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전쟁 발발, 전면적 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천안함 사고로 불거진 남북 대결 국면은 마치 치킨게임처럼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다. 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출구 전략도 없어 보인다.

 지난 20일 허울뿐인 민군합동조사단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북한 어뢰 소행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2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전쟁기념관에서 남북교류 중단과 자위권 발동 기조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물기둥 시뮬레이션이 7월에 완료되고, 어뢰 공격을 입증할 가스터빈실도 조사가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이렇게 서둘러 최종 발표를 하는 것은 그 결과가 지방선거용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다. 의문점이 이 뿐만이 아니다. 침몰 직전의 TOD 영상만 없다는 - 군은 사고 초기에 영상이 없다고 거짓 발표를 하였음 - 것과 보안상의 이유로 교신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발표 5일 전에야 쌍끌이 어선 그물로 낚여 파란 매직으로 ‘1번’이라고 적힌 어뢰는 공개하면서, 이보다 더 확실하게 북한 소행 증거가 될 수 있는 침몰 영상과 교신 기록은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북한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 동안 남북관계의 중단, 남한의 보복론에 대비한 전쟁 태세, 그리고 확성기 조준 격파사격 등 강경 자세이다. 이러한 것이 맞물려서였을까. 최근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반도 리스크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북한에 고통을 준다는 것이 우리한테 고통으로 되돌아온 꼴이 되었다. 북한의 지난 두 번의 핵실험 등이 있었을 때에도 이처럼 타격을 입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는 남북 간에 대화 채널이 사라진 상황 속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통제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결국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만들고, 협력 체제를 가져온 6.15공동선언의 정신이 천안함과 더불어 완전히 침몰해 버렸다.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한 2000년 6.15공동선언이 곧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10주년의 반가움보다는 슬프게도 한반도에서 그 정신은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이번 천안함 사건과 같은 남북 간 전면적 대결 구도는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공격으로 드러난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 정부의 비핵개방3000정책, 무조건 기다리겠다는 전략, 6.15와 10.4선언 이행 유보, 맹목적 인권문제 접근, 북한의 구조적 변화 강조 정책 등은 결국 대북공세정책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지난 2월 개성실무회담에서의 남한 대표단의 강경 자세로 남북 간의 지렛대는 사라져버렸고, 이러한 정세 가운데 천안함 사고 발발은 남북 간에 돌이킬 수 없는 대결 구도를 양산해버렸다. 결국 수 년 동안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방중을 애타게 요청했으나, 미국과 남한과의 외교 등에서 줄타기를 해오면서 거절했지만, 지난 5월 초에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의 비호를 받게 됨으로써 한미와 북중 구조라는 냉전의 산물도 남겨버렸다.

 6.15공동선언은 북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 발전의 규범적 지위 확보, 분야별 대화의 제도화 실현, 교류협력 확대,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 계기 마련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이는 남한에도 전쟁의 공포가 아닌 평화 공존 확립, 외세의 영향보다는 자주성 확립, 한반도 리스크 감소와 안정적 경제 성장, 대륙 진출로의 가능성 등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결국 풍전등화와 같은 한반도 대결 상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6.15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출구 전략도 없이,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남북 대결 구도의 지속이 아니라, 남북 간에 현 상황을 대화와 만남으로 이어가야 한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있고, 계속해서 대북강경정책을 펼치는 남한과,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에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한 북한과의 전면적인 대화와 협력은 현실 불가능하다. 6.15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면서 대화의 자세를 취하자는 것이고, 당장 천안함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조사단과 중국 등의 국제조사단 등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전히 남한 정부가 선거용 북풍으로 몰아가기 위해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선거 투표나 직접행동을 통해 압력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중심은 어디일까? 가슴, 머리, 손과 발일 수 있겠지만, 중심은 바로 가장 아픈 곳이다. 세상 이치 또한 그러하다. 지금 우리 한반도의 가장 아픈 곳은 전쟁 불안과 남북 간 신뢰이다. 그로 인해 그 동안 추진해온 남북경협사업,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이 문을 닫았고, 그러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남북교류중단 발표에서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을 북한지원사업 범주에 넣었던데, 개성공단은 평화와 경제 차원에서 철저하게 남한에 더 큰 도움이 되고, 그래서 우리가 원했던 사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남북 간 협력이 사라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외세 영향력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자주적 외교력 차원과 다자적 안보협력체제에도 매우 부정적인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지난 미국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 명분은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후세인 축출에 있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 존재는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더불어 미국의 7년의 대북 강경책이 성공하지 못해 오히려 북핵 위기만을 불러왔고, 더불어 정권 말기에 온건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우리 또한 설득력이 부족한 정권의 안보불안 정책, 대북 강경책으로만은 변화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맞는다는 역사를 똑똑히 기억해야만 한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우리의 경제도 발전시키고, 한반도 안정을 관리하고, 6자회담 등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남북 간 소통과 신뢰 구축 회복, 바로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두 동강 내버렸다"면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완결편이 벌써 나온 셈이다. 지난 10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햇볕정책은 폐기되었고, 그동안 남북간 합의들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전면적인 대결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북한도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동안에는 당국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선무방송, 주적개념, 팀스피리트 훈련 등 잊혀졌던 단어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잊혀졌던 단어가 또 하나 떠오른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하던...

 잘 살펴보면, 아니 그냥 대충만 살펴봐도 한반도는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94년인가 1차 핵 위기 때도 한반도는 전쟁 발발직전 상태까지 갔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폭격계획을 세웠었고, 북한에선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다. 이러다간 버르장머리고 뭐고 한반도가 잿더미가 될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햇볕정책 아닌가? -햇볕정책도 북한이 좋아서 친북이라서 나왔던 정책은 아닌 거 같은데... 햇볕이란 단어만 나오면 왜 친북좌파가 따라붙는지 난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아무리 인간 말종이라고 해도 다독여가면서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햇볕이었다. 이러다간 둘 다 가는 수가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햇볕을 폐기하고 대북정책의 전면재검토를 선언한 현 정부의 선택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남과 북의 대결이 아니며, 이 위기를 극복해 잘잘못을 가려놓고 바른 길로 가야 한다, 우리에겐 그만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대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이날 판문점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햇볕정책을 택하든, 전면적인 대결정책을 택하든 그거야 정책수행자의 몫이고 판단이니까 긴 얘긴 해봤자 입만 아프다. 그리고 이건 지난 10년 동안 주주장장 논쟁을 벌였던 문제이기도 하다. 근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서로의 기싸움도 필요하고 하니 선핵포기니, 상생이니 하는 대북정책을 밀어붙이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대북정책을 확고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핸들링 하는 능력이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상당한 유연성과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대목이다. 근데,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나 이후 여러 고비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도 하고 위태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더 강경한 발언을 하고 더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 상황을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햇볕이냐 채찍이냐 하는 문제는 이차적이다. 지난 햇볕정책 시기에도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가 있었지만 상황에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은 지금과 달랐다. 이명박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겠지만, 한 것도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상황만 계속 악화시켜왔다. 여기서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북한에 전적으로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책임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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