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아버지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최근 법원이 잇따라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자 피해자인 딸과 가족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는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피해자인 딸과 가족이 또 다시 피해를 입는다면,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위현석 부장판사)는 12일 자신의 10대 친딸을 약 2년 간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구속 기소된 장 모(40)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를 5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장씨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약 2년 간 자신의 14살짜리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딸이 자해를 시도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전주지법 제2형사부도 최근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2년8월에 신상정보 5년을 선고했고, 창원지법 제4형사부도 어린 친딸을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해 징역 7년과 정보공개 5년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전국의 각 법원에서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히 친족에 의한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상정보공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성범죄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 주소, 나이 등이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코너에 등재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범죄수법과 주소를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해도 아버지의 얼굴이 알려질 경우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취지는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아버지에 의한 사건의 경우 공개되는 순간 피해자가 그대로 노출돼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법원에서는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피해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에서 판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자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선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반인이 피해자를 유추할 수 없도록 피해내용은 전혀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형이 확정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로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시스템을 통해 공개된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m.com


인권단체, 법원의 기계적 판결 비난.."피해자 보호가 우선"

(수원=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아버지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신상정보공개를 명령함에 따라 피해자인 딸과 가족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위현석 부장판사)는 12일 자신의 10대 친딸을 2년여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구속기소된 장모(40)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를 5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장씨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2년여동안 자신의 14살짜리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딸이 자해를 시도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전주지법 제2형사부도 최근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2년8월에 신상정보 5년을 선고했고, 창원지법 제4형사부도 어린 친딸을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해 징역 7년과 정보공개 5년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전국의 각 법원에서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히 친족에 의한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상정보공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성범죄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 주소, 나이 등이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코너에 등재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범죄수법과 주소를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 해도 아버지의 얼굴이 알려질 경우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취지는 성폭력사건의 재발방지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아버지에 의한 사건의 경우 공개되는 순간 피해자가 그대로 노출돼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법원에서는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피해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에서 판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자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선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반인이 피해자를 유추할 수 없도록 피해내용은 전혀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형이 확정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로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시스템을 통해 공개된다.

kcg33169@yna.co.kr

[앵커멘트]

수사권 조정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서 상근변호사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서 마다 변호사를 둬서 피의자 조사 단계부터 도움을 준다는 것인데, 아직 현실화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권준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억울하게 일급살인죄로 기소된 죄수를 위해 헌신하는 젊고 정의로운 변호사.

악명 높은 앨카트래스 감옥을 폐쇄시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주인공은 바로 미국 관선변호사인 '퍼블릭디펜더'입니다.

퍼블릭디펜더는 국선변호사와는 달리 독립된 기관에 소속돼 정부 급여를 받습니다.

또 피의자 조사단계부터 개입하는 것도 국선과는 큰 차이점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퍼블릭디펜더와 비슷한 경찰서 상근변호사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경찰서 마다 24시간 상주하는 변호사가 조사단계부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피의자의 인권을 조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경찰이 수사과정에 대한 인권 보장적 측면에서 진일보한 정책적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소속과 비용 문제는 앞으로 논의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경찰서의 폐쇄된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변호사 40%가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피의자 접견실 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응답도 80%에 달할 정도로 경찰서 내 변호사들의 활동이 제한돼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정승철, 서울변호사협회 감사]
"가혹행위를 한 경찰관이 옆에 있는데 변호사를 만나서 얘기할 수 있게 했다고 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준게 아니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어떻게 피의자가 변호사 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까?"

또 일부에서는 경찰이 검경 수사권조정 문제가 불거질 때만 인권문제에 반짝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경찰이 인권에 대해서 일관된 관심을 갖는게 중요합니다. 청장이 누가 되느냐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되느냐가 아니라 일관되게 중요한 국가기관으로써 책무를 다하는 의미에서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챙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분위기 정착을 위해 검토되고 있는 경찰서 상근변호사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로 현실화 시킬 수 있을 지 관심입니다.

YTN 권준기입니다.



대한민국 검찰, 대통령도 건들 수 없는 이유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오창익

- 오창익

글 / 김이준수, 사진 / YES24 제공 jslyd012@gmail.com

# 모월모일, 어느 모처. 보스 한 명을 정점으로 이른바 ‘쫄따구’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하나 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부리부리한 눈빛을 내리깔고, 보스의 엄명을 기다립니다. 일사불란합니다. 누구 하나 튀는 사람도 없습니다. 수를 세어보니, 45명이 모였군요. 뭔가 논의를 하나 봅니다. 그래봐야, 보스 입에서 떨어지는 말에 절대 복종하는 모양새겠죠. 워크숍이라는 명분을 띠고 있지만, 보스가 ‘집합’시킨 것 같네요.

아,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 봉투가 돌아다닙니다. 뭘까요. 자료와 함께 나눠지는 봉투라. 깡패나 건달패거리에서 보스가 일을 치른 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던져주고서, 부하들에게 격려금을 나눠주는 풍경. 오호, 봉투엔 거금이 꼬박꼬박 들어가 있습니다! 좋겠습니다. 부하들은 ‘의리’ 지키는 보스를 뒀군요. 그게 입막음, 마음막음하려는 노예수당인지도 모르고. 일사불란하게 외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충성하겠습니다, 형님” 형님이 화답합니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이날 뿌린 액수는 1억 원가량. 통 큰 보스를 둔 부하들, ‘특수활동비’를 받았습니다. 이 정도의 ‘떡’고물을 받았으니, ‘스폰서’ 필요 없이 ‘섹’을 향할 수 있는 비용은 되겠네요. 집합을 마치고선,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봉투의 힘 앞에서 괜히 뿌듯해진다. 형님이 고맙기도 하고. 참, 그날의 떡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필요한 건 뭐? 검찰 바로 세우기!


뭐, 재미없지만, 혼자 상상한 풍경입니다. 비슷한 장면들이 많아서 좀 식상하긴 하네요. 그런데, 뭐라고요?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요? ‘전국 검사장 워크숍’? 김준규 검찰총장께서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200~300만 원이 든 봉투를 나눠 줬답니다. 명분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

봉투 뒷면엔 ‘업무활동비, 검찰총장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고, 이 돈.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의 일부랍니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예산 항목으로, 올해 189억 원이 책정돼 있다는. 와, 189억 원가운데 1억 원 가량을 돌린 거니까, 통 큰 것도 아니네요, 뭐. 그런데, 좀 웃기죠? 일선 검사들의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 활동을 하는데, 사용하라고 하사하신다는 돈을, 검사장들에게 나눠준다니요. 차관급으로 대우받는 그들에게 고작 200~300만 원 쥐어주면서 말이에요.

더 억울한 건, 그 돈의 출처죠. 분명 제가 낸 세금도 그 안에 들어가 있을 텐데, 용처를 알 수 없는 검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다니요. 껌 종류가 참 많던데 말입니다. 떡껌, 섹껌, 그랜저껌, 스폰서껌, 풍선껌? 거느리고 다스리는 총장님의 ‘통치자금’갖고, 왈가왈부하자니, 조금 무섭습니다. 유언비어 유포죄로 기소 당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감히 검사조직을 상대로 나불거렸다고 잡혀가면 어쩌죠?

맞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검찰입니다. 최근 국회 사법개혁 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 경찰의 수사권 명문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엄청 반발하고 있지요. 4월3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예정이라는데, 저렇게 특수활동비까지 돌려가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검찰 앞에, 더구나 언제 꼬투리 잡힐지 모를 의원나리들께서 개혁안의 패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요?

겉으론 정치적 독립을 주창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포기한 채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검찰의 행태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권, 몰염치한 검찰은 껌 씹듯 시민들을 잘근잘근 씹어댔었죠. 촛불시위 때 그랬고, 대한 기소가 그랬고, 미네르바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본다기보다, 알아서 기거나 협력하는 길을 택한 검찰의 모습.

참 못났습니다. 검찰의 심벌마크를 통해 드러낸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의 원칙. 어느 하나도 검찰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있는 건지. “정권은 유한해도 검찰은 영원하다”는 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자기보호본능은 끊임없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건 아닌지.

지난달 29일, 『검찰공화국, 대한민국』(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공저|삼인 펴냄)의 저자 중 한 명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책은 왜 시민들이 나서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그것을 성취해야 하는지를 쉬운 용어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더 이상, 검찰의 패악을 용납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결국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어떤 사회,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상식, 검찰 문제 알기



저자들이 형법학자, 검사 출신 변호사, 인권활동가 등 다양한 조합입니다. 학계, 실무자, 시민사회 운동가가 함께 책을 펴냈다는 것, 소회와 함께 어떤 의미를 두시나요?

“우리는 함께 쓴 멤버를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학계에서 검찰 문제에 대한 토론이 많았고 자료 축적이 많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들만의 논의, 이야기, 토론이었다는 거죠. 검찰권 행사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검찰 문제에서 소외됐고, 검찰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용어가 어렵죠. 그래서 시민들이 검찰 문제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읽기 쉽게 썼습니다. 그 일을 맡아줄 사람들이, 저자인 네 명이었고요.”

제목이 강렬하고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나온 건가요?

“20~30개 후보군이 있었는데, 가장 반대가 적은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건, 삼성과 검찰 뿐이다. 대학교에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300만 명 정도인데도, 대학공화국이라고 얘기 안 하잖아요. 그만큼 힘이 없기 때문인데, 삼성과 검찰은 힘이 세고, 관행적으로 쓰고 있어요. 그런 것도 감안하고, 출판사가 판단해서 이 제목을 썼어요.”

서거한 전직 두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생각도 책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검찰과 관련, 두 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세요?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김대중-노무현 민주파가 집권에 성공했고, 여러 개혁성과도 있었지만 검찰 개혁에선 실패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가장 후회한 일로 검찰개혁을 못한 일을 꼽았죠. 그걸 못한 결과, 검찰의 희생양이 됐고,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경한 어조로 (검찰이) 최대의 암적 존재라고 했는데, 사실 원망도 됩니다. 집권 때 (검찰개혁을) 잘 했어야 했는데, 왜 임기 끝나고 후회할까.

그만큼 검찰이 센 조직인 걸 보여주는 거죠. 검찰은 지금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상황입니다. (대통령과) 대등한 협력파트너, 갈등파트너로 올라온 것 같아요. 검찰개혁을 대통령에게 맡겨선 안 됩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검찰개혁을 요구할 때 검찰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쓰면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절규에 가까운 말을 내내 기억했다.… 우리는 김대중의 말처럼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p.19)

책을 쓴 계기로 ‘검찰의 권력욕’을 들었습니다. 또 검찰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로 책을 썼다고 했고요. 검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검찰은 막강한,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검찰권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죠. 대통령 관련 사건이나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한 사건에서 많이 보는데, 죄가 없는데도 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죄가 없다고 판결이 나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죄를 주는 것 이상으로 괴롭힐 수 있는 거죠.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이게 누구도 통제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셉니다. 검찰은 국회나 법원보다 세고, 대통령과 맞장 뜨는 것 같아요. 문제는 대통령은 5년인데, 검찰은 임기가 없습니다. 임기의 제한 없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릅니다.”


제2의 민주화운동은 검찰 알기에서



검찰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부족했던 이유가 뭘까요?

“이 책은 검찰에 대한 최초의 단행본인데요. 민망한 자전적 에세이는 있지만, (웃음) 검찰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최초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지적 풍토나 출판계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학계는 학계끼리만 놀고, 자기들끼리만 토론하는 등 자폐적이었고요.

그래서 두 분의 연구자들이 공동 참여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주의했던 부분은 쉽게 쓰고 읽힐만한 책을 써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용어가 어려워서 일일이 풀어야 했고. 용어부터해서 시민들이 검찰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제2의 민주화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국민에게 검찰이 어떤 조직인지 알려주어야 할 사람들의 직무 유기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p.11)

검찰은 한국전쟁 직후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외면, 동료(박찬길) 검사의 죄 없는 죽음에 대한 외면 등 검찰은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사건 때 기소를 거부한 임수빈 검사 등과 같은 사람은 결국 사표를 쓰고 나와야 했고요. 책에는 그렇게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하고야 마는’ 검찰의 모습이 적나라합니다. 검찰이 유난히, 성찰이나 반성과 거리가 먼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로 뭉쳐있어서 그래요. 그들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해요. 다수 검사들이 검찰만이 거악을 일소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여깁니다. 남들이 들으면 기가 막히죠. 시민들은 검찰을 조롱하고 있는데, 검찰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엽기적이죠. (웃음)

이게 왜 그러냐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칭 엘리트들이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겁니다. 자기들이 뭔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기가 그런 거죠. 물론 현직 검사들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30~40년 전 군사정권 때 잘못한 건데, 그걸 인정하는 걸 싫어합니다. 검찰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정한 적이 없어요.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세 교황청 같아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실수나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우리 현대사에서도 곡절이나 아픔이 많았는데, 검찰이 어떻게 잘못이 전혀 없을 수 있어요? 하늘도 땅도 아는데, 검찰만 몰라요. (웃음)”


대한민국 주권이 그러하듯 검찰권도 궁극적으론 국민, 시민의 것인데, 많은 시민들은 검찰에 대해 무서워만 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검사들이 먹고 사는 방식 중의 하나인데, 시민에게 진입장벽을 줍니다. 그중 하나가 언어죠. 똑같은 한국어인데, 못 알아들어요. 누구도 안 쓰고,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데, 검찰만 쓰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건 시민의 접근을 폐쇄하는 효과가 있어요. 중세 라틴어를 성직자가 쓰면서 자기 권력을 유지했듯, 검찰은 자기들만의 성벽을 쌓고 기득권 지킵니다.

또 검찰은 밖으로 드러나질 않아요. 말인즉슨,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드러나질 않습니다. 경찰은 13만이나 돼서 일상에서 잘 드러나나 검찰은 2천 명이 안 돼서 베일에 싸여있다고 할까요. 거기다 막강한 권한까지 있으니 시민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이 검찰이 가진 힘의 기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일제강점기나 이승만 정부 시절, 비대한 경찰 권력의 폐해와 같은 이유 등도 있는데, 왜 검찰에게 이런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일까.

“해방이 됐어요.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하는데, 경찰에게 수사를 온전히 맡기려니 겁나는 거예요. 경찰의 85%가 일본 때 경찰인데, 식민지 시절에 얼마나 괴롭혔어요. 그 경찰이 청산되지도 않았고, 85%나 차지하다보니 청산을 어떻게 할지 견적조차 안 나온 거예요. 그래서 검찰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하자. 그때 제도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었죠.

당시 대법원장을 하신 김병로 선생도, 국회에 나가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준건 잠정적이고 한시적인 거라고 못을 박았는데, 그게 어떡하다보니 60년이나 지속된 겁니다. 초기 검찰은 의기도 있고, 독립운동을 하거나 민족진영을 지원한 분도 있어요. 경찰에 비해 도덕수준이 높았고, 전문성도 높았어요. 당시로 보면 경찰보다 신뢰할 만했으나 시대가 변했는데도, 잠정적인 조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검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에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의 권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검찰은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없이 권력을 사용할 수 있다. (p.6)

검찰의 과도한 권한이 문제



수사권 독점,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공소유지권,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 중단시킬 수 있는 공소 취소권, 기소권 독점, 기소편의주의라는 이름의 기소 재량권, 영장청구권 독점. 한국 검찰은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영국은 검찰이라는 제도가 1985년에 생겼어요. 그전에는 없었죠.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다했습니다. 일본은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은 보완하는 기관입니다. 독일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라고 해서, 머리만 씁니다. 한국 검찰은 1만명 가량 수사 인력이 있고, 13만 경찰을 맘대로 굴릴 수 있어요. 손발 다 가진 검찰이죠. 어느 나라를 비교해도 한국 검찰 막강합니다.

또 미국 검찰은 중요한 사건은 기소할 때 배심원들이 판단하고, 일본에선 법원 심사에서 검찰이 기소를 잘 했는지 못했는지 시민들이 판단하는 제도가 있어요. 그렇게 민주적, 시민적 안전장치를 갖고 있어요. 아울러 한국 검찰은 형의 집행도 합니다. 다른 많은 나라는 법원이 이걸 하죠. 그건 중요한 권한인데, 재벌 총수가 중형을 선고받아도 형집행정지로 풀어주면 그만인 거예요. 법원 판결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검찰의 권한이죠. 죄를 줄 수도 있고, 받은 사람마저도 용서할 수 있어요. 이유는 한두 개 달면 되잖아요? 올림픽의 성공적 유치, 심한 우울증… (웃음)”


‘권력의 시녀’ ‘정치검찰’ ‘최대 암적 존재’ 등 부끄럽고 참담한 수사를 들으면서도 개혁이나 체질 개선을 않거나 못하는 건, 결국 검찰 스스로 권력에 심취해 있기 때문일까요?

“검찰은 그런 말들을 오해라고 해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런 얘길 한다고 말하죠. 격무와 박봉에 시달린다고. (웃음) 검사들이 박봉 얘기하면 솔직히 화가 나요. 그들은 임용부터 3급이에요. 시작이 고위공무원인 거죠. 다른 행시나 외시는 5급이고, 3급까지 15년이 걸려요. 그런데도 박봉이래요. 시민들에겐 황당한 얘기죠. 격무도 마찬가지에요. 시민들이 고생하면서 하루하루 생업에 종사하는데, 시민의 녹을 받는 관리들이 그렇게 높은 대접을 받으면서 격무를 입에 달고 살면 안 되죠.”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의문을 가지긴 했습니다. 국가 기관 가운데 유독 ‘총장’이라는 말을 쓰니까요. 이 책을 통해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검사는 준사법관으로서 독립성을 띠고, 단독관청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는 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국방부 수장은 국방부장관, 경찰청은 경찰청장인데, 검찰만 유일하게 총장이죠. 총장의 총(總)은 거느린다, 데리고 다닌다는 뜻인데, 검사들은 거느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에요. 검사가 독립관청으로 돼 있거든요. 그래서 검사들은 높은 대접을 해주는 건데, 이게 말이 안 되죠.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독립관청인 검사를 거느리고, 검찰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도 있고…”

검찰은 조직의 수장을 부르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보통의 경우 조직의 수장은 그 기고나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경찰청의 수장이니까 경찰청장, 감사원의 수장이니까 감사원장, 대법원의 수장이니까 대법원장 하는 식이다. 하지만 유독 검찰청만 예외다. 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이다. ‘거느리다, 통괄하다, 다스리다’라는 듯을 가진 다분히 봉건적인 뉘앙스의 총(總) 자를 써서 조직의 수장을 표현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pp.5~6)

법무부 외청이면서 법무부를 장악한 것이 검찰조직입니다. 책은 ‘법무부 문민화’를 주장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가졌는데, 그럴수록 더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검찰은 법무부 지휘감독을 받는데, 문제는 법무부가 검사에 의해 장악돼 있어요. 장관부터 차관,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간부가 다 현직 검사에요. 그 밑에 과장들도 검사고.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지휘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거죠.

법무부는 법률에 대한 주무부서인데, 그걸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겁니다. 검사들이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각종 부처에도 검사들이 파견 나가있습니다. 검찰청법을 개정해서 청와대 파견을 못 나가게 했는데, 지금 편법으로 나가요. 사표를 쓰고 전직 검사 자격으로 파견 가서, 나중에 다시 검찰에서 임용을 해주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어요.

또 엽기적인 게 있는데, 부처가 모여 국장급 회의를 하는데, 검찰만 유독 과장이 나옵니다. 특히 차관급(검사장)이 50명인 조직이에요. 어마아마한 대접이죠. 권한도 주고, 월급 더 주고, 수당 더 주고. 다른 부처에서도 문제 제기를 못해요.”


이건 좀 궁금했습니다.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을 수뇌로 모든 검사들이 한 몸으로 묶여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한다는데, 이유가 뭔가요.

“2004년 이전 그 원칙이 법률에 있었죠. 한 몸이라는 건데, 좋은 면도 있었어요. 어떤 범죄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도시마다 다르거나, 농촌과 도시가 다르면 안 되잖아요. 일관성 있어야 했던 거죠. 그런데 일관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위계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정치권력에 복무하려고 쓰이는 게 문제죠. 2004년에 법률이 개정되면서 없어졌는데, 무늬만 없어졌을 뿐, 인사권 등을 통해 원칙은 남아 있어요. 검찰총장 한 사람만 장악하면 모든 조직을 다 장악할 수 있다.”

일부 정치검찰의 잘못을 전체 검찰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는 항변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지만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선의의 검사들도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다. (p.120)

검찰 개혁의 주체는 시민이 돼야



지난 3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았고, 검찰은 이를 전면 거부했습니다. 입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거부하는 건 정치적 대응 아닌가요?

“반발이 웃기는 건데, 검찰은 국회에서 어떤 논의를 하던 다 알고 있어요. 전직 검사출신 국회의원들과 긴밀하게 대화하거든요. 파견 요원이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논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검장 회의를 통해 사개특위 개혁안에 반발하는데, 이건 정치집단의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사실 사개특위안은 아무 것도, 별것도 아니에요. 중수부 폐지안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얘기가 됐던 거고. 중수부는 2010년에 한 건도 사건을 안 다뤄, 폐지나 다름없는 상태고, 사개특위안은 실질적으로 검찰권을 제한하는 게 없어요. 되려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건데, 엄청난 검찰권을 제한하는 양, 정치적 행보를 일삼고 있습니다. 기득권 지켜가겠다는 정치적 꼼수죠. 법률가들이 정치적 꼼수를 부리면 안 되잖아요. 법률적 판단만 하면 되지.”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검찰 개혁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검찰 개혁을 하지 않아선 안 될 이유를 이 책은 제시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해 10점 만점에 4점을 주셨던데, 검찰 개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절박한 심정인데,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검찰이 선거 개입을 시작하면 참정권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특정 후보에 대해 수사하면 시민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무죄로 나와 봐야 소용없어요. 국민들 선택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죄 없는 사람 죄주고, 죄 있는 사람 죄 없게 만듭니다. 시민을 위해 검찰권이 통제돼야 하고,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 국회나 대통령은 그런데 관심이 없고, 되레 두려워해요. 검찰을 두려워 않는 시민 외에는 대안이 없어요.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쓴 거고요. 검찰을 아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정치인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그동안 검찰 개혁은 없었다. 개혁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을 위한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검사들만을 위한 조직, 정치권력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검찰을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은 민주화 투쟁과 꼭 닮아 있다. 원래 국민의 것이었으나 국민이 갖지 못했던 권한을 국민의 것으로 되찾아오는 것이 민주화가 아니면 뭐가 민주화겠는가. (p.21)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거나 개입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안 보더라도, 검찰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검찰의 준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연립이나 연대가 현재 야당에겐 중요한데, 그것도 검찰문제를 해결 않으면 한 방에 갈 수 있습니다. 김문수, 박근혜, 손학규, 유시민도 주저앉힐 수 있는 게 검찰입니다. 그들이 미래 권력을 고를 수도 있죠.”

검찰 개혁 등을 위해 야권의 분발을 촉구하셨는데요.

“한나라당은 얻어먹는 거라도 있는데, 야당은 얻어먹는 것도 없으면서도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어요. 지금 이정도로 검찰이 힘을 가진 건, 끊임없이 싸우면서 힘을 키운 거거든요. 야당도 그래야하는데, 다른데 정신도 팔린 것도 있지만, 약점이 많아요. 깨끗한 정치를 하면서 제대로 된 후원 구조를 만들고 검찰권을 통제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거예요. 책이 나온 뒤 한 야당 국회의원이 사비로 책을 사서,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했다더라고요. 헌데 이 책에 대해 언급한 국회의원이 없습니다. (웃음) 국회의원들에겐 검찰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존재죠. 재벌에게도 부담스럽고. 그 힘을 검찰은 즐기는 거예요. 약점 없는 사람들, 부를 거지거나 권한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즉 우리 시민들이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죠. 아니면 검찰은 계속 이렇게 가고, 시민들이 결국 피해를 봅니다.”

지난해는 『삼성을 생각한다』 등을 통해 삼성공화국에 대해, 올해는 이 책을 통해 검찰공화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맥락이 있는 것 같은데…

“터져 나올 게 터져 나오는 거예요. 삼성공화국이라고 했지만, 삼성을 알 수 있는 책은 없었잖아요. 삼성을 아는 사람이 삼성 이야길 해 준거고, 이젠 검찰을 잘 아는 사람들이 시민들에게 말 걸기를 한 거죠. 올해 검찰공화국에 대한 책이 나온 건, 삼성과 검찰의 권한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짜 호소하고 싶은데, 시민들이 주인이잖아요. 주인은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주인 노릇을 못하면 머슴이 판을 치는데, 대표적인 게 검사입니다. 검사는 공무원이에요. 옛날로 말하면, 원님 밑에 있는 아전입니다. 검사들이 먹고 사는 비용, 권한은 국민이 준 거예요. 하지만 검찰권 행사로부터 국민이 소외돼 있습니다. 검찰권이 검사나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복무하는 건, 따지자면 국민이 주인 노릇을 못해서예요.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머슴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검찰이 사회정의만을 위해 뛰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이 국민 노릇,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죠.”


2003년 불상에 절했다가 해직 뒤 복직한 강남대 이찬수 교수

기독교인이 불상에 절했다고 우상숭배인가
신을 욕망의 수단으로 삼는 게 우상숭배다

 


이찬수 교수는 “신은 밖에만 있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우리 안에 계신 분이다.
그 동안 밖을 향하는 외침만 컸다. 이젠 내 안의 신을 향해서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사형일까, 아니면 구도자형일까. 강남대 이찬수(49·길벗예수교회 담임목사) 교수 얘기다. 그는 2003년 ‘똘레랑스’라는 제목의 EBS TV프로그램에 출연, “개신교가 배타적인 종교는 아니다.

종교간 조화와 관용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불상에 절을 했다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우상숭배를 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35개 사회·종교단체가 대책위를 꾸려 그를 지지했다. 결국 이 교수는 “학교 측의 재임용 거부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2010년 9월 강남대로 복직했다.


올 봄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제도권 밖의 인문학 운동’을 표방하는 서울 마포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강연도 맡았다. 강좌명은 ‘불교와 기독교가 만나는 자리’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9시30분, 02-777-0616). 다시 ‘기독교와 불교의 소통’을 주제로 내건 것이다. 5일 경기도 용인 강남대 교정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당신은 크리스천인가.

 “그렇다. 할머니의 유언으로 어머니가 기독교인이 됐다.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갈망한다.”

 -목사가 왜 불교를 가르치나.

 “저는 서강대 화학과 82학번이다. 전투경찰이 교내에 상주하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다 민중목회를 하는 목사가 되기로 했다. 2학년 때 부전공으로 종교학을 택했다.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충격을 받았다.”

 -어떤 충격인가.

 “종교학을 모른다면 신학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종교, 중국 종교 등도 신선했다. 불교가 준 충격이 가장 컸다. 화엄철학과 선(禪)불교를 공부하면서 ‘종교적 전환’을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적지 않은 기독교인이 하나님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틀 안에 신을 가두고 있었다. 저 역시 그런 오류를 범했다. 예수님께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고 하셨다. 불교가 자유로운 삶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불교의 가르침은 불변하는 실체를 전제하지 않고, 모든 세상을 관계적이고 상대적으로 보면서 집착의 근원을 제거했다. 그걸 통해 알게 됐다. 하나님이 정말 세상의 창조주이시고, 만물의 근원이시고, 세상의 모든 곳에 계시는 분임을 말이다. 또 역사적·문화적 상황에 따라 자신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교수는 석사 학위가 둘이다. 하나는 신학이고, 또 하나는 불교학이다. 박사 논문에서도 기독교와 불교를 비교했다.

 -기독교와 불교는 무엇이 통하나.

 “외형적 언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지향하는 세계랄까, 구원론적 구조는 서로 통한다. 가령 예수는 율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이고, 석가모니 부처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다. 하나님 나라가 뭔가. 인간의 다스림, 황제의 다스림이 아니라 신의 다스림이다. 신의 다스림 자체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번뇌의 불꽃이 꺼진 상태다. 불교에선 그걸 ‘열반’이라고 부른다.”

 -차이점은 뭔가.

 “기독교는 일회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시작과 종말을 말한다. 불교에는 시작과 종말이 없다. 순환적 역사관이다. 그런 외형적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가 뭘 뜻하나.

 “정말 그 차이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일회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 서로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곳이 하나님의 세계라고 믿는다. 오늘 강의에서도 그런 내용을 다뤘다.”

 -학생들의 반응은.

 “기독교 교양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학생은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교회를 다니는 학생은 더 성숙한 기독교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독교가 생각했던 것만큼 편협하진 않구나’ ‘교회가 배타적이라서 싫었는데, 이제 다시 교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진짜 기독교는 배타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교회는 특수한 사람들의 비일상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이 진리를 추구하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좋은 곳이란 걸 알게 됐다’ 등의 반응이 많다.”

 -불상에 절을 했다고 우상숭배 논란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우상숭배란 뭔가.

 “하나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없는 곳이 없다) 하신 분이다. 특정한 형상이나 이념 안에 갇히지 않는 분이시다. 신을 특정한 형상이나 이념으로 제한시키는 행위가 우상숭배다. 오늘날에는 신을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삼는다. 그것이 이 시대의 우상숭배다. 상당수 교회와 목회자가 교조화된 신념 체계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신앙은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용인=글·사진 백성호 기자


범국민 잡는 DNA法?
미제사건 연이은 해결에 검·경 “채취 확대를” … 누명 쓸 가능성과 인권침해 우려 목소리도 확산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09년 1월 25일 경기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이 경기도 인근 제방에서 실종된 여대생의 사체를 국과수 직원들과 수습하고 있다.

K교도소에 강도상해죄로 12년째 복역 중인 재소자 A씨는 1월 6일 갑자기 자신이 13년 전에 저지른 10대 미성년자 강간살인사건을 교도관에게 고백했다. 2000년 9월 강도상해죄로 감옥에 들어온 그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었는데 새롭게 자백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 더욱이 경찰은 1999년에 일어난 해당 사건을 미제 처리해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A씨는 K교도소에 있으면서 검찰로부터 자신의 DNA를 채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13년 전 저지른 살인사건이 발각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두려움에 떨던 그는 감형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끝내 자수의 길을 택했다. 자수 소식을 들은 검찰은 곧 재수사에 착수해 1월 31일 살인사건 당시 피해자의 치마에서 검출된 정액의 DNA가 그의 것임을 확인했다. 결국 DNA 채취와 검사가 억울한 죽음의 범인을 밝혀내는 1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검찰이 A씨의 DNA를 미리 채취할 수 있었던 것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DNA법) 덕분이다. DNA법은 검찰, 경찰이 1990년대 초부터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인권침해 논란 끝에 지난해 7월 26일에야 시행됐다. 법 시행 뒤 경찰은 아동성폭력, 살인, 강간추행, 강도, 방화, 약취유인,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군형법상 상관살해 등 11개 범죄 피의자의 DNA를 채취하고, 검찰은 법 시행 전 저지른 범죄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구속된 피의자의 DNA를 채취한 뒤 영구 보관한다. 채취 대상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는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채취에 나선다.

검찰은 “DNA법이 공소시효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사건도 해결하게 했다. 이처럼 이 법은 장기 미제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건에서처럼 범인의 추가 범죄를 자백하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줘 종국에는 범죄 예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검찰이 법 시행 뒤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해결한 미제사건은 살인, 강도, 성폭력 등을 포함해 총 87건. 경찰도 법 시행 한 달 만에 47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신뢰성 높은 식별법 vs 맹신은 절대 금물”

DNA법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DNA 수사가 가장 신뢰성 높은 개인식별법”이라며 검찰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경찰에 붙잡힌 뒤 여죄를 추궁하는 경찰의 물음에 입을 다물고 있다 DNA 증거가 나오자 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법 시행 뒤 한 지방경찰청은 각 일선 경찰서에 업무지침을 하달해 “DNA법 적용 대상 범죄가 아니거나 대상 범죄지만 불구속된 경우에도 기존 방식과 같이 형사소송법 임의수사 규정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DNA를 채취하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DNA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이은우 변호사는 “검찰, 경찰은 DNA법의 실효성을 집중 부각하기보다 법 시행 뒤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근대형법의 근간인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효과’로, 재판부나 검찰이 법과학 전문가를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그들이 실수를 하거나 증거를 고의로 조작, 변형해 제시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민지 부연구위원은 3월 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회 형사사법포럼에서 재판 시나리오 실험 결과를 토대로 “DNA 증거가 수사에서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제시한 DNA 증거의 문제점이나 한계를 지적해줄 수 있는 반대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현재는 전문가 대부분이 경찰이나 검찰 산하 연구소에서 일해 피고인을 대변해줄 전문가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경제력 상실로 능력 있는 변호사를 못 구하는 사람은 꼼짝없이 누명을 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 미국 예시바대 카르도소 로스쿨은 공판 과정에서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왜곡돼 누명을 쓴 가난한 수형자 수십 명의 무죄를 입증하기도 했다.

범행 현장에서의 증거 조작 위험성도 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일선 경찰은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최악의 경우 현장에서 경찰이 증거를 조작하면 피의자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밝히고 무고를 입증하는 등 방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경찰이 현장을 완벽히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인도 DNA 채취 대상

DNA 채취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실은 2010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은 DNA 채취 대상 범죄가 아닌 단순폭행사건 관련자에게 채취를 요청하기도 했고,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피의자에게 다른 사건과 관련해 사법경찰을 협박했다는 괘씸죄를 물어 채취를 강행하려다 법원에 의해 두 번이나 기각당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법무부는 재범 우려가 높은 강력범죄자 등의 DNA를 사전 등록해 범죄 예방, 범인 조기 검거 및 인권 보호에 기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채취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DNA 채취 사실도 모른 채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도 DNA 채취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해 발생한 여대생 살인사건과 관련해 1100여 명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시행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목포서는 피해자 주변 인물, 현장 주변 거주자, 성폭력 우범자, 동일수법 전과자 등을 토대로 의심이 가는 사람에게 DNA 채취 동의서를 받아 DNA를 채취했다. 목포서는 “적법 절차에 따라 피채취자를 엄선했다”고 해명했지만 피채취자 일부는 경찰서에 “기분이 나빴다”고 전화를 걸거나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목포서 형사과 관계자는 “DNA법은 인권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수사에 필요하다면 DNA를 채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포서는 1100여 명의 DNA 속에서 8년 전 일어났던 성폭행사건의 범인을 발견해 검거하는 등 성폭력, 절도 등 12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했지만 아직 여대생 살해사건의 진범은 잡지 못했다.

검·경의 이런 해명과 주장에도 시민, 인권단체 등은 DNA법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채취 대상 범죄가 11개 범죄에서 확대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2009년 11월 공청회에서 “DNA 데이터베이스가 효용성을 가지려면 더 많은 자료가 입력돼야 하기에 앞으로 적용 대상이 되는 범죄 종류를 늘려나갈 것이다. 2007년 기준으로 한 해 254만8883명이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 비춰볼 때 그 채집 대상이 전 국민이 되는 사실상 범국민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일부 법의학자가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범죄자의 유전자형을 미리 추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 소지가 있는 만큼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 수사했다더니, 보안수사대 ‘헛발질’
경찰이 대학생 학술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 관련자 3명을 연행한 뒤, 그중 1명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직 사건이라면서 별 증거도 없이 체포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까만 철문은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다. 양 옆에 달린 CCTV가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3층짜리 건물, 수십 개 창문은 내려진 블라인드와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90-15번지. 연립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주택가 사이 경찰청 보안3과가 있다. 지나던 중학생은 매일 지나는 이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몰랐다. 30년 토박이 주민만이 ‘대공분실’이라고 단박에 알아보았다.

지난 3월21일.
대구 자택에 있던 최정민씨(33·가명)는 홍제동 대공분실 건물 3층, 3.3㎡(약 1평) 규모의 조사실로 연행되었다. 조사실에는 세면대와 변기, CCTV 2대, 책상이 전부였다. 최씨 집에 경찰 10여 명이 들이닥친 건 아침 9시. 샤워를 하던 중이었다. 집을 압수 수색하는 동안 두 돌을 나흘 앞둔 딸과 아내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형사들이 <공산당 선언> 책을 증거물로 가져가야 할지 말지 의논하기도 했다”라고 최씨는 말했다. 같은 날 최 아무개씨(38)와 한 아무개씨(24)도 이곳으로 연행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였다. 3월21일에는 대공분실 앞에서 이들의 면회를 요구하던 학생 50명이 단체
로 연행되었다가 이튿날 풀려났다. 

   
ⓒ조우혜
인권운동사랑방·한국대학생문화연대 회원들이 3월23일 경찰청 앞에서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생 학술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연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2007년 만들어진 연구회는 현재 전국에 11개 지부를 두고 있고, 회원 1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평소 경제학 관련 책으로 정기 세미나를 하고
방학 때는 대안경제 캠프를 실시한다. 연구회에 따르면 캠프에는 지금껏 학생 수천명이 참가했다.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 대학)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을 세미나 교재로 활용했고, 이해영 교수(한신대), 김상봉 교수(전남대) 등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경찰, 혐의 사실 두고도 오락가락 행보

경찰은 애초에 최씨 등이 2006년 ‘새세대 청년공산주의자 붉은기’라는 이적 단체를 결성한 뒤, 북한을 찬양·
고무하기 위해 산하 단체로 자본주의연구회를 만들었다는 데 혐의를 두었다. 경찰 수뇌부는 본청 보안수사국이 2009년부터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연행된 3명 이외에도 관련자 10여 명을 압수 수색했다. 연구회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인 신분 학생을 포함해 13명이 수색당했다. 대대적인 수색으로 경찰은 각종 도서,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 메모리 등을 압수했다.

 2008년에도 경찰은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간부 8명을 압수 수색한 뒤 7명을 연행했다. 이번에도 대형 조직 사건이 발표될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이틀 뒤 연행된 3명 중 최정민씨와 하 아무개씨가 풀려났다. 조직 사건으로는 이례적이다. 조직 사건은 증거인멸 우려 때문에 구속 수사를 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사노련 사건의 경우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5명에게 경찰이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다. 경찰은 이번에 최 아무개씨 한 사람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이정희 대표는 “조직 사건인데 이틀 만에 2명을 내보낸 것은 증거도 없이 체포했다는 걸 자백하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혐의 사실을 두고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애초 ‘새세대 청년공산주의자 붉은기’라는 이적 단체의 이름을 꺼내든 건 경찰이지만, 말이 바뀌었다. 3월22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백원우 민주당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자본주의연구회에 대한 수사만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받다 풀려난 최정민씨는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새세대 청년공산주의 붉은기’ 가입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고 밝혔다. 묵비권을 행사하며 단식을 한 최씨가 의아하게 여긴 건, 질문 중 연구회에 대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체포영장을 제시할 땐 연구회를 이적 단체, 반국가 단체 등으로 무시무시하게 말해놓고선 그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구속된 최 아무개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참관했던 부인 김 아무개씨(32)도 “검사는 자본주의연구회 활동과 관련해서는 문제 삼을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영장에 따르면 최씨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국가보안법 7조에 따른 이적표현물 소지·반포죄와 일반 교통방해죄가 그것이다.

김보아 자본주의연구회 대표는 “연구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고, 공개 세미나를 한다”라며 이적 단체 의혹을 부정했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국가보안법 제7조(이적표현물 소지·반포)의
부활
을 알리는 소식에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르크스 연구자이자 연구회 강연에도 참석한 바 있는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대학생들이 불안의 원인을 탐구하고 대안을 연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경찰의 행보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2년 이상 수사했다면 상당한 수사력을 들였을 텐데, 결국 한 명에게만 영장청구가 됐다. 국가보안법이 쓸모없는 법이라는 증거이지만, 보안수사대가 남아 있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나.”

대리시험에 고시공부에, 교도소의 숨겨진 비밀들

 


2011-03-31 06:00 CBS 사회부 김수영 기자

국내에서 발생하는 범죄 2건 가운데 1건은 출소자가 저지른 것이다.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뜻이다. 범죄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발생 범죄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1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교도소의 교정(correc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교도소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CBS에 입사한 사건팀 김수영 기자가 1년간 각종 범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도소의 교정 실태를 연속 진단한다. [편집자 주]

교도소는 죄값을 치르는 장소지만 재소자들이 출소후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교도소는 검정고시와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십개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1년에 40억쓰지만, 전문가들 "재범억제 효과? 글쎄.."

법무부가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무부는 40억원 가까운 비용을 재소자 교육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에 참가한 재소자는 2009년 현재 전체의 16.1%(7,590명)에 불과하다. 직업교육 과정에는 7.9%만 참여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실효적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직업교육 참여 수형자 중 19%가 중도탈락했다.

한 전문가는 "연간 계획 인원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부적격 대상자를 선정해 훈련하기 때문에 중도탈락 비율이 높다"며 "장기 재소자의 경우 직업훈련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기 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참여해 다른 훈련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실적위주의 훈련생 선발을 지양하고, 해당 교육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훈련생을 선발해야 낭비되는 예산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형자들이 규칙적인 노동습관을 가져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중도탈락율이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직업훈련교육은 가출옥을 위한 '작품' 만들기?

문제는 그나마 교육을 받고 있는 재소자들은 직업교육을 받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매번 1~2년씩 모두 5차례 교도소 수감 경험이 있는 E씨는 "취업 목적으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아니라 '가출옥을 따기 위해' 자격증을 딴다"고 털어놨다.

교도소 안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했다는 E씨는 "자격증과 교도소장표창, 검정고시를 따면 (가출옥을 위한) 분리심사때 유리한데, 특히 고시는 가산점이 높아 검정고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러 자격증을 따게 되면 '수감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빨리 출옥할 수 있기 때문에 재소자들은 이른바 '작품 만들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
과학
연구센터 김복희 연구원은 "재소자들 입장에서는 직업훈련 갔다 오면 시간도 잘 가고, 자격증 열심히 따면수형생활 성실히 했다는 증명이 되기 때문에 자격증을 선호하는 재소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재범을 막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하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으니 오래 교도관들은 '교육으로 사람이 바뀐다는 거는 포기한지 오래됐다'고 푸념한다"고 전했다.

각 교도소로서는 자격증 취득자를 많이 배출하면 교도소 홍보도 되고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셈이다.

◈ 시간때우기 교육, 대리시험…몰라서 그냥 두나 알아도 눈감나

교도소 안에서
도배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지난해 3월에 출소한 Y씨도는 "1년 교육 과정이라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시간 떼우기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는데 기술이 얼마나 숙달 되겠나"라며 "어차피 교도소도 실적 쌓기 위해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소자와 교도소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다 보니 자격증 따는데 대리시험도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교도소 안에서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출소한 O씨는 "
강사
도 '솔직히 여러분들 나가서 자격증 못 써먹는다'고 이야기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O씨는 "사회에서 심사반이 왔다가 이 사람들이 밥 먹으로 나가면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의 옷을 대신 입고 시험을 본다"며 "그렇게 해서 자격증을 딴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반인들은 좀처럼 알기 힘든 교도소, 그 비밀의 장벽 때문에 교도소의 사회복귀 준비프로그램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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