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의 총기 난사 사건과 연이은 자살의 원인이 구타‧가혹행위 등 구조적인 악습에 있다며 김관진 국방장관과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총기 사고 이후 접수된 피해사례만도 유형별로 나누면 30가지라며 "인권침해 사례가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휴가를 나온 해병대 병사들과 전역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례를 수집했는데, 기수열외 및 구타 이외에도 다양하고 엽기적이까지한 인권침해가 행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지난 7월초 해병 1사단에서는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다른 병사의 엉덩이를 지지는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후임병들은 살 타는 냄새를 맡도록 강요당했다.

휴가 복귀자 등을 대상으로 성행위 경험을 얘기하게 하고, 한 병사가 자신의 성경험을 얘기하지 않자 "너 고자 아니냐"라며 강제로 성기를 꺼내게 해 자위행위를 강요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벌레를 먹이는 것도 모자라 먹을 때 인상을 찡그리거나 싫어한다는 이유로 구타한 경우도 있었다. 자장맛 라면을 대량으로 끓여 억지로 먹게 하고 역시 인상을 찌푸리거나 토하면 구타하는 '악기바리' 행위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 주최로 14일 서울 영등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사무국장 옆으로 차례대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국방부에서 총기난사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한 정 모 이병의 부모, 정 이병이 다니던 교회 목사. ⓒ프레시안(최형락)

해병대 인권침해 수준 '심각'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이병들이 쓸 수 있는 단어가 한정돼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에 따르면 해병대 이병은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구해보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잘하겠습니다' 등 5개의 단어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나마 자기보다 한 두 기수 위 선임이나 일병 계급에게까지만 말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고참은 하느님과 동창'이라지만 말조차 걸 수 없다는 얘기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교묘하게 때리거나 밤마다 소집해 '교육'을 시키는 것은 흔하다. 임 소장은 "대소변을 강제로 참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변비에 걸린 경우는 다반사이고, 소변을 잘못 참으면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금품 갈취 행위도 있었다. 임 소장은 "전역하는 해병들의 자부심이라는 반지는 후임들의 돈을 착취해서 만든 것"이라며, 전역자에게 반지와 칼과 방패 모양의 군복에 다는 장식을 마련해 주는데 일인당 2~3만원씩을 걷고 다과회 명목으로 1만원씩 걷는데 후임일수록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전했다.

후임병이 휴가를 나가 사온 의복(속옷 등)을 갈취해 먼저 입고 돌려준다거나, 후임병의 연애편지를 돌려읽기, 군화 닦기 등 사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는 다른 사례들에 비하면 오히려 당연할 것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임 소장은 "자기 총기는 자기가 관리하게 돼 있는데도 탄창이나 총기도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갖다줘야 한다"며 "이러니 총기 탈취는 식은죽먹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피해 사례를 군내 의견수렴 제도인 '소원수리'를 통해 제보하거나 간부에게 보고하면 가혹한 제재가 뒤따른다. 소원수리함은 원래 간부가 관리해야 하지만 행정병이 관리하고 있으며 내용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임 소장은 "필적감정까지 해 누군지 추적해 구타나 가혹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군 자체적인 인권 개선에 엄청난 장애요소"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심지어 간부도 이에 가담해 필적감정을 지시하거나 제보자를 협박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총기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기수열외'도 이런 제재 수단 중 하나다. 임 소장은 "기수열외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도 또 기수열외시킨다"면서 "악습 철폐를 시도하거나 자주 의무실을 왕래하는 병사, 기수열외당한 장병에게 동정심을 보이거나 말을 건다는 등의 이유로 기수열외가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장들끼리 회의해 결정을 내린 후 상병이 이를 하달하는 방식으로 한 사람을 조직적으로 따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해 11월 연평도 사태 사흘 후 휴가에서 복귀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사진 중 인물들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총체적 문제…장관 사퇴하고 국정조사 실시해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7월 4일 엄청나게 큰 사건이 있었다면 한동안 자살이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인데, 계속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사례 접수를 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것도 아니고 군인권센터에서 자체 조사한 것만 봐도 이렇다"며 "제대로 의지를 가지고 조사한다면 훨씬 많은 사례를 만날 것이다. 한두 가지 가혹행위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체적인 문제인만큼 해결도 총체적이어야 한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입대한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비상사태다. 국회는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물론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오전 보도된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의 사의 표명은 '말장난'이라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게 어떻세 사의표명인가. 그런 식의 하나마나한 얘기 통해 책임져야 할 수뇌부들은 다 빠져나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 국장은 총기 사고가 난 소초의 경우 범인인 김 모 상병과 공모자로 발표된 정 모 이병, 소초장과 부사관, 가혹행위 가담 병사 4명 등 전체 30명 중 1/3이 구속됐다며 "고위 장성들의 전형적인 일선에 책임미루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은 진상조사도 거부하고 묵묵부답"이라며 "사실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소장도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자살 원인에 대해 누차 얘기했고, 군내 심리상담사가 부족하니 대학 상담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속적으로 병사들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이런 조치들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입대를 앞둔 젊은이와 부모들에게 '해병대 입대하지 않기 운동'을 1단계로 전개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2단계로 해병대 해체 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입대하지 않기 운동'에 대해 오 국장은 "해병대가 남자다운 남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견딜수 없는 고통 속에서 아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또 '해병 해체'에 대해 "해병대사령관 본인이 타군에 비해 10년이나 병영문화가 후진적이라고 시인한 해병이 별도의 부대로 운영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작전상으로도 크게 문제 없다. 해군에 편입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태훈 소장은 "체벌 자체보다도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12일 발언과 관련해 "공포스럽게 들린다"며 비판했다.

그는 "군에서 지휘관이 아버지라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큰아버지인데, 한 명의 '자식'이 죽어도 자기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이는 군 수뇌부의 잘못을 옹호하거나 혹은 군에서 내놓은 잘못된 정보에 둘러싸야 눈과 귀가 멀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고참 욕 한 것이 '공모'로 둔갑"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국방부가 지난 4일 해병대 총기 사고의 '공범'으로 지목한 정 모 이병의 가족과 그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참석해 정 이병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정 이병은 현재 상관 살해 등 3건의 혐의를 적용받고 구속된 상태다.

정 이병의 어머니 이민순(45) 씨는 "죽은 사람도, 김 상병과 저희 아이도 피해자인 것 같다"며 "가혹한 인권침해,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정광영(49) 씨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이병이 다니던 교회의 이준호 목사는 "정 이병은 특별한 종교적 결심으로 선교사를 꿈꾸고 신학 공부를 했다"며 "부대에서 (고참이) '내가 하나님이다'라고 하는 것이야 농담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성경책을 태운다든지 또는 그로 인해 가혹행위를 하는것은 정 이병이 굉장히 화가 났을 인격적인 모독이며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족과 이 목사는 정 이병은 평소 생활 태도로 보나 이병이라는 계급상의 위치로 보나 범행에 공모했을 리가 없다면서 정 이병이 공범이라는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김 싱병과 정 이병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그러나 상병과 이병의 관계가 (지시하고 지시받는 관계라면 몰라도) 함께 모의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김 상병 하나만 악당이나 괴물로 몰고 가서는 안 되며 그도 명백히 피해자"라면서도 "군 발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에서 발표한) '공모했다'고 하는 부분은 6월 어느날 김 상병과 함께 신세한탄조로 보통 하듯이 '죽여버리자'며 선임들 '욕'을 한 것"이라며 "그런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이 공모로 나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연대가 본 ‘해병대 잔혹사’

자위행위 강요,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 지지기, 벌레 먹이기, 소원수리한 사람 색출하기, 진료권 침해….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롭게 확인된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 30가지를 발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입대 전 성행위 경험을 이야기하라는 선임병의 요구에 후임병이 응하지 않자 이 선임병은 “너 고자냐, (성기를) 꺼내라”며 자위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초 해병대 1사단에서는 선임병이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후임병의 엉덩이를 지진 사실도 공개됐다. 진료권 침해 사례도 있었다. 몸이 아픈 후임병이 부대 의무실에 다녀오자 선임병은 “맞선임 × 잡고 와”라고 지시한 뒤 바로 윗선임인 ‘맞선임’을 구타했다. 맞선임을 구타하는 방식으로 후임병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해병대 전반에 걸쳐 있는 악습을 방기한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해병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부모에게 ‘해병대 입대 않기 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해병대 병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권단체가 부대에 상주해 인권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아무개 상병과 공모한 것으로 밝혀진 정아무개 이병의 부모와 정 이병이 다녔던 교회 목사도 참석했다. 정 이병의 아버지는 “마음씨 착하고 평범했던 아들이 ‘해병대 가서 강한 사람 되겠다’고 해서 보냈다”며 “그런 아이가 공모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씨는 “죽은 아이들도 불쌍하고 김 상병과 저희 아이 모두 피해자”라며 “가혹한 인권침해인 해병대 악습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박용준 기자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접수된 해병대 내부 인권침해 사례 30건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는 전역한 해병대 병사 등의 증언을 취합했다. 인권센터는 해병대에서 기수 열외나 구타 외에도 사병이 간부 대신 소원수리함을 관리하거나 벌레를 억지로 먹이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엉덩이를 지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밖에 대소변을 강제로 참게 하거나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를 지지는 행위, 전역 기념품 구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일 등도 벌어지고 있다고 이들 단체는 설명했다.

심지어 자신의 성경험을 말하지 않을 경우 “고자 아니냐”며 자위 행위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일부는 커다란 통에 담긴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거나 코를 곤다는 이유로 잠을 못자게 하고 욕설과 구타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의무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위의 고참을 불러오게 한 뒤 고참을 구타하기도 했고 일병과 이병은 잘 때도 정자세로 누워 손을 깍지끼도록 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최근 해병대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고 자살 등이 잇따르는 것은 이 같은 악습을 군 수뇌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며 “공범으로 몰린 정 이병 역시 분명한 인권 피해자로서 구속수사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주범인 김 상병에 대한 인권침해 사실도 공개해야 한다”며 “해병대에 대한 인권단체의 전면적 인권실태 조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軍 인권실태 전면 조사..수뇌부 책임져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군인권센터 자체 조사결과 확인된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만 30건에 달했다"며 "최근 해병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고 자살 등이 잇따르는 것은 이 같은 악습을 군 수뇌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역한 해병대 병사 등의 증언을 취합한 결과 해병대에서 기수열외나 구타 외에도 사병이 간부 대신 소원수리함을 관리하거나 벌레를 억지로 먹이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소변을 강제로 참게 하거나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를 지지는 행위, 전역 기념품 구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일 등도 벌어지고 있다고 이들 단체는 설명했다.

  심지어 자신의 성경험을 말하지 않을 경우 "고자 아니냐"며 자위행위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며 "공범으로 몰린 정 이병 역시 분명한 인권 피해자로서 구속수사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주범인 김 상병에 대한 인권침해 사실도 공개해야 한다"며 "해병대에 대한 인권단체의 전면적 인권실태조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행위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고자가 아니냐'며 창고로 끌고 가 다른 부대원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시켰다."

"고참이 벌레를 먹으라고 했는데, 먹으면서 인상을 조금이라도 찡그리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 맞았다."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엉덩이를 지졌다."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했다."



14일 인권단체들이 밝힌 충격적인 해병대의 가혹행위 사례들이다. 군 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해안소초 총기사건이 난 지난 4일 이후 접수된 해병대 관련 인권유린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들 사례는 휴가 나온 현역 해병대원들과 예비역들로부터 직접 확보한 증언이라고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 소장은 "병사들이 가혹행위나 구타를 당했을 때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소원수리함을 일부 부대의 경우 병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사례도 접수됐다"며 "심지어는 이 소원수리함을 고참들이 열어보고 누가 썼는지 추적해서 기수열외를 시키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역을 앞둔 병장의 칼패(장식)와 기념 반지 값으로 2~3만 원씩을 강제로 내게 해서 돈이 모자라는 후임병이 가족들에게 용돈을 받아서 이를 충당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선임병들이 근무를 나가거나,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후임들이 총기와 탄입대 등을 받아서 정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사고의 가능성이 해병대에서는 늘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 이병 부모 "아들 팔에 세 군데 화상"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여성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 주범인 김아무개 상병과 공모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한 정아무개 이병의 부모가 참석해서 국방부의 발표를 반박하고 있다.  
ⓒ 권우성  해병대 총기사건




기자회견에는 총기사건을 벌인 김 상병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군 수사당국에 체포된 정아무개 이병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참석하여 심정을 토로했다.



정 이병이 사건 전 전화로 어려운 점이나 부대 내의 부조리를 말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 정아무개(48)씨는 "전화를 자주 했는데 그 때마다 '잘 있다', '훈련이 힘들고 어렵지만 할 만하고 재미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키도 작고 왜소한 정 이병의 해병대 입대를 말렸다는 어머니 이아무개(45)씨는 "선임들이 잘 해주느냐?"고 물을 때면 아들은 "선임들이 잘 대해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사건 후 면회를 가서 정 이병의 팔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왜 다쳤는지 물어봤더니 '선임병이 담배로 지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오른쪽 팔에 세 군데나 화상에 의한 상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이 겁에 질려 있고 괴로워해서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 기자회견을 마친 정이병의 부모가 착찹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해병대 총기사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자들에게 "여러분들은 군대에 있을 때 구타나 가혹행위 당하면 그걸 부모님한테 얘기했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대다수 아들들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대답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 국장은 또 "30여 명이 근무하던 사고소초에서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구속되는 등 부대원의 1/3이 결원 상태가 되었는데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고위 지휘관은 없다"며 "총기사건 이후 연이어 발생하는 자살사고는 '젊은이들이 죽어가면서 살고싶다고 아우성 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병대 측이 인권단체가 요구한 공동 실태조사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병대 입대 시키지 않기 운동', '해병대 해체 운동' 등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군 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김관진 국방장관과 유낙준 사령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도 국방부 장관 해임안을 즉각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를 지졌다." "성경험을 말하지 않았더니 '고자 아니냐'며 자위행위를 강요했다."

강화도 해병2사단 총격 사건이 해병대의 악습에서 비롯됐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가혹 행위들로, 예비역, 현역 해병대 병사 5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이들이 밝힌 해병대 내 가혹 행위는 가히 엽기 수준이다. 벌레 억지로 먹이기, 과자ㆍ짜파게티 토할 때까지 먹이기, 반찬 없이 밥만 먹이기,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밥 굶기기 등 먹는 것과 관련한 가혹 행위들이 공개됐다.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잔혹 행위도 다수 공개됐다. 담뱃불을 피부에 직접 대고 눌러 태우는 담배빵, 불에 벌겋게 달군 숟가락으로 살을 지지는 행위 등이 공개됐다. 한 관계자는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살을 지졌다는 진술도 나왔다"며 "조폭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해병대 내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코를 곤다고 잠을 못 자게 한다거나, 대변을 참게 해서 변비로 이어졌다는 증언 등 생리 현상과 관련한 가혹 행위 등 30건의 크고 작은 사례들이 발표됐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해병대 내 인권 침해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며 "이 같은 증언을 받는 동안 우리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지만 이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 부대 내 가혹 행위를 신고 받기 위해 설치한 소원수리함은 장교가 아닌 행정병이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일부에선 필적 감정을 통해 고발 병사를 찾아내 구타한다는 증언까지 있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각 부대들이 가혹행위 근절 대책으로 내놓는 게 소원수리함 운용"이라며 "소통이 제한된 조직에서 이런 신고마저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출신으로 아들을 해병대에 보낸 아버지가 휴가 나온 아들이 먹으라고 해야 밥을 먹고, 잠을 자라고 해야 잠을 자는 로봇이 된 것을 보고 '내가 해병에 근무할 때는 이렇지 않았다'며 분노하더라"며 "진짜 해병대는 이런 게 아니다. 가혹 행위를 묵인하는 해병대의 전통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발적으로 접수된 사례가 이 정도인데 의지를 갖고 피해 사례를 조사하면 부지기수일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병대 보내지 않기 운동을 시작으로 해병 해체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밝혔다.

최근 총기 사고와 자살 등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해병대에서 또 다시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병대에 따르면, 14일 오전 5시55분경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예하 부대 영내 집무실에서 현역 A(48)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숨진 상태로 동료 부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해병대 측은 현재까지 숨진 원사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인 또한 신병 비관인지 혹은 특정한 이유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해병대는 지난 4일 부대 내 총기난사 사건으로 4명이 숨진데 이어 총기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3일에도 같은 사단 소속의 B(23) 이병이 외박을 나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10일에는 포항의 한 해병 부대에서 C(19)일병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최근 해병대 내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해병대의 비극적 사태의 배경에는 구타나 가혹 행위, 집단 따돌림 등 군의 고질적인 악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피해자 및 가해자 진술, 참고인과 관련자 진술, 의무대 환자발생 보고서 및 의무기록리스트, 군 병원 및 민간 병원 진단서, 부대 내 구타사건 관련 징계기록 등에 의하면, 호봉제나 기수열외, 작업열외,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과 같은 부조리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는 일명 '악기바리'도 그러한 악습 중 하나다. 한 병사는 "선임들이 후임병에게 과자 5봉지를 던져놓고 시간 안에 다 먹으라고 해 입천장이 벗겨졌고 먹지 못하면 발로 차이는 등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호봉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해 놓은 이른바 '호봉제(인계사항)'도 존재했다. 예로 '이병은 잘 때에도 주먹을 펴서는 안 된다', '일병 1호봉이 되어서야 자기 물건을 쓸 수 있다', '화장실도 호봉에 따라 규정칸을 사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시시콜콜 항목을 적고 호봉이 올라갈 때마다 금지 항목을 하나 둘 풀어준다.


 특히 해병대 총기사건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수열외'의 실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기수열외란 눈밖에 난 특정 병사들에 대해 후임자가 선임 대접을 해 주지 않거나 선임이 후임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집단 따돌림인 셈이다.


 전우들에게 K-2 소총을 조준해 발사한 김 상병(19)은 지난 5일 국군대전병원에서 이뤄진 사고조사반과의 필담 조사에서 사건 원인이 개인 신상 문제이냐고 묻자 "아니다.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구타, 왕따, 기수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 부대 내 집단 따돌림 등 악습이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해병대 일부 전역자들의 카페에 의하면 기수 열외는 부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거나 부대원 눈 밖에 난 병사들이 그 대상이다. 몇몇 선임들의 주도 아래 하급자까지 동참해 특정 병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무시하는 행태를 말하는데 역으로 후임이 선임을 기수 열외 시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또 숨진 C일병으로 인해 알려진 '작업열외'는 후임병을 작업에서 열외 시키며 정신적인 고충을 주고 수치심을 갖게 하여 괴롭히는 수단으로, 숨진 C일병의 부모가 같은 부대원으로 부터 확인, 아들이 '작업열외'로 일상적인 작업에서 제외 되어 상당히 괴로워 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 사건 이후 해병대 내에서의 각종 악습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밝혀지고 심지어 자살까지 잇따르는 가운데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취임한지 1년 1개월만에 최근 발생한 총기 사건 등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측은 "유 사령관이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병영문화개선 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번 사건(총기사건 등 최근 잇단 해병대 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령관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측은 "유 사령관은 지휘관으로서의 군인적 책임감을 피력한 것일 뿐 사의를 밝힌 게 아니다"며 "현 시점에선 해병대의 안정과 혁신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 장관은 한.중 국방장관 회담차 이날 방중한 상태여서 오는 16일 귀국 이후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군 인권실태 전면 조사와 함께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며 수뇌부의 사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이날 영등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군인권센터 자체 조사결과 확인된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만 30건에 달했다"며 "최근 해병대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고 자살 등이 잇따르는 것은 이 같은 악습을 군 수뇌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P통신]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와 관련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사퇴하고 국회는 국방부장관 해임안을 즉각 상정하라"고 밝혔다.


테마가 있는 뉴스Why뉴스김학일 포인트뉴스'국회앞 안마방' 사실로 드러나… 승효상,"디자인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군대 이야기 뮤지컬 '스페셜레터', 女관객들 인기 왜?군인권센터 측은 특히 "가혹행위와 성추행에 의한 일련의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군이 마치 병사 개인의 문제인 것 처럼 호도하지만 악습을 방기한 군 수뇌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태의 심각성에도 중국 순방에 오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사의 표명 시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 유낙준 사령관의 사의 표명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정 이병의 부모와 평소 다니던 교회 청년부 목사,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이 자리했다.

이들은 상급자들의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향후 활동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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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군 수뇌부에 대한 국정조사, 해임 건의권 등의 처리가 조속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해병대 입대 시키지 않기 운동(1단계) ▷해병대 해체 운동(2단계) 순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공모자로 알려져 구속된 정 이병의 부모는 기자들을 향해 "어려서부터 밝고 마음씨가 착했던 우리 아이가 공모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주범인) 김 상병과 우리 아이 모두가 피해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이병의 부모와 센터 측은 또 정 이병이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국방부 측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만약 공모한 게 사실이라면 역할 분담을 감춰야 했겠지만 오히려 소초에 있는 인원들에게 정황을 설명했다. 이런 행위들이 어떻게 공모로 인정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 이병의 부모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면서 "아들 면회를 가서 보니 오른쪽 팔목 있는 데 상처가 군데 군데 나 있었다. 담배빵 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항상 선임들이 가족같이 잘해준다고만 말해줬고 훈련이 힘들고 어렵지만 할만하고 재밌다고도 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해병대에 있는 악습과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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