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우롱하는 교권조례 유감 -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공개하면서 다시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노골화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교권침해’를 조장해 학교교육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보수단체들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성인식을 왜곡’시키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러한 억지가 부담스러웠는지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는 조례 초안에서 ‘성소수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관한 권리조항을 삭제하는 ‘굴복’을 결단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은 학생 또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헌법에서 확인하고 있고 법률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권리들을 조례를 통해 재확인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세력들은 마치 없는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처럼 호들갑이다. 체벌금지에 대해서도 조례가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된다는 섣부른 주장을 하면서, 나아가 체벌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근거 없는 비방과 비난만 퍼부을 뿐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 정책자문위원회 한상희 위원장과 박영미 부위원장이
지난 9월 7일 시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초안과 학생생활교육혁신 시안'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렇지만 이런 비방과 비난은 그나마 ‘무지의 소치’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교권조례’에 대한 논의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와 함께 교권조례를 입법예고했고, 전라남도교육청은 아예 학생, 교사, 학부모의 권리를 모두 담은 ‘교육공동체 인권조례’라는 정체불명의 조례를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도 모 교육의원이 교권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 보장과 함께 교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말은 위험한 의도를 담고 있다.

 교권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교사의 교육권’으로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의미한다. 여기서의 외부는 학교 이외의 세력, 학부모집단, 나아가 교육행정당국도 포함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교사의 권력 또는 권위’로 교사라는 전문성과 역량에 기반해 지위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두 가지는 엄밀히 다른 의미임에도 교권이라는 애매한 말로 한꺼번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교권조례를 통해 보장하려는 것이 ‘교육권’인지 ‘권위’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인권조례 논의 속에서 나온 것을 고려하면 정황상 ‘권위’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교사의 권위는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자연스럽게 형성되거나 인정되는 것인가. 권위주의를 내세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형성되고 인정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폭력과 억압을 앞세워 복종을 강요하는 무시무시한 공권력의 얼굴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의 교육구조 속에서는 교사의 권위가 형성되기 어렵다. 경쟁과 일등주의의 강요에 침묵하고, 학생들을 억압하는 교육행정에 동조하며, 교육자로서 자주적인 교육을 포기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의 권위는 강요가 아닌 이상 형성될 수 없는 것이다. 교권조례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외면한 채 교사들을 ‘순응하는 객체’로 두려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는 학교 구조 속에서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학생인권 존중을 통해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서 소통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 간 대립 구조가 해소되고, 상호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육권’이 학생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교육행정당국과 부당한 교육제도를 향해 행사되어야 한다. 자주적 교육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교육활동의 기능인으로 전락한 교사에게 권위는 있을 수 없다. 왜곡된 교육구조를 해소하지 않고 모순의 현실에 안존하는 한 교사의 권위는 포장될 수는 있어도 형성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인권을 기반으로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가 만들어지고, 부당한 교육에 대한 저항이 본격화될 때 교사의 권위는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외면한 채 교권조례로 권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또 다시 교육행정당국이 제시하는 ‘당근’을 덥석 무는 꼴이다. 학생인권을 교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순간 교권을 보장하겠다는 본말은 전도되고, 단지 학생인권을 억압하는 결과만 남게 될 것이다. 결국 교권조례는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학생들 공대를 떠나 약대로 가다 (김인아)

김인아/ 객원 칼럼니스트

 개강이다. 전공과목인 생물분자공학의 수강 인원은 여덟 명. 50명이 들어가는 공간의 앞  줄만 간신히 채웠다. 식품저장학, 식품분석실험 등 다른 전공과목도 수강생이 열 명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이 사라져 간다. 늦은 밤 함께 실험실을 지키던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 주변을 보면 약대 진학 열풍으로 짐작된다. 식품공학 전공 강의를 듣는 대신 약대 준비를 위한 입시과목으로 몰려간 듯하다. 3년 전 230명 정원의 일반화학 강의는 약대 준비생들로 인해 수강생이 400명을 넘겼다. 콩나물시루 속에서 강의를 듣다보니 강의의 질도 떨어져 간다.  

 이공계 출신 여학생들이 약대 입시 열풍을 이끌고 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 통계를 보니 2012학년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응시자는 1만3077명인데, 이중 여성이 8638명이다. 66.1%다. 전체 약대 합격률을 보면 남녀 비율이 3:7이다. 대부분 이공계 출신자들이 이 시험을 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대에서 약대 열풍이 더 두드러진다. 의치약학 입시전문 교육기관의 신입생 분석 자료를 보면 으뜸이 이화여대 출신이란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3학년 학생의 29.3%인 88명이 자퇴했다. 경제적 사정 같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약대 진학을 목표로 했을 의도적 자퇴란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떠돈다. 

 이화여대 공대에 다니는 김모(23)씨도 지난해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약대 진학을 결심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과도한 취업 경쟁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요즘에 대학만 졸업해서는 전공 살려서 취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공대니까 취업이 쉽겠다고 하지만 취업도 취업 나름이죠.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평생직장은 꿈도 못 꿔요. 대학원가서 석․박사를 하면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선배들 말을 들어보니까 오히려 취업문이 더 좁아진대요. 거기다 들어가는 돈하고 시간은 오죽한가요? 따지고 보면 약대를 가는 게 훨씬 낫죠.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울 때도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니 안심이잖아요.”  

 김씨는 자신의 여동생 역시 함께 약대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씨의 동생은 모 사립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 후 바로 약대 준비를 시작했다. 자연대에 진학한 이유 역시 약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주변 친구들 중에 생물학, 화학 같은 순수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그 친구들 보면 경영이나 경제학 복수 전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예요. 대학원 진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구요. 아마도 동생이 약대 준비를 할 계획이 없었더라면 아마 다른 전공을 선택 하라고 했을 거예요. 돈 잘 벌고 취업 잘되는 쪽으로요.”  

 김씨의 고민은 이공계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2010년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여성 비율은 10.6%였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31.1%로 약 3배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정규직 여성 신규채용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1.7% 감소한 15.3%로 나타났다. 취업도 힘들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는 더 힘들다.


약대 입시 설명회 모습
사진 출처 - 한겨레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면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가장 활발히 연구를 해야 하는 시기에 출산과 육아로 공백 기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구 중단으로 기술 개발이나 논문과 같은 연구 실적을 내기도 힘들다. 성과가 부족하면 연구책임자로의 승진도 연구비 지원도 어려워진다. 엄마 과학자로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이제 곧 졸업이다. 내년 2월이면 4년간의 대학생활도 끝난다. 함께 졸업을 앞 둔 08학번 동기는 단 한 명. 나머지 26명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졸업을 연기했다. 그리고 일부는 약대로 떠났다.  

 4년간 등록금으로 4000만원이 들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탓에 매 달 집세와 생활비로 100만 원 정도를 꼬박꼬박 쓰고 있다. 명절이나 주말에 고향집에 내려가 부모님을 뵐 때면 반가움보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선 지 오래다.   

 실험실에서 늦은 밤까지 청춘을 바쳤다. 그러나 남는 것은 졸업장 하나다. 취업 준비는 별개다. 하고 싶은 일만을 꿈꾸며 살기에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전문직만이 대우받는 현실. 전공과 취업이 따로 노는 현실. 여자 공대생에게 약대 진학만이 유일한 해법처럼 보이는 이 현실을 바꾸어 볼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오늘도 답답함만 커져간다.


15일 밤 곽노현 교육감 석방 요구하던 1인시위자 남대문경찰서로 연행
법률 신고 대상은 2인 이상…경찰 “주변에 배열이 보이면 1인시위 아냐”

 


경찰이 1인시위를 하던 시민을 연행해 불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밤 10시 곽노현 교육감의 석방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던 한서정 인뉴스 티비 대표를 체포했다. 한씨는 이날 서울 대한문 앞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신뢰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바닥에 깔고 촛불을 켜고 1인시위를 벌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신고하지 않은 불법 집회라서 세 차례 해산 명령을 했는데 불응했다”며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인 시위는 신고 대상도 아니고 해산할 법적 근거도 없다. 이광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신고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2인 이상일 경우”라며 “1인시위를 연행하는 것은 경찰의 직권남용이자 불법 체포·감금”이라고 밝혔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1인 시위라도 주변에 배열이 보이면 1인시위로 보지 않는다”며 “어제는 1인시위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에서 한씨를 접견한 한웅 변호사는 “당시 주변에 촛불인권연대 회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경찰의 집시법 관리지침을 고려해 20m 이상 떨어져 있었다”며 “경찰이 자의적으로 1인시위를 2인 이상으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일반 국민들이 구호가 적힌 옷을 입고다니는 것도 다 체포 대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1인시위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2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위라는 틀로 묶일 만한 의사연락을 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단순히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고 주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1인시위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설혹 이들의 시위가 1인시위가 아니다 하더라도 미신고 집회만으로 해산하고 연행하는 것은 경찰의 권리남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집회 및 시위를 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경찰은 집회·시위의 불법성을 따지는 데 목적이 아니라 이들이 안전하게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급심 판례에서는 위험성이 없다면 단순히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집회를 해산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너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가볍게 판단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설사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시위로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적으로 연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 집회 및 시위를 할 권리를 경찰이 너무 등한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 더 밝게, 운동시간 확대”

병역 거부로 수형생활 중인 강의석씨(25·사진)가 옥중 단식에 돌입했다.

강씨가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면회를 다녀온 지인들은 “강씨가 지난 14일 아침식사부터 끼니를 거르기 시작해 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전반적인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강씨는 ‘어두운 생활거실의 조명을 더 밝게 해달라’ ‘격주 토요일에만 가능한 운동을 매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겐 사소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갇혀 있는 이들에겐 절박한 요구일 수 있다”며 “수용자가 할 수 있는 저항 수단이 특별히 없다는 점도 강씨가 단식을 하게 된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뒤늦은 충격고백강씨는 지난해 11월 충남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라는 공익근무요원소집 입영통지서를 받고 입소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대 제도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여러 대안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지난 6월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단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대광고 재학 중 ‘종교 교육을 위해 설립된 사립학교에서도 학생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단식하고 장기간 1인시위를 벌이다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후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6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일부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손해배상금으로 받은 2500여만원은 모두 인권연대에 기부했고, 이 단체는 강씨의 기부금으로 ‘종교자유 인권상’을 제정했다.

강씨는 2008년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전차부대가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를 지날 때 알몸으로 뛰어나와 전차 행진을 막고, 과자로 만든 소총으로 전차에 총격을 가하는 퍼포먼스를 하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택시기사, 호스트바 종업원으로도 일하는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2년여 전부터 지인들과 함께 ‘강의석닷컴’을 운영하면서 스쿠터 대여·심부름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는 “교통사고가 한 번 나니까 회사가 망하더라.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2005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강씨는 지난해 2학기에 등록하지 않아 제적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입영 거부로 수형생활 중인 강의석(25)씨가 구치소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최근 강씨를 면회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씨가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4일부터 일주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의 요구 사항은 '종이 재질로 된 간이책상을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로 바꿔달라', '어두운 생활거실의 조명을 밝게 해 달라', '격주 토요일에만 가능한 운동을 매주 할 수 있게 해 달라' 등이라고 오 사무국장은 전했다.

  오 사무국장은 "사소한 문제로 보일지라도 갇힌 이들에게는 절박할 수 있다"며 "구치소 측에서도 개선방안을 논의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공익근무요원소집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지난 6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2004년 대광고 재학 시절에도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이 경찰관의 소신있는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 전면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지해 적극 차단하는 이른바 한국형 ‘프리 크라임(pre-crime)’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경찰의 권한 비대화와 이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 우려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의 한 주요 관계자는 최근 한 대학에 경직법 개정을 위한 용역을 의뢰하는 등 법 전면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 범죄 이외의 모든 경찰 활동에 대해서도 예방 조치를 강화한다는 의미로 ‘문제 해결사’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들고 나왔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찰이 범죄 척결자에서 문제 해결사로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경직법상에도 불심 건문, 보호 조치, 위험 발생의 방지, 범죄의 예방과 제지 등의 항목이 있지만 실제 법 집행 시에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직법 개정은 현장에서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민들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큰 것으로 위헌적이고 반인권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영장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최근 지속적으로 권한을 확대하고 있는데, 불심 검문의 경우만 보더라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경직법 개정 이유로 현행 경직법상 ‘위험 방지’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한 점을 들고 있다. 경찰은 실례로 지난 2008년 강원 양구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 사건’을 들고 있다.

당시 범인 이모(36)씨는 사건 발생 6시간 전 “다 죽여 버릴 거야”라고 외치며 이상 행동을 했고 경찰은 검문을 통해 이런 이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경찰은 보호 조치 대신 부모에게 인계하는 데 그쳤고, 결국 이씨는 산책로에서 운동 중이던 10대 소녀를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십여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곽대경(경찰행정학) 동국대 교수는 “경찰 활동의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율권은 어느 정도 침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성원·윤정아기자 esw@munhwa.com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국민인권은…상호 견제 필요  
서울변회 심포지엄 개최, 검찰측은 사흘전 불참 통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오욱환)는 29일 오후 2시 변호사회관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검·경 수사권조정 과정에서 본 국민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강형래 경정은 "경찰은 수사주체에 걸맞도록 책임수사체제 마련 등 수사제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국민은 인권을 보장 받고 이중조사와 처리지연 등 불편을 해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득환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검찰의 개별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나 수사에의 관여를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의 범위와 한계 등에 관해 대통령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또 "검찰 역시 수사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사의 속성상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검찰의 감독과 견제가 필요하듯이, 검찰의 수사기관에 대한 감독과 견제 역시 필요하므로 대등한 제3의 기관에 의한 상호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보학 교수는 검찰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권을 가지며, 경찰의 수사를 사후 통제하는 검사제도의 본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검찰의 권한을 나누고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 하에 끌고 들어오는 것은 검찰 권한의 남용 가능성을 줄여 부당한 수사와 기소로 인한 인권침해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기획팀장은 형사소송법에 경찰수사의 주체성에 대해 법적 근거를 명시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다만 "인권침해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변호인의 접견 및 신문절차 참여 강화, 수사절차의 의무적 영상녹화 절차가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행사에는 강형래 경정과 김득환 이사, 서보학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법조계·경찰·학계·인권단체 등 여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검찰측에서 참석하기로 했던 이제영 대검 연구관은 행사 사흘전에 불참을 통보해와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사람이 '영어'보다 아름다워 - 임아연/ 한밭대 학생

임아연/ 한밭대 학생

 "영어 좀 늘었겠는데." 단풍이 한창 무르익어갈 10월, 필리핀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온지 1년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적어도 첫인사로 이 말은 듣지 않았으면 싶다. 여전히 부끄러운 내 영어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가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한참이나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에게 가장 궁금해 할 게 영어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기 때문에.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필리핀에서의 영어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보다 이 나라의 사람들과 사회는 어땠는지, 내 20대에서 이 경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긴 여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게 훨씬 흥미로울 것 같다.  

 나처럼 취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의 많은 청춘들이 대세에 떠밀리듯 외국행 비행기를 탄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혹은 필리핀을 택하는 많은 이들이 품은 목적은 아마도 영어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필리핀 여행을 끝내고 공항에서 친구를 배웅하는 중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한국 학생을 봤다. 수화물 무게가 넘쳤는지 그는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 큰 가방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거의 대부분 무거운 토익 책과 영어(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취업용 영어) 관련 서적들이었다. 그가 짊어진 취업의 무게, 영어의 무게를 그대로 보는 듯 했다.  

 관계 맺기 위한, 또 다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언어는 애당초 없었다. 필리핀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필리핀 전통 언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누군가는 필리피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얼굴 시커먼 애, 냄새나게 생겼어" 따위의 어이없는 댓글도 서슴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가장 큰 깨달음은 '말'이 통한다고 마음조차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창한 영어실력보다 낯선 세상을 향해, 사람을 향해 열려있는 마음이 더욱 절실했다. 토익 900점이 한 사람의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어학 연수 박람회장에서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부끄러웠다. 거세게 몰아치는 한류열풍으로 이들에게 한국이 '꿈의 나라'처럼 그려질 때, 그러다 가끔씩 "한국 학생들이 영어 공부하러 많이 오죠.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니까."라는 필리피노의 말을 들을 때면 속 빈 강정 마냥 겉만 번지르르 해 보이는 한국이 부끄러웠다. 수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거쳐 가지만, 이들이 갈구하듯 서로 친구가 되려 하기보다 영어를 위한 수단으로서 대상화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낯선 내가 딸의 친구, 심지어 7촌 조카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보름씩이나 집에 묵고 간다고 해도 흔쾌히 방을 내어주고, 따뜻한 밥을 지어 줄 만큼 이들은 한국인에게 호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원고를 청탁받고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적잖이 고민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이곳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앞으로 한국에서 펼쳐질 나의 새로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야만 했다. 나의 처지,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바람,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결국 귀결된 것은 취업이었다. 내가 제 아무리 1년 여 시간 동안 필리핀이라는 다른 사회를 보면서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한들, 결국엔 '필리핀 교환학생' 이 한 줄로 이곳에서의 내 삶이 표현될 것이다. 기껏해야 '영어 좀 할 줄 알겠거니' 하는 정도로 나를 파악하게 될 테지.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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