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직무연수(서울교육 2009-475) 지정] 교육희망, 인권이 해답이다! 2010년 겨울 인권교육 직무연수가 시작됩니다! 인권연대가 교육현장에서의 인권교육을 활성화하고 인권교육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올 겨울방학에 ‘교사인권강좌’를 2회 연속 진행합니다. 첫 과정인 ‘인권과 교육’에서는 세계적인 인권담론에 대해 이해하고 교육현장에서의 다양한 쟁점에 대해서 검토해보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인권교육 방법론은 무엇인지 모색해보며, 두 번째 과정인 ‘인권현실과 인권교육’에서는 노동, 환경, 여성, 법률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권쟁점들을 살펴보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구체화시켜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두 과정 모두 들으실 수 있고, 한 과정만 수강도 가능합니다.
[2010년 겨울 인권교육 직무연수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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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겨울 인권교육 직무연수가 시작됩니다. 신청하세요! 2009.11.25
- 겨울, 비정규직 2009.11.25
- 정치권력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법부라면 독립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2009.11.25
- ‘루저’논란과 외모지상주의 (김창남 위원) 2009.11.25
- 신부들이 용산으로 간 까닭은 (서상덕 위원) 2009.11.25
- `여성지원병제' 검토에 시민들 의견 분분 (연합뉴스 09.11.12) 2009.11.16
- [신종플루 '심각' 단계 격상] 사병 ‘휴가금지령’ 논란(세계일보, 091107) 2009.11.16
- 인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다!(YTN TV 09.10.30) 2009.11.16
2010년 겨울 인권교육 직무연수가 시작됩니다. 신청하세요!
겨울, 비정규직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연구본부 연구위원 한 달쯤 전부터 여의도 직장까지 40분을 걸어서 출근한다. 한강고수부지 억새밭을 지나면 곧바로 KBS까지 이어지는 낙엽길이고 그 중간에 작은 찻집이 있어 잠시 다리쉼을 한다. 진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버릇처럼 책을 꺼내든다. 시집, 소설책, 인문사회과학 서적. 그날 그날 읽으려고 들고 오는 책이 바뀐다. 몇 주 전 갑작스런 추위에 집을 나서기 전, 서랍을 뒤졌다. 혹시나 하며 장갑을 찾았는데 역시나 없다. 세 켤레든 네 켤레든 장갑을 모두 잃어버려야 겨울이 끝나고, 장갑을 사야지 하면 또 다시 겨울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장갑을 잃어버리는 털털함을 책망하기 마련이다. 마침 KBS 앞을 지나는데 피켓을 든 사람들이 예닐곱 명 서 있다. 피켓 밑에는 ‘KBS 계약직 지부’라 적혀있고 부당한 해고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문득 피켓을 든 손을 보니 장갑을 끼지 않았다. 해고가 되어 싸우다 보니 겨울일 터 언제 장갑을 준비할 정신이 있으랴마는 찻집에 들어설 때까지 그 손이 뒤꽁무니를 쫓아온다. 공원 양쪽 은행나무 가로수에 그들의 시린 손이 단풍으로 걸린다. 지난 목요일인가. 집을 나서는데 가랑비가 온다. 커다란 우산을 쓴 채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를 흥얼거리며 오는데 KBS 앞이 소란스럽다. 무슨 일인가 멈춰 서서 보니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사람들이 정문 출입을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도 사람이다, 일터로 가고 싶다.” 막히면 서서 구호를 외치고 그래도 막히면 또 구호를 외친다. “공영방송 KBS가 부당해고 웬 말이냐!” 비에 젖은 그들의 등만 바라보다 찻집에 들어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데, 또 얼마나 비에 젖으려나. 찻집 통유리 너머로 뿌리는 비를 1시간 넘게 바라만 보다 일어섰다. 아마 그 때문일 게다. 지난 금요일 토론회에서 도대체 비정규직에게 “연대하다”가 무슨 의미이냐고 묻게 된 것이. 사회에 ‘자리’가 있는 자, 예를 들어 정규직은 자리를 지키거나 나누거나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연대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연대해왔다. 때문에 연대하다는 사실상 무엇 무엇 ‘인 자’의 규범이며 모든 도덕과 문화와 관습, 법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한 사회가 무엇 무엇 ‘인 자’와 ‘아닌 자’ 즉 정규직 인자와 아닌 자, 정상인 인 자와 아닌 자, 인문계 고고를 나온 자와 아닌 자, 이성애 인 자와 아닌 자로 나뉘면, 그래서 사회에 자리 자체가 없는 긴 차별의 목록이 만들어지면 무엇 무엇 인자의 규범은 그렇지 않은 자를 배제하는 규범으로 바뀐다. 정규직이 아닌 자에게 연대하다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그 말을 쓰게 될 경우 연대가 배제로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다. 노동조합 전략에 목소리내기(voice)와 회피(exit) 전략이 있다. 직장에 자리가 있는 정규직은 소리를 지르거나 아니면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지 않던가. 그러나 비정규직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정규직 조직률은 17.5%이지만 비정규직 조직률은 2.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매년 떨어지는 추세인데 어떻게 목소리를 내겠는가. 그렇다고 회피(exit)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에게 회피란 사회적 강제이며 일종의 추방이지 결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동조합 전략 하면 두 가지를 떠올린다. 그것이 무엇 무엇 인자에게는 전략과 규범일지 모르지만 아닌 자에게는 그 말을 사용하는 것조차 배제이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비정규직, 주변인들,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하다는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연대와 저항의 주체일 수 있는가. 이 사회에 자리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이와 비슷한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있다. 대기업에서는 기존의 정규직 노동조합 외에 소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있을 수 있다. 이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범위가 겹치는 복수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도 노동조합의 설립을 인정받은 다수노조이다. 그런데 정부가 주장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다수노조와 복수노조를 구분하지 않고 한 사업 혹은 사업장에 하나의 교섭단위를 강제하기 때문에 현장에 다수의 조합이 있으면 조합원 수가 최소 1명이상 많은 노동조합만이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정규직 노동조합에 비해 조합원 수가 적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교섭권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조합은 해당 조합의 조합원 이익만을 대표할 뿐이며 다른 노동조합이나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모든 종업원의 이익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 결국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특정 이해집단에게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여 다른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정부는 이 조치를 시행령에 의해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노동삼권의 제약을 시행령으로 강제하겠다니. 해당 기사를 읽으며 눈을 의심하지만 다시 읽어도 그렇게 씌어있다. 오늘은 영하의 추위란다. KBS 앞을 지나다보니 계약직 지부 사람들이 장갑을 낀 손으로 피켓을 들고 있다. 모금함이라도 있으면 싶은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멈칫 거리다 다시 걷는 길에 노란 은행나무 잎이 휘날린다. 비정규직에게 또 다시 겨울이 왔다. 그들이 정규직처럼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대답할 자신이 없는 탓인지 아니면 추위 탓인지 장갑 낀 손이 시리다. |
정치권력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법부라면 독립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이유정/ 변호사, 인하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법관을 선거로 선출하지 않는 이유는 입법부는 다수결에 의해 선임되고 다수에 대해 책임지는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수의 의사를 입법으로 관철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사법부는 법의 원리를 규명하고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다수의 요구와 관심에 반드시 부응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대중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사에 의존하고 다수의 의사를 대변하는 입법과 행정은 소수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의 의사(정치권력)로부터 독립된 사법이야말로 소수의 이해와 권리를 보장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다. 다수가 될 수 없거나, 다수와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사람들, 공동체의 집단적 목표에 의해 희생당하거나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다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사법부야 말로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법이 과연 이러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지난 주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두건의 판결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용산참사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진압현장에 있었던 철거민 피고인들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을 행사하여 법질서를 유린한 행위는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용산 참사의 피고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재개발이라는 다수의 이해관계 속에서 권리를 침해받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소수자들이다. 다수가 만든 법률에 그들의 권리는 누락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경찰 특공대의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하였다면, 피고인들이 그 사망자의 아들이고 이웃이라면, 그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면, 더구나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들이 수천페이지의 수사기록을 고의로 제출하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면, 이런 사건에서 사법부가 5-6년의 중형을 선고하여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하지 않았어야 옳다. 많은 사람들이 판결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그로 인해 발생한 참혹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오로지 힘없는 피고인들에게만 묻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는 표결과정에서의 위법을 모두 지적하면서도 국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법률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다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포기한 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잘못은 했지만 결과물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알아서 고쳐라’고 점잖게 훈계하고 끝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역할인가?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다수가 과연 자율성을 발휘하여 스스로의 잘못을 고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인가? 사법부의 존재 근거는 소수의 이해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수를 등에 업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법은 단순히 다수가 만들었다고 해서 정당화되는 그런 차원의 법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도덕적이며 형평성을 갖춘 법을 말한다. 민주적인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은 사법부가 독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정치권력의 의사에 휘둘리고 눈치를 보며 앞장서 정치권력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법부라면 더 이상 독립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는 사법부의 정치적인 독립을 위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선거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루저’논란과 외모지상주의 (김창남 위원)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일단 그 여대생의 어이없는 발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졸지에 루저라는 낙인을 받게 된 수많은 남성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런 발언이 논란을 낳으리라는 예상을 제작진과 그 여대생은 정말 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방송에서의 발언으로 엄청난 비난을 샀던 연예인, 방송인들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대본에 따랐을 뿐’이라는 여대생의 해명이나 ‘대본은 강제적인 게 아니라’는 제작진의 변명은 더욱 무책임하다. 그런 식의 대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시청률 경쟁을 위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자 한 게 아니라면, 이 프로그램 제작진의 한심한 ‘수준’을 폭로하는 일일 뿐이다. 이 발언이 나오게 한, ‘키 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냐’는 질문부터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 아닌가. 사실 이 ‘미수다’란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교묘하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면서 출연한 여성들을 관음적 시선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혐의가 짙다. 외국 여성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모습을 짚어본다는 취지로 가끔 의미 있는 담론을 들려주었던 예가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외국 여성들의 외모와 성적 매력을 강조하면서 남성적 시선의 눈요깃감으로 만들어왔다. 제목부터 ‘미녀’를 내세우고 있지 않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을 교체하면서까지 이 프로그램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키가 180이 안되면 루저”라는 여대생의 말은 그녀가 남달리 특별한 가치관이나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나온 말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어떤 ‘상식’을 정확히 보여준다. 남녀를 불문하고 키 크고 잘 생긴 사람과 키 작고 못 생긴 사람에 대한 사회적 대접은 이미 우리 누구나 알다시피 분명히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키와 외모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의 상품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 있다. 육체적 매력으로 평가되는 인간의 상품 가치를 편의상 육체 자본이라 불러 보자. 주목할 점은 육체 자본이 중요하다는 건 남녀를 불문하고 같지만 그 내용에서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다. 남자의 경우, 육체 자본은 다른 사회적 가치(돈이나 지위, 권력 등)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의 경우, 그것은 온전히 육체 자체가 가진 가치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의 상품화, 요컨대 성적 가치의 결정성이 더 중요해 지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 쪽이다. ‘미수다’의 여대생이 한 발언은 이제 남성의 성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여성 못지않게 강화되고 있음을 은연중 암시한다.
육체 자본은 대체로 타고난 유전적 특성에 의해 우선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게 결정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성형 수술, 피부 관리, 체형 관리, 헬스 센터, 다이어트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육체 산업들은 사람들의 육체적 매력을 키워주는 것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육체 자본을 높이려면 그만큼 돈이 든다는 말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가며 육체 자본을 높이려는 것에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육체 자본이 클수록 더 많은 경제 자본을 얻어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육체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육체적 매력이 높은 사람)이 이를 통해 돈을 벌거나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말이다. 물론 그 역도 가능하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육체 자본의 소유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육체 자본과 경제 자본은 상호 교환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 가치, 요컨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든 다른 가치를 압도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육체 자본을 높이기 위해 애쓰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 특히 돈 이외의 다른 가치들은 언제든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의 상품화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이며 삶의 조건이다. 그 속에서 시시각각 육체 자본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당연히 엄청나다.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아마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뒤 떨어지지 않을 게다. 그런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 가운데 하나가 TV이다. 우리나라 TV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미인이고 미남이다. 그리고 물론 섹시하다. 언제부터인가 TV에서 공개적으로 섹시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수치스럽지 않게 되어 버렸다. TV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서슴없이 ‘섹시하시네요’ 같은 표현을 쓰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고맙다’고 말을 한다.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데 대한 분노보다 자신의 육체 자본을 높이 평가해 주는 데 대한 고마움이 앞선다는 말이다. 연예인들은 가능한 한 자신의 섹시함을 과시하고 남들로부터 섹시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애쓴다. 그만큼 성에 대한 사고가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변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제 육체 자본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확고하게 사회의 지배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수다’에 나온 문제의 여대생의 발언은 그와 같은 사회적 가치와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상식’을 보여준다. 다만 그것이 ‘키 큰 사람이 더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180이라는 구체적 수치와 루저라는 자극적 표현을 통해 표현됨으로써 공분을 자아낸 것일 뿐이다. 자신의 감정과 상식에 충실할 줄은 알았지만 자신의 발언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사고할 만한 지성은 가지지 못했던 한 여대생을 두고 욕하고 돌팔매질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란 얘기다. |
김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직 중입니다. |
신부들이 용산으로 간 까닭은 (서상덕 위원)
서상덕/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강서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처음 만난 곳도 판넬골목에 위치한 한 허름한 주점에서였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술이 몇 순배 돈 후 군종장교 전역을 앞둔 그가 풀어낸 교회에 대한 비전이나 삶에 대한 진지함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신부를 다시 만난 것은 몇 년인가 지난 후 당시 출입처로 드나들던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에서였다. 속으로 ‘그럼 그렇지’ 하는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빈민사목위원회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함께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공식 조직이다. 몇 년이나 알고 지내왔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이 신부의 활동이 늘 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기억만은 뚜렷하다. 그런 그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무릎을 쳤다. ‘그럼 그렇지.’
“어떤 삶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어떤 종교, 어떤 지위에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에 따라 실존적 결단을 하는 문제입니다.” 4, 50년 넘게 신앙생활을 했다는 신자들이나 타 종교인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하필 ‘또’ 신부들이냐?”는 거였다. 이러한 물음에 이 신부는 “얼마만큼 하면 충분히 기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얼마나 신앙생활을 하면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는 물음을 되돌려 주었다. 200일 넘게 용산 현장에서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나까지 38번째 언론 인터뷰를 한다는 이 신부, ‘시간의 무게’를 누구 못지않게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그였지만 시간에 대한 기준은 달랐다. “믿음에도 다양한 편차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신자와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신자로 곧잘 나눕니다. 그러나 ‘신자’와 ‘예비신자’는 세례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계명을 하느님의 기준에 따라 사느냐 아니냐가 기준입니다. 하느님 이름으로 모였지만 하느님의 기준이 아니라 세속적 시선만을 유지한 채 충분히 영글지 못한 신앙을 지닌 채 살아간다면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한다 해도 그것이 신앙 성숙의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속이 후련해졌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이 신부의 목소리에 조금씩 떨림이 실렸다. 눌러 왔던 생각들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이었다. “이제 곧 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이 되고 계절이 네 번 바뀌는데, 누구 하나 나서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 없는 이 모습이 과연 이성적이고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커다란 부조리는 바라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눈에 띈다면 그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한 번이라도 용산 참사 현장에 발걸음을 한 1000명이 넘는 신부들, 그들은 우리 시대 헐벗고 굶주리며 병들고 나그네 된 이들을 찾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서상덕 위원은 현재 가톨릭 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 |
`여성지원병제' 검토에 시민들 의견 분분 (연합뉴스 09.11.12)
시민단체들 "신중히 접근해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국방부가 `여성 지원병(兵)'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12일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실효성 등을 놓고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일부 시민은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환영 의사를 밝힌 반면 오랜 세월 남성 위주의 문화가 뿌리내린 곳에 여성들을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군에서 전역한 대학생 강승리(23)씨는 "구타와 같은 악습도 근절됐고, 병사들의 인권도 좋아졌다. 여성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여성이 간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병 제도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행정병과 등에서는 남녀의 능력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남녀 불평등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철(43)씨 역시 "의무 복무가 아닌 지원제라면 여성들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는 의견을 냈으며, 대학원생 이지영(27.여)씨도 "남녀간 기회의 균등을 구현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제도 도입으로 야기될 문제점 등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않았다.
대학생 최지연(22.여)씨는 "군대 내무반은 오랜 기간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었다"며 "거수경례 자세, 행진자세만 하더라도 남성들 신체에 더 적합한 자세들인데, 이런 작은 것들부터 하나하나 고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신나래(25.여)씨도 "여성 중에 병으로 군대에 가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남녀가 함께 군대에서 어떻게 생활하려면 적응기간도 꽤 걸릴 것"이라며 "민감한 문제인데 충분한 대책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안이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제도의 취지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고, 실효성을 위해서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국방력은 인원수만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닌데, 병 충원을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반대론을 폈다.
그는 "군 가산점 논란과 관련해 여론을 떠보는 것에 불과하다"며 국방부가 예상되는 문제의 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섣부르게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진보연대 장대현 대변인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이 진출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제도의 취지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현재 국군 병들은 인권 제약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여성들에게도 이런 고통을 주는 결과만 가져올 수도 있다며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연대 관계자도 "소수 여성지원자를 위해 내무반 장비 등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 제도가 `군 가산점' 부활을 지지하는 논거가 돼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우려했다.
hysup@yna.co.kr
[신종플루 '심각' 단계 격상] 사병 ‘휴가금지령’ 논란(세계일보, 091107)
국방부는 지난 4일 자대 전입 후 처음 주어지는 휴가와 일부 청원휴가 등을 제외한 모든 휴가를 신종플루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또 면회와 외출, 외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전군 차원에서 장병 휴가가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국방부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 게시판 등에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아이디 ‘다음’은 “사병 휴가를 금지하려면 출퇴근하는 간부들도 영내 대기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진주씨는 “현실을 무시한 일률적인 통제로 휴가를 기다리던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5일 현재 군내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1499명. 이 중 1409명이 완치됐고 90명이 군 병원 등에서 격리치료 중이다. 휴가 및 외출이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90% 이상 완치됐기에 이번 조치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휴가를 금지하는 건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며 “국방부는 사후 관리 등 합리적 대책보다 휴가 통제 같은 손쉬운 방법에 의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 백신접종이 시작되는 내년 1월 이후까진 이번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선은 아니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인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다!(YTN TV 09.10.30)
이주민 노동자 문제와 성적 소수자 문제 등 요즘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권'의 가치입니다.
예전에는 노동 운동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인권 문제가 이제는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승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두 달에 한 번, 가수 강산에 씨는 홍대 앞 클럽에서 1년 동안 정기 공연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룹 '뜨거운 감자'와 함께 인권을 주제로 무대에 서기로 뜻을 모으고, 첫 순서로 지난 23일 강제 출국된 이주 노동자 미누 씨를 위해 노래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강산에, 가수]
"처음에 인권, 이렇게 들었을 때 그 자체가 무겁게 다가온다는 것 자체는 반대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이죠."
인권 바람은 영화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명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마다 의미를 더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시리즈.
올해에는 임순례 감독과 문소리 씨가 동참했고 윤도현 씨는 미니 앨범 '하모니'를 이 영화에 헌정하면서 인권 실천에 동참했습니다.
동성애 문제를 신선하게 다뤘던 김아론 감독은 이번에는 '라라선샤인'을 통해 아동 성폭행 문제를 조명하고, 영화 '집행자'는 사형제가 살인인지 아니면, 법의 집행인지를 화두로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윤계상, 배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맞는가 고민 많이 했는데 끊이지 않은 과제가 아닐까..."
인권 문제를 대중문화를 통해 전달하는 장점은 무엇보다 인권의 의미를 친숙하게 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김민아,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와 다른 문화 매체를 통해서 인권을 전달하면 생황일을 보지만 아, 저런 경우에 내가 잘못할 수 있다는 점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연대]
"곳곳에서 인권 상황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 예술인들도 우리사회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요, 여러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려는 것 같습니다."
소통과 공존을 위한 기본 조건은 인권에 대한 존중입니다.
대중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인권의 가치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현[hyun@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