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지는 인권유린: 인권침해 상담사례 급증세… 4년동안 3배 가까이 늘어
■교도소보다 열악해: 아동 생활시설 등 학대 만연… 장애인 48% 폭력경험 응답
■사유화되는 시설들: 감독관청·수사기관 무관심… 강제노동·수익횡령 등 은폐
  • 인화학교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아동·장애인·노인 보호시설과 정신병원 등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는 다른 보호시설 전체로 넓히면 이 같은 인권유린은 인화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다수인 보호시설과 관련한 인권 침해 상담은 2007년 1381건에서 2008년 1996건, 2009년 2623건, 2010년 325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진정 접수 역시 2007년 586건이던 것이 지난해 137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장애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장애인이 인권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 커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인권위가 다수인 보호시설을 조사한 뒤 형사고발조치까지 이른 것은 49건으로, 인권위 전체 고발(63건)의 73%에 달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다른 기관의 인권 침해가 ‘단발적’인 경우가 많다면, 시설에서는 ‘반복적·구조적’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라며 “상당수 시설이 입·출소가 자유롭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사건 은폐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설명했다.

    2006년 인권위 직권조사 후 학교 관계자 6명을 강간과 성추행 혐의로 고발조치했던 인화학교 사건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는 2004년 12월 학교장과 행정실장이 일부 학생들을 교장실과 기숙사 등지에서 성폭행하는 등 2000∼05년 이 학교와 부속 복지시설인 인화원의 교직원 6명이 학생들을 성적으로 유린했다.

    학교 설립자의 아들이 교장과 행정실장을 맡고 인척들이 근로시설장과 인화원장 등 요직을 독차지하는 등 사실상 ‘족벌 경영’을 하면서 사건이 오랫동안 은폐됐다.

    보호시설은 폭행·감금이나 강제노동 등의 인권침해에서도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인권위가 지난해 6월 검찰에 고발한 장애인시설장 최모씨는 생활인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하거나 임의로 묶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설 수입 4억4670여만원 중 4억37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하고, 이 중 1억1300만원은 배우자 용돈이나 자녀 학원비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장애인시설장 김모씨는 쇠자나 나무 몽둥이, 빗자루 등으로 장애인을 때린 사실이 드러나 올해 3월 검찰에 고발됐다. 시설 리모델링 공사 때에는 아예 생활인들에게 시멘트와 벽돌까지 강제로 나르게 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005년 전국 장애인 시설 22곳에서 생활인 281명을 심층면접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응답자의 48%가 시설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한신대 남구현 교수(사회복지학)는 “일상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교육권, 생활권이 확보되지 않고 시설 수용 위주로만 정책기조가 흘러가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소득공제 범위를 넓히는 등의 방식으로 후원금 제도를 활성화해 후원자들이 직접 기부하고 감시·통제하는 투명한 운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일명 ‘도가니 방지법’ 제정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설이 여전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감독관청이나 관련 기관의 관심 부족 탓”이라며 “지금 있는 제도만 잘 지켜도 시설 생활인 인권문제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척경찰 인권경찰 노력



【삼척=뉴시스】김경목 기자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20일 강원 삼척경찰서에서 인권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삼척경찰서 제공)

인권연대와 함께 인권세상을 만들어 갈 상근 활동가를 공개 채용합니다.
 인권운동가가 되고 싶은 분, 인권운동을 통해 보람된 삶을 살고 싶은 분,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는 물론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삶을 원하는 분들은 인권연대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된 인권단체입니다.
 인권연대는 인권관련 정부기구인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감옥, 군대 등에 대한 감시활동과, 이들 기관에 의한 인권피해자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권현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인권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인권소식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인권운동을 쉼 없이 전개하고 있는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모집요강

◇ 모집 분야 - 인권운동 일반

업무내용 - 인권관련 정부 기구 감시 활동, 인권교육 사업 운영, 일반 행정 등

◇ 지원 자격 - 성실한 분,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는 분, 인권연대의 활동에 공감하는 분, 그리고 열정을 가진 분, 늘 배우면서 아는 것을 실천하며 살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든지 지원 가능합니다.

◇ 채용 시 우대 사항 - 인권연대에서 인턴활동을 했거나 인권연대의 실천활동이나 교육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은 우대합니다. 꼭 인권연대가 아니라도 관련 활동 경력이 있는 분이나, 관련 연구 실적이 있는 분, 홈페이지 운영 경험이 있는 분도 우대합니다.

◇ 모집 일정
   - 원서 접수 :
2011922일(목) - 104일() 까지
   - 서류 전형 후 1차 합격자에게 개별 통지
   - 2차 면접 :
10월 6일(목)
   - 합격자 발표 : 최종 합격자에게 개별 통지
   - 최종 합격자는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
활동가로 채용됩니다.   
   - 근무시작일은 협의 가능하지만, 채용 즉시 업무 개시가 가능했으면 합니다.
 


◇ 제출 서류
   - 인권연대 상근활동가 지원서(클릭 다운)

◇ 근무 조건
   -주 5일 근무/ 4대 보험, 상여금, 휴가, 안식월 제도(수습기간 이후 적용)/ 급여는 단체 내규에 의함

◇ 접수와 문의
   - 접수 : 지원 서류 접수는 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
hrights@chol.com
   - 서류 접수 시 전자우편 제목에 [
활동가 지원]이란 말머리를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예 : [
활동가 지원] 홍길동)
   - 제출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02-749-9004)/
http://www.hrights.or.kr
               인권연대 약도 여기


인권연대 14기 인턴 모집

 인권연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권현실을 체험하기 원하는 인턴을 모집합니다. 상근자와 함께 인권연대에서 활동하며 각종 캠페인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이번 인턴 모집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다    음 -

1. 선발내용

- 선발 인원 : 약간 명
- 자격 요건 : 국내외 대학(원)생(휴학생도 가능하며 학생이 아닌 분도 지원 가능합니다)
- 채용 과정 : 서류전형→면접(서류전형 합격자에게 면접 개별 통보) 

2. 업무내용

- 활동기간 : 2011.10.4(화) ~ 12.2(금), 총 9주
- 근무시간 : 월~금 9:30 ~ 18:00
- 업무내용 : 실무소개 및 간단한 교육을 거쳐 인권연대가 실시하는 각종 프로젝트의 입안·집행·평가의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3. 지원내용

- 활동지원 : 중식 및 교통비를 지원하며, 별도의 보수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 근무혜택 : 향후 인권연대 상근자 채용시 가산점 부여, 인턴활동에 대한 증명서 발급 등


4. 신청방법

- 신청기간 : 9.29(목) 낮 12시까지
- 면      접 : 9.30(금)  ※ 최종 선발자는 개별 통보
- 제출서류 : 인턴 신청서와 자기소개서
                  (
양식 다운받기 ☜클릭) 또는 http://www.hrights.or.kr/hwp/인권연대인턴지원서.hwp
                  
(자기소개서는 A4 1매 이상의 자유양식이며, 접수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 접수방법 : 이메일로만 가능(hrights@chol.com)
                   메일 제목을 ‘인턴신청-신청자 이름’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5.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www.hrights.or.kr, 02-749-9004)


일부 경찰서 ‘유치장 견학’
12차례 760명 다녀간 곳도
“뭘 배우라는 건지…” 비판

» 지난 16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아산경찰서 유치장에 직접 들어가 경찰관한테서 설명을 듣고 있다. 충남 아산경찰서 제공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굳이 쇠창살 있는 곳에서 죄짓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나요?”

일부 경찰서가 견학을 온 어린이들을 유치장에 직접 데리고 들어가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서장 등 간부들이 유치인 인권보호를 위해 유치장을 체험하는 적은 있었지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이런 체험을 하도록 한 것은 이례적이다.

21일 경찰과 어린이집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 16일 관내 ㅅ어린이집 원생 30여명의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4~7살 어린이들이 직접 유치장에 들어가보고 설명을 듣도록 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인근 천안동남경찰서와 유치장이 통폐합되면서 아산서 유치장이 비어 있게 됐다”며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 견학 온 어린이들에게 유치장을 체험하도록 하는 범죄예방교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도 지난 7월20일 오산시 ㅇ유치원 어린이 140여명을 상대로 유치장 체험행사를 했다. 이 경찰서는 ‘햇빛 드는 유치장’과 분홍색 철문·꽃그림 등으로 장식해 유치장 관리 우수 경찰서로 뽑히자, 이런 대민홍보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은 물론 유치원생,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유치장 체험을 하도록 해 범죄예방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경찰서 쪽은 설명했다. 화성동부서에서는 12차례에 걸쳐 760여명이 유치장 체험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원중부경찰서도 지난 4월까지 유치원생들을 상대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직장인 허아무개(49)씨는 “좋은 곳을 보여주기에도 모자란 형편에 아이들을 유치장에 들여보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들이 경찰서에 구금당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찌 알겠느냐”며 “단순한 호기심 충족에 불과할 뿐 교육적 효과가 과연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치원생들을 유치장 안에 가두고 공포심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유치장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주는 차원의 체험행사였다”고 해명했다. 아산경찰서 쪽은 “유치장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으면 이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전 수원/전진식 김기성 기자 seek16@hani.co.kr


개인정보보호법의 하위법령이 인권침해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정당 가입 여부 등 개인의 사상과 신념, 성생활을 포함한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를 무차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이들 시행령은 오는 30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등 각 기관들은 이에 따라 민감정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게 돼 개인정보 제공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21일 문화일보가 9월 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처리 근거법령 일괄정비를 위한 관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령’안의 201개 조항을 분석한 결과, 36개 조항에서 민감정보를 요구·이용할 수 있음을 못박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4개 조항을 제외한 32개 조항은 민감정보를 제한하는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이들 32개 조항은 주로 경찰 업무와 복지 업무, 금융 업무 등과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법령안의 83조 아동복지법 시행령의 경우 민감정보의 정의를 범죄경력만으로 제한하는 반면, 21조 범죄피해자보호법 시행령의 경우는 “‘개인정보보호법 23조의 민감정보’를 업무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민감정보 등을 처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해 민감정보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민감정보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으로 상위법인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규정에 따른 민감정보를 모두 요구·이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구잡이 개인정보 수집을 막겠다는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채, 관행이 그대로 법제화로 이어져 오히려 과거 잘못에 대한 법적인 방패막이를 갖게 된 셈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만 민감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민감정보를 무차별로 요구·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령은 필요성과 최소성, 정당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어 헌법에 위배되고 반인권적”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 그럴 때도 반드시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요구내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88차 수요대화모임(2011.09.28) - 이철수(판화가)



 이철수 화백은 2002년부터 매일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받는 이의 이름은 모르지만, 받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시죠. 그렇게 보내온 편지가 벌써 4권의 책으로 모아졌습니다.  

 이번 <수요대화모임>은 인권연대 회원이시기도 한 이철수 화백을 모시고, 우리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나뭇잎 편지'에 대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올 가을 이철수 화백처럼 주변에 가슴 따뜻한 편지 한 통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심있는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노동자로 살기 좋은 나라(김창남 위원)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8월,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이 서화전을 열었다. ‘미등록학생 장학금 마련을 위한 성공회대 교수 서화전, 아름다운 동행‘이란 타이틀이 붙은 전시회였다. 나 역시 이 행사 준비 과정에 참여했고 작품도 몇 점 출품했는데 마침 교수 서예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언론사들과 인터뷰할 일이 많았다.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 중에 공통적으로 했던 질문이, “교수님들이 학생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하신 건가요?”하는 거였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연히 울컥 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아니오. 등록금 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될 수는 없지요. 우리는 그저 교수들도 학생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도대체 등록금 문제가 이런 전시회 몇 번 해서 만든 장학금으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8월 24일에 진행된 장학금마련 서화전 ‘미등록학생 장학금 마련을 위한 성공회대학교 교수 서화전
사진 출처 - 한겨레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란 건 잘 알려져 있다. 경제 수준이나 장학금 혜택 수준 같은 걸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의 등록금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기본적으로 사립학교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대학에서 사립대학의 비율이 80%가 넘는다. 다시 말하면 대학교육이 국가적 차원의 백년대계가 아니라 사적인 영리를 위한 사업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대학별 장학금으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사학 집단이 단지 대학 설립 시에 돈을 냈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빼돌려도 건드릴 수 없는 현실에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뿐이 아니다. 한국 대학교육 문제의 핵심에는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학 서열구조가 있다. 서열 구조의 상층부에 자리 잡은 대학들은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 올리기에 주저함이 없다. 등록금이 아무리 비싸도 들어올 학생들은 줄을 선다는 배짱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대학입시 판은 돈 놓고 돈 먹는 사교육 경쟁의 장이 된지 오래다. 사교육에 돈을 많이 쓴 학생들이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는 구조다 보니 대체로 서열 구조의 상층에 자리 잡은 대학에 경제 수준이 비교적 높은 계층의 학생들이 들어간다. 그러니 그런 대학일수록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장학금을 확충하거나 정부 지원을 늘리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교육이 가진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하는가의 문제다. 마땅히 학생들이 내야하지만 너무 비싸니까 장학금을 늘리고 정부 재정을 확대해서 반값으로 줄여준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교육을 받는 건 시민의 정당한 권리이고 그것을 재정적으로 책임지는 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학등록금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른바 수익자 부담 원칙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자. 시민들이 대학을 통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 혜택은 결국 국가가 보는 것이다. 등록금 부담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라는 말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대학의 바람직한 구조 조정을 위해 당장 어떤 식의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능력은 없지만, 다 아는 이야기 한 가지는 분명하게 환기시키고 싶다.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가야만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고가 만연하게 된 구조야 말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대학교육 차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한진중공업 등의 현장에서 용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의 사례에서 보듯 등록금 문제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 일반의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노동자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못하는 한 대학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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