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4차 ‘희망의 버스’ 행사가 27~28일 서울에서 열린다.

희망의버스기획단은 26일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세 차례나 부산 영도에서 희망버스 행사를 진행했으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정리해고 철회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행사를 여는 이유를 밝혔다.

4차 희망버스 행사는 27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만민공동회로 시작된다. 만민공동회에선 시민들이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다. 기획단은 28일 오전 인왕산에 올라 청와대를 향해 구호를 외친 뒤, 오후에는 남영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도심지 도로 점거 및 인왕산에서의 시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28일 인왕산에 입산하는 등산객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벌여 시위대의 입산을 통제할 예정이다. 이상철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산에서의 시위는 여가를 즐기는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대규모 인원이 좁은 산길을 등반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도 우려된다”면서 “단체로 여러 사람이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부부젤라 등 시위용품을 소지한 사람들에 대해선 입산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권침해 우려에 대해선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들만 부분적으로 검문검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법 집행기관이 인상착의에 따라 검문검색 여부를 판단하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았는데도 시민의 일상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엄명수 기자]안양만안경찰서(서장 구본걸)는 26일 오전 경찰서 2층 대강당에서 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인권수사·반부패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가장 인권에 충실한 경찰이 진정한 국민의 경찰임을 명심하고 이를 실천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엄명수 기자 ems1105@hanmail.net>


  • '소리없는 목격자' DNA 분석작업(연합뉴스)
지난 3월 권모(40)씨는 경북 구미시에서 여성 속옷을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단순 절도 사건으로 조사하던 구미경찰서는 권씨에게 성폭력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권씨의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고 6년 전 포항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 때 채취한 정액의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권씨에게는 절도에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송파구와 광진구 일대에서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5명이나 성폭행한 김모(39)씨. 서울 광진경찰서는 김씨를 최근 검거했지만 상당한 고생이 뒤따랐다. 경찰은 지난 1월 성폭행 현장에서 검출된 DNA 5개가 동일인에게서 나왔다는 감식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2003년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그 해 감옥에 들어간 김씨가 2008년 2월 출소하는 바람에 그의 DNA 정보국과수엔 없었다. 결국 김씨는 피해 여성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바람에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수사기관이 DNA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강력범죄 해결 과정에서 DNA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DNA 채취와 기간 확대를 두고 인권단체 등이 수사편의주의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7월26일'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DNA법)이 시행된 후 DNA 수사기법으로 강력사건 506건을 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강간(128건), 강도(53건), 아동 상대 성폭력(22건) 등도 다수 해결됐다. DNA 정보는 강도 강간 살인 등 11개 강력범죄를 저질러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DNA를 구강점막에서 채취한 뒤 숫자와 부호로 조합된 신원확인 정보로 변환해 영구 보관된다.

강력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DNA 채취 적용시점을 법이 시행된 2010년 7월 이전까지 소급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서울 일선경찰서의 한 간부는 "DNA 정보가 많을수록 사건 해결이 쉬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권 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만 강압수사와 같은 인권에 반하는 수사에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는 수사로 대체해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DNA 채취 초기에는 구속 피의자들의 반발로 영장을 발부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경찰청 유전자분석센터에는 매월 전국에서 1,000건 정도의 DNA 시료가 새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진보단체는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며 "수사를 위해 개인의 정보를 더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인권위는 지난 6월과 7월 "DNA 채취가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의견을 제출하는 등 문제를 삼고 있다.

[회원모임 안내] 문학평론가 손경목 선생과 함께 책읽기

문학평론가 손경목 선생과 함께하는 책읽기 모집

인권연대 사무국

 작년 10월부터 문학 평론가 손경목 선생님과 회원분들이 모여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간 읽은 책은 황석영의 <강남몽>, 이문구의<관촌수필>, 리영희의<대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김애란 <침이 고인다>, 어슐러K.르귄의 <어둠의 왼손>,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조지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등 입니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책읽기 모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제안하셔도 좋습니다. 참여하실 분은 메일(hrights@chol.com)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9월 모임은 9월 23일(금) 7시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문의: 인권연대 사무국(02-749-9004)


책읽기 모임 진행 모습


"놀이에 권력을, 상상력에 힘을!" (프레시안08.25)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돼 국내에도 소수 영화관에서 개봉한 섬머 러브 감독의 음악다큐 <사운드 라이크 레볼루션(Sounds Like a Revolution>의 주제는 "대중음악은 저항의식을 지닌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비단 해외로 나갈 것도 없다.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두리반이 제 목소리를 끝까지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의 점거와 연달아 개최된 콘서트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무대에 올린 <탁현민의 시사콘서트>와 MBC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 조항에 항의하는 '삼보일퍽' 등으로 유명세를 탄 공연기획자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스타'와 '대자본'으로 상징되는 오늘날 대중문화도 여전히 "저항성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단언한다.

24일 저녁 7시 30분, 인권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 2층에서 열린 '상상력에 권력을' 강연에서 탁 기획자는 애초 하위문화의 유흥에서 출발했던 재즈와 로큰롤이 저항의 상징이 된 실례를 들며 "많은 사람이 당장은 '말도 안 되는 듯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게 바로 대중문화의 힘"이라며 "그 힘이 우리의 내일을 보다 근사한 다음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정성이 저항을 낳는다

탁 기획자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속성으로 선정성을 들었다. 그 예로 그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들었다.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일등석의 실내악 공연을 지루하게 보는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데리고 빈민들이 있던 3등칸으로 내려와 천박(?)하게 춤을 추는 장면에서 로즈의 표정이 살아나는 순간, 두 캐릭터의 표정이 밝아졌던 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결국, 대중에 강한 전염성을 가진 하위문화(subculture), 곧 대중문화는 대중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다는 얘기다.

이런 대중문화의 선정성은 대중참여성,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과 맞물려, 시대에 따라 대중의 저항을 낳게 된다고 탁 기획자는 강조했다. 대중문화의 선정성이 결국 저항을 낳는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즈와 로큰롤의 태동이다.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재즈는, 시간이 지나며 민감하게 새 흐름을 수용한 '하얀 흑인' 사이에서 '힙(hip)'한 음악으로 떠오르며 순식간에 20세기 초반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꿨다. 로큰롤 역시 마찬가지다. 역시 흑인 음악에 뿌리를 뒀던 로큰롤은 특유의 선정성과 솔직한 가사로 전후 시대 십대들을 사로잡았다. 흑인과 십대라는 사회적 약자들을 선동하며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탁 기획자는 "재즈와 초기 로큰롤에 저항성은 전혀 없었다"면서도 "이들 문화 자체가 가장 취약한 계층과 맞물리며 비주류가 주류를 정복하는 저항성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탁 기획자는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예로 들며 "'전쟁이 없는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 노래를 통해 세계의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게 한다"며 "이것이 바로 대중문화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스타 탄생과 대중문화의 독립

탁 기획자는 대중문화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중요한 계기로 스타 탄생을 꼽았다. "슈퍼스타의 출현으로 대중문화가 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계기를 낳았다"는 얘기다. 스타가 자본의 홍보 도구로 기능한다는 일반적 생각과 다른 의견을 피력한 셈.

그는 최초의 슈퍼스타로 엘비스 프레슬리를 꼽으며 "이전에는 대형음반사가 주인이던 음악계에서 스타가 음반의 주인공이 된 계기"를 만들었다며 "스타가 비록 자본의 일부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본과 대척점에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탁 기획자는 서태지 역시 비슷한 사례로 꼽았다.

"강산에 씨의 <라구요>가 나왔을 때, 음반사에서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갈 수 없는 고향'으로 바꾸라고 했어요. 정태춘 씨가 지구레코드에서 음반을 100만 장 너메 팔았지만 받은 건 승용차 한 대가 전부였죠. 당시까지도 이 정도로 음반사의 힘이 강했어요.

그런데 서태지가 스타의 힘으로 미디어를 장악하고 음반사와의 관계를 끊은 후 '요요기획'이라는 스타 중심의 기획사를 차렸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자본에 종속됐던 대중문화를 다음 시대로 이끈 계기가 됐죠."

저항은 과연 유효한가

그러나 이 의견에는 강한 의문 부호가 붙는다. 스타는 스스로 권력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스타가 자본의 일부가 되면, 저항 역시 자본에 포섭된다.

YB는 방송권력, 정치권력과 때로 파열음을 일으키지만, 그 이미지를 통해 대기업 제품 광고를 찍는다. 두리반에서 목소리를 높인 음악인의 대다수는 단독공연을 가질 기회조차 잡기 힘들 정도로 얇은 팬층에 의존하고 있다.

대개의 저항 예술인은 대자본을 끼지 않는 한,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알릴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다. <사운드 라이크 레볼루션>은 어떤 의미에서 이 불편한 현실을 애써 미화하는데 그쳤다.

탁 기획자도 "지금은 기획사와 스타가 스스로 자본이 돼, 또 다른 권력이 됐다"며 이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그는 스타로 대표되는 아이콘에 함몰되지 말고, 능동적 유흥에서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즐기는 문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세상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강연회 주제이자 탁 기획자가 낸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상상력에 권력을' 주는 게 필요한 이유다.

개인용 마이크, 소셜 네트워크 (조재희)

조재희/ 객원 칼럼니스트

 친구의 미니홈피에 방문했다. 홈페이지 방명록의 상태는 처참했다. 온갖 비난과 욕설로 도배가 돼 있었다. 원인은 웹상의 한 동영상에 있었다. 영상의 제목은 ‘지하철 막말남’이었다. 한 청년이 지하철 내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상대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였다. 이를 목격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을 했다. 그 후 이 영상은 인터넷에 던져졌다. 한 트위터 글은 수없이 리트윗되었다. 글의 내용은 ‘지하철 막말남은 OO대학교 OOO’였다. ‘막말남’의 신상을 공개하는 글이었던 것이다. 동명이인들의 미니홈피는 테러를 당했다. 내 친구도 그 중 한명이었다. 해당 학교의 게시판 또한 그러했다. 잠시 뒤 학교는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동명의 재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한 네티즌의 작은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동명의 학생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순식간에 ‘패륜남’이 되었을 것이다. 네티즌들의 공공의 적이 됨은 물론이다.

 이처럼 허위 정보 유포의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 여자 아나운서가 투신자살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SNS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건은 미니홈피의 게시 글에서 시작됐다. 아나운서 본인이 직접 올린 글이었다. 글은 현직 야구선수와의 성적관계를 담고 있었다. 잠시 후 최초의 글은 삭제되었다. 하지만 이미 수습은 불가능했다. 아나운서의 사생활은 전달에 전달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SNS라는 확성기가 이용됐다. SNS 사용자들은 각기 한마디씩 보탰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루머와 추측이 더해졌다. ‘소셜이 아닌 소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끝내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그리고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개개인에게는 짧은 글 한마디에 불과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한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는 SNS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 주었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가족, 친구들과 언제든 안부를 주고받는다. 정치인, 연예인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SNS가 계층 간의 소통통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알릴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목적 지향적인 참여행위가 유도된다. 최근의 반값 등록금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한 곳에 모은 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였다. 이처럼 SNS는 우리사회에 많은 순기능을 한다. 이미 대세가 돼버린 상황 또한 거스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부작용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의식과 가치관 형성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로썬 충분치 않다. 인터넷 전반의 문제 또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미디어는 하나의 중요한 권력이다. 이를 이용해 ‘개인 대 집단’의 구도에 놓일 땐 폭력이 될 수 있다. SNS를 통해 개인용 마이크를 하나씩 갖게 되었다. SNS는 자신만의 일기장이 아닌 것이다. 의사표현을 지나치게 축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글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 SNS의 발전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우리는 기성언론의 ‘색깔사냥’, ‘마녀사냥’을 수없이 봐왔다. 그러면서 그들의 ‘여론 사냥’에 염증을 느껴왔다. SNS는 이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였다. 우리가 비판해 온 기성언론의 행보를 따라가선 아니 된다. ‘신상 털기’에 이은 인신공격은 ‘여론 사냥’과 다를 바가 없다. 양자 모두 ‘무차별, 무책임 공격의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인 전국 트위터 강정당 회원들이
지난 7월 2일 제주시청 앞에 모여 강정마을 “절대보존지역해제”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중이 참여를 유도하는 힘으로 SNS가 활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최근 포털사이트의 신상정보유출이 문제가 되었다. 더 이상 개인정보가 개인의 것이 아니 게 된 것이다. 이는 무분별한 ‘신상 털기’에 힘을 보탠다. SNS의 빠른 정보 교류는 이에 날개를 달아준다. ‘신상 털기’는 한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한다. 이 과정에서 법의 심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허위 정보일 경우의 구제수단도 없다. 포털 사이트들의 레이아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포털사이트들은 SNS의 글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글의 위치는 뉴스와 인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SNS의 글은 뉴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 개인의 주관적 생각이 더해져 있다. 필터링도 전혀 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공공 혹은 전문가의 의견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터넷 신문의 기자들도 주의해야 할 상황이 있다. SNS에서 드러난 사실이나 주장을 기사화할 때이다. 해당 주장이 극히 일부분일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론을 잘못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S를 접하는 시간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문이나 이메일을 접하는 시간보다 많다고 한다. SNS 신뢰도 조사의 결과도 주목해볼만하다. SNS의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0%나 되었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12.3%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출처 - 에스코토스 컨설팅 '2011년 소셜미디어 참여 연구'). 기성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들의 수는 상당하다. 이들에게 SNS는 ‘개인 언론’이 되었다. 기성언론이 무관심한 영역에 대한 ‘대안 언론’이기도 하다. 기성 언론의 권력자들은 SNS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SNS의 심각한 부작용을 이유로 든다. 우리 스스로가 정화하여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렵사리 만든 ‘민주주의의 통로’를 확고히 할 수 있다.


년간의 유엔인권활동 마무리, 비판, 그리고 다시 활동을......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올해 6월 3일 프랭크 라 뤼 유엔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서(8개 분야, 16개의 권고안)를 발표하였다. 한국 상황에 대해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많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명박 정권이후에 한국에서의 전반적 표현의 자유는 후퇴되었고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두드러지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 측과 국회(천정배 의원실), 그리고 인권시민노동단체들이 공동으로 8월 17일에 국회에서 보고서 후속이행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로써 2008년 8월 유엔특별보고관에게 최초로 한국에 인권침해 조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3년여의 유엔인권활동(엄밀히 말하면 유엔 특별절차에 진정한 이후 진행되는 프로세스)이 마무리 되었다.  


지난 5월 말 유엔인권이사회 17차 세션 한국 NGO 참가단 출국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이 활동은 2008년 촛불집회로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광우병수입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그해 6월을 정점으로 정부의 심각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민변을 포함한 인권시민노동단체들은 유엔이라는 상대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외부기구에 한국 인권침해상황에 대해서 정식으로 조사방문을 요청하는 유엔특별절차(UN Special Procedures)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국내단체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와 함께 2009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아시아 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결국 한국의 상황을 인식한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0년 직접 한국을 조사 방문하였고, 이를 2011년 6월에 보고서로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꼬박 3년 동안 국내 수십여 인권, 시민, 노동단체들이 연대활동을 하였고 국제인권단체들도 많은 수고를 기울였다.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 단체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고 나름 상세하게 한국 표현의 실상에 대한 언급과 함께 적절한 권고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단체들 간에는 성공적인 활동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 있다.  

 다른 유엔활동인 유엔 조약기구 활동(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기구에 NGO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도 그렇지만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이 강제력이 없기에 정부에서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이번 권고안에도 포함되었지만 유엔의 권고안들의 상당수가 1995년도부터 반복되고 있다.(특히 국가보안법 폐지, 기존 유엔권고안에 대한 이행 등) 그래서 유엔권고안에 대한 실효성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다. 또한 이행평가 토론회에서 정부담당자는 “특별보고관 보고서의 권고사항 이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 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이번에 같이 활동했던 활동가는 “유엔의 활동은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고 얻어지는 결과(권고)도 나쁘지 않지만 들어가는 품은 많은데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여 피로함이 높은 활동인 듯하다”라고 평을 하기로 하였다. 일리 있는 평가이다.  

 상반된 평가 속에서 유사하지만 또 다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유엔 UPR(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활동이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누군가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은 활동가의 상상력을 빼앗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든다고 한다. 나 역시 스스로 내적인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한 번의 시도로 잘못된 구조와 현실이 변화된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정말 비현실적인 기대일 뿐이고, 몇 번을 해도 여전히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면, 국가보안법이 폐지 될 때까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 까지 계속 맨땅에 헤딩도 하고 계란으로 바위도 치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지금은 냉정한 평가와 이성적 판단보다는 우직하게 한 우물을 깊게 파내려가는 우공이산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분명히 내 자신의 합리화임이 틀림없다!!


 [인권연대 인턴활동을 마치며] 13기 인턴활동가(윤다정/ 황서현)

인권을 배우고 행복해지기를 꿈꾸다

윤다정/ 13기 인턴활동가

 입시를 견뎌내고 모처럼 대학에 입학했으니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심은 제법 잘 지켜지는 듯했다. 학내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강연회가 열리는 곳에는 꼭 찾아가고, 길바닥에서 노숙하며 데모도 해 봤다. 2년을 하얗게 불태웠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생이 으레 느낄 법한 취업 압박을, 고학년이 되어서도 뚝심 있게 외면할 정도로 심지가 굳지도 못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의미 있어 보이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권연대 인턴 모집에 지원했다. 다행히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긴 했지만, 면접에서 몹시 버벅거리며 얕은 밑천을 여과 없이 드러냈던 탓에 영 불안하기만 했다.

 인턴 활동은 생각보다 고되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었다. 손은 열심히 모르는 내용을 받아 적고 머리는 그것들을 이해하느라 바빴다. 쓸모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강박, 멍청해 보이기 싫다는 욕심 때문에 열심히 머리만 굴리다가 질문을 삼킨 적도 허다했다. 여러 가지 인권 현안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원서에 잘난 척 주워섬겼던 온갖 단어가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고백하건대 나의 짧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허영심이었다. 몰랐던 지식을 머릿속에 주워 담고 으스대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곤 했던 내게 고통스러운 자각이 매일 이어졌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열등감이 폭발해서는, 집에서 휴지 한 통을 다 쓰도록 울기도 했다. 자존심으로 포장된 열등감을 과감히 버렸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직시하고 질문하기를 독려하며,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나를 가르쳐주신 국장님과 간사님들의 도움이 컸다. 겸허함을 배웠다. 나를 낮추고 평생 배우는 자세로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7기 대학생 인권학교

 겸허함만큼이나 중요한 배움은 ‘사람의 삶’에 관한 것들이었다. 8주간 내가 모르던 세상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머나먼 만주 땅을 전전하던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처럼, 고국을 떠나서 차가운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버마 민주화 운동가분들을 만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레일을 망가뜨리고자 하는 친구들도 만났다. 매일 한강 변만 산책하다가 난생처음 바다를 본 사람처럼 새로이 만난 세상에 압도되었다. 시야가 수백 배는 넓어진 기분에 가슴이 뻥 뚫렸다.

 한 손엔 수첩, 한 손엔 펜을 드는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인턴 활동 마감일이 다가왔다. “일정이 빡빡합니다.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갈 거예요.” 출근 첫날 국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였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도 출근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마지막 날에도 국장님은 중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필사적으로 열중할 것. 무엇보다도 행복하게 살 것.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제7기 대학생 인권학교의 슬로건을 새삼스레 되새기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전제를 깔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들어앉아 있는 작은 울타리를 부수고 나오게끔 도와준 첫 번째 도약대가 인권연대였다는 행운에 감사한다. 행복하게 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인권연대에서 만난 모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여기서 얻은 배움을 벗삼아, 어떻게 해야 내가 사는 땅을 행복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자 한다. 목소리는 크게, 공부도 사랑도 놀이도 열심히 하면서.

 

무지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8주

황서현/ 13기 인턴활동가

 처음 인권연대를 알게 된 건 4월에 있었던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강연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긴 하나, 전공 교과서에만 치중한 나머지 법과 사회 전반과 직접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서든 그 무지에서 벗어나려는 생각 중에 있던 나는 우연히 저자 강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저 없이 신청을 하게 됐다. 인권연대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강연회에 참석한 이후로는 매일같이 인권연대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와 같은 강연회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방학 인턴 공지 글을 보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여름방학은 뭘 하며 보낼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좋은 기회다 싶어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인턴으로 선발되었다.

 첫 출근을 하던 날, 인턴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국장님의 말씀에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섰다. 국장님이 말씀하신 공부는 단순히 교과서를 보고 줄긋고 시험 치는  등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 외의 공부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국장님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간파하셨는지, 공부의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듣고, 쓰고, 말하고, 읽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라.” 

 이 한 문장이 인턴활동의 교과서가 되었다. 여기에 따라 사고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만들어 내야했고, 질문을 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했다.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항상 책을 펴들었고, 책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무지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이 멈출 것 같을 때마다 “안 돼!”하고 외치기도 했다. 책을 읽고도 용기가 없어서 질문하지 못했던 적도 많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질문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사라졌고, 국장님께는 물론 만나는 선생님들께도 하나씩 질문 하게 됐다. 양질의 질문을 해야겠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후련 했다. 비로소 아는 것들이 생겼다.

 아는 것들이 생기자 질문에 조금씩 용기를 가지게 됐고 또 다른 질문을 하기 위해 책과 신문을 펼쳤을 때, 노동자와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의 이야기,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알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쉽사리 ‘연대한다’, ‘알 수 있다’라고 말 하지 못했던 것들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목판화가 이철수 선생님과 함께 한 윤다정, 황서현 인턴활동가

 밑지는 인생을 사는 밑지는 생명들은, 내 앞에 있는 상대가 아니라 ‘나’이며 ‘우리’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인권연대 인턴활동을 하면서 배운 인권감수성과 연대의식은 내 삶에 거름이 됐다고 확신한다.

 국장님과 간사님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많이 공부해야 되는 지를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내가 만나기 어려운 분들을 인권연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인사도 나누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뜻 깊었다.

 이번 인턴활동은 대강의 목표만 세워두고 덩그러니 앉아있던 나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모종의 전환점이 됐다. 생각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8주간의 소중한 경험을 반복학습을 하며 또 다른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일만 남았다. 새로운 모든 것에 갈증을 느끼며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