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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인권이 화두 아니겠나… 특히 요즘엔 [2009.12.30. 제792호]
▣ 윤운식
[‘아름다운 동행’ 캠페인 참여독자 인터뷰]
» 이종창씨
이번주 <한겨레21>에서 만난 독자는 복지시설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종창(24)씨다. 전화 인터뷰 내내 <한겨레21>과의 대화에 들떠 있던 이씨는 스스로 “정기구독한 지 2주밖에 안 된 풋내기 독자”라고 고백했다. 그런 ‘풋내기 독자’가 인권연대에 후원까지 하는 열혈청년이 된 까닭이 궁금해졌다.

 

1. 독자 10문10답에 응해줘서 고맙다.

와~ 이럴 수가. 나한테도 이런 순간이 오다니. (흥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인터뷰 해도 되는 건가? 하하.

2. 무슨 소리, 아무나 할 수 있다. <한겨레21>을 본 지는 얼마나 되나.

2008년부터 지하철 가판대에서 호기심에 가끔 사봤는데, 공익근무요원 하면서 시간이 좀 나니까(그렇게 많이 남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본격적으로 정기구독하게 됐다.

3. 공익근무요원 하기 전에 하던 일은 무엇인가.

사범대생으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었고 2학년까지 마쳤다. 학교를 다른 데 갔다가 옮기다 보니 남들보다 약간 늦었다.


4. 기억에 남는 기사는.

노동 OTL인가? 왜 기자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거.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현장, 막연하게 알고 있는 현장을 구체적으로 다뤄줘서 놀라웠다. 특히 이주노동자 얘기가 충격적이었다.

5. 인권연대를 후원한다고 들었다. 이유는.

아… 그것도 2주 전에 정기구독하면서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씨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서…. 그리고 요즘엔 인권이 화두인 거 같다. 음… 특히 요즘엔.

6. ‘요즘에’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이유는.

올 초 용산 참사가 났다. 여름엔 쌍용차 사태도 일어났고. 그게 다 인권의 축소판이다. 갈수록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서민은 점점 살기 힘들고, 그럴 때마다 사회가 ‘인권’이란 두 글자를 떠올리면서 해결하려 해야 한다.

7. 졸업 뒤 꿈은.

사범대생이다 보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방학 때마다 봉사활동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가장 순수해야 할 교육도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선생님이 되면 현장에서 고민이 클 거 같다.

8. 요즘 취업이 힘들다고 난리다. 본인의 대책은.

뭐 대책은 없고… 2011년 1월이나 돼야 제대고 2년을 더 다녀야 하니 아직 먼 일 같다. 하지만 선배들을 보면 힘든 거 같아서 솔직히 고민된다. 사범대생들이 힘을 모아서 공동의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9. 여자친구는 있나.

없다. 왜 없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뭐 별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여자들이 ‘공익’이라고 하면 괜스레 피식피식 웃는다. 그래서 지금은 공익 임무에 충실하고 끝나고 나서나 생각해보려 한다.

10. 끝으로 <한겨레21>에 하고픈 말은.

요즘엔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힘든 거 같다. <한겨레21>이 그들에게 빛이 됐으면 한다. 사실 그때그때 지하철에서 사보는 게 여러모로 편하지만 그 빛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정기구독을 했다. 항상 처음처럼 구석구석 열심히 살펴봐줬으면 한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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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소모임? 답사? 자원봉사? 취향 따라 실천 방법도 제각각 [2009.12.29. 제792호]
임지선
[새해 캠페인] 운동합시다
스텝 ③ 이상형 단체 찾아 이상적 참여 방식으로 실천 중인 시민들
» 운동합시다
찰떡궁합 시민단체도 소개받고 심연의 욕구도 파악했는데 아직도 망설이고 있습니까? 그럼 이제 ‘미래’를 엿보시죠. 여기, ‘이미 운동을 찾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 운동’에 나선 서울 토박이부터 ‘인권운동’에 나선 군인까지 사연도 가지각색입니다.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부터 ‘천연 화장품 만들기’까지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들에게 운동하는 내 모습을 투영해보세요.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길 안내를 종료합니다. 편집자

“우리 나이에 같은 가치를 갖고 함께 갈 곳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치?”

염미숙(46)씨의 말에 피우진(54)씨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김은경(44)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9년 12월23일 저녁, 세 명의 중년 여성은 서울 중구 장충동 어귀를 거닐며 즐거워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인권연대 송년회장이었다.

인권연대를 찾은 ‘여군 3인방’의 웃음

이들은 같은 군부대 출신이다. 21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김씨는 김 소위, 염씨는 염 대위, 피씨는 피 소령이었다. 세 사람은 “상관 험담을 하며” 나이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됐다. 1989년 김씨가 전역했고, 10년 뒤인 1999년에 염씨가 전역했다. 또다시 10년이 흘러 2009년 9월, 피씨가 정년 전역을 했다.


21년 세월이 세 사람을 갈라놓을 수도 있었다. 이들을 묶어준 건 ‘운동’이었다. 군인 시절부터 인권에 대해 고민하던 이들은 군대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지난 2006년 11월, 당시 중령이던 피우진씨가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퇴역을 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세 사람은 인권연대에 가입했다. 인권연대는 ‘인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단체다. 운동을 함께하며 우정도, 인권 감수성도 키워나갔다. 든든한 동지들 덕에 피씨는 승소해 1년7개월 만에 복직했고 무사히 정년을 채울 수 있었다.

이제 옛 친구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보다 미래를 말한다. 인권연대 소식지를 같이 받아보고 단체에서 마련한 수요대화모임, 영화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다 보니 얘깃거리도 끊이지 않는다. 피씨는 “인권연대에 오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옛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며 늙어갈 인생이 기대된다.

» 인권연대 송년모임에서 ‘여군 3인방’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김은경, 염미숙씨, 그리고 염씨의 딸 김다진양. 이들 뒤로 인권연대 사진 소모임 회원들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왼쪽).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 왼쪽이 김성희씨. (왼쪽부터) <한겨레21> 윤운식 기자·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공

황인수(32)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마포 지역에서 다닌 ‘마포 토박이’다. 지금도 마포구에 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FC 서울’의 서포터스이기도 하다. 그렇게 “별일 없이 살던” 황씨가 운동을 시작했다. 공덕시장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봐온 동네 시장마저 재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됐다는 소식을 3년 전부터 들었다. 황씨는 마음이 심란했다. 이미 공덕시장 인근에는 허름한 건물들이 헐리고 주상복합빌딩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었다. 동네는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갔다. 황씨는 “지역 유산이자 사람들이 모여 소소한 정을 나누는 공간인 공덕시장을 왜 헐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공덕시장 상인들과 함께 문화연대에 가입했다. 문화연대는 ‘문화권리와 문화민주주의의 확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단체다. 최근에는 재개발 대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후 황씨 스스로 대형마트를 끊고 공덕시장을 더 자주 이용했다. 문화연대가 공덕시장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날엔 옆에서 박수를 크게 쳤다.

그가 꿈꾸는 ‘마포’는 지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공동체다. 녹지를 가꾼다고 잔디를 심기보다는 그 자리에 무·배추를 심어 함께 먹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부모님은 그가 ‘운동’을 한다고 걱정하지만 그는 ‘운동’ 덕분에 즐겁다. 황씨는 “혼자 외치면 아무도 안 들어주지만 같이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그게 운동의 재미”라고 말했다. “동네 할머니들이 마포 사람은 멀리 못 떠난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계속 마포에 살면서 꾸준히 지역을 위한 운동에 나서려고요.” 그의 소박하고도 큰 꿈이다.

‘내가 원하는 운동’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즐겁다. 시민단체에 회원 가입을 하면 단돈 1천원의 월 회비를 내는 일부터 시민단체가 마련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일, 자원봉사·집회에 참가하는 일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자원봉사나 소모임 활동, 회원끼리 함께하는 토론과 집회는 운동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공정무역 상품 모델·십시일반 기부도 ‘운동’

대학생 김성희(21)씨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이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일이 그에겐 운동이다. 그가 입은 옷은 생산자가 직접 실을 뽑고 천연 염색한 공정무역 상품이다. 공정무역은 노동 착취나 환경 파괴 없이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김씨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그 사진이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간다. 스튜디오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일이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옷맵시도 뽑내고 공정무역 상품도 홍보할 수 있으니 김씨에겐 1석2조의 운동 방법이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디자인팀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사회적 기업과 공정무역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 서울 용문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어 번 수익금의 일부를 녹색연합에 기부했다. 기부금을 넣은 겉봉투에 김민수 교사가 학생들을 대신해 편지를 썼다. 녹색연합 제공

후원금을 내거나 기부하는 일은 운동의 기본 영역이다. 시민단체는 저마다 회비에 대한 원칙을 세운다. 회비 납부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학벌 없는 사회’와 같은 단체도 있고, 여성환경연대처럼 ‘학생 회원은 5천원, 일반 회원은 1만원부터’라고 기준을 못박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정기 회비 외에 따로 후원금을 내는 시민들에게도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2009년 10월, 중학교 사회교사 김민수(32)씨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학교에서 바자회를 열었다. 그가 담임을 맡은 3학년 5반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물건을 가져와 사고팔았다. 500원~3만1천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붙은 물건은 모두 팔렸다.

그 수익 전액을 각자 갖는 대신 수익금의 10% 안에서 기부를 하기로 했다. 35명의 아이들이 낸 돈을 봉투에 담아 어느 곳에 기부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학급회의를 열었다. 학생들은 “환경단체에 기부하자”고 뜻을 모았다. 봉투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전달됐다. 녹색연합은 ‘3학년 5반’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했다. 학생들은 이 영수증을 돌려보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본 김 교사도 뿌듯했다.

김 교사가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군이 산에 낙서한 것을 지우고 다니는 단체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녹색연합을 찾았다. 녹색연합 회원이 된 뒤 산에 다니는 소모임인 ‘녹색친구들’ 활동을 열심히 했다. 소모임에서 <한국 산맥 자연환경 조사보고서>를 낸 것도 자랑이다. 그는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 회원끼리 금세 끈끈해져 더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소모임 활동은 그가 10년 가까이 운동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회원 사이가 끈끈하다 보면 일을 내기도 한다. 회원들끼리 모여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1986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가 ‘공해추방을 위한 여성교육’ 강좌를 열었다. 평범한 주부들이 참석했다.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 시너지가 발생했다. 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단체 산하 여성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단체 이름의 변경을 거쳐 현재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얼마 전 <아무것도 사지 마라>란 책을 출간했다. 수박 껍질로 보습력 강한 스킨을 만드는 노하우 전수부터 주방에서 일회용품을 치우자는 제안까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환경 서적이다.

시민운동의 방법은 시민단체 개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무실에 찾아가 인사하는 것도 운동이다. 녹색연합에서는 홀수달 넷쨋주 토요일에 ‘신입회원 한마당’이 열린다. 녹색연합에 회원 가입은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 잘 모르는 회원들끼리 모여 친환경 음식도 나누며 ‘녹색생활 기본기’를 익힌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시민운동이라면 믿어지는가. 다산인권센터는 1년에 한 번, 김장김치가 시어갈 때쯤인 2월께에 ‘손 큰 언니·오빠들의 만두잔치’를 연다. 고기만두와 버섯채식만두를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날이다. 먹다 보면 운동의 길이 열린다. 다산인권센터에는 채식요리 동아리가 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채식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다. 이 단체 회원이 되면 방송 진행도 운동의 일환이 된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웹라디오 방송 ‘인파 속으로’의 하루 DJ가 되어 자신의 인권 이야기를 버무려 음악을 틀어주는 방송인이 된다.

인권연대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영화를 본다. 단체 내 소모임인 사진 동아리는 송년회 때 사진전을 열고 판매대금을 버마 민주화운동 단체에 기부했다. 시민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에도 작은 소모임들이 있다. 매달 북한산국립공원 진관내동 습지에서 새를 관찰하는 모임도 있고, 사철 푸른 상록수에 대해 연구·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느리게 걷기’라는 소모임이 인기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이 서울 시내 소소한 장소에 모여 느리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산책의 즐거움을 더 만끽하려면 문화연대의 운동에 가담해도 좋다. 문화연대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문화유산·도시공간·생태환경과 관련된 답사를 간다.

“나이·성별 넘어 ‘살아있는 느낌’ 즐길 수 있어”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왜곡·허위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광고주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삼성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삼성불매 펀드 적립’에 참여할 수 있다. 각자 삼성제품 대신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 뒤 그 가격을 언소주 카페(cafe.daum.net/stopcjd) 게시판에 올리면 금액이 적립된다. 2009년 12월22일 현재 193일간 97억1371만원이 적립됐다.

인권단체에 가입한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이기 이전에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직업이 무엇이건, 나이가 몇 살이건 운동에 나선 시민들의 한결같은 소감이 있다. “살아 있다는 느낌과 즐거움”이다. 시민운동은 그 즐거움에 뿌리를 둔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삶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민들이 크고 작은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고백해주세요

3단계 스텝을 모두 밟으셨다면 이제 ‘고백’해주세요. 이름하여 ‘나의 운동기 고백’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실제 해보니 어떤지 간단한 사연을 적어 <한겨레21>로 보내주세요. 지면을 통해 다른 독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민도 받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시는 분들, 운동을 하다가 고민에 빠진 분들은 상담을 신청해주세요. 고민의 내용에 따라 맞춤 상담자를 찾아내 답을 드리겠습니다. ‘나의 운동기’와 ‘나의 고민’은 전자우편으로 받습니다. 전자우편 주소는 sun21@hani.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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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회원모임 14탄] "한겨레 영화 담당 이재성 기자와 함께하는 영화 여행"

 인권연대가 매월 회원님들을 위한 회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영화모임>이 열네 번째로 만날 작품은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영화인 <날아라 펭귄>은 네 개의 에피소드가 연결된 형식으로.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구나 소수자의 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 아니면 나 자신의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쩌면 흔하게 널려 있는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누구나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 일시 : 2010년 2월 10일(수) 저녁 7시 30분
  • 장소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5호선 광화문역 5번출구 일민미술관 5층 대강의실)
  •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02-3672-9443)
  • 후원 : 미디액트
            

  영화 정보

INFORMATION
영어제목 : Fly, Penguin

감독 : 임순례

주연 : 문소리, 박원상, 손병호, 최규환, 박인환

제작사 : 국가인권위원회

배급사 :
스튜디오 느림보, (주)씨에이엔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9년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드라마

SYNOPSYS

갑갑한 현실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의 이야기!

 소방관이 꿈인 9살 승윤이는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기대가 너무 버겁다. 채식인에 술은 입에도 못 대는 신입사원 주훈은 넉살 좋은 성격만으로는 회사생활이 녹록치 않다. 아이들과 아내와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 권과장의 하루는 너무나 길고 외롭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보다 자신만의 삶을 멋지게 살고 싶은 송여사. 한평생 권위만 내세웠던 퇴직가장 권선생은 그런 송여사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내며,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하는 영화 <날아라 펭귄>은 우리 모두의 오늘의 문제를 따스한 시선과 유쾌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유난 떨지 않는 ‘임순례의 힘’
새 영화 ‘날아라 펭귄’ 빈틈없는 일상탐구 돋보여

한겨레 구본준 기자
» 유난 떨지 않는 ‘임순례의 힘’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날아라 펭귄>이 왔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극장으로 불러모았던 전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보여준 임 감독의 힘을 생각하면 신작은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소리소문 없이 공동체 상영과 많지 않은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시작했다.

임 감독은 그동안 서민들, 비주류들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재료 자체의 맛 그대로를 살린 담백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이웃들이면서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남다른 처지를 보면서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이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임을 공감했다. 

새 영화는 아예 작정하고 오로지 평범함 그 자체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엄마의 극성스런 교육열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아이를 들볶아대는 아내가 불만인 아빠, 현실을 생각하면 유난을 떨지 않을 수 없는 직장인 엄마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순서대로 네 편의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교육열 가족의 이야기 다음은 극성 엄마의 직장 이야기로 바뀐다. 채식주의자 겸 금주주의자로 살기로 결심한 탓에 직장에서 왕따가 되는 남자 신입사원, 당차지만 사회의 고정관념에 상처도 잘 받는 여자 신입사원을 둘러싼 사무실 이야기는 기러기아빠인 권 과장네로 넘어간다. 홀로 남아 온갖 궁상을 떨면서도 가족들 하나 때문에 버티고 사는 권 과장은 오랜만에 돌아온 아내와 아들딸이 미국식으로 변해버린 모습에 실존적 충격을 받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늘그막에 일생일대의 격전을 벌이게 된 권 과장의 부모님 이야기다. 고집쟁이에, 아내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편에게 아내 송 여사는 마침내 강력한 저항을 시도한다. 늘 윽박질러 눌러왔던 아내의 정면대응에 놀라 자빠진 할아버지는 해결책을 고심한다. 

사람들의 일상을 예리하게 엿보아 그 속에서 이야기를 뽑아내는 임 감독의 관찰력은 이제 달인의 경지를 넘어 도사가 된 듯하다. 예전의 힘있는 연출은 상대적으로 투박한 맛을 남겨뒀지만, <날아라 펭귄>에선 연출이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되어 조금의 빈틈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문소리, 박원상, 손병호 등 출연 배우들도 호연으로 화답했다. 심각하게 시작한 영화 후반의 재미를 책임지는 박인환 정혜선, 두 백전노장과 채식주의자 신입사원 역인 최규환의 실감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덕분에 실컷 웃다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치맛바람, 기러기아빠, 황혼이혼에 담긴 진짜 의미와 문제를 절로 생각해보게 된다. 모처럼 가족끼리, 특히 부모님을 꼭 모시고 가야 할 영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뜨거운 감자] 인권콘서트 HUMAN 다섯번째 이야기. - 어쿠스틱 레인보우

인권콘서트 HUMAN 다섯 번째 이야기 ‘뜨거운 감자’ - "어쿠스틱 레인보우"

◎ 공연장 : 홍대 브이홀  ☞ 약도 클릭하기  (02-338-0957)
◎ 공연일시 : 2010년 1월 22일(금) 오후 8시
◎ 주최 : 다음기획, 인권연대
◎ 주관 : 다음기획
◎ 티켓가격 : 33,000원 (인권연대 회원의 경우 22,000원의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 가능)
◎ 입금계좌 : 우리 1005-801-523022(예금주: 인권연대)

◎ 문의 : 인권연대 02-749-9004

 딱딱하고 어려운 ‘인권’이 아닌 즐겁고 쉬운 ‘인권’을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인권콘서트  ‘HUMAN’

 인권연대가 다음기획과 함께 공동주최하는 인권콘서트 ‘HUMAN’은 ‘뜨거운 감자’와 ‘강산에’의 공연 프로젝트로, 두 팀은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매달 한 번씩 번갈아 ‘인권’에 관련된 이야기로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의 P당이 주관을 맡아 ‘시즌2’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1월 22일(금) 저녁에 진행하는 인권콘서트 휴먼은 김C와 밴드 <뜨거운 감자>의  “눈 내린 겨울, 시린 마음을 녹여주는 어쿠스틱 콘서트”로 꾸며집니다.  어렵고 딱딱해 보이기만 하는 인권을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해 줄 이번 콘서트에 회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섯 번째 인권콘서트 ‘Human’은 김C와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공연으로 1월 22일 홍대 브이홀에서 열립니다.(다음 ‘Human’ 콘서트 : 강산에 콘서트 2월 말 예정)

 인권연대 CMS 회원은 특별한 할인혜택을 드립니다.(2/3 가격에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2010년 겨울 교사인권강좌 후기> 인권과 교육의 아름다운 동행

김희윤/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100년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새해, 그 매서운 바람을 헤치고 좀 더 나은 2010년을 바라는 교사들이 모였다. 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남영동 인권기념관(前 대공분실)에서 ‘인권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교사인권연수에서는 ‘인권’을 실천하기 위한 의욕으로 넘치는 교사들과 역량 있는 강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실천하자는 열기로 뜨거웠다.  

 첫 강의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재직 중인 조효제 교수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조 교수는 강의에 앞서 수강생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강의를 수강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었다. ‘학생들이 지켜줘야 할 인권보다 때려줘야 할 살덩이로 보여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라고 답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번 강의에서 재충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었다. 한분씩 소개를 마친 후 강의가 시작되었다. 조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정치현실에 처해있나.’, ‘인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사도 인간인데 나의 인권은 어떻게 지켜야하나.’ 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져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물신주의와 공공정치의 부재 등의 현실을 겉감과 안감이라는 비유로 쉽게 설명해주었다. 

 두 번째로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의 강의가 이어졌다. 고 연구원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는 스스로 판단 이전에 선 판단이 되어있기 때문에 ‘생각 한다’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여기서 선 판단의 의미는 습관화된 정신작용, 습성, 습속 등 여러 가지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첫날의 강의는 마무리 되었고, 지원자에 한해 남영동 대공분실 견학이 이루어졌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안내로 대공분실의 분절되어있는 구조와 박종철 열사가 고문 받았던 장소를 보며 왜 대공분실이 ‘인간을 파괴하는 건축물’인지 소름이 끼치도록 느낄 수 있었다.  

 연수 두 번째 날의 첫 강의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재직 중인 이희수 교수가 진행하였다. 국내 최고의 중동문화 전문가답게 이번 강의에서도 역시 중동문화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었다.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한류에 열광하고 있는 이슬람을 악의 온상이고 테러지원국이며 잠재적 테러 분자로 여기고 있었던, 우리의 매체에 의해 걸러진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세계를 보는 눈과 교육에 대해 역설하였다. 특히 교사들에게 이슬람의 문화나 역사를 잘못 기술하고 있는 교과서들에 대한 시정을 강조하고, 또한 13억 이상의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를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두 번째 강의는 현직 교사인 마산 내서여고 이필우 선생이 맡았다. 이필우 선생은 ‘학생인권교육 실천사례’라는 주제로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겪고 시도해보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하였다. 이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현직 교사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그 방법으로는 학생 자치 기구에 많은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부수련회나 급식문제, 두발자유화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기여하였고 이는 인권의식의 성장으로 발전되었다.

 세 번째 강의는 ‘인권에 대한 네 가지 의문’이라는 주제로 숙명여대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가 함께 하였다. 인권에 대한 개념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는 교사들에게 ‘왜 나쁜 사람들(조두순 사건 등)의 인권만 옹호 하는가.’, ‘왜 소수자의 권리만을 생각 하는가.’, ‘표현의 자유와 한계는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나.’, ‘인권은 언제나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절대적 가치인가.’라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역사적이고 다양한, 또 흥미로운 판례를 제시하여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마지막 강의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인권과 시민의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즉 한국인의 의식구조 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물신에 대한 숭배, 존재배반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의식형성은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된다. 한국에서의 사회화 과정은 우리에게 비판의식을 주지 않고, 깨어있는 소수 역시 제도교육이 아닌 우연적 계기에 기인한다. 이러한 비주체성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정도의 생활수준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나, 현재는 이에 속하지 않더라도 장차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보다 자기만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다. 

 3일간의 강의는 <외박>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며 마무리되었다. 이 영화는 홈에버 사태 때 김미례 감독이 여성노동자들과 함께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의 평범한 어머니들이 ‘생존’을 위해 시작한 외박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였다. 

 인권연대는 매년 여름 방학에 1회, 겨울 방학에 2회에 걸쳐 교사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제 12기 교사 인권 연수는 40여명 선생님들의 진지하고 무게 있는 모습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공분실이라는 장소만큼이나 뜻 깊은 연수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최고 수준이며 OECD평균의 네 배라고 한다. 이번 ‘교육희망, 인권이 해답이다!’의 연수를 계기로 새해에는 인권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교사들이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제74차 수요대화모임(10.01.28) - 김제동(방송인)

 인권연대가 매월 네 번째 수요일 저녁에 여는 <수요대화모임>의 2010년 첫 번째 손님은 요즘은 방송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 김제동님입니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 1월 10일까지 <김제동 토크 콘서트, 노 브레이크(No Brake)!!>가 티켓오픈과 동시에 전회,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남길 정도로 김제동님과의 만남은 설레기만 합니다.

 1월 수요대화모임은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서의 재미와 감동을 그대로 인권연대 회원님들께 선사 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함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미와 감동은 있지만, 制動(제동, 브레이크)은 없는 김제동님의 토크 콘서트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참가비는 없지만, 인권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신 분(선착순 100명)만을 모십니다. 장소의 제약 때문에 더 많이 모시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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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유엔에서 본 한국 사회권의 모습은?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지난 2009년 11월 초 유엔사회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비준 가입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이하 사회권규약)에 따라 한국에서의 사회권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심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회의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었다. 규약에서의 사회권의 범위는 차별, 노동 3권, 노동조건, 여성, 환경, 교육, 주거, 사회복지, 장애, 문화, 과학, 저작권까지 소위 ‘먹고 살기위한 모든 영역에서의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심의에서 정부는 위원회 위원들도 놀랄 만큼의 인원인 44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여 위원회 위원들로부터의 질문에 응답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의 회의가 있기 전에 정부는 종합적인 사회권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심의 회의 때에는 사회권 위원들과 정부관계자와의 질의응답이 약 이틀정도 이어졌다. 이 심의에 대비하여 한국의 사회권 관련 단체들(저자가 활동하는 단체도 포함됨)은 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서 정부보고서에 대한 엔지오 대안보고서를 작성, 제출하였고 심의 때에도 위원들과의 사전미팅을 통해서 엔지오의 의견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정부는 각 행정부서가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정책과 법안에 대한 홍보와 그에 대한 긍정적 측면의 평가만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권 관련 이슈 중 어두운 면이나 불평등한 부분에 대한 설명과 파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가 제출한 사회권보고서에도 이 부분은 엔지오들이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보고서와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답변은 한마디로 한국의 사회권은 잘 보장되어 있고 한국정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무척이나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사회권에 대한 최종적 평가와 권고가 담겨있는 위원회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11월 24일에 발표되었다.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와 심의과정에서의 정부답변에 대해서 최종견해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한국 사회권의 현실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고, 대부분의 사회권 영역에서 규약이 보장하는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규약의 당사국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그 노력 또한 미비하다고 평가하였고 총 36개 항의 권고항목을 발표하였다. 이는 곧 유엔사회권위원회가 정확하게 현재 한국의 사회권의 현실이 새로운 정부와 연동되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인지하였고,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에 걸 맞는 사회권보장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권고한 것이다.

(한국정부에 대한 유엔사회권위원회 최종견해는 아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음.
http://minbyun.org/?mid=act_02&document_srl=28807&listStyle=&cpage=)

 하지만 정부는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자마자 성명을 발표하면서,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언급하면서 이는 관례상 어긋난다고 하면서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혹평하였다. 그렇게 글로벌 스탠다드 하면서 국제기준을 외치더니만, 국제기관에서 한국의 사회권 현실을 정부와는 다르게 평가하니 이제 그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정부의 눈에는 한국의 사회권 현실은 유엔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판단하고 있나보다.

 정부가 뭐가 그리 억울해서 이례적으로(사실 조약기구 최종견해 발표이후 당사국이 의견을 내는 것은 거의 드물다) 성명을 발표하나 싶어 정부의 보도 자료를 보았는데, 역시나 정부보고서나 심의 때의 발언과 비슷한 논리로 억지를 불이고 있는 것이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작년의 국가인권위 조직축소에 대해서 위원회는 21%의 조직 감축은 심각한 우려사항이고 이에 인권전문가를 포함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배정하기를 권고하였는데, 이에 정부의 항변은 국가인권위원회 임원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하고 있고 조직축소도 모든 행정기구의 개편과 연관되어 있기에 인권위의 독립성은 충분히 보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 삽질하는 소리도 아니고... 당시 국가인권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부조직들이 개편 되어 감축 된 것은 사실이나 그 폭은 2%에 불과하였고 인권위는 21%를 감축하였다. 사회권위원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상대적으로 과도한 감축임이 분명하기에 정부가 국가인권위에 인적, 물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권고인데, 정부는 자꾸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니... 참... 

 다른 내용도 그 주제가 다를 뿐 수준은 비슷했다. 그래서 엔지오들은 다시 정부의 성명에 대해서 그 반론을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하였다.

(관련 자료는 http://minbyun.org/?mid=act_02&document_srl=29319&listStyle=&cpage= 에서 찾을 수 있음.)


유엔 사회권위원회 권고이행 촉구 기자회견
사진 출처 - 필자

 엔지오들은 약 2년에 걸쳐 엔지오 대안보고서와 심의참석을 준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를 꾸준히 지켜봐온 결과 정부는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하나의 대상을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판단이 될 텐데, 정부가 보는 한국의 사회권의 현실은 한국의 엔지오와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생각과 너무도 다르다. 사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을 것이고 그 정도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지 이야기도 통할 텐데, 정부는 한국의 사회권현실을 너무도 좋게만 보고 있으니, 좀 더 노력해야지 하는 위원회의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고 유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형국이 되었다. 엔지오의 의견은 시작 때부터 무시했으니 그렇다하더라도 이제 유엔의 권고도 못 받겠다고 저러니 누가 이야기해야 하나? 딱 하는 짓이 미운 7살 아이의 행동인데 매를 들어야 하나?      


너희에게(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

 새해 첫 출근하는 날, 전날부터 내린 눈이 세상을 덮고, 그리고도 사락사락 눈이 내렸지.

 그 좋다던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지하를 제외하곤, 모두 뒤엉켜 버렸어. 5분이면 되던 기다림이 30분을 넘고, 15분이면 되던 운행시간이 30분을 훌쩍 넘기고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해 결국 차에서 내려 뚜벅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도 길은 눈 천지였지. 그게 어제였으니 오늘은 좀 나아지려나? 

 어릴 적, 눈이 오면 세상은 온통 동화 속이었지.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날 때까지 눈싸움인지, 눈 치움인지를 하던 시절에 눈은 기쁨 그 자체였어. 그 때도 눈이 오면 차는 달릴 염을 못 내었었지. 신작로라 불리던 넓은 길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누구의 발길도 허락지 않았었다. 단지, 눈으로 인해 괜스레 일찍 일어난 나와 동무들의 발길과 웃음과 고함과 장난질만 허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눈은 눈 그 자체로 환희이고 기쁨이었지.

 언젠가 신작로가 더 넓어지고 평탄해지면서, 그리고 눈들이 적게 오기 시작하면서 눈이 오면 온 뒤의 그 처절함이 먼저 상상이 되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어. 차바퀴에 치이거나 떠밀려 진흙과 한 덩이가 되어 눈인지, 흙인지 구분이 안 되던 그 형상이, 도저히 눈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눈이 오면, 그 자체로 기쁨이기보다는 그 뒤의 처참함이 먼저 떠올라 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강박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눈은 생활의 불편함과 대중교통시스템의 한계를 생각하게 하는 기제가 되어버렸네. 눈은 아무 변화도 가치도 없는데 눈을 바라보는 나는 변덕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눈은 참 이뻐. 여전히 세상을 동화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기도 하고. 그리고 새해와 눈은 참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다 덮어버리고 새롭게 세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니 말이야. 덮는다고 덮어질까 만은...

 지난한 해, 참 어이상실이란 말이 어찌 잘 어울릴까 싶을 만큼 어이없는 일들이 많았다. 기대는 했으나 기대이상으로 치달은 사건들과 시간들에 감사하다 해야 할까? 돌아보니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너희들을 생각하니 슬퍼진다. 작년에 애가 고등학교에 가고, 그나마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이 있어 위로가 되었는데 그나마 없어졌다지? 아이는 혼자 공부하다 지쳐 드디어 학원을 가보겠다고 했다지? 알아보니 과목당 몇 십 만원이 넘는다지? 어째야하니? 한 달 겨우 끊어줬다고 했나? 그 다음은 어쩌냐? 그나마 지금까지 혼자 잘 해 왔던 애에게 감사해야할까?

 그리고 아이 둘을 어찌어찌, 그것도 명문대를 보내긴 했는데, 큰 넘은 군대로 가고, 작은 넘은 일요일까지 알바를 한다니 그 애 인생도 한심하다며 웃음으로 때우던 너의 피곤한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소위 ‘two job’을 가진 너를 보면서, 월요일이면 금요일보다 더 피곤하고 지친 너를 보면서 내가 해 줄 것이라곤 “몸은 좀 어때?”라는 립 서비스만 할 수 있는 나로선, “가난이 정말 대물림이 되는 거 같아서, 애들을 보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라며 입을 닫던 네 곁에서 나는 그나마 조금 나은 내 현실에 안도하고만 있었다. 미래로 장학금인지 뭔지 있었는데 그것마저 수급자가 될 것인지, 장학생이 될 것인지 사이에서 초조해 해야만 한다는 기사가 곧 너였었지. 제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제도를 만들고자 했던 나였음에도 요즘은 그 제도가 우리 삶과 얼마나 직결되어 있는지 너희들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다. 그 복지라는 제도 말이야.

 너희들 곁에서 같이 술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나는, 술값을 계산할 때도 각각 나누어 내는 것에 너희들을 대신할 수도 없는 나는, 아니 나도 불투명한 현실과 미래를 살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게야. 우리 어째야 하니? 그나마 그런 절망스런 기분과 생각이 오래가지 않도록 바쁜 우리 현실과 두뇌에 감사도 하고 순간순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살 수 있는 너희들의 긍정적 힘에 감탄도 한다. 예전에 “빚을 조금 지면 빚이 짐인데, 너무 많으면 아무렇지도 않아.”라던 ‘돈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해탈’을 한 듯 하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돈을 넘어선 것인지 돈에 눌려 자포자기 한 건지는 모르나, 여튼 그 선배의 일상은 해맑았으니, 가진 넘들 돈 좀 빌려 쓰고 갚지 않는 객기도 필요치 않나 싶다.

 신 새벽에, 그것도 새해 벽두에 시답잖은 주절거림을 용서해라. 보이지 않는다고 없지 않더라는 얘기를 언젠가 떠들었듯이 눈에 덮였다고 없어진 것이 아닌 듯이, 단지 눈을 가지고 장난질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처럼, 어이상실로 뒤덮인 이 상황을 가지고 놀자. 그런데 어떻게 놀 수 있을지는 아직도 감감하긴 하다. 그래도 그 방법을 찾을 수는 있을게야. 이제는 어떤 대상이던 싸우기보다 놀고 즐기면서 그 대상을 넘을 수 있을 때도 되었지 싶다. 왜냐면 이제 우리 벌써 반백년을 향해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장난질할 수 있는 장난감이나 궁리해보자.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새해에는... 이런 표현 정말 진부하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할 말이 이것밖에 없으니 어쩌겠니? ^^; 새해에는, 2010년에는 눈 덮인 한적한 마을처럼 마음속에 결코 버릴 수 없는 동화하나 만들고, 그 동화를 지키기 위한 놀이 감 하나 만들어 그렇게 저렇게 살아보자.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눈이 되면 어떻겠니? 허물도, 슬픔도 서로 덮어주어 정결함만 남도록 하는 그런 눈 같은 존재들이 되자.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오는 너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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