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국하던 이주민까지 붙잡아 구금
G20회의 100일 앞…실적 경쟁에 ‘위협받는 인권’
경찰 기동대 동원 불심검문, 산재환자 구금
지하철역 방범셔터 설치 노숙인 내쫒기도
선진교통질서 100일 대책, 경미한 위반도 ‘통고’
한겨레 홍석재 기자
» 최근 이주노동자 주요 단속 사례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불심검문·산재환자 구금…

지난달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손아무개(42)씨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손씨는 지인들한테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1~12일)를 앞두고 강력한 이주노동자 단속이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귀향 일정을 앞당긴 터였다. 공항 발권대 앞에서 단속반에 붙잡힌 손씨는 화성보호소에 10여일을 갇혀 있다 풀려났다.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진출국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손씨 자신은 귀국행 비행기표를 받으려다 붙잡힌 게 더 기가 막혔다고 했다.

3일로 G20 정상회의가 꼭 100일을 앞두게 된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 부처 등은 각종 대책을 내놓느라 분주하지만 한편에선 이주노동자들이나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단속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캐츠아이’(Cats-Eye)에 최근 접수된 사례를 보면, 지난 6월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야간단속을 피해 강으로 뛰어들자, 단속반이 생사 확인도 없이 돌아갔다. 산재환자가 구금되는가 하면, 비자 소지자를 강제 단속하거나, 사복경찰의 길거리 불심검문 등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도 “G20 성공 개최를 위해 강력범죄에 선제대응하겠다”며 외국인 밀집지역에 경찰 기동대 등을 투입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법무부와 경찰 등이 G20을 의식해 실적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정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교육선전 차장은 “G20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이주노동자=테러리스트 가능성’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치안 강화’는 G20 의장국의 체면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노숙인들을 도심 바깥으로 내몰려는 조처들도 진행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은 “G20 관련 인사들이 지나갈 만한 지하철역에 방범 셔터를 설치해 노숙인들이 아예 해당 지하철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최근 지하도에서 잠자는 노숙인을 깨워 불심검문을 하거나 노숙인 임시주거시설로 정해진 곳에 입주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G20 행사가 본격화하면 정부에 불편한 존재인 이주노동자와 노숙인 등에 대한 탄압이 더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한국이 소외·약자에게 따뜻하고 인권의식을 잘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G20 의장국의 품격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일 ‘G20 대비 100일간 선진교통질서확립 3단계 특별대책’을 내어, 정체구간 꼬리물기 등 후진국형 교통 무질서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단속전담팀을 꾸려 경미한 법규위반도 즉시 ‘통고처분’하는 등 교통질서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국토해양부가 각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 등 4개 공항에 알몸투시기를 배치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테러 위협에 대비해야 한단다. 그렇다고 시민의 알몸까지 들여다봐야 하는지, 시민의 수치심과 모멸감은 괜찮은 건지,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은 없는지, 스캔받은 알몸 사진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나 해킹 가능성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그저 테러의 위험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위험이 존재하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해서, 그게 꼭 알몸투시기여야 하는 건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알몸투시기가 세라믹 재질의 무기나 분말폭발물을 신체의 은밀한 곳에 숨겨 들여올 때 적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리나 도자기 따위 재질의 무기로 테러를 성공시키긴 힘들다. 기폭제나 휘발유 없는 분말폭발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태껏 그런 테러는 전 세계 어디서도 없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알몸투시기를 도입했다. 테러 방지를 위한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밀어붙였다.

하지만 알몸투시기의 효과는 국토해양부의 설명과 달리 형편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독일의 한 텔레비전 방송이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것처럼, 알몸투시기는 알몸만 들여다볼 뿐, 위험한 물건을 적발하지는 못했다. 휴대용 칼과 휴대폰은 적발해냈지만, 몸 곳곳에 숨긴 기폭제는 찾아내지 못했던 거다. 지금도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에는 엑스선 투시기, 금속탐지기, 심지어 액체폭발물 탐지기까지 배치되어 있다. 몸수색과 짐 뒤지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휴대용 칼과 휴대폰을 적발하기 위한 거라면, 알몸투시기보다 훨씬 성능 좋은 엑스선 투시기, 금속탐지기 그리고 몸수색이나 짐 뒤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테러를 앞세우긴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테러 위협이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실제에선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고, 그 위험을 막겠다고 들여온 알몸투시기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국토해양부는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걸까? 왜 비싼 외화를 낭비해가며, 시민의 알몸까지 들여다보려는 걸까? 왜 불필요한 소모를 하고, 호들갑을 떠는 걸까. G20 정상회의는 벌써부터 레임덕이 시작되고, 갖가지 국정난맥상에 시달리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호기로 여겨지는 것 같다. 대통령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데, 국토해양부도 빠질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 이런 사태를 만든 것 같다.

강남구는 코엑스 주변의 전봇대 2000여개를 뽑고,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공사를 5개월이나 앞당겼다. 서울시는 수백개의 공중전화 부스와 보도블록을 바꾸고 노점상을 철거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경찰은 담배꽁초 무단 투기 등 기초질서 사범 단속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국회는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경호안전과 테러방지 특별법’을 제정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G20 올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국민을 다그치는 전두환 정권과 꼭 닮았다.

그러니 국토해양부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을 게다. 그것 말고 알몸투시기 설치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아무것도 없다. 아참, 경부고속철도 2구간(대구~부산) 개통을 한달 앞당긴 것도 국토해양부의 작품이다.
‘인권보호 공염불’ 정신 못차린 경찰 (내일신문 100715)

양천서 인권강연서 ‘고문하는 거 봤나’ 빈정
반성 없이 ‘자연스런 의견개진이다’ 변명만

고문경찰 오명의 주인공인 서울 양천경찰서가 ‘다시는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며 자정결의대회를 열었지만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경찰은 ‘고문하는 것을 봤냐’며 빈정대고 이 말에 동조하는 박수까지 치는 등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경찰의 피의자 인권보호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4일 인권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서 일부 경찰관은 인권단체 관계자의 강연 도중 ‘고문하는 것 봤냐’라며 빈정댔고 다른 동료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손뼉을 쳤는가 하면 야유까지 해 강사가 강연을 중단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양천서에서 특강을 했던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강의 둘째날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니까 여러 명이 손뼉을 치고 호응을 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 하기 어렵다고 하자 ‘어려우면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 국장은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갔다가 다른 직원들이 말려 다시 강의를 진행했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양천서 직원 절반이 참석한 인권특강 첫날에는 많은 취재진과 서장, 과장 등 간부진이 함께했지만 나머지 절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둘째 날에는 간부들 없이 평직원만 참석했다.

이날 강의에서 일부 직원은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다른 일부 직원이 박수로 호응했다고 오 국장은 전했다. 경찰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자리라기보다 고문사건이 터지자 외부 시선을 의식해 급조한 ‘겉치레’ 인권교육이 아니었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오 국장은 “검찰과 인권위, 언론과 시민이 모두 ‘고문’이라고 하는데 경찰만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라며 “(경찰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시각차이는 존재할 수 있고 경찰의 그런 주장이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그런 인식은 매우 위험하고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의견 개진을 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연합뉴스


"인권교육 제대로 받아라"…양천서 홈피 항의글 빗발

【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서울 양천경찰서가 인권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양천서 홈페이지에는 전날 언론 보도 직후 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양천서 피의자 고문 의혹' 사건 발표이후 해당 홈페이지에는 이미 70건에 가까운 비판 글이 올라왔다.

시민 김정우씨는 '양천구에 주소를 둔 것이 부끄럽소이다'라는 글에서 "범죄와 힘들게 싸우다보니 불가피하게 물리적인 방법을 쓴 것에 대해서는 어쩌다 한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한 상황에서 경찰의 자세가 지금처럼 '배째라'식으로 나온다면 경찰이기에 어느 정도 묵인돼진 경찰의 권한마저 우리 국민들이 무시하고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경찰에게 하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훈씨도 '인권강의 중에 야유 보낸 사람들 철저히 조사해서 일벌백계해야' 라는 글에서 "관련자들 징계하고 차후 그런 일이 없다고 해야 국민들은 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식씨는 '양천구에 계시는 경찰관 나리들이란' 글에서 "원래 그러십니까, 고문사건 터지고 인권문제 강의하러 오신 분한테 야유나 보내고"라며 "경찰이 가진 권한이 얼마나 많기에, 평상시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왔기에…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양천서 교육담당 직원은 "강사님과 다른 의견을 말한 직원에게 다른 몇몇 직원들이 동조한 것으로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은 아니다"며 "당일 교육에 참석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답변했다.

앞서 양천서는 지난 7~8일 양천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해 자정결의대회를 열었다. 8일 열린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초청 강연에서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고 항의하자 일부 직원이 이에 동조하면서 강연이 1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피의자 고문 의혹' 혐의를 받고 있는 양천서 강력5팀 경찰관 5명은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바 있다.

mykim@newsis.com

`정신 못차린' 양천署…인권강연에 빈정대

`정신 못차린' 양천署…인권강연에 빈정대

"고문하는 거 봤나" 항의에 박수까지…강연 한때 중단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소속 경찰관들이 절도 피의자 등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양천경찰서가 다시는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며 자정결의대회를 열었으나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인권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서 일부 경찰관은 인권단체 관계자의 강연 도중 '고문하는 것 봤냐'라며 빈정댔고, 다른 동료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손뼉을 쳤는가 하면 야유까지 해 강사가 강연을 중단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양천서에서 특강을 했던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강의 둘째날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니까 여러 명이 손뼉을 치고 호응을 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 하기 어렵다고 하자 '어려우면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 국장은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갔다가 다른 직원들이 말려 다시 강의를 진행했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양천서 직원 절반이 참석한 인권특강 첫날에는 많은 취재진과 서장, 과장 등 간부진이 함께했지만 나머지 절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둘째 날에는 간부들 없이 평직원만 참석했다.

이날 강의에서 일부 직원은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다른 일부 직원이 박수로 호응했다고 오 국장은 전했다.

오 국장은 "검찰과 인권위, 언론과 시민이 모두 '고문'이라고 하는데 경찰만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라며 "(경찰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시각차이는 존재할 수 있고 경찰의 그런 주장이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그런 인식은 매우 위험하고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의견 개진을 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oyyie@yna.co.kr


NEWSIS FOCUS]제2, 제3의 양천서 막을 수 있나…'피의자 가혹행위 사건' 한 달


【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서울 양천경찰서 피의자 가혹행위 사건이 불거진 지 16일로 한 달을 맞는다. 경찰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러나 제2의 양천서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 양천서 피의자 가혹 행위 확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16일 양천서 형사과 강력 5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들이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성모 경위(40) 등 해당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조치 및 수사의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성 경위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공범 관계와 여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절도, 마약 소지 혐의를 받던 피의자 21명을 경찰서로 연행하는 차량 안과 강력팀 사무실에서 심한 구타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경찰이 해당 피의자들을 상대로 수갑을 뒤로 채우고 목을 다리에 끼워 조인 후 팔을 위로 꺾어 올리는 일명 '날개꺾기' 및 이들의 입에 두루마리 휴지 또는 수건 등 재갈을 물리는 고문을 가했다는 진술을 피의자들로부터 확보했다.

또 해당 피의자들의 구치소 입감 당시 보호관 근무일지, 의약품 수불대장 등에서 고문피해 흔적을 확보했다. 고문으로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는 병원진료기록, 고문과정에서 최근에 보철한 치아가 깨진 상태의 사진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양천경찰서 유치장 CCTV와 동료 입감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성 경위 등의 혐의를 확인, 지난 9일 독직폭행 등 혐의로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또 유치장 수감자의 병력, 상처 등을 허위로 기록한 양천서 유치장 근무 경찰관 2명에 대해서도 해당 경찰서에 징계사유를 통보했다.

◇'인권 교육, 고문피해신고센터' 대책 마련 분주

인권위 발표 이후 서울 마포경찰서와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서 가혹행위 또는 부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들이 잇따랐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은 뒤늦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양천서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실천연대 오창익 사무국장(43) 초청 강연회를 열고 인권 보호 서약서도 작성했다.

경찰은 또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개연성이 높은 절도·마약범죄 대상으로 의무적 진술영상녹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하·별관 등에 산재해 있는 강력팀 등 수사사무실도 집중 재배치하고 개방형 구조로 변경키로 했다. 형사들의 실적부담으로 인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던 형사활동 평가기준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1대1 면담을 실시해 조사과정에서 폭행 등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인권위도 양천서 사건 발표 이후 수사기관을 상대로 고문 피해 인권위 진정, 상담이 잇따르자 9월28일까지 3개월간 고문피해신고센터를 개설,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제2 양천서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같은 대책들이 제2의 양천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적주의' 등 경찰 조직 문화에서 기인한 문제를 인권교육, 강력팀 사무실 재배치 등 물리적으로만 해결하려든다는 지적이다.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지난달 28일 "양천서 가혹행위는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자신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경찰청은 채 서장의 기자회견 이후 "조직 내 지휘계통을 위반한 기강문란 행위"라며 직위해제했다. 서울경찰청도 "실적주의는 전혀 문제없다"며 일축했다.

경찰청의 강경한 대응에도 양천서 인권 강연을 들은 한 경찰관은 "경찰 하위부만 이런 교육을 받는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윗분들에게 이런 강의를 듣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권교육에 심드렁했던 경찰관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받았다.

mykim@newsis.com
[동아일보]양천署, 겉으로만 자정결의?






피의자 가혹행위 혐의로 경찰관 5명이 구속된 서울 양천경찰서가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해 자정결의대회를 열었으나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내 한때 강의가 중단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4일 인권연대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경찰서는 7, 8일 이틀간 경찰서 내에서 ‘인권보호 및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초청해 인권 특강을 진행했다. 7일에는 서장, 과장 등 간부와 직원 250여 명이 참석했고, 8일에는 300여 명의 직원이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8일 오 국장이 특강을 하던 도중 일부 경찰관들이 “고문하는 것을 봤느냐”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느냐.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하자 다른 동료들이 손뼉을 치며 야유를 보냈다는 것. 오 국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강의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자 일부 경찰관은 “그럼 그만하라”고 박수를 쳤다. 오 국장은 즉각 강연을 중단하고 자리를 떴지만 일부 직원의 만류로 10분 뒤 돌아와 나머지 강의를 마쳤다.

오 국장은 “국민과 검찰,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고문은 안 된다는 표현을 썼는데 자기(경찰)들만 고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며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했지만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인식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결국 경찰 서비스를 받는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열 양천경찰서장은 “직원들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특강을 마련했다”며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지적을 받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양천경찰서를 대상으로 특강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파악했으나 감찰은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은 마약 절도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력5팀 형사들이 피의자들에게 ‘날개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관 5명을 구속한 바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인권교육 강사에 “고문하는 것 봤냐” 집단 야유
‘다시는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맞나?’

경찰관 가혹행위 사건이 일어난 서울 양천경찰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14일 인권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서 일부 경찰관은 지난 8일 열린 인권교육에 참석해 강연을 듣던 중 “고문하는 것을 봤냐”는 식으로 빈정댔다. 여기에 다른 동료 몇몇이 호응하면서 강사를 향해 야유성 언행을 보여 강연이 중단되는 일도 빚어졌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에서 이재열 양천경찰서장(오른쪽 앞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사로 나선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강의 둘째 날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니까 여러 명이 손뼉을 치고 호응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라며 오 국장을 비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국장은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자 (일부 경찰관이) ‘어려우면 나가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오 국장은 강연을 중단하고 강당을 나가려다 다른 직원들이 말려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 7일 많은 취재진과 서장, 과장 등 간부진이 함께 지켜 본 첫날 인권특강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오 국장은 “검찰과 인권위, 언론과 시민이 모두 ‘고문’이라고 하는데 경찰만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라며 “(경찰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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