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 대응 '적극적 진압'으로 바뀌나


대치하는 시위대와 경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23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0.6.23 doobigi@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경찰이 안전성 논란이 있는 진압장비의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시위 대응 방식이 적극적 진압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청이 입법예고한 '경찰 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지향성음향장비'(LRADㆍLong Range Acoustic Device)가 진압장비에 추가되고 특수상황에서만 사용되던 다목적발사기의 사용범위가 확대된다.

'음향대포'로도 불리는 지향성음향장비는 음이 확산하는 일반 스피커와는 달리 레이저 빔처럼 좁은 영역을 향해 소리를 발사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2천500kH의 고음을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인 152dB까지 낼 수 있어 선박에서 해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물리치는 데도 사용된다.

고무탄과 스펀지탄ㆍ페인트탄ㆍ조명탄 등을 넣어 사용하는 다목적발사기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시위진압과 경호를 위해 1984년 도입됐지만, 파괴력이 커 대간첩ㆍ대테러작전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용이 허용됐다.

이들 장비는 시위 진압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우려 때문에 인권기관과 단체들이 시위대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지향성음향장비는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회의 때 시위진압에 사용됐지만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회의 때에는 법원이 시민단체의 사용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진압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쌍용차 사태 당시 다목적발사기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용 자제를 경기지방경찰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경찰이 논란을 무릅쓰고 이들 장비를 도입ㆍ확대하려 함에 따라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의 시위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전경을 동원해 질서유지와 방어 위주로 시위에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압도적인 물리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시위대를 통제하는 식으로 대응 방식을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평소 불법 집회ㆍ시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온 것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실어준다.

조 청장은 '동영상 파문'으로 이어졌던 내부특강에서 "과격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물포, 다목적발사기, 테이저건, 음향기까지 도입하려고 공청회 건의를 한 상태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경우에 따라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향성음향장비 사용은 사실상 국가가 다중을 상대로 테러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조 청장 취임 후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쪽으로 간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이번 개정안 내용을 보면 집회ㆍ시위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갈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집회ㆍ시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예전부터 추진해오던 흐름과 일치하는 것으로 진압 방식의 변화로 볼 여지는 없다"며 "사용기준을 엄밀하게 정해 무리한 사용이 없도록 엄격히 규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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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전성 미검증 진압장비 사용 확대 추진

"다목적발사기 사용 자제하라" 인권위 권고는 `뒷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김승욱 기자 = 경찰이 과거 시위대 해산 때 안전성 시비가 일었던 진압 장비의 사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인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체에 명중했을 때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다목적발사기는 사용을 자제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통령령인 '경찰 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확정해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음향대포'로 불리는 지향성음향장비(LRADㆍ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기타장비로 분류하고, 가스차나 다중해산용 물포(살수차), 특수진압차, 함정용 물포와 같은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비는 불법집회ㆍ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ㆍ신체의 위해와 재산ㆍ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 현장 책임자의 판단에 의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정한 구경(口徑)의 유탄이나 최루탄, 조명탄, 고무탄 등을 다양하게 쏠 수 있는 진압용 장비인 다목적발사기의 사용 기준을 명시한 제15조도 개정했다.

애초 `인질범의 체포 또는 대간첩ㆍ대테러작전 등 국가안전 관련 작전을 수행하거나 공공시설의 안전에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필요한 때 최소한의 범위에서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던 것을 2개 항으로 확대한 것이다.

1항은 개정 전과 같이 대간첩ㆍ대테러작전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지만, 2항에는 경찰의 발사 재량권을 크게 확대했다.

▲인질범 체포 ㆍ폭동 진압 ▲공공시설ㆍ장소 또는 불법으로 점거한 건물ㆍ시설에서 무기ㆍ흉기ㆍ폭발물 등으로 경찰관의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이의 진압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ㆍ신체의 현저한 위해 방지 등에도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2항의 경우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때에 최소한의 범위에 고무탄ㆍ스펀지탄ㆍ페인트탄ㆍ조명탄만 다목적발사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향성음향장비나 다목적발사기의 안전성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 경찰의 이번 규정 개정이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경찰이 사용한 다목적발사기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소음을 시위대에게 발사하는 지향성음향장비도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사용됐으나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 때문에 문제가 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초 용산참사의 국민적 충격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건에서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법령의 근거를 만들려 하는 것은 반인권적 발상이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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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호 앵커(이하 앵커) : 정부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테러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경호의 문제는 보안이 필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국가의 중요행사를 앞두고 어떤 방향으로 경호가 진행될지,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최소화할 지 궁금합니다. G20 경호 안전 통제단 자문 위원이신
한국체육대학교 김두현 교수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두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하 김두현)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주요 국가들의 정상이 모이는 만큼 경호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할 텐데요, 일단 G20 행사는 어떤 경호가 돼야 한다는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진 게 있습니까?

☎ 김두현 : 네 한마디로 국빈을 따뜻한 마음으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방향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상상 최대의 국제 행사로 치러지는데요. 행사에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경호 안전이 G20성공에 핵심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등에서 치러진 국제행사가 성과가 퇴색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 서울 G20은 국민들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도 국제조직 연대에 의한 시위와 테러를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경호 안전 통제단에서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 성공적 개최를 위한 효율적인 경호안전 대책을 마련해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앵커 : 국가 정상들의 경호는 다른 일반 경호와는 차원이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 원수의 경호 특징은 어떤 것이 있나요?

☎ 김두현 : 뭐 잘 아시다시피 이번 G20정상회의는 세계 주요 20개국에 정상을 비롯해서 15개국 초청국에 정상 등, 총 35개국에 정상뿐 아니라 수행원도 3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에 경호 안전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이고, 또 성공적인 행사 진행은 결과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공하고, 범세계적인 경쟁 성장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G20정상 회의를 앞두고 이른바 최근에 진보성향에 단체들이 G20 반대시위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최근에 있어서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국적 상승에 절호에 기회에 이러한 행위는 국익을 위해서는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고요. 아시다시피 우리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손님을 초대해 놓고 불쾌감이나 유해를 안게 준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따라서 일부지역에 제가 알기로는 평화시위 지위 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 시민들에 집회결사에 자유를 만끽하는 시민문화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앵커 : 일단 공항과 숙소에서 경호는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됩니까.?

☎ 김두현 : 이미 G20 경호통제단에서는 구체적인 경호안전 계획을 수립해서 만발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정 시기가 되면 경호 통제단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공제를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공항과 숙소 행사자 등은 참가국 정상들에 안위와 직결되는 장소로써 국제 테러 조직에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는 만큼 빈틈없는 경호안전대책을 취해야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물론 경호 안전 활동 과정에서 최대한 시민들에 편의를 보장해야겠지만 불가피하게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음으로 선진시민의식에 자세로 참여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앵커 : 시민에 불편을 최소화 하기위한 정보당국에 노력, 또 방안은 논의되고 있습니까?

☎ 김두현 : 아까 말씀하신데로 경호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에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언론에 교통통제로 인해서 주변에 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정상들에 이동 과정에서 교통 통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다만 정상들에 이동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많은 차선을 통제하느냐가 경호 영향에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서울에 여러 가지 도로 교통량이 그대로 유지가 된다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행사 기간 동안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급적 행사장을 우해한다면 예상만큼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시민들에 자발적인 협조가 불편에 최소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 경찰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 김두현 :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고요. 경찰은 아무래도 치안에 중점을 두고요. 그러면서 행사도 중요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에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특정한 시기가 되면 홍보를 하겠지만 이러한 경찰력 가지고는 모든 것을 동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나 군인이 동원돼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 군인도 동원된다는 말씀이네요?

☎ 김두현 : 네네

앵커 : 혹시나 치안 공백에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우려도 있거든요.?

☎ 김두현 : 네, 그렇습니다. 근본적으로 경호에 국제 행사를 치루는데 있어서는 행사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서울이나 전국에 있어서,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남북 분단에 놓인 상황이고 최근에 천안함 사건과 같은 여러 가지 사건, 또 국제 테러에 의한 여러 가지 악날한 사건, 이런 것들 때문에 경찰에 치안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네, 이번에 경호원은 G20경호특별법이 통과 되서 법에 의거해서 진행되는 겁니까?

☎ 김두현 : 그렇습니다. 이번에 G20정상 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한시적인 특별법이 제정된 것입니다. 과거 같은 경우에는 평상시 법을 확대한다든지 그냥 밀어붙치기식 경호였지만 민주화된 오늘에 있어서는 합법적인 법률 제 재정해서 적용하는 경호법치주의에 현재를 보는 것 같아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특별법은 10월 1일부터 행사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법입니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대규모 반대 시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특별법은 테러 방지와 시위에 차단을 비롯한 성공적인 경호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고 생각이 들고요. 특히 이 특별법을 통해서 반세계화, 폭력시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성공적인 행사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앵커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같은 보수인사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굳이 기존법을 가지고도 질서 유지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특별법을 굳이 만들어서 인권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헤칠 수도 있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이유가 왜 있느냐. 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두현 : 경호 관련된 법에 통합 방위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통합 방위법에 경찰력 동원함에 있어서는 비상상태가 발생되었을 때 동원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을 통해서 그런 비상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국민에 생명과 재산을 사전에 예방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확대해석한다거나 또 유추해석을 통해서 법을 적용해도 되지만 오늘날에 국민들 요구는 민주화된 법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소 오해를
갖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따라서 경호 법치주의 실현 차원에서 오히려 이와 같은 법률이 재정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사도 중요하지만 국민에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두현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G20 경호 안전 통제단 자문 위원이신 한국체육대학교 김두현 교수 연결해서 경호 방향을 들어봤는데요. G20은, 세계 주요 정상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이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도 커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경호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 보겠습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하 오창익) :

앵커 : 앞서, G20 경호 안전 통제단 자문위원을 연결해서 대략적인 경호 방향을 들어봤는데요. 정상 회의 기간 동안, 강한 경호 대책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강화될 것으로 보시는 건가요?

☎ 오창익 : 뭐 구체적인 강도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 움직임을 보면 매우 강도 높은 검문검색, 또 차량 통제 출입통제 등이 진행 될 것 같습니다. 회의장 주변인 코엑스 주변은 전면적인 통제를 진행하고요. 경찰 발표에 의하면 주민등록증을 가진 지역 거주민만 선택적으로 출입이 가능할 것 같고요. 다른 상인이나 회사원등, 거주지가 코엑스가 아닌 사람들은 아마 출입도 못 할 것 같습니다. 또 회의장 주변만 문제만 아니라 각국 정상들이 있는 호텔 주변도 강도 높은 경호가 진행 될 것 같은데요. 문제는 이게 다 도심에 있고 또 곳곳이 인구 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 :경호안전구역도 지정이 된다죠?

☎ 오창익 : 네, 각국 정상들이 머무는 동안 사실 1박 2일입니다만 상당한 불편이 예상되는 데요. 회의장 주변만 아니라 정상이 들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곳곳에서 교통 통제가 진행 될 것이고요. 차량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도 진행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시민들이 시민이 좀 불편을 참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호 대책이라는 게 차질 없이 마련 돼야 되는 것은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시민에 불편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한데요. 정부 대책이 한쪽 방향으로만 쏠리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앵커 : 오는 10월부터 발효되는 'G20 경호안전특별법'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군대 동원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창익 : 그 부분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경비나 경호라는 게 민감 영역인데 군대를 꼭 투입해야 되느냐. 이것이 적당한 일인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왜냐면 군대라는 조직은 적법절차 원리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움직입니다. 목적달성만을 우선시 하는 조직이죠. 그래서 군은 민과 접촉면을 가질 때 상당히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군이 투입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없어야 하는데, 만약 꼭 군이 꼭 투입 돼야 된다면 정말 군대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국한 돼야 하고요. 민간과에 접촉면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특별한 대책업무를 군만 수용할 수 있다. 이런게 검증 돼야 될 것 같고요. 그런 경우에 제한해서 배치하되 민간과 접촉은 최소한 줄여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 외국에 사례는 G20 회의가 열리는 동안에 군인들까지 동원한 경우가 있나요?

☎ 오창익 : 나라마다 치안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좀 다른데요. 한국이 회담을 준비하는 것처럼 이렇게 유별나게 준비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우리가 G20회담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인데 이런 식으로 외국 정상이 수십 명씩 한꺼번에 온 행사는 이미 김대중 정부 때, 노무현 정부 때 다 있었습니다. 또 저희가 행사를 비교적 잘 치렀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요번에는 좀 유별난 행사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행사를 잘 치루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나라에 국격이나 품격에 수준이 상당정도 올라왔거든요.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름도 낯선 나라에 외국 정상 1명 왔다고 연도에 나가서 국기를 흔들고, 학생들 동원하고 이런 때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라에 품격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적절한 경호 대책이 강고 돼야 된다고 봅니다. 집회 시위도 전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장 바로 코앞에서야 어렵겠지만 다른 지역에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겠고요. 구체적인 위험이 없는 한,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행사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앵커 : 과거에도 국제회의나,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당시에도 경호특별법 같은 게 한시적으로 시행 된 적이 있습니까?

☎ 오창익 : 아니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이 초유에 일이고요. 부산에서 APEC 열릴 때도 근처에도 집회시위하고 그랬습니다만 경찰 스스로는 그렇게 평가하던데,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것을 세우거나 해서 적절한 치안 대책을 마련해서 잘 해결했다고 하는데요. 컨테이너 박스를 세울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저는 뭐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또 하나는 G20 기간에 과연 우려할 만한 시위 사태가 있을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굉장히 많은 인사들이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모 할 것 같진 않고요. 그러니까 저는 경비 대책을 내놓은 것도 좋은데 필요한 만큼 또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만큼 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 그런 의견을 수렴해서 경호 당국에서도 시민들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내 놓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오창익 : 네 고맙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사필귀정” 윤지영 변호사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

ㆍ박원순 상임이사는 해외 출장 재판 불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변호사)의 변론을 맡은 윤지영 변호사는 15일 선고 후 “사필귀정”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윤 변호사는 “국가가 정당한 비판을 소송으로 막으려 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라며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항소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해서 소송 제기 자체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확실히 알리겠다”며 “박 변호사는 소송이 지연되자 피고의 입장으로 지내야 하는 데 대해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회혁신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고 전 블로그 ‘원순닷컴’에 올린 글에서 “오늘 저에 대한 소송의 선고가 있는 날”이라며 “변호사인 내가 피고가 되어, 그것도 나라로부터 소송을 당해 이렇게 선고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한다니, 참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방한했을 때 가장 깊은 우려를 표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사건이었다”면서 “당연한 판결이지만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진 이즈음 이런 판결이 나와 매우 반갑다. 국가는 법원의 준엄한 판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애초 무리한 소송이었는데, 법원이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기념비적 판결이 아닌가 싶다”며 환영했다.

<장은교·정영선 기자>


마구잡이 불심검문 개선은 커녕 ‘역주행’

ㆍ경찰, 젊은 사람 선별 검문… 인권위 “권한남용” 서면 경고
ㆍ17번 개선 권고 받고도 무시·강화쪽으로 법 개정 추진 ‘비난’

오모씨(37)는 지난 2월 인천의 자주 가는 PC방에서 6~7번이나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오씨가 나중에 불심검문을 거부하자 경찰은 “경찰서로 동행하자”며 윽박질렀다. 오씨는 이 사실을 해당 경찰서 감사실에 신고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또 불심검문을 받았다. 결국 오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해당 경찰관은 조사과정에서 “점잖아 보이는 사람을 제외하고 젊은 사람을 선별적으로 불심검문했다. 경찰관 근무복을 입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경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심검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6일 “젊은 사람을 선별적으로 검문검색한 경찰의 행위는 권한 남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경찰서에 대한 서면경고와 경찰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경찰의 마구잡이 불심검문은 자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국가인권위는 2004년부터 경찰의 불심검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으니 시정하라는 권고를 17번이나 내렸다.

인권위는 2004년 9월 경찰은 정복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불심검문할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6년 11월에는 미군기지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 일대가 군사보호시설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을 불심검문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2008년 11월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민주노총이 입주한 건물을 봉쇄하고 모든 출입차량에 대해 불심검문을 한 것과 관련,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시정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불심검문 대상자를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는 불심검문시 소지품 검사범위를 ‘흉기’에서 ‘무기 등 그 밖의 위험한 물건’으로 확대했다. 범인의 검거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자동차·선박과 적재물을 검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또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이 검문대상자의 지문까지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불심검문을 강화하면서도 검문 대상자의 거부권을 명시하지 않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수정·보완을 권고했다. 경찰은 일단 거부권을 보장하는 문구를 추가하는 개정안 재수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불심검문시 목적을 밝히고 신분증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불심검문은 범죄에 연관 있다고 의심되는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해야 하는데 검문권이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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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영으로 노동자를 춤추게 하라 [2010.09.01. 제826호]
이정훈
우리 회사는 비민주적이고(50%), 폭력적이고(46.6%), 주인은 CEO이며(48.7%), 성차별이 있다(48.5%)… 직장인 설문으로 드러난 사내 비민주주의 현실
» 인권경영의 출발점은 기업 내부다. 하지만 직장인 상당수가 조직의 비민주성, 언어·물리적 폭력, 초과근무 등을 호소한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직장인들이 밤 늦게까지 환하게 불을 켜고 일하고 있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한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 다니던 김기철(가명)씨는 지난해 말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옮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팀장의 폭언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나마 후배들에 비해 욕을 덜 먹는 편이었지만,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폭언을 일삼았다”며 “1년 넘게 버티긴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팀장은 밤샘 근무도 당연하게 요구했다. 김씨는 “영업하느라 외근을 하고 있는데, 서류 하나 점검하라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회사로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못된 상사를 피해 회사를 옮기거나 다른 팀으로 간 인원이 여러 명이었다. 그런데도 올해 팀장이 승진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역시 최고경영자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며 자괴감을 토로했다.

사내 민주주의, 인권경영의 출발점

김씨처럼 직장 안의 인권침해로 직원이 회사를 옮기면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해당 기업이다. 그동안의 교육한 것이나 업무 노하우 등을 고스란히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권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인권경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노사관계를 비롯해 사내 민주주의가 확보돼야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제3세계에서도 인권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안젤라 강주현 대표는 “본사 및 직영 공장의 노동자들이 가장 우선적인 인권경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아무리 거금을 들여 지역사회에 공헌해도 행복한 임직원이 없다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 안의 인권경영 수준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21>이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직장인 943명을 상대로 ‘당신의 직장은 얼마나 민주적인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내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비민주적’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이 딱 절반인 50%(다소 비민주적 28.3%, 매우 비민주적 21.7%)에 달했다. 이어 ‘보통’이 31.2%, ‘다소 민주적’(28.3%), ‘매우 민주적’(4.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가까운(46.6%) 직장인들이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폭력’이 대부분(44.1%)이었지만 ‘구타 등 물리적 폭력’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도 2.5%에 이르렀다. 물리적 폭력은 공기업(7.7%)과 대기업(5.1%)이 중견기업(3.6%)·중소기업(2%)에 비해 많았다.

야근·잔업 등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절반 이상(57.8%)이었다. 특히 중견기업(65.2%)과 중소기업(58.5%)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대기업(48.5%)과 외국계기업(44.4%)에 비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는 대답이 많았다. 작은 기업의 직장인들이 더 많이 일하고도 연봉 등 대우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성차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안에 성차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8.5%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직장인은 평균보다 많은 57.9%가 성차별을 호소했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정보제공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 11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경제기회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직장 내 차별에서 38.3점으로 최하위권인 104위에 그쳤다.

» 직장인이 생각하는 직장 내 인권경영 수준(943명 설문조사)

‘사내 불만·모순 해결 부서 없다’ 88.8%

출신지·학교·종교 등에 대한 차별의 경우 ‘있다’는 응답이 41.7%로 성차별보다는 적었지만 상당한 수준이었다. 기업별로는 공기업이 61.5%로 대기업(48.5%), 중견기업(50.9%), 중소기업(39.0%), 외국계기업(37.0%) 등에 비해 높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바로잡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우선 노동자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대변할 노조 가입부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인 72.1%가 ‘노조 가입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중견기업(75.9%), 중소기업(71.8%), 대기업(71.7%), 외국계기업(70.4%) 등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공기업(61.5%)이 그나마 자유로웠지만, 여전히 과반수 이상이 노조 가입의 어려움을 토로한 셈이다. 그런데도 노조 대신 불만을 전달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부서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내 불만이나 모순을 해결하는 부서가 있나’라는 질문에 88.8%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직장인들의 생각이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과도 일치했다. ‘직장 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묻는 질문에 절반가량(49.7%)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직원들의 의견이 잘 전달되느냐’는 질문에는 52.2%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가끔 반영된다’는 응답이 38%였다.

결국 이같은 상황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았다.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최고경영자’(CEO)를 꼽은 직장인이 48.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직원 모두’(36.6%), ‘임원’(6.2%), ‘주주’(6%) 등의 순이었다. 절반가량이 상당 시간 초과근무까지 하면서 회사를 일해 일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불량하다’는 응답이 36.7%(다소 불량 22.1%, 매우 불량 14.6%)였으며, ‘본인이나 동료의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22.4%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인권 상황은 점점 열악해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들은 인권 향상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의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 의무적으로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인권 교육만 해도 상황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주철기 사무총장 역시 “인권 존중 원칙이 회사 조직 전체로 확산돼 기업 안에 내재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 민주주의 문제에 직장인 관심 높아”

한편 직장인들의 사내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인크루트 회원인 직장인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조사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천 명에 가까운 직장인이 답변을 해왔다. 인크루트 정재훈 홍보팀장은 “900명이 넘는 응답자는 평소 몇주간 설문조사를 진행해야 나오는 수치”라며 “평소 직장인들이 사내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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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풀려나도 여전히 갇혀 있는 양심수 58명
정부는 양심수가 없다지만, 자료에 따르면 58명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부분 힘없는 노동자·철거민·이주노동자 등이다. 국가가 힘없는 이들에게만 칼을 강하게 휘두른다는 말이 나온다.
[155호] 2010년 08월 30일 (월) 14:37:14 전혜원 인턴 기자
힘있는 사람들이 대통령 사면으로 풀려날 때마다 십오 척 담장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는 이들이 있다. 철거를 반대하다, 파업을 벌이다, 시위에 나서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2010년 한국에서 양심수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소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들은 이들을 우리 사회의 ‘양심수’라 부른다.

‘양심수’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정치·종교적 신념,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이유로 투옥되거나 신체적 자유가 제한된 이들 가운데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을 양심수라 정의한다. 문민정부 때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자 및 비전향 장기수의 석방을 주로 요구하던 국내 인권단체들은 2000년대 이후 양심수 개념을 점차 확장하기 시작했다. 모성용 양심수후원회 상근부회장은 “다수·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등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 국가가 규정한 법에 저촉돼 구금·투옥된 모든 사람을 양심수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조남진
2008년 6월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을 경찰이 폭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양심수로 분류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집계한 양심수 현황(8월9일 기준)과 구속노동자후원회의 구속노동자 현황(8월23일 기준) 등을 종합해보면, 8월23일 기준 구속 중인 양심수는 총 58명이다. 이를 구속 사유에 따라 나눠보면 △파업·민중대회 참여 노동자 20명 △국가보안법 위반자 12명 △철거반대 투쟁 참여자 10명 △양심적 병역거부자 7명 △촛불시민 등 집회·시위 참가자 4명 △난민 소송 중인 이주노동자 3명 △기타 2명 등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및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분단국가의 통치이념에 맞선 이들이 기존 양심수의 대표 사례였다면, 이제는 노동자·철거민·이주노동자 등 소외 계층이 33명(57%)으로 대다수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촛불시위 등 집회 참가자(4명)도 양심수 명단에 올랐다. 사회적 약자와 일반 시민이 양심수로 분류되는 시대다.

“함께 살자” 외치다 감옥으로


“상상도 못했죠. 내 새끼가 왜 저기서 고생을 해야 하나.” 서울구치소에서 용산참사 유족 전재숙씨(68)가 말했다. 2009년 1월 이후 그녀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살아보겠다고 망루에 오른 남편 이상림씨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고, 간신히 살아난 둘째 아들은 감옥에 갇혔다. 전씨는 아들을 보러 매일 서울구치소에 온다.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아들 이충연씨는 지난 5월3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면제를 두 알씩 먹어야 잠이 들었다는 전씨는 두 차례 재판을 겪으며 이미 체념을 배운 듯했다. “점점 더, 악한 사람은 잘살고 선한 사람은 못사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시사IN 윤무영
. 2008년 6월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을 경찰이 폭행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건 용산만이 아니다. 77일간의 쌍용차 파업이 뒤덮었던 평택도 현재진행형이다. 8월9일 있었던 항소심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말로 표현 못하죠. 나왔으면 좋았을걸….” 아내 장영희씨(46)는 당시의 무력감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남편을 보러 간다. 안양교도소로 옮긴 뒤에는 그나마 10분이던 면회시간이 6분으로 줄었다. 가장이 된 그녀는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했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을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울 때 남편의 빈자리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고등학교 3학년 딸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에게 한국 법은 차갑기만 하다. 블라 마르셀(Boula Mar cel·45) 씨는 4년째 화성보호소에 수감 중이다. 2007년 1월 이후 제기한 난민 인정 행정소송에서 번번이 졌기 때문이다. 고향인 콩고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그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 돌아가면 겪게 될 생명의 위협을 피해 이곳에 남길 원했지만,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대법원은 그의 상고를 기각했다. 난민 신청 사유에 확실한 증거가 없고 일부 사실이 과장됐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완강히 출국을 거부하고 있는 그가 언제까지 보호소 생활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함께 살자’고 외치는 일에 앞장선 이들은 여지없이 창살에 갇혔다. 기아자동차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이동우씨는 2007년 비정규직 파업을 이끌다 이듬해 11월 구속돼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2009년 6월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두 달 만에 다시 구속됐다. 기아차 파업과 이랜드·이젠텍 연대투쟁에 가담했다는 이유였다. 업무방해·폭력·공무집행방해·건조물침입 따위 죄목이 줄줄이 붙었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전경과 충돌하다 사진 채증을 당한 일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돌아왔다. 모두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수감 중이던 8월24일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의 암 투병 사실을 안 것은 지난 7월. 더는 숨길 수 없던 동료들이 사실을 알려왔다. 치료를 중단한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눈에 담으려 아픈 몸을 이끌고 마지막 면회를 왔다. 임종 한 달 전부터 동료와 가족들이 특별귀휴를 호소했지만, 춘천교도소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결국 임종이 오고 말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이상욱 기아차 구속해고 현장대책위원장은 “관이란 게 힘없는 사람한테는 정말 매몰차더라”고 말했다.

   
ⓒ뉴시스
2010년 이주노동자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회원들.
정부, 양심수 존재 부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5번에 걸쳐 이뤄진 사면에서 노동자·철거민 등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사면뿐 아니라 가석방에서도 이들 양심수가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생활태도가 우수한 이들의 명단을 교도소에서 올려도 법무부 심사를 거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충연 위원장의 아내 정영신씨는 “이번 8·15 사면 전에도 교도소에서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사람 2명을 명단에 올렸지만 단 한 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심수를 봐줄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양심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사IN>이 질의서를 보낸 결과, 법무부는 “양심수는 대한민국의 법률용어가 아니며, 양심수라는 용어가 ‘정치적 신념 때문에 감금되거나 구류되어 있는 자(정치범)’라는 의미라면 그런 사람은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심사 과정에서의 차별 의혹에 대해서도 “양심수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면·가석방에서 배제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의 종류가 많고, 구속과 재판 및 사면·가석방이 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법 현실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온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에서 “정부는 양심수는 없고 실정법률 위반자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문제의 실정법률이 ‘민주주의 일반’의 내용을 채우지 못한다면 실정법률 위반자도 양심수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뉴시스
2009년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통치 이념이 됐다”(양심수후원회 임미영 사무국장)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큼 국가는 힘 있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무딘 칼을 휘두른다. 이렇다보니 <김대중 자서전>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통해 최근 불고 있는 ‘정의’ ‘양심’ 열풍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우리 정부는 불법을 엄단하는 하위 가치에 혈안이 돼 있다. 설령 양심수들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공동체의 질서·권익을 침해했다 하더라도, 더 많이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에 비해 미미하다. ‘형벌의 과잉’이다”라고 말했다.

정의가 죽어버린, 그래서 더 정의를 갈구하는 2010년의 한국 사회에서 양심수와 그 가족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다. 전재숙씨는 오늘도 아들을 보러 구치소에 갈 것이다. 장영희씨는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보며 또다시 남편의 빈자리를 느낄 것이다. 블라 마르셀 씨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까지 화성보호소에서 아침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면회실에서 무력감에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1999년 비전향 장기수들이 대거 석방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양심수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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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이름으로 반대를 용서하지 않겠다! [2010.08.19. 제824호]
최성진
한국 현대사의 ‘정의 왜곡’…
박정희·전두환 정권 ‘정의사회 구현’ 명목으로 폭압 통치, 이명박 정부는 “법질서 윽박지르기”
» 1981년 1월1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민주정의당 창당 및 대통령 후보지명대회. 전두환 전 대통령(맨 왼쪽)이 후보로 선출돼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정의를 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의는 어디에나 있다. 적과 맞닥뜨리면 애니메이션 주인공 세일러문은 이렇게 외친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동네 놀이터에서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꼬마도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소개한다. 남녀노소 모두 서슴없이 정의를 말하는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낯설다.

삼청교육대와 10·27 법난의 악몽

누구나 정의를 말하지만 아무도 정의를 명쾌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역설의 1차적 책임은 어쩌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있다. 아직도 ‘정의사회 구현, 선진조국 창조’라는 구호가 입에 착착 감기는 사람이라면, 그는 ‘전통’ 시대를 경험한 3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1980년 5·17 쿠데타로 사실상 정권을 접수한 전두환 신군부는 시도 때도 없이 정의를 부르짖었다. 이를테면 그해 6월18일 계엄사는 김종필·이후락 등 권력형 부정축재자 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부정축재액이 853억여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조처라는 배경 설명이 뒤따랐다. 7월9일부터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가 부패 공직자 숙청을 시작했다. 명분은 역시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국보위가 저지른 역사적 행패가 있다. 삼청교육대 설치였다. 국보위는 사회악을 일소한다며 6만여 명의 ‘불량배’ 등을 연행했다. 이들 가운데 4만여 명이 군대에서 원치 않는 ‘삼청교육’을 받았다. 시위에 참여한 노동·농민 운동가도 대거 끌려갔다. 최근 TV 드라마 <자이언트>가 소개한 것처럼 삼청교육이란 기합과 고문, 가혹한 노동 등으로 육체적 고통을 극대화하는 ‘순화교육’이었다. 그해 10월27일에는 계엄군이 전국 사찰에 난입해 승려 150여 명을 연행했다. 10·27 법난이었다. 전두환 신군부는 이 모든 조처가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 8월27일 체육관 선거를 통해 공식 출범한 전두환 정권은 ‘선진조국 창조’라는 국정지표 아래에 ‘정의사회 구현’과 ‘복지국가 건설’을 국정목표로 내걸었다. 1984년 1월17일 국회에서 이뤄진 그의 국정연설 일부다.

“질곡의 민족사를 청산하고 새 역사를 향해 떨쳐 일어선 제5공화국이야말로 폭력의 배제, 즉 평화와 정의가 그 행동지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략)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즉 폭력이 없는 가운데 명랑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법과 질서가 파괴되는 사회 속에서 안정과 발전과 민생의 행복은 보장될 수 없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이듬해 3·2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새롭게 조직했다. 정의를 강조한 정권답게 여당의 이름도 ‘민주정의당’(민정당)이었다. 민정당은 당의 5대 이념으로 민족·민주·복지·통일과 함께 정의를 내세웠다. 전두환 정권은 아울러 누범자를 장기간 감옥에 가두는 사회보호법, 언론통제를 쉽게 하려는 목적의 언론기본법, 노동통제를 강화한 노동관계법을 새로 만들거나 고쳤다. 겉으로는 법질서를 강조했지만 ‘그들만의 정의’에 도전하는 세력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였다.

‘코미디의 시대’ 시민은 속지 않았다

정의롭지 못한 방식, 즉 쿠데타로 집권한 뒤 정의의 이름으로 시민사회 세력을 탄압했다는 점에서 박정희 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1961년 5월16일 박정희 군부는 ‘국민 도의의 앙양’과 ‘국가 경제의 재건’을 주창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 정권이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며 초법적 기구인 삼청교육대를 설치한 것처럼,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 직후 ‘깡패 소탕’에 나섰다. 이정재와 임화수 등 대표적 정치깡패 혐의자들이 사형에 처해졌다. 퇴폐를 몰아낸다며 비밀 댄스홀을 급습해 춤추는 사람을 체포했다. 양담배도, 미니스커트도, 장발도 모두 사회악으로 간주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박정희 정권이 말한 ‘도의’란 정의와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은 1962년 시정연설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정의’를 강조했다.

“국가 사회생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모든 법령을 정비하여 사법 운영과 재판 및 검찰 업무에 적정을 기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보장과 준법정신을 앙양케 할 것이고 형사정책의 합리적인 시행과 형화의 효율적인 운영을 기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할 것입니다. 치안에 만전을 기하고 사회악을 조성하는 각종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경찰 장비의 현대화와 과학적인 수사 방법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경찰 행정의 민주화를 도모함으로써 명랑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도록 노력을 할 것입니다.”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혁신의 가면 아래 숨은 의도는 따로 있었다. 독재에 저항하는 반대 세력 봉쇄였다. 국민 도의 앙양과 용공세력 처단을 한 묶음으로 내건 박정희 정권의 진면목은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처형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독재정권은 저항하는 지식인과 언론인, 종교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정의를 내세워 불의를 실천한 독재정권에 맞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만들어졌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1970~80년대를 가리켜 “대단히 불의한 과정을 거쳐 불의한 권력을 잡은 정권이 정의사회 구현을 외친 코미디의 시대”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상임이사는 “시민이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언어적 유희에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에 불의에 가까운 권력을 내쫓고 정의로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 정의가 가장 유행했던 한국 사회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최근 정의 열풍은 반갑지 않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의 견해다.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많이 팔리는 현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회원이 급증하는 현상,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하는 현상은 모두 한국 사회의 상식과 정의가 물구나무서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명박 정부가 ‘법질서’를 말하는데, 법질서라 하면 권력에 대한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오히려 시민에게 법질서를 윽박지르고 있다. 상식의 위반, 상식의 역전이다.”

중도실용→친서민→정의?

종종 정의 열풍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정의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8월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화두로 ‘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사회’를 내세울 예정이다. 집권 초기 ‘중도실용’을 내세웠고, 2년차부터 ‘친서민’ 구호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온 그가 이제 ‘정의’를 꺼내들었다. 역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의를 어떻게 정의할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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