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경찰관이 취객 난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가운데,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취객이 관공서에 난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위급 상황에서는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최근 취객이 흉기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팀장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 서울 관악경찰서 난우파출소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이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조 청장은 당시 하급자가 취객과 상대하는 동안 밖으로 나간 팀장에 대해 “총이라도 사용해서 제압을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사람은 조직에 남아 있도록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조 청장은 이어 경찰 조직 내에 총기를 사용하면 불이익을 받는 관행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 뒤 “그런 매뉴얼, 규정이 어디 있느냐. 권총 등 장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직원은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또 “경찰 조직 운영에 연간 8조원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나약한 경찰관을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며 “경찰 관서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 있거나 조직폭력배를 제압하는 등 상황에서는 규정에 따라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이날 지역 경찰관에게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거나 현장에 출동할 때 권총이나 가스총, 테이저건 등을 반드시 휴대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관직무집행법 지침엔 피의자가 몽둥이나 칼을 들면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청장의 말은) 무조건 총기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적절한 장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징계를 받거나 민ㆍ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해 총기나 장구 사용을 꺼리는 의식이 만연하다고 판단, 적법하게 장구를 사용하는 경찰관을 징계에서 면책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적법하게 장구를 사용했음에도 직원이 민사 또는 형사 소송에 연루되면 본청 소송지원팀이 대응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 청장의 지시는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신창원 검거에 실패한 당시 경찰이 실탄 발사 전 공포탄 발사 기준을 두 발에서 한 발로 줄이자 사망자가 급증했다”며 “경찰청장이 총기 사용을 용감한 경찰의 기준처럼 이야기하면서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 스팟뉴스팀]

조현오 경찰청장이 흉기 소지자의 난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조 청장은 9일 오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총기 사용이 불러올 불이익(징계 및 민형사상 책임)을 걱정해 사용을 기피하는 의식이 만연돼 있다고 지적하며 “(위급상황에서) 권총 등 장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직원은 조직에 남아 있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조 청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일 서울 관악경찰서 산하 한 파출소에 칼을 들고 난입한 취객을 근무중인 경찰관이 특별한 장구 없이 대응하다 다친 상황을 언급하며 나왔다. 이날 부상당한 경찰관이 취객을 막는 동안 도망가는 듯한 모습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상관이 전보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총기 사용 뒤 책임 문제 때문에 취객 등을 제압하지 못하고 도망가면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며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나 폭력배를 제압하는 상황에선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관직무집행법 지침엔 피의자가 몽둥이나 칼을 들면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청장의 말은) 무조건 총기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적절한 장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적법한 총기 및 장구 사용 때 발생하는 책임에 대한 전면적 면책조항 신설도 추진할 방침이다. 적법한 장구 사용으로 소송을 당할 땐 본청 법무팀이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잉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999년 신창원 검거에 실패한 당시 경찰이 실탄 발사 전 공포탄 발사 기준을 두 발에서 한 발로 줄이자 사망자가 급증했다”며 “경찰청장이 총기 사용을 용감한 경찰의 기준처럼 이야기하면서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인권정책연구소 오늘 출범…인권위와 쌍벽 이룰듯
인권위 기존 멤버들 '인권정책연구소'창립…이외 단체들도 움직임 활발
   
현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옛 인권위 멤버들이 ‘재야 인권위’를 자처하고 나섰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 반기를 들고 지난해 9월 인권위를 떠났던 김형완 전 인권정책과장을 비롯해 김창국 초대 인권위원장, 문경란, 유남영 전 인권위 상임위원이 참여한 인권정책연구소가 29일 문을 연 것.

김형완 소장은 "인권 운동 단체와 정책 연구 단체가 전략적인 분업을 해야 할 때 우리 연구소가 등장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매달 정책 보고서를 내 입법부와 언론, 여론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오는 11월 첫 대국민 성찰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으로 활동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권 파수꾼'으로서의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금의 인권위와 차별화된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 26일에는 인권위 발행지인 ‘인권’의 대안을 모색하는 '거꾸로 인권'도 선을 보였다.

인권활동가와 사진작가 예술가 등이 참여해 만드는 이 잡지는 현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창간 멤버인 양철모 작가는 “이번 ‘거꾸로 인권’은 창간호이자 폐간 희망호다. 국가인권위 상황에 따른 유동적인 발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또 “해임, 사퇴, 인권상 거부 등 최근 인권위 사태뿐 아니라 인권위 안팎의 여러 시선들을 살펴 비판할 것"이라고 발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뜨겁다.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인권 단체들에서 정책 연구까지 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 분야에 집중해서 제안까지 하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인권단체들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될 인권센터를 설립할 계획인 인권재단 박래군 상임이사도 기대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이사는 "현재 인권위는 허망할 따름"이라면서 "반성적인 결과로 이런 단체들이 속속 만들어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헤매는 사이, 이를 대신할 이른바 '재야 인권위원회'가 탄생하면서 양대 인권위 체제를 맞게 됐다.

[아시아투데이=방성훈 기자 ] 검사의 무분별한 기소(공소제기)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인권실천시민연대, 법률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심사소위원회(이하 검찰소위)의 개혁안이 기소독점권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기소권 남용으로 시민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늘어났지만 피해를 본 시민에 대한 보상은 없거나 미미하고 검사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 검찰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검찰소위 개혁안은 중수부를 없애느니 마느니 등 시민들과는 실질적으로 별상관이 없는 사안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형식상으로는 행정부인 법무부 산하 기관이지만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을 가지며 실질적으로 법원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검찰에 이런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인권보호와 공정한 수사에 검사가 앞장서라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런 권한을 시민들을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되레 검찰의 권한남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시민들의 호소만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에 의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데 형사보상법에 의해 이뤄지는 보상은 변호사 비용조차 감당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미 망쳐버린 한 개인의 인생에 대해 누가 보상을 해줄 것이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무죄선고를 받아도 실추된 명예는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에 100만명이 고소·고발을 당했고 80만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중 12%가 기소를 당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기소했는 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에게는 불성실한 수사를 남발하면서 권력층에게는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검찰에 대한 체감 불만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권력실세의 비위사건에 대해서는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면서 일반 시민의 경범죄 사건에서는 구속영장을 남발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정치적 성향 때문에 야당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이제는 비일비재한 일이 됐다.

◇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검찰

일단 검사에 의해 기소되면 법률적 신분이 피고인으로 낙인찍히면서 직장, 가족 등 생활 전반은 엉망이 되기 시작하고 사회에서는 이미 그 자체로 범죄자나 전과자 취급을 당한다.

가정이 파탄나거나 직장을 잃고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등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죄가 없더라도 일단 기소를 당하면 무죄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그동안의 기간에 겪은 정신적 고통, 사회적·재산적 피해 등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기소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송치받은 사건, 직접인지 등으로 수사한 사건에 대해 피의자가 유죄라고 판단, 법원 재판에 넘기는 절차다.

당연히 검사의 기소는 신중히 이뤄져야 하지만 검사의 주관적 독선으로 이뤄지거나 정치적인 압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엄중한 견제나 통제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실효적인 수단은 마땅히 없는 형편이다.

피고인인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보상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데 반해 수사 검사나 기소 검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별다른 제제나 불이익조처를 받지 않는다.

피고인의 경우 구속영장 발부나 하급심에서의 유죄선고 등으로 수감 생활을 하다가 최종 판결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때에만 국가보상청구권 행사를 통해 '쥐꼬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형사보상법에서 규정하는 최대 보상금은 하루에 해당연도의 최저임금법상 일급최저임금액(2011년 3만4560원)의 5배로 2011년 현재 상한액은 17만2800원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인해 피해를 입는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무분별한 기소를 막을 수 있다”며 “형사보상이 구속된 피고인에게만 이뤄져 피고인이 겪어야 하는 큰 고통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미미한 액수에 불과하고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억울하게 기소당한 시민들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확대돼야 한다. 현재의 보상체계로는 힘들다. 벌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은 모두 국가예산으로 쓰이고 있는데, 약 1조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기금을 보상금으로 쓰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몰수기금으로 보상금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놔두면 돈세탁이 이뤄지고 다른 범죄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범죄자금의 환수요건이 까다로운데 다시 범죄에 쓰일 돈이라면 규제를 좀 느슨하게 해서 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선 기소부터, 수사는 마음 내키는대로

지난 2009년 1월 검찰은 ‘허위통신죄’ 처벌조항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적용하여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이 조항을 적용하여 수사·기소한 사건들은 촛불집회, 천안함 침몰 등 정부의 활동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대립이 있는 사안이었다.

이 조항은 50여 년 전 제정돼 2008년에야 처음으로 적용됐고 위헌성 논란이 제기돼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후 검찰이 기소한 사건들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기소권 남용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형평에 맞지 않는 법적용의 사례다.

억지 수사로 억울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한 판사는 “심증으로는 유죄라고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엄격한 형사사건의 특성과 검찰의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보상을 청구하면 재량의 범위 안에서 덜 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부실한 수사와 증거부족으로 올바른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부당한 이득을 받는 사람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 사법개혁안, 검찰이 달라질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소위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검찰은 기소권 남용과 관련된 사항에서 검찰시민위원회와 기소검사실명제를 제외하고 사법개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검찰소위는 검찰시민위원회 명칭을 검찰심사시민위원회로 하고 고등법원에 설치하자는 의견이 주류였으나 독립기관으로 하자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기소검사실명제는 전원이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오 국장은 “국회 사개특위의 개혁안은 실질적으로 검찰권을 통제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 검찰의 반발은 이후 진행될 검찰개혁 작업을 미리 봉쇄하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권은 검사들을 위한 권한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인데 검찰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검사들만을 위한 무소불위의 검찰권 행사를 계속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지난 19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개혁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촛불시위, PD수첩, 미네르바, 교사 시국선언 등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권 남용 등 인권침해 사례가 부지기수이지만 검찰은 기소검사실명제 등 사법개혁안 일부만 제외하고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등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통제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국회는 흔들림 없이 사법개혁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부 실속부터 다져야

검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건은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고 수사와 관련해 지시를 받기도 한다. 독립적인 수사를 하기에는 외압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잘못됐을 때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에 대한 책임은 사건을 담당한 주임검사가 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외부의 압력이 있을 때는 관련자들을 모두 책임자로 봐야 하고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생 황모(32)씨는 “최근 몇 년 검찰의 행태를 보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검사는 하기 싫어졌다.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해도 검사로서 지켜야 할 정의와 형평의 원칙을 무시하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감한 정치나 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수사는 소수 수사부서가 대부분 독점해 과잉수사나 부실수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편중된 수사권한으로 인해 공정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들까지 비판받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수사에 문제가 있음에도 강행하고 있지만 인사상 불이익은 없고 오히려 승진의 사유로 작용하고 있어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김희균 교수는 “검찰은 독립성과 민주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집단이다. 정권의 하수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줬지만 많은 폐해 및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성과 민주성 양립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시민감시체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잘못된 수사나 권한을 남용한 검사에게는 인사상 불이익 등 책임을 물어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신뢰받을 수 있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성훈 기자 dvdbang@asiatoday.co.kr>



장애인 편의시설 외면하는 檢 ·警 일선 수사·조사기관들 장애인 편의시설 열악

일반인들에게도 언제나 문턱이 높게만 보이는 수사기관이나 조사기관. 이들 기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얼마나 마련하고 있을까?

CBS 노컷뉴스가 20일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일선 검찰청과 경찰서를 긴급취재한 결과, 장애인들을 위한 조사시설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준칙상 장애인을 위한 조사시설을 따로 마련하거나 관련 장비 등 시설물을 설치할 것을 내규로 정해놓고 있지만 일선 검찰과 경찰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 이름뿐인 일선 검찰의 장애인 조사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검찰청에 마련된 장애인 조사실.

야간 당직실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몇 평 남짓의 조사실에는 상주하는 직원 없이 책상과 의자 한 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여성수사관 전용 숙직실과 벌금 미납자 감금실로 함께 운용되고 있어 사실상 장애인 조사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 조사실을 따로 마련해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선 검찰청 장애인 조사실 열악한 상태다.

이 곳에서 고소인이나 피고인 신분으로 장애인들이 조사를 받게 되도 일반인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르면'장애인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일선 기관들은 바로 이 규정을 바탕으로 장애인 조사실을 마련,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검찰청은 지난 1997년부터 장애인이 검사실에 출석할 때 겪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각 검찰청 1층에 '장애인을 위한 조사실'을 설치, 운용해 왔다.

하지만 일부 지청은 이를 지켜 장애인 조사실을 따로 마련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 등 들쑥날쑥이었다.

현재 경기도 내 장애인 조사실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수원지검과 안산지청, 안양지청, 고양지청으로 모두 4곳. 성남지청과 여주지청, 평택지청의 경우 별도로 장애인 조사실을 구비해 놓고 있지 않았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지검 내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1층에 장애인 조사실을 따로 마련했다"며 "사건이 있을 때만 해당 검사가 1층으로 내려와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 일선 경찰서 "장애인 조사실이 뭔가요?"

그나마 장애인 조사실에 대한 구색을 맞춰놓은 검찰과 달리 경찰은 이마저도 전무한 상태였다.

CBS노컷뉴스가 이날 수원지역 3개 경찰서와 화성, 용인지역 경찰서, 의정부경찰서 등 경기도 내 일선 경찰서에서는 장애인 조사실을 둘러본 결과, 별도의 조사실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의사표현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뒤섞여 조사를 받아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진술녹화실을 이용하고 있다"며 "따로 장애인 조사실을 만들어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 조사실은 없고 농아인에게 수화 통역사를 제공하거나 목발, 휠체어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봐 주고는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서 현관 입구에 마련된 점자 안내판이나 길 안내용 점자 블록은 정작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 '전시용'시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경찰청과 일부 경찰서의 경우, 현관 앞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주요 부서 점자 안내판이 아예 없거나 중간에서 끊어지는 등 '엉망' 수준이었다

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부기동(35) 과장은 "'김'이라는 단어를 점자로 쓸 때 단어를 이루는 ㄱ,ㅣ,ㅁ을 함께 붙여 써야 하는데 이 점자는 일부분은 음소를 모두 붙여쓰거나 어디는 떨어뜨려 놨다"며 "끝선을 맞추려고 하다보니 외관상 좋게 하려고 이렇게 들쭉날쭉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촉지도 위에 설치돼 있던 시각장애인용 안내 음향신호기도 먼지만 쌓인 채 작동이 되지 않았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찰서 등 공공시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이나 음성안내장치를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경찰서는 음성안내장치는 커녕 점자안내지도인 촉지도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수원 남부경찰서의 경우 시각장애인용 촉지도가 없는 것은 물론 출입구로 안내하는 유도선도 엉뚱한 곳으로 안내해 주고 있었다.

조병선(45)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도지부 본부장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얽매이다 보니 대부분의 시설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이용자가 많이 없다고 해서 시설을 엉성하게 해 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인권보호수사준칙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검찰,경찰이 장애인 피의자, 피해자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조사실을 따로 만드는 예산이 부담된다면 권역별로라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검찰‘자본주의연구회’ 전 회장 구속기소

검찰이 18일 대학생 연합학술 동아리 ‘자본주의 연구회’의 전 대표 최모씨(37)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학술단체의 연구에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이날 자신의 노트북과 USB 등에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에 대하여> 등 이적표현물 90여건을 소지한 혐의로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2007년 9월 회원에게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주고 학습하도록 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최씨의 변호인인 심재환 변호사는 “북한의 문서로 공부를 했다고 그것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며 “최근 대법원 판례도 문서를 소지했는지보다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살피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 변호사는 “결혼한 지 1년밖에 안된 최씨는 도주할 우려가 없고 증거도 확보한 상황인데, 굳이 가둬놓고 재판을 치러야 하느냐”며 구속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씨에게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여해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와 2009년 7월 동원훈련 연기용으로 진단서를 위조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적용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공소 제기 사유로 불충분하자 진단서 위조까지 엮어 함께 기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학 내에서 어떤 책에 대해 토론한다는 이유로 국보법으로 처벌한다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인왕산 등산조차 막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자의적인 공권력 남용이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해고자로 서울에 와있는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지난 15일 오후 2시 지친 몸을 쉴 겸 등산을 결심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정동에 위치해 사직공원을 통해 인왕산에 가기 좋다.

두 사람이 산에 올라가고 뒤이어 양형규 조직부장과 또 다른 조합원도 인왕산서 만나기로 했다. 양 부장은 “모처럼 조합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줬고 산에 올라 좋은 공기도 마시고 마음도 깨끗하게 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양 부장은 등산을 못했다. 사직공원에서 15분쯤 올라가자 첫번째 검문소에서 경찰이 양 부장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휴대폰 번호까지 적었지만, 경찰은 길을 막았다.

양 부장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휴대폰 번호도 다 적었는데,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려보내라’고 지시하고 길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집회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사복입고 등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경호법상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끝내 등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뒤이어 앞서 올라간 두 명의 한진중공업 해고자를 찾아가 이들을 강제하산시켰다. 이아무개씨는 “두 명이서 올라가고 있는데 10여명쯤 되는 경찰들이 와서는 강제로 산을 내려가게 했다”며 “해고 노동자는 산에도 못 올라가는 것인지 매우 심한 인격모독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부 등산객 발길 돌려…행락철 시민들 큰 불편
해고자들 “등산도 못하나 매우 심한 인격 모독”

경찰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등산하려던 것을 막은 다음날인 16일, 경비인력을 늘려 한곳을 뺀 주요 등산로를 막았다. 이에 따라 주말을 맞아 인왕산을 찾았던 등산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등산객 이아무개(40·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인왕산을 오르려다 경찰에 막혔다. 김씨는 “경찰이 철문으로 막고 아예 못 올라가게 해 다른 출입구로 갔지만 그 곳도 막혀있었다”며 결국 등산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겨레> 취재 뒤 경찰은 출입문 봉쇄를 푸는 대신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인왕산을 오르려던 시민들은 오전 내내 신분증을 제시하고 산에 오르는 불편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산에 간다는 첩보가 있었고, 주변에 집회가 많아 경비 인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이날 산에 올라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해고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인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고 겨우 2~3명이 등산하려는 것도 국가가 개입해서 막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이 정부가 가혹한가 묻고 싶다”며 “화장한 봄날 행락철에 시민 불편을 아랑곳않는 경찰행정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면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와 무관하게 경찰이 자의적으로 과잉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내인생의 책
 
<노동의 새벽>
박노해 지음/느린걸음·7800원
한동안 무슨 서열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문학과 비문학이 있고, 문학의 정점에는 시가 있었다. 무언가 읽는다면, 그것은 시 아니면 소설이어야 했고, 나머지는 그저 잡문으로만 여겼다. 시인은 남다른 존재였다. 그들은 부러운 존재였고, 나는 부끄러운 존재였다. 나의 유일한 선택은 그저 부지런한 독자가 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럴 때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전남 출생, 15살 상경, 기능공’이라는 짧은 소개 뒤에 자신을 숨긴 얼굴 없는 시인이 가져온 충격은 엄청났다. 그동안 시는 문학의 본령이고, 고급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박노해의 시는 그것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박노해는 그동안의 시인들이 아무리 애써도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에 있었다. 문단은 경악했고 독자들은 열광했다. 수십만명의 독자들이 <노동의 새벽>을 찾았다. 절반쯤의 시들은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인에 대한 콤플렉스는 박노해가 한방에 날려주었지만, 나는 또다른 부끄러움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에는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부끄러움은 꽤 오래갔다. 어쩌면 그 부끄러움 때문에 지금도 직업운동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렀다. 얼굴 없던 시인은 서울노동운동연합과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거쳐 딱 20년 전 이맘때 얼굴을 처음 드러냈다. 수갑을 찬 분노한 얼굴, 뭔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7년 반의 수감생활을 거쳐 세상에 돌아온 박노해는 여전했다. 그가 이끄는 ‘나눔문화’는 가장 원칙적이면서도 따뜻한 시민단체가 되었다. 그의 감수성은 이 땅의 노동자를 넘어 제3세계 곳곳의 가난한 사람, 쫓겨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 꾸준한 작품 활동 끝에 최근에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란 시집도 냈다. 세월을 따라 그의 활동기반이 비합법에서 합법의 공간으로, 혁명적 낭만은 좀더 진지한 휴머니즘으로 변모했지만, 박노해는 1984년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박노해가 노래한 노동현실 역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박노해가 절규하던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밤 깊은 어둠이 여전하다. <바겐세일>에서처럼 일자리를 구하던 스물일곱의 답답한 청춘들은 그대로다. 아니, 비정규직의 양산에 따라 청춘들의 삶은 더 고약해졌다. <노동의 새벽>에서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하던 절망도 온통 그대로다. 그래도 예전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절망을 넘어선 희망이 있었다. 혁명적 낭만도 있었다. 언제 해고되고, 삶을 포기할지도 모를 불안한 삶이지만, 이 정직한 절망마저 ‘이제는,/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평온한 미래를 위하여/ 결코 평온할 수 없는/ 노동자의 대도를 따라/ 불안의 한가운데로 휘저으며/ 당당하게 당당하게/ 나아가리라’던 포부(<평온한 저녁을 위하여>의 일부)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불안은 더 곤혹스럽다. 희망 없는 불안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자살로 이어지곤 한다. 지금처럼 ‘새벽’이 절실한 적은 없었다.

힘들어도 살아갈 수 있는 희망, 깊은 밤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새벽’ 같은 희망이 그립다. 그래서 다시 <노동의 새벽>을 꺼내 든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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