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서, 전 직원 대상 인권 강연회 개최

【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서울 양천경찰서는 7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실천연대 오창익 사무국장(43)을 초빙해 인권과 경찰활동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오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고문에 대해 가장 명확한 역사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무슨 이유로든 고문을 한다면 조직이 고문을 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다 역사 속에서 다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통령, 경찰청장, 서울청장 다 지나가는 사람이다, 우리 경찰을 이런 식으로 망가트릴 수 없다"며 "고문사건을 통해서 드디어 경찰관들도 말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범 순경은 "자정노력을 하라는 부분도 좋았고 강연을 들으면서 좋은 시간이 됐다"며 "조직을 이끄는 분들도 이런 교육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회에는 250여명의 양천서 소속 경찰관이 참석해 강당의 좌석을 가득 메웠으며 이들은 양천경찰 신뢰회복과 인권 보호를 위한 자정 결의대회를 갖고 인권보호 서약서도 작성할 예정이다

한편 양천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 5명은 지난 3월께 절도, 마약 소지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mykim@newsis.com


"`고문경찰' 오명 벗자"…양천署 자정 결의대회


선서하는 양천경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 참석자들이 정당한 법 집행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2010.7.7 doobigi@yna.co.kr

순경 "인권교육은 높은 분들도 받았으면 좋겠다" 일침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김효정 기자 = "우리는 선량한 시민의 인권보호는 물론, 피의자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의 5층 대강당. 양천서 소속 경찰관의 절반인 300여 명은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우리의 다짐'을 낭독하고, 직원 대표 두 명은 직원들이 작성한 '인권보호 서약서'를 서장에게 전달했다.

동료 경찰관 5명이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천서가 '고문 경찰'의 오명을 씻고자 마련한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 결의대회'의 한 장면이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의 '인권 특강'이었다.

오 국장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 듯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모여 앉은 양천서 직원들한테 "고문과 가혹행위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마이크를 받은 한 간부급 직원이 "직원들이 일하다 생긴 일은 고문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지나친 점이 있었고 피의자에 대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오 국장은 안이한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

"구타나 가혹행위, 고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을 굴복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이 고문과 고문 아닌 것의 경계에 민감하게 놓여 있다"고 일깨워준 것이다.

이어 "우리가 했던 것은 약간의 가혹행위고 고문은 따로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양천서 경찰관의 수법은 매우 전문적이고 조직적이며 지속적이었다는 측면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다.

인권교육 받는 양천경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에서 이재열 양천경찰서장(오른쪽 앞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2010.7.7 doobigi@yna.co.kr

"실적을 강요하는 지휘부에 침묵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경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경찰관이 용기를 내 말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대목에서는 일부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보였다.

특히 강의가 끝나고서 최하위 계급인 순경 한 명이 "자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인권교육은 하부 직원들만 받을 게 아니라 상위 분들도 이 교육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큰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다른 직원(경위)은 "꼭 필요한 강의였고 내용도 공감이 간다"며 "강사님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교육이 꾸준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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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양천署의 ‘뒤늦은 인권반성’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7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경찰서 대강당은 ‘인권보호 서약서’를 낭독하는 경찰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른바 ‘고문경찰’로 물의를 빚은 양천경찰서가 뒤늦게 반성의 시간을 마련한 것. 이날 양천경찰서 전 직원은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 교육’을 열어 “인권을 보호하고 공직 기강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했다.

구속된 양천경찰서 강력팀 경찰 5명은 지난 3월 절도, 마약 소지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날개 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경찰들의 피해자 고문 사실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이 경찰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고, 경찰청과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가 드러나자 “실적주의에 시달리다 보니 과한 수사를 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도 늘어놨다. 이에 지난 6월28일에는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 사건은 경찰의 성과주의와 상명하복 문화 때문”이라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강사로 초청돼 ‘인권과 경찰활동’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양천경찰서 고문 의혹이 경찰의 실적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권력 행사 자체가 법률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의 행사가 기본권의 보장, 적법절차의 준수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합법의 탈을 쓴 불법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가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진정성을 담아내는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윤정아 사회부 기자 jayoon@munhwa.com

‘불법사찰’ 조사 뒷짐…총리실·사정기관 ‘윗선’ 눈치보나
총리실, 정총리 조사 지시 11일 지나서야 시늉만
청, 총리실로 떠넘기고 검찰은 “징계 절차뒤” 손놔
검찰간부 “직권남용죄”…참여연대 “5일 고발장”
한겨레 석진환 기자기자블로그 손원제 기자 메일보내기
»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 처벌 가능 법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정부와 사정기관이 ‘물타기식’ 늑장 대응을 해, 의혹을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사모 핵심 인물’이라는 의심만으로 불법사찰을 벌여 개인의 삶을 파탄냈는데도,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 검찰 등은 사실상 열흘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독재정권에서도 보기 드문 경악할 일이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사정기관들은 윗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떠넘기기·늑장 조사 이번 의혹이 불거진 뒤 총리실과 청와대 등의 태도를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조차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총리실은 지난달 21일 야당 의원들의 폭로 이후 줄곧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다. 총리실은 최근까지도 “이 지원관이 고혈압이 심해 입원했다”고 둘러대며 조사를 미뤄왔다.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고 여론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총리실은 2일에야 “오늘 이 지원관을 처음 조사했다”며 “정운찬 국무총리는 22일 처음 조사를 지시했고, 30일 다시 ‘총리실이 주도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설명대로라면 총리가 지난 22일 총리가 조사를 지시한 뒤 11일 동안 늑장을 부린 셈이다.

애초 ‘민정수석실에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던 청와대는 지금껏 핵심 인물인 이 지원관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다가, 이날 아예 조사 업무를 총리실에 넘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부에서 우리(청와대)가 조사하면 의구심이 생긴다고 하니까, 조사한 부분을 총리실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번 사찰 논란을 빚은 당사자여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낳고 있다.

핵심 사정기관인 검찰 역시 “공무원 징계 절차 등을 밟은 뒤에 (수사)하는 것이 맞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직권남용으로 보이지만, 고발장이 들어오면 몰라도 이미 정치쟁점화한 사건에 검찰이 먼저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백한 불법행위” 그렇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는 이인규 지원관 등 관련자들의 혐의가 비교적 명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원관 등 민간인을 불법 조사한 총리실 직원들의 경우 직권남용죄나 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대로 전결 권한 없이 총리실장 도장을 사용해 공문을 만들어 경찰에 보냈다면 공문서 위조죄를 적용할 수 있고, 사기업에 가서 서류를 가져온 것은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정부의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실체도 불분명한 공무원 조직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영장도 없이 조사하는지, 사회의 인권의식이 한심스런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오는 5일 직접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진환 손원제 기자 soulfat@hani.co.kr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인권] ① ‘경찰고문사건’으로 본 인권 현주소  
“독재정권 때나 있을법한 일”

이명박정부 인권역주행 심각 … ‘억압적’ 공권력 작동방식 탓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헌법 21조 1,2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헌법 제34조 1항 5항)

#지난 1985년 송파 보안사 지하실과 1층에서 노동자 학생 민주인사들이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 두절된 채 남녀 가릴 것 없이 갖은 욕설과 협박 몽둥이찜질 물고문 전기고문 등 상상을 초월한 살인적 고문을 당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1986년 5·3 인천 직선제 개헌투쟁 수배자)

#2009년 8월경부터 2010년 3월말까지 강절도 피의자 22명은 양천경찰서 강력팀 사무실에서 입에 두루마리 휴지 또는 수건 등으로 재갈을 물린 상태에서 머리를 방석에 눌린 채 날개꺾기 고문을 당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201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강절도 피의자)
서슬 푸른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2010년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벌어졌다. 국가가 자행하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인 고문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스스로 법질서를 훼손하며 ‘대한민국 인권시계’를 24년 전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고문진상을 파헤친 인권위는 “지난 10년간 경찰 차량 안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진정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사무실 안에서 구타와 고문이 이뤄진 사례는 없었다”며 놀라워했을 정도다.
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분야에서 인권이 후퇴하고 있지만 고문이 다시 등장한 것은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공권력 작동 방식이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어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달리는 버스까지 세워 검문 = 이명박정부에서 경찰의 인권역주행은 이뿐이 아니다.
마구잡이 체포에 무차별적 불심검문도 서슴없이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22일 ‘천안함 사건’ 의혹제기 유인물을 배포한 대학생 두 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천안함 유언비어’가 6·2 지방선거에 악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3일엔 서울대학교로 향하던 시내버스를 세우고 버스에 올라타 대학생들이 불온유인물을 배포한 정황이 있다며 버스에 탄 대학생들에게 경찰서까지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경찰이 이들 대학생에게 신청한 구속영장은 그러나 기각됐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80년대 불심검문이 2010년엔 재현됐다”며 반인권적 경찰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사회도 경찰 인권정책은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0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언론인 및 시위자를 체포하는 일들이 발생했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가 심각하다”며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를 우선적으로 지목했다.

◆“2년여간 표현의 자유 권리침해” = 문제는 경찰 고문사건이나 불심검문이 MB정부 인권후퇴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제앰네스티조차 “한국의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역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로 MB정부의 인권정책이 암울했던 80년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단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불법시위의 가능성만으로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시민의 출입을 봉쇄하고 지난해 7월 쌍용차 노조원들에게 사측이 식량과 물을 차단한 점 등에 대해 엠네스티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과부가 민노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소속 교사를 최근 대량 파면한 것에 대해선 ‘정치참여와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비판한 도울 김용옥이 검찰에 고발되고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경찰이 조사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했다.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중 불법시위를 이유로 1260여명의 시민을 기소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앞서 지난 5월 6일부터 12일간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 침해상황을 조사한 프랭크 라 뤼 엠네스티 특별보고관 역시 “1987년 이래 인권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인 한국에서 지난 2년 동안 전반적인 인권과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라 뤼 보고관은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광장에서의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2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등 일부 쟁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등 16개의 정부기관과 한국의 NGO단체들, 표현의 자유 침해 피해자들을 직접 면담 조사 한 라 뤼 보고관은 △집회시위의 자유 △공영방송의 독립성 △한국 공무원들의 의사표현 △선거와 인터넷 상의 의사 표현 △국가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등에 대해 개선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뉴스분석] 내우외환 경찰 어쩌다 이지경에?
시위진압 등 무리수 거듭해도 ‘지휘부 영전’
법치 앞세워 ‘검거 닦달’ 일선 경찰 압박감
한겨레 길윤형 기자기자블로그 송채경화 기자 메일보내기
»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경찰 지휘부 및 주요 공직자의 발언들
기업식 성과주의 ‘인권경시’ 부추겨

경찰이 내우외환의 시름에 빠졌다. 성폭행범 김길태·김수철 사건에 이어 지난 26일 ‘동대문서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민생치안의 구멍이 드러난데다,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에 대한 내부의 공개비판마저 불거졌다. 서울 양천경찰서의 고문 사건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 탓”이라는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의 기자회견은 곪았던 환부를 외부로 극명히 드러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경찰 내부와 전문가들은 현 정부 출범 뒤 검찰·경찰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법치주의 확립’ 구호가 실상은 처벌과 단속, 규제 등으로 흘러 상대적으로 인권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고, 여기에 현 경찰 수뇌부가 강조하는 실적주의가 맞물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간부는 최근 사태에 대해 “새 정부 들어 공기업에 도입했던 기업식 성과주의를 큰 고민 없이 공무원 조직에도 적용했는데 이게 경찰조직에서는 탈이 났다”고 진단했다. 경찰에 무리하게 실적을 요구하면, 경찰은 보호 대상인 국민을 잡아들여 실적을 채울 수밖에 없고, 그런 과정에서 양천서 고문 같은 사고가 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경찰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뚜렷해진 인권 경시 풍토를 꼽았다. 김칠준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한 법집행을 독려하며 성과만 중시한 것이 일선 경찰관들에게 법절차 준수나 시민 인권 배려를 소홀히 하도록 만든 측면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경찰 지휘부의 행태가 드러나더라도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당시 서울청 지휘부가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 때 경찰 무선망을 통해 집회 해산을 지휘하며 내뱉은 말들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청 지휘부는 “설사 인도에 (시위대가) 산재돼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서 검거를 해”(주상용 서울청장), “채증하면 시비 걸 거야, 그럼 검거해”(장전배 교통지도부장), “질 나쁜 시위대들”(신두호 경비부장) 등의 발언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 직무 집행법’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인사상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찰 지휘부는 인권 문제를 경시하게 됐고, 이는 국가인원위 권고 무시나 경찰이 그나마 도입했던 인권 관련 제도들의 후퇴로 이어졌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런 경험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일선 경찰관들은 ‘실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에 대한 인권 교육 등도 소홀히 취급됐다. 경찰은 2005년 7월, 경찰 인권센터의 문을 열고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 직무규칙을 제정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장(총경급)은 두 달째 공석이다. 인권센터가 운영하는 인권상담전화로는 2008년 47건, 2009년(상반기) 46건의 인권침해 사례가 접수됐지만, 경고·징계 등의 후속 조처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해 9월 출범한 3기 경찰인권위원회의 권고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한 상태다.


경찰 수뇌부의 이런 태도는 일선 경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찰관들은 “경찰 수뇌부에서 인권을 강조하는지 법치를 강조하는지 일선 경찰들은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장이나 과장 등 중간 간부들이 닦달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경찰 수뇌부가 검거 실적 등을 중요한 인사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진급에 목을 매는 중간 간부들이 일선 경찰관들을 심하게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청의 경우 ‘경찰서장 평가제’를 통해 각종 실적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 다음 희망하는 보직 등을 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가 나쁜 서장은 6개월 만에 교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구도 속에선 어떻게든 성과를 끌어올리려고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과장은 “당장 실적에 목마른 중간 간부들은 성과가 나쁜 직원들을 닦달하는데, 심할 경우 모욕감을 주거나 휴일 없이 실적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송채경화 기자 charisma@hani.co.kr



MB식 성과주의가 자초한 강북서장 항명
고문 수사 망령이 부활했다.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 4명이 고문 혐의로 구속됐다. 대다수 일선 경찰은 수뇌부의 ‘성과주의 치안정책’을 고문의 배후 주범으로 지목한다.
[146호] 2010년 06월 28일 (월) 11:06:01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의 피의자 고문 의혹사건에 대해 한 현직 총경은 이렇게 말했다. 경찰대학 4기인 그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비인도적 고문에 연루된 것을 차마 믿고 싶지 않았지만 드러난 내용으로 보면 빼도 박도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문 수사에 연루된 양천서 강력 5팀의 형사과장은 경찰대 3기, 서장은 경찰대 1기다. 양천서는 올해 2월 서장의 독단으로 강력사건에 비해 실적 점수가 낮은 형사계 계장을 없애는 대신 강력계장을 둘로 늘렸다. 실적을 독려하는 상부 지시에 부응하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양천서 고문 의혹사건은 현재 경찰에 만연한 ‘성과주의의 부작용과 폐해가 집약돼 드러난 사건’이라는 것이 이 총경의 솔직한 진단이다.

이번 사건은 역사 속에 묻힌 줄로만 알았던 수사기관의 ‘고문’ 망령이 현실로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군 물고문 치사사건, 고문 기술자 이근안 경감에 의한 김근태씨 고문사건, 학생운동가 권인숙씨에 대한 부천경찰서의 성고문사건 등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경찰의 고문 수사 사건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역사의 ‘박물관’에 들어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국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에서 끔찍한 고문 수사가 되살아났다. 그것도 대낮에, 밀실이 아닌 경찰서 사무실에서 버젓이 자행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시사IN 안희태
올해 들어 강력계를 2개나 만들어 무리한 실적 올리기에 집착하다 고문 수사 파문을 일으킨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초기 태도는 20여 년 전 박종철군 고문 치사사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월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22명을 고문한 것으로 파악한 양천서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경찰청에 직무감찰을 의뢰하자 맨 처음 양천경찰서에서는 펄쩍 뛰었다. 절대 고문은 없었으며 검찰 수사에서 인권위 발표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법적으로 책임을 지우겠다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나왔다. 곧 고문 정황이 드러날 것임에도 마치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식의 거짓 변명으로 일관한 것이다.

양천경찰서 사례는 빙산의 일각


인권위 조사와 검찰 수사로 고문 사실이 드러나자 경찰청은 마지못해 가혹행위 정황을 시인하면서도 꼬리자르기식 대응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감찰조사에 나서 경찰관 5명의 고문 정황을 파악하고서도 이들 경찰관을 지휘한 강력계장과 형사과장, 경찰서장에 대한 감찰은 하지 않았다. 지휘 라인 봐주기를 위한 꼬리 자르기식 감찰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또 인권위가 지난 3월부터 양천경찰서 고문 현장을 조사하고, 서울 남부지검에서 4월 초 양천경찰서를 상대로 CCTV 등 증거물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했는데도 서울경찰청은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늑장보고 때문이었다지만 평소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경찰 조직의 특성으로 볼 때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이왕 밝혀진 고문에 관해 현장 실무자들만 강력 문책하고 양천경찰서장-서울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 라인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꼼수가 읽히는 대목이다. 양천서에 대한 직속 지휘책임자인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내 현 정권의 실세인 대구·경북(TK) 인맥의 대부라 평가받는 인물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유독 양천경찰서에서만 그런 일(고문)이 있었다”라면서 마치 이번 사건이 양천서 강력5팀 소속 경찰관 5명의 개인 자질 문제인 것처럼 몰아갔다.

그러나 이런 경찰 수뇌부의 인식과 반응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크게 반발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양천서 고문 사건은 일선 경찰관 몇 사람의 자질에서 비롯된 우발적이고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현 정부 경찰 수뇌부가 내건 ‘성과주의’ ‘실적주의’ 방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 클럽’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번 고문 사건에 대한 현직 경찰관들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거침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조선시대 형틀이 등장하기를 원하는가. 왜정시대 독립군 취조하듯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라고 내몬 것이 아닌가.”(아이디 상머슴) “그놈의 실적을 그리도 강조하더니 드디어 터졌군요. 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누굴 위해 그런 일을 벌인단 말이오. 조직에서 보호해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고 평생 후회할 일만 남을 것입니다.”(아이디 희망) “뻔히 실적주의가 불러온 불상사인 줄 알면서도 말단 경찰만 먼저 징계하겠다고 하는 이들이 과연 자질과 양심 있는 지휘관들이란 말인가. 당신들이 요구한 실적이 양천서에서 발생한 사건, 아니 더 많은 인권 유린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아이디 바른먹거리)

   
ⓒ뉴시스
고문 책임을 일선 경찰에게 미루는 강희락 경찰청장(왼쪽)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오른쪽).
고문과 가혹행위 등 무리한 수사가 비단 양천경찰서만의 문제일까. 경찰 안팎에서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수사 과정의 가혹행위는 경찰의 ‘관행’으로 되살아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경찰청 자문위원으로 있는 한 경찰행정학 교수는 “요즘 시대에 경찰이 시민을 고문 폭행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막상 경찰 수사관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장육부가 뒤틀릴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시민을 상대로 고문과 가혹행위를 벌이더라도 죄책감이나 거부감이 많이 엷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경찰 수뇌부가 강조하는 성과에 부응하려다보니 일선 경찰들이 다양한 무리수를 저지르고 그중 하나가 가혹수사에 대한 유혹,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돌연사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에도 그동안 경찰 수사과정에서 받은 가혹행위의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주로 경찰에서 수갑을 채워 거꾸로 들어 올리는 ‘통닭구이’ 고문을 하는 바람에 탈골했다는 피해자의 진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철저한 부인으로 인해 이런 고문 피해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확실한 문제 제기와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기 힘든 현실이라고 한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고문의 관행화는 상식이다. 군사정권 때도 고문이 다반사로 일어났지만 박종철·김근태·권인숙씨 정도밖에 사실로 밝혀진 일이 없다. 그렇다고 그 시절 고문이 딱 3명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듯, 이번 사건도 양천서 한 군데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고문 근절을 위해서는 먼저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통닭구이 한 바퀴에 공범 1명 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솔직히 요새 술자리에서 고문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신체에 무리를 안 주고 고통만 주는 방식, 정신적·심리적 고통만 주는 방식으로 자백을 얻어내는 요령인데 이런 것은 전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고문 현장을 보든가 해서 기술을 연마하고 노하우를 익혔다는데 요즘에는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는 그런 고문 방식을 들을지언정 선배 세대로부터 배울 수는 없기 때문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고통 줘서 자백받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사IN>이 만난 현직 강력반 형사들은 대체로 현 정권 들어 무리한 강압 수사 유혹에 시달린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수뇌부 방침에 따라 절도범 1건당 15점, 청소년 대상 범죄 30점, 교통경범 단속 5점 등으로 점수를 매겨 성과급과 인사에 반영하며 독려하기 때문이다. 한 형사는 “요즘은 시민이 실적과 성과를 얻어낼 대상으로만 보인다. 위에서 검거 실적을 도표로 그려 평가하니까. 쪼일 때면 ‘피의자를 통닭구이 고문으로 한 바퀴 돌리면 공범 한 명씩 분다’는 말이 그렇게 솔깃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수사관은 “위에서 하도 실적으로 조이니까 예전 같으면 훈방했을 좀도둑도 어떻게 하면 절도죄, 더 키워서 강도죄로 엮어 실적을 올릴까 궁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거리에서 5만원 상당의 허름한 자전거를 훔친 용의자를 붙잡아 신제품 가격인 30만원짜리 자전거를 절도한 것으로 조서를 꾸미고, 훔치는 과정에서 주변 목격자에게 욕설을 한 점을 강도죄로 추가해 기소한 일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린 실적 덕분에 성과급을 받았고 인사상 불이익도 피했다고 한다.

바로 이 같은 현장 분위기가 양천경찰서와 같은 고문 수사를 불렀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하소연인 것이다. 사실 목동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에 자리한 양천경찰서는 상대적으로 관내에 범죄가 많지 않다. 그런 동네에서 실적을 요구하면 위험한 수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양천서만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주거 밀집지역에 자리한 노원·은평·송파·서초 경찰서 등도 실적주의로 인해 경찰관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곳으로 꼽힌다.

성과주의만 강조하는 경찰 지휘부는 해당 지역 치안 여건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느 동네에 도둑이 없으면 실적이 낮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예방 치안 차원에서 잘했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는데 무조건 다른 동네 실적과 비교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옆 동네 지구대는 강도 5명 잡았는데 너희는 왜 1명밖에 못 잡았느냐”라는 식으로 따지고 다그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관들은 결국 시민을 상대로 억지로 범죄꾼을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박종철군을 고문치사한 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그래서 요새 주거 밀집지 경찰들은 실적을 찾아 비교적 유흥가가 많은 다른 동네로 원정을 나가서 범인을 잡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하도 늘어나니까 관할 밖에서 잡아온 범죄사건에 대해서는 체포 경위를 따져 기존 수사와 관련 있는 것만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부분 ‘수사과정에서 잡아왔다’고 허위 보고를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국민을 범죄꾼으로 만드는 성과주의


또 과거 같으면 경미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 지구대장에게 훈방권이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성과주의 때문에 대부분 훈방하지 않고 무조건 단속을 하는 추세다. 사회봉사명령을 내려야 할 불기소 감도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 기소해서 실적을 채워야 성과급도 나오고 승진도 보장된다. 한마디로 경찰 수뇌부의 ‘성과주의’ 치안정책은 당초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을 범죄꾼으로 만들어 영달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치안 성과의 근본은 주민이 치안에 만족을 느끼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주민 중 범죄인 많이 만들어 숫자 채우는 것이 현재의 치안 정책인 셈이다.

이번 양천서 고문 수사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고문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라며 질책하고 나섰다. 현 정부 들어 줄곧 경찰 치안의 효율성과 성과만 강조한 나머지 인권을 노골적으로 홀대하고 감시를 소홀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이 대통령이기에 이런 반응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고문 수사의 뒷전에 성과주의 중심의 치안정책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찰의 인권 상황을 전면 점검하지 않는다면 전근대적 가혹 수사가 근절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가 이제라도 제 기능을 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축소한 인원을 늘리고, 권한 강화를 통해 경찰에 대한 전문적 인권 감시기능을 살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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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없는 경찰차…가혹행위 무방비 
2010년 06월 28일 15:40


【 앵커멘트 】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의혹 사건에서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의 적지않은 부분이 경찰 이송차량에서 이뤄졌습니다.

경찰차 안에 CCTV가 없어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인데, 경찰차가 바로 인권 사각지대였습니다.

서복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고문 피해자는 모두 22명. 이 가운데 절반은 경찰서로 이송 중에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은 차 안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이른바 '날개 꺾기'를 비롯한 가혹행위를 받았습니다.

▶ 인터뷰 : 정상명 /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16일) - "체포 당시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우선 피의자에 대해서 기선제압을 반복적으로…." ▶ 스탠딩 : 서복현 / 기자 - "용의자를 이송하는 이들 경찰차 안에는 가혹행위를 감시할 CCTV가 없어 사실상 인권의 사각지대입니다.

" 아무런 제재 없이 가혹 행위를 할 수 있는데다 증거도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2006년에 경찰의 가혹행위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각 사무실에 CCTV를 설치했지만, 이송용 차량은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 인터뷰 :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 "경찰관의 차량 안에서 가혹 행위, 고문이 있었다면 경찰의 차량 안도 어떻게 하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 따라서 피의자의 인권도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투명하게 가혹 행위를 감시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MBN뉴스 서복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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