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그 삐거덕거림은 ‘선생’을 잘못 만난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담임교사는 첫 면담부터 노골적인 ‘촌지’를 요구했고 그렇게 가져다 바친 돈만 2년간 28회에 걸쳐 모두 48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교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특정 학원에 다닐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교사라기보다는 일종의 브로커였던 셈이지요. 물론 처음부터 이 아이가 교사에게 불만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가졌다 하더라도 별 수가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아이의 집안 사정이 갑자기 나빠져 학부모가 교사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때부터 불거졌습니다. 아이가 마침 어떤 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학교에 한 번 오라는 교사의 호출을 받았지만 학부모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정상 ‘봉투’를 준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부터 교사는 브로커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학부모에 대한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상습적인 폭행과 잦은 반성문 강요가 반복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 또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급기야 2009년 3월에는 반성문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목 부분을 맞아 3개월째 병원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장기간 입원으로 학교에서는 유급처리가 되었고, 아이는 결국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꿈이 와르르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교사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3자 대면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오라 가라 하면 당신들 앞에서 확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억울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믿는 무엇인가가 있어서였을까요? 한 아이의 꿈을 ‘자살’이라는 협박으로 무마하려는 그 사람을 어찌 ‘교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미 교육자의 자격을 잃은 사람에게 기껏 ‘경고’밖에 할 수 없는 교육청의 안이함은 딱 ‘그 나물에 그 밥’이 제격입니다. 광주는 교육열이 꽤 높은 곳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3년간 수능시험 전국 1위라는 결과는 어느 정도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 1위가 아닙니다. 2009년 현재까지 광주전남에서 자살한 아이들이 모두 13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광주지역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성적도 1위지만 아이들의 자살도 부끄러운 1위인 셈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청은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비위 사실이 명백한 교사는 감싸고, 정작 보살펴야할 아이는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꽃다운 아이들이 죽음으로 말하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뻔뻔하기만 합니다. 결국 또 성적으로 덮을 속셈인 게지요. 무용수의 꿈을 키우던 아이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은 발로 찼다.…진짜 죽고 싶다. 정말 살기가 싫다. 엄마가 아픈데 이런 말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이 책이 내 유언장이 될 수도….” 춤으로 승승장구하던 아이가 이제는 죽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5층 난간에 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13명의 죽음도 모자란 걸까요? 또 한 번의 죽음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또 어떤 변명을 해야 하는 걸까요? 교육청이, 아니 교육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
인권
- 아이들의 죽음도 기억하지 못하는 광주시교육청(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2009.09.10
- 버스 탄 인도인 교수에 "더럽다, 냄새난다"… '인종차별 발언' 첫 형사처벌(세계, 090907) 2009.09.08
-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도 모욕" - 첫 기소(연합뉴스, 090906) 2009.09.08
-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첫 기소 (아시아투데이, 090906) 2009.09.08
- 공·안·본·능... 모든 걸 다 들여다보겠다? (오마이뉴스, 090904) 2009.09.08
- 누가 100% 기간제를 꿈꾸는가(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2009.09.07
-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 절실하다 (김영미 위원) 2009.09.03
- 경계심, 경계, 단절 그리고 연대와 소통(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2009.09.03
아이들의 죽음도 기억하지 못하는 광주시교육청(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버스 탄 인도인 교수에 "더럽다, 냄새난다"… '인종차별 발언' 첫 형사처벌(세계, 090907)
검찰, 30대男 기소… 관련법 없어 모욕혐의 적용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증가 등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혐오증(제노포비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30대 남성이 이례적으로 기소됐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공익변호사 모임)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A(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7월10일 오후 버스를 타고 가다 다른 승객인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 난다”는 등 차별적인 발언으로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술에 취했던 A씨는 “자신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면서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일부 선진국처럼 인종차별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를 두고 있지 않아 A씨에게는 형법상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
김주선 부천지청 차장은 “국내 법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 간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법 앞의 평등’ 정신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으며, 법 적용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후세인 교수를 지원한 ‘공감’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이번이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세인 교수는 지난달 19일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과 박씨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 잡아 달라면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종차별은 고약한 반인도적 범죄로, 이번 약식기소는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인종차별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기사입력 2009.09.06 (일) 18:28, 최종수정 2009.09.07 (월) 09:58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도 모욕" - 첫 기소(연합뉴스, 090906)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남성이 기소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체류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기소는 순혈주의에 기반을 둔 뿌리깊은 우리나라의 인종차별적 문화를 반성하고 외국인에게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박모(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7월 10일 오후 9시께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박씨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어 박씨는 일반 형법으로 처벌됐다.
김주선 부천지청 차장검사는 "국내 법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법 앞의 평등' 정신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으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찬가지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측 법률 지원을 담당한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한국 사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종주의를 묵인해온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후세인씨는 지난달 19일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들과 박씨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잡아달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권운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이 110만명을 넘고 2050년에는 국내 거주자 10명 가운데 1명이 귀화자나 외국인일 것으로 예상돼 인종차별 문제를 내버려두면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요소가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은 고약한 반인도적 범죄다. 비록 약식기소이지만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계 백인과 유색인종 외국인을 차별하는 부끄러운 관행과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며 "인종 문제는 차후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라도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의 한 변호사는 "외국인의 임의적인 구금을 허락하는 인신보호법처럼 우리 법제도 곳곳에 숨어 있는 인종차별적 요소를 찾아 없애는 노력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cielo78@yna.co.kr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첫 기소 (아시아투데이, 090906)
아시아투데이 | |
[2009-09-06 10:27] | |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첫 기소 |
인권단체 "인종차별과 인권 이해 높이는 계기" |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이 모욕으로 받아들여져 기소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박모(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7월 10일 오후 9시께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박씨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어 박씨는 일반 형법으로 처벌됐다. 피해자측 법률 지원을 담당한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한국 사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종주의를 묵인해온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후세인씨는 지난달 19일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들과 박씨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잡아달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권운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이 110만명을 넘고 2050년에는 국내 거주자 10명 가운데 1명이 귀화자나 외국인일 것으로 예상돼 인종차별 문제를 내버려두면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요소가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은 고약한 반인도적 범죄다. 비록 약식기소이지만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최석진 기자 csj0404@asiatoday.co.kr |
공·안·본·능... 모든 걸 다 들여다보겠다? (오마이뉴스, 090904)
공·안·본·능... 모든 걸 다 들여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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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0% 기간제를 꿈꾸는가(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터넷에서 고식지계(姑息之計)를 검색하면 “한때의 안정을 얻기 위하여 임시로 둘러맞추어 처리하거나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 내는 계책”이라고 나온다. 많이 쓰이는 말로 ‘눈 가리고 아웅’일터인데, 찾아보니 유사한 고사성어가 꽤 있다.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면 남들이 자신을 보는 줄도 모르고 속이려든다는 것(柯葉遮眼, 가엽차안)이나, 귀 막고 방울도둑질 한다 - 즉 방울 소리가 제 귀에 들리지 않으면 남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엄이도령(掩耳盜鈴) 역시 비슷한 뜻이다. 타조가 도망가다가 힘들면 모래 속에 머리만 박는다는 타조 머리 감추기(鸵鸟政策, 타조정책) 역시 이웃사촌 쯤 되겠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알면서도 할 수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해야 할 일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11,42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2009년 9월 4일)를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이’라고 덮을 수 있을까?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지난해부터 100만 대란설을 주장하며 “7월 이후 해고되는 비정규직 연인원이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또한 2009년 7월 발간된 노동부의 [비정규직(법) 관련, 오해와 진실]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이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기업은 2년이 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이 되면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 정부가 실직자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고용대란만 강조했다는 것도 오해이다. 왜냐하면 법 개정이 비정규직 실직을 막는 가장 직접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대책이라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해고대란은 사실무근이다. 실태조사 결과 넓은 의미의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 10명중 6명 내지 7명이기 때문이다. 계약종료 된 3, 4명의 경우도 자발적 이직인지, 해고인지 아니면 기업의 경영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적어도 비정규직 법 때문에 해고된 경우는 발표된 수치보다 적을 수 있다. 만약 정규직 전환 지원 대책이 마련되었다면, 해고대란만 조장하지 않았다면, 기업의 권리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오해와 진실’과 같은 노동부의 안내서만 아니었다면 정규직 전환 수치는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최소한 해고 규모 과장과 관련,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이다. 하지만 장관의 발언과 지시 때문에 계약종료가 늘었다 해도 그 책임을 질 방법이 있을까. 이미 해고된 사람을 원직복직 시킬 수 있는가. 목숨줄인 밥줄을 끊은 책임을 무엇으로 질 것인가. 더군다나 노동부가 나서서 실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 조사할 가망성은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해고대란 문제에 대해 보도자료는 “종전 전망과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어 피해간다. 그런데 그 이유 중 두 가지는 매우 이상하다. 하나는 2년 이상 근속자 중 법 적용대상자만을 파악한 결과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100만 해고대란설에는 법 적용대상자가 아닌 자들이 포함되었다는 이야기인가. 그래서 종전 전망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인가. 다른 하나는 법 적용 이전에 2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란다. 그리고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전월대비’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줄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하였다. 가끔 “선수끼리 이러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해당 자료가 그러하다. 보도자료에는 빠뜨렸지만 전월대비 대신 전년동월대비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는 끊임없이 증가한다. 다만 7월만 감소하였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공공기관에서의 기간제 계약종료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공공기관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공공기관에서의 계약종료는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경쟁압박을 받는 민간기업 대신 공공기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OECD 국가들과 달리,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한국에서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사람을 자른다. 심지어 정규직을 기간제로 바꾸고 싶어 한다. 올 초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4년이 넘은 정규직 신분인 필자에게 갑자기 2년짜리 고용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하였다. 말문이 막혀 필자의 신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회사의 대표는 “기간제”라고 답하였다. 만약 전 직원이 아무 말 없이 고용계약서를 썼다면 100% 기간제로 이루어진 최초의 공공기관이 탄생할 뻔 했다. 노동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100% 기간제를 꿈꾸는 기업인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계약이 끝나면 사람을 자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나 정규직 전환지원금은 없다는 언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에 동참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 기간제를 만들겠다는 꿈은 그래서 ‘꿈’이겠지만 밥줄이 달려있는 근로자들은 가끔 잠에서 깰 수밖에 없다. 100%가 아니라 10%라도 그 대상이 자신일 수 있기 때문에. |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 절실하다 (김영미 위원)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질병이 세계를 뒤흔드는 엄청난 재앙이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중세 유럽. 피부가 흑색이나 자색으로 변해 결국은 죽게 된다는 흑사병(페스트)은 14세기 유럽 대륙을 덮쳤다.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몰살되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선주민의 무려 90%가 몰살되었다. 학살도 있었지만, 스페인에서 유입된 천연두 등의 질병에 대한 면역이 없어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지난 세기에도 스페인 독감이 맹위를 떨쳤다. 1918년 처음 발생해 스페인에서만 한 달 동안 800만 명의 사망자를 냈고,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4천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중세 유럽, 스페인 등 제국주의의 학살이 멈추지 않았던 ‘신대륙’ 아메리카, 1차 세계대전의 참화가 대륙 전체를 휩쓴 20세기 초의 유럽 대륙. 하지만 전쟁이나 학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죽어갔다. 해서 질병의 공포는 끊이지 않는다.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소련 독감, 급성호흡기 증후군인 SARS, 조류독감을 거쳐 이번엔 신종 인플루엔자가 나타났다. 올 4월 멕시코에서 처음 시작된 신종 플루는 이전 시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된 교통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어 8월 23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감염자 수는 20만 9천여 명, 사망자 수는 최소한 2천백8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감염자 수도 4천3백 명을 넘어섰다. 감염자 수 증가 속도가 좀 주춤하고 있지만, 가을, 겨울에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개학이 되어 학생들의 집단감염이 크게 늘어날 거란 우려도 있다.
개학 후 보건실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평소에 무뚝뚝하고 건강한 근정이(중1)를 만났다. “선생님 체온 좀 재주세요, 어제 축구를 하다 다리가 삐었어요. 밤에 다리가 아프면서 열이 났어요. 근데 뉴스에서 열이 나면 신종인플루엔자에 걸렸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빨리 보건실로 가서 체온 측정하래요, 너무 무서워요” 체온계로 측정하니 36.8도였고, 자기의 체온을 확인한 근정이는 아주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 전날 오후 뉴스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아침에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한 모습과 이 학교의 모든 등교생을 대상으로 교문 앞에서 발열 검사를 실시하는 모습이 나왔고, 아이들은 자기도 혹시 신종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았는가 걱정하여 양호실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교육부는 초중고 모든 학교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체온계를 구입하여 교문 앞에서 일일체온측정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런 무신경한 전시행정으로 인해 학교는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신종 플루 얘기가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도 발열검사를 못하고 있어요. 비용 문제도 그렇고, 체온계 구하기조차 쉽지 않거든요.” 개학을 맞아 신종 플루의 집단발병이 우려되는 것에 비해 학생들에 대한 예방 대책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교문 앞에서의 발열검사가 고작이다. 그리고 신종 플루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학원 감염에 대한 예방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6월말부터 신종 플루에 대한 예방교육과 일일보고가 실시되었는데, 교과부는 개학후의 상황에 대비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체계적이고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미리 앞날을 대비하여 신종 플루의 치료 예방을 위한 백신개발과 충분한 검사 장비를 확보하고 학원 감염에 대한 대책들을 준비했어야 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진정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보다 강도 높은 보건교육과 학생들이 건강한 생활을 하며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시급하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
경계심, 경계, 단절 그리고 연대와 소통(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글을 쓴다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이 되어버렸다. 결혼 전까지 내 일기장이 열 몇 권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초등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쓸 수 있게 되면서, 방학일기를 몰아 쓰면서 언제부턴가 일기를 쓰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아마도 책 읽은 후의 감상문을 써오라던 숙제도 한몫했지 싶다. 게다가 매월 언니가 사다준 ‘계림문고’의 소년소녀 명작동화 시리즈도 단단히 한몫 했을 터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이 가져다 준 감동과 상상력을 드러내어 남기고 싶었고, 그리고 산과 들을 뛰어다니다 저녁 어스름이 지면 이집 저집 불러대던 아이들의 이름들...그 이름을 메아리로 남기고 뿔뿔이 흩어지는 동무들을 보면서 느꼈던 그 야릇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나도 어김없이 엄마의 부르심에 집으로 끌려가듯 들어가야 했지만...
갑자기 일터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던 동료이자 친구와의 갈등이 기억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 이 정도는 니가 날 이해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생각하고 내가 기억하는 너랑 다를까? 배신감 드네..’ 이런 것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에서 출발했음이 보인다. ‘적어도 친구라면..’ 혹은 ‘여성운동 한다면..’ 이런 자기기대에 기반한 전제들이 실망과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나만이 옳다는 닫힌 사고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좋아는 하지만 다름을 안다. 그리고 가끔 그 다름이 불편하기는 하여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 뭐 너니까!’, ‘흠, 나는 아닌데... 너는 그럴 수도 있겠지..’ 혹은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 나도 그도 쉽게 된 것은 아니라 본다.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만남이 오면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도 못한다. 그러나 한계 속에서나마 갈등을 그나마 극복하게 한 것은 갈등을 숨기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한 수많은 부딪힘, 자기성찰 이런 것들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