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폭행·성매매 경찰 징계 ‘솜방망이’

ㆍ성매수 연루 경관 4년 새 29명… 갈수록 증가 불구 절반만 중징계

최근 경찰서 지구대 간부가 지적장애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관이 성매매 단속을 빙자해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만에 유사 사건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이와같이 경찰이 성범죄의 가해자가 된 사건은 좀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연루 성범죄를 두고 경찰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서울 소재 집창촌을 상대로 불법 성매매 단속을 벌이는 모습.

장애청소년 성폭력 축소수사 물의
지난 4월 4일 오후 4시쯤 경기도 분당의 한 지구대 소속 김 모 경위는 동료에게 순찰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지구대를 나섰다. 김 경위는 지적장애 3급인 ㄱ양에게 잠시 만나자며 집 앞으로 나오라고 전화를 걸었다. 김 경위는 지난 2월 관할 지역을 순찰하던 중 ㄱ양이 말을 걸어와 알게 됐으며, 그때 ㄱ양의 연락처를 받았다.

집 앞으로 나온 ㄱ양을 태운 김 경위는 분당선 야탑역 지하 환승주차장에 들어가 ㄱ양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현금 3만원을 건넸다. 김 경위는 차를 몰고 주차장에서 나와 ㄱ양을 다시 집까지 바래다 주고 오후 4시 54분쯤 지구대로 복귀했다.

집으로 돌아온 ㄱ양은 오후 5시 47분쯤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 아저씨와 주차장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돈까지 받았다”고 신고했다. 112지령실은 관할 지구대에 신고 내용을 전달해 사실관계 확인 처리를 지시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시를 받은 것은 당사자인 김 경위였다. 그는 ㄱ양을 찾아가 “왜 신고했느냐”고 다그쳤다. 그리고 지구대로 돌아와 112지령실에 허위신고라고 보고했다. 사건 자체를 덮으려 한 것이다.

이렇게 묻힐 뻔 했던 사건은 발생 사흘 뒤인 7일 경찰에 의해 다시 포착됐다. 분당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이 ‘112 신고사건 적정처리 여부 점검’ 도중 ㄱ양의 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재조사해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처음 경찰은 김 경위의 진술대로 돈을 주고 성을 산 것으로 판단해 성매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성남여성의 전화 등은 단순 성매수 사건이 아니라 지적장애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비판했다.

결국 경찰은 ㄱ양과 ㄱ양의 부모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을 받은 결과 김 경위의 주장대로 단순 성매수 혐의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경찰은 김 경위에 대해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성남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은미 소장은 “경찰이 장애인 청소년 성폭력 범죄를 성매매와 결부시켜 사건을 종결하려 한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 소장은 “경찰에 의한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법이 유독 그들에게만 관대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국치안 주력… 민생치안 기강 해이
이 소장의 말대로 경찰이 가해자가 된 성범죄는 끊이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3월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나 모 경장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0대 김 모 양에게 성매수를 제안하고 모텔로 불러낸 뒤 경찰 신분증으로 보이며 성매매 현행범으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한 뒤 성폭행했다.

김양은 성폭행을 당한 직후 “경찰관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김양의 통화기록 등을 확인한 뒤 이튿날 서울시내에서 근무 중이던 나 경장을 검거했다.

성폭행뿐만 아니라 경찰 관련 성매매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무속인 일가족이 점을 보러 온 20대 여성에게 돈을 빌려준 뒤 6년 동안 성매매를 강요한 속칭 ‘대구 점집 성매매 사건’에서도 현직 경찰 간부가 성매수 혐의로 연루됐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처럼 성범죄와 관련해 경찰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음은 통계자료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김태원 의원(한나라당)이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경찰관 성매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06~2009년에 전국에서 29명의 경찰관이 성매매로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에 3명이던 성매매 적발 경찰관이 지난해에는 16명까지 늘어 증가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9명씩 적발된 서울과 인천이 최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보면 적발된 경찰관 가운데 절반만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과 지난해에 성매매로 적발된 경찰관 21명의 징계 현황은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3명, 감봉 5명, 견책 6명 등이다.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10명으로 거의 50%만 중징계를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의원은 “성매매를 비롯한 성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누가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따르겠는가”라면서 “적절한 처발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찰청의 대책을 촉구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한마디로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경찰조직이 촛불집회 등 정부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구조여서 민생치안과 관련해 경찰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경찰관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경찰 조직 전반의 문제라는 의미다. 오 사무국장은 “내부 감사기구가 제 역할을 꾸준히 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면서 “감사기구가 항시 경찰 내부에 긴장을 줄 수 있도록 외부 독립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흉악·성폭력범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 강행 논란

ㆍ법무부, 수사공보준칙 개정안 시행…“무죄추정 위반”

법무부는 수사 과정에서 흉악범과 성폭력범에 대한 촬영을 허가하고,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수사공보준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는 흉악범과 성폭력범은 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언론이 촬영·녹화·중계방송할 수 있고, 얼굴·실명·나이 등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검찰은 공개 요건과 관련,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알 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제정된 수사공보준칙은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소환조사·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과정에서 언론의 촬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회에서 흉악범과 성폭력범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돼 이 같은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얼굴 등 신상공개는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신원 및 신분노출 등을 이유로 얼굴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고, 수사기관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훈령을 정해 이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과 지난 3월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을 계기로 얼굴을 공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와 관련, 확정 판결 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자 신상공개가 수사에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피의자 검거 전에 수배전단 등을 뿌려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검거 후 공개는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족이나 친지들이 실질적인 연좌제에 묶여 2차 피해를 입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흉악범 얼굴을 공개한다고 강력범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신상정보 공개가 마치 범죄를 줄이는 지름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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