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찰서 ‘유치장 견학’
12차례 760명 다녀간 곳도
“뭘 배우라는 건지…” 비판

» 지난 16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아산경찰서 유치장에 직접 들어가 경찰관한테서 설명을 듣고 있다. 충남 아산경찰서 제공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굳이 쇠창살 있는 곳에서 죄짓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나요?”

일부 경찰서가 견학을 온 어린이들을 유치장에 직접 데리고 들어가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서장 등 간부들이 유치인 인권보호를 위해 유치장을 체험하는 적은 있었지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이런 체험을 하도록 한 것은 이례적이다.

21일 경찰과 어린이집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 16일 관내 ㅅ어린이집 원생 30여명의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4~7살 어린이들이 직접 유치장에 들어가보고 설명을 듣도록 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인근 천안동남경찰서와 유치장이 통폐합되면서 아산서 유치장이 비어 있게 됐다”며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 견학 온 어린이들에게 유치장을 체험하도록 하는 범죄예방교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도 지난 7월20일 오산시 ㅇ유치원 어린이 140여명을 상대로 유치장 체험행사를 했다. 이 경찰서는 ‘햇빛 드는 유치장’과 분홍색 철문·꽃그림 등으로 장식해 유치장 관리 우수 경찰서로 뽑히자, 이런 대민홍보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은 물론 유치원생,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유치장 체험을 하도록 해 범죄예방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경찰서 쪽은 설명했다. 화성동부서에서는 12차례에 걸쳐 760여명이 유치장 체험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원중부경찰서도 지난 4월까지 유치원생들을 상대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직장인 허아무개(49)씨는 “좋은 곳을 보여주기에도 모자란 형편에 아이들을 유치장에 들여보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들이 경찰서에 구금당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찌 알겠느냐”며 “단순한 호기심 충족에 불과할 뿐 교육적 효과가 과연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치원생들을 유치장 안에 가두고 공포심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유치장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주는 차원의 체험행사였다”고 해명했다. 아산경찰서 쪽은 “유치장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으면 이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전 수원/전진식 김기성 기자 seek16@hani.co.kr


개인정보보호법의 하위법령이 인권침해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정당 가입 여부 등 개인의 사상과 신념, 성생활을 포함한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를 무차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이들 시행령은 오는 30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등 각 기관들은 이에 따라 민감정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게 돼 개인정보 제공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21일 문화일보가 9월 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처리 근거법령 일괄정비를 위한 관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령’안의 201개 조항을 분석한 결과, 36개 조항에서 민감정보를 요구·이용할 수 있음을 못박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4개 조항을 제외한 32개 조항은 민감정보를 제한하는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이들 32개 조항은 주로 경찰 업무와 복지 업무, 금융 업무 등과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법령안의 83조 아동복지법 시행령의 경우 민감정보의 정의를 범죄경력만으로 제한하는 반면, 21조 범죄피해자보호법 시행령의 경우는 “‘개인정보보호법 23조의 민감정보’를 업무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민감정보 등을 처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해 민감정보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민감정보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으로 상위법인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규정에 따른 민감정보를 모두 요구·이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구잡이 개인정보 수집을 막겠다는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채, 관행이 그대로 법제화로 이어져 오히려 과거 잘못에 대한 법적인 방패막이를 갖게 된 셈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만 민감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민감정보를 무차별로 요구·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령은 필요성과 최소성, 정당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어 헌법에 위배되고 반인권적”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 그럴 때도 반드시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요구내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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