다.

이어진 질문시간에는 역시 종교를 가진 학생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는데, 무늬만 천주교인 나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인권의 뿌리를 종교에서 찾는 시도는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인권은 실천이다 - 오창익
드디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님의 강연차례가 돌아왔다. 인턴을 하면서 국장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몇 번인가 있었는데, 국장님은 매번 문답식으로 활기있는 강의를 이끌었다. 이번 강의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첫 질문은 '인권이란 무엇인가?'였다. 마치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동어반복적인 답만이 머리 주위를 빙빙 돌고있는 사이 정답이 밝혀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질문이 꼬리를 물어 이어졌다. '그럼 사람은 무엇인가요?', '권리란 무엇인가요?',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요?' 대답이 목구멍에서 턱 막혀 쉽게 터져나오지 않았다. 평소 간단하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임에도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생들과 대화하듯이 진행된 강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마무리되었다.
모듬활동 발표
'언제 저렇게 연습할 시간이 있었지?' 발표를 제일 먼저 마친 나는 느긋히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빡빡한 강의 일정에 어젯밤의 뒷풀이까지 생각하면 연습할 시간이 전혀 없었을 것 같았지만, 다섯 조 모두 서로 겹치지 않는 형식과 내용의 공연을 선보였다. 율동, 연극, 패러디, 가사를 바꿔 부르기 등 공연 하나하나가 무게가 있었다. '역시 한국사람은 쪼면 다 해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상품은 책이었다. 잘 한 조부터 원하는 책을 집을 수 있었다. 3번째로 호명된 나는 남아있는 책 중에 가장 두꺼운 책을 골랐다. 내용을 살필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성급히 골랐지만, 가격이 제일 많이 나가는 것 같아 흐뭇했다.
광란의 밤
공연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모두 식당에 모였다. 오마이스쿨 측에서 준비해 주신 동태찌게와 제육볶음이 한 상 그득하게 차려졌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던 술자리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존댓말은 반말로 차분하던 분위기는 왁자지껄하게 바뀌었다. 나느 새벽 5시에 참을 수 없어 방으로 들어갔지만 몇몇 친구들은 밤을 새기도, 근처의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고 들었다. 젊음이 부럽다 ㅡ_ㅡ;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 1st day

2009/07/15~07/17
2009 인권연대 인턴 윤광훈
출발
출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아침부터 부산하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자료집이며, 수첩, 수료증에 더하여 회원들에게 매월 보내드리는 소식지가 책상위에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공교롭게도 소식지 작업과 대학생 인권학교 행사가 겹쳐서 광화문으로 떠나는 11시 반까지 소식지를 접어야했다.
 
약속 시간인 1시가 되기 2분 전인데 도착한 학생은 열 명 남짓.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곧 출발인데 왜 안 오지? 그래도 다행히 1시 반에는 출발할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숙소인 오마이스쿨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이 눈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폐교를 리모델링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운동장에 우거진 잡풀과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건물 외관은 담력시험 장소로는 적합했지만, 강의를 듣고 2박3일은 보내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그러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수많은 걱정들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깔끔한 벽지와 마루바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강의실도 강의에 필요한 물품은 모두 구비되어 있어 부족함이 없었다.

강의 전의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은 35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이공계 학과로만 이루어진 학교를 졸업한 나로서는 이토록 다양한 전공과 다양한 배경을 갖춘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단어 하나를 위해 모였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이 날을 위해 제작한 기념 머그컵, 자료집, 국장님 책 등을 나누어 주고, 벽에 붙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달라고 당부한 후,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나? - 홍세화
홍세화 선생님은 역시 강의를 많이 다니시는 분답게 강의가 깔끔했다. '나는 내 의식의 주체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신 선생님은 현대인들이 가지는 '의식의 비주체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내 삶의 나침반'인 의식이 타자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1. 책 2. 강연 3. 체험 등을 통해 지식을 얻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디어 매체와 제도 교육 외에 내가 얻은 지식의 출처를 생각해보니 전체의 10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어서 20이 80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10이 90을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세태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했고, 현재 제도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짧은 문답이 오갔다.
우리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간다 - 이지상
저녁을 먹고 다시 강의실로 모였다. 기타와 하모니카 등이 준비되는 것을 보며, 모두들 이색적인 강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푼 표정이었다. 기대에 보답하듯 이지상 교수님은 '무지개'라는 노래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중저음의 걸걸한 목소리가 노래와 잘 어우러졌다.

강의 전반은 소위 '인권 감수성'을 고무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교수님은 '희망/집착', '과정/결과', '나눔/독점', '공동체적/개인적'을 대비시키면서 결과 중심의 현대 사회를 비판했다. 그런 사회에서는 개인의 '가능성'이 부곽되지 못하고 인간은 결과를 기준으로 서열화된다. 따라서 경쟁이 심화되고 공동체적 가치가 퇴색된다고 말씀하셨다.

인상깊었던 대목은 시인 안도현이 쓴 '가을엽서'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었다. '사랑은 낮은 곳에 있다.' '낙엽이 지는 이유, 낙엽의 자기 희생, 힘없는 사람은 우리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머무는 동안 교수님은 직접 작사, 작곡한 '폐지 줍는 노인'을 불러주셨다.

강의의 후반부는 '국가가 민중을 길들이는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사회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폭력을 직접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으로 나누고, 특히 문화적 폭력에 대해 일제 시대에 실재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생동감있게 전달해 주셨다. VOS의 '혈서지원'은 충격적이었다.
첫째날을 마치며
취침 전, 조별로 수박을 먹으며 둘째날에 계획된 역할극에 대해 이야기했다.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모두 마찬가지였나보다. 조별 모임 후, 10시부터 간단한 뒤풀이를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여 짐짓 놀랐다. 맥주와 과자 몇 봉지가 전부인 조촐한 술자리였지만, 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공통된 관심으로 모인 사람들. 즐거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2nd Day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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