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방문객 `뚝'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 (자료사진)

개방 5년 됐으나 민주주의·인권 배움터 역할 못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개방된 지 5년이 지났으나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민주주의와 인권 배움터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가 8일 찾아간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정문에서는 이곳이 옛 대공분실임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2005년 남영동 분실이 일반인에게 개방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보안3과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인권교육 기념관 등의 용도로 변경된 것.

건물 증·개축으로 5층 조사실이 모두 바뀌었으나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509호실은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 일부는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4층에는 열사의 책과 편지, 개인 물품 등을 전시한 기념관이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일반 시민의 발걸음은 뜸하다.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기념관 등은 일반에 공개돼 있고 별도 신청 없이 방문해서 볼 수 있다. 개방 초기에는 사람들이 꽤 찾았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남영동 분실의 위치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방문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이 인권교육 등에 기념관을 활용하는 것에 소극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경찰과 시민사회단체와 관계가 불편해진 뒤로 인권기념관 사업이 추진동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 (자료사진)

촛불집회 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항의로 경찰인권위원이 전원 사임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사라지면서 인권 배움터 구실을 못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경찰 조직에서 인권보호센터의 위상이 축소된 것도 한 이유다.

인권보호센터장은 현재 공석인 상태다.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권보호센터 건물 운영과 관련해 변동상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고문 반대'는 진보든 보수든 똑같이 추구해야 할 당연한 가치다. 현 정부에서도 인권교육 등에 남영동 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개악’ 경찰관직무집행법과 민주당 의원들
시민광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되었다. 여야 합의였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의 직권은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과 딴판으로 개악되었다. 경찰관의 편의만 잔뜩 증대되었고, 시민은 불편해졌고, 인권은 내팽개쳐졌다.
 
불심검문의 불법적 관행이 모두 합법화되어 버렸다. ‘흉기’만 할 수 있던 소지품 검사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어떤 경찰대학 교수는 방송에 나와 케이크 자르는 플라스틱 칼(이것도 칼이라 불러야 하나?)도 위험한 물건이란다. 손톱깎이는 물론이고, 가방이나 핸드백 안에 든 잡다한 물건이 다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당신 핸드백 속에 위험한 물건이 있을지 모르니 열어보자는 경찰관 앞에서 시민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신원확인을 위해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지문을 찍는 권한도 경찰관에게 주어졌다. 영장없이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차량과 선박을 정지시켜 운전자나 탑승자를 검문할 수도 있고,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의무는 슬쩍 빼버렸다.

경찰관이 술에 취했다고 지목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조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위험한 사람을 제지하는 건 그렇다 쳐도, 취하지 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제지할 수 있게 되었다. 판단은 경찰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뭐가 ‘필요한 조치’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경찰관이 물리력을 행사할 거란 사실은 명확하다. 공공기관, 공공장소, 대중교통수단에서는 경찰관의 눈 밖에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최루탄도 공청회를 열고 ‘안전성 검사 보고서’만 국회에 제출하면 얼마든지 쏠 수 있게 되었다. 자기들끼리 여는 공청회야 백번을 해도 최루탄 사용의 근거는 못된다. 이걸 무슨 안전장치라고. 유치장에 가둬놓고도 수갑과 포승을 채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개악된 쟁점은 열 개도 넘는다. 징역형만 있던 경찰관에 대한 벌칙조항은 벌금형도 추가하여, 경찰관의 어깨를 훨씬 더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불심검문이란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고치고, 한자 용어를 한글로 바꾸고, 문장을 좀 다듬었다는 것 말고는, 온통 개악뿐이다. 화장만 고쳤지, 그 내용은 온통 고약한 것뿐이다. 10년 넘은 경찰청의 숙원사업을 단박에 다 들어주었다. 그것도 여야 합의로. 시민의 불편, 시민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모두 일정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는 건 아닐 게다.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동료 의원의 말 한마디만 믿고, 별다른 검토없이 이런 개악안에 합의해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심검문이나 최루탄, 유치장 규정의 강화 등은 특별한 전문적 식견이 없더라도 신구 조문 비교만 해봐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90년대 중반까지 길거리에서 진행되던 폭력적 불심검문의 기억만 떠올려도 문제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인권문제에 둔감하기 짝이 없는 조선, 중앙, 동아, 문화 등의 신문들도 한결같이 행정안전위원회의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안된다는 기사와 사설을 내보낼 정도로 쉬운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까닭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그 정도도 몰랐을까? 아니면 불심검문 당할 일이 없는 국회의원이어서 예전의 불쾌한 기억을 다 잊은 걸까? 민주당의 강기정, 김유정, 김충조, 김희철, 이윤석, 최규식, 최인기, 홍재형 의원은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법률을 합의해 준걸까 정말 궁금하다.

지방선거는 2004년 총선 이후 가장 큰 승리를 민주당에게 안겨주었다. 이명박 정권 2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였다. 민주당이 잘하거나 예뻐서 승리를 챙긴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경향, 한겨레는 물론 보수언론마저 이구동성으로 반대하는 인권침해 투성이 법률을 통과시켜주는 말도 안되는 의정활동을 반복한다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물으며 표정관리를 하는 경찰관들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이 달아올라서 참기 힘들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신분증에 소지품까지…경찰 ‘불심검문권’ 대폭 강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지난달 행안위 통과
한겨레 길윤형 기자기자블로그
»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새로 바뀐 내용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이 길을 가는 시민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확인하고, 지나는 차량을 세워 트렁크까지 뒤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26일 뒤늦게 확인됐다. 인권·시민 단체들은 “경찰의 행정 편의를 위해 국민 인권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국회의 향후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필요땐 지문채취 권한도
“경찰 편의위해 인권 희생”
시민사회단체 강력 반발

■ 신분증 확인…‘답변 강요받지 않는다’는 조항 삭제 이번 개정안은 의원입법(제안자 조진형 행안위원장·한나라당 의원)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경찰의 숙원을 대거 담고 있다. 개정안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이던 ‘불심검문’이란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바꿨다.

핵심은 ‘신원확인’ 조항이다. 현행 경직법은 “경찰은 범죄 의심이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순 있지만, 시민이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빠졌다.

시민들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연고자에게 연락’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만들어졌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등의 경험을 보면, ‘연고자에게 연락’이란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아 가족의 번호를 확인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서도 신분 확인이 안 되면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지문을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강인철 경찰청 규제개혁법무과장은 “답변 강요 관련 조항이 빠지긴 했지만 신원확인은 여전히 강제가 아닌 임의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복을 입은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 지금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며 “경찰 설명대로 정말 임의조항이라면 법에 그 점을 좀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분 확인에 필요하다며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은 ‘강제처분’에 해당해 영장의 제시가 없으면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또 경찰이 시민들의 소지품과 차량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와 ‘범인의 검거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의 단서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단서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경찰에 부여된 재량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나온다.

■ “대답하지 않을 권리는 민주화의 산물” 개정안에 대해 박진 다산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우리나라 경직법이 처음부터 시민들의 ‘대답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행 경직법은 1987년 6월 항쟁을 거친 뒤 88년 12월 경찰의 권한을 축소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대폭 손질됐다. 이때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불심검문에 시민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에게 소속과 이름을 물을 수 있는 권리 등이 생겨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개정안은 불심검문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들은 쏙 뺀 채 경찰의 권한만 강화해놓았다”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 있도록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검·경 동원 ‘여론 길들이기’ ‘천안함 공안정국’ 심상찮다

ㆍ‘좌초설’ 조사위원 수사
ㆍ인터넷 글 대대적 색출
ㆍ경찰 대테러 비상령도

정부가 천안함 사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다른 주장이나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속속 수사에 착수하고 인터넷상의 여론 감시나 경비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천안함을 빌미로 여론 길들이기에 나서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해군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민·군 합동조사단의 신상철 민간위원을 지난 22일 공안1부에 배당, 수사 중이다. 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에 포함된 신 위원은 지난 3월27일 모 경제신문에 해군이 사고 직후 제시한 ‘작전지도’를 근거로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하는 등 최근까지 합조단의 조사 과정과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과 기고를 해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고소한 사건도 맡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1일에는 현역 해군장교를 사칭,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자체 사고로 묘사한 네티즌 장모씨(22)를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천안함 사고 조사발표 직후 침몰 원인 등을 둘러싼 근거없는 비방이나 불법행위 엄단에 나섰다. 사이버테러 대비 경보 단계를 ‘정상’에서 ‘관심’으로 격상하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불법 집회·시위가 열리면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토록 주문했다. 경찰은 인터넷상의 천안함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나선 상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전국 경찰에 ‘을호비상’을 내리고 대테러 작전부대의 출동태세 점검에 나섰다. 을호비상은 집단사태의 발생으로 치안질서가 불안해지거나 대규모 재난·재해 발생시에 발령되는 비상근무령으로, 천안함 침몰 직후에 이어 두번째 내려졌다. 강 청장은 21~22일 전국 지방경찰청장 불시 화상회의를 열고 인천공항과 지하철 역사 등을 돌며 직접 경비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검·경을 동원해 정부에 불리한 여론을 틀어막고 공권력 동원을 강화하는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정부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한다고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일은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오 국장은 “유언비어 단속 등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나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의문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국가인권위원회는 집회금지 통보서를 전달하면서 허락 없이 캠코더로 시민을 촬영, 사생활을 침해한 경찰관에 대해 주의조치를 권고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일 오전 11시쯤 마포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이 A씨(52·여) 집 초인종을 눌렀다. 경찰관은 A씨가 전날 신청했던 집회에 대한 금지 통보서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통보서를 받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A씨는 계단 밑에서 캠코더로 자신을 찍고 있는 다른 경찰관 한 명을 발견했다.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던 A씨는 당황해 슬리퍼 한 짝을 집어 던졌다.

A씨에 따르면 촬영하던 경찰관은 급히 캠코더를 들고 달아났다. 다른 경찰관도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한 A씨의 손목을 비틀고 달아났다. A씨는 곧바로 마포경찰서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서장은 ‘적법한 공무수행이었다’며 묵살했다.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A씨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캠코더 촬영 화면에는 A씨가 경찰관에 의해 촬영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슬리퍼를 던지는 장면 등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현장을 급히 떠난 것도 확인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사실이 무리한 공무수행이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 지난 1월 25일 해당 경찰관에게 주의조치하도록 마포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집회금지 통보서를 전달하는 상황에서 진정인이 갑자기 나와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 찍혔을 뿐”이라며 “진정인이 주장하는 피해 정도가 공공질서 유지에 비해 중대하지 않아 권고를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촬영한 것인 만큼 적법하다”면서 “촬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는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찰이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이 행정상 불이익도 없는 주의조치 권고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이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 시정권고를 받는 횟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 발생사건 10만건당 인권위 권고건수는 6.6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4대강 살리기, G20 정상회의 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데도 경찰은 내부적으로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 개선 노력보다 ‘인권위 권고 건수의 전년 수준 유지’라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발생사건 10만건당 인권위 권고 건수는 2007년 3.1건으로 2006년(2.9건) 대비 6.9% 늘었고, 2008년에는 3.8건으로 전년 대비 22.5% 상승했다. 2009년에는 모두 6.6건으로 2008년에 비해 73.7% 늘었다.

    경찰에 대한 인권위 권고는 2005년 42건, 2006년 50건, 2007년 5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8년 한 해 37건으로 줄었지만, 이듬해인 2009년에는 다시 58건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 3월까지는 모두 9건의 권고를 받아 수용할지를 검토 중이다.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은 2005∼2008년 매년 1∼3건의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난해에는 모두 5건의 수용을 거부했고 그나마 11건(3월 현재)은 아직 별다른 답변 없이 검토만 거듭하고 있다.

    2009년 말 쌍용차 평택공장 노조원 점거농성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봉쇄 조치했다고 인권위가 인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경찰은 최근 “별도의 (시정) 조처를 할 이유가 없다”며 불수용 통보했다.

    인권 침해 시비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경찰은 내부적으로 올해 인권보호 활동 성과목표를 ‘사건 10만건당 인권위 권고 건수의 2009년 수준만 유지한다’고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매년 이 수치를 줄여 인권침해 시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G20 정상회의뿐 아니라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살리기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현안이 많아 현실성 있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며 “경찰 내부에선 인권위 권고가 사실관계를 벗어나거나 명백한 증거가 결여된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보호는 수사기관 존립의 본질적인 이유”라며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현상유지라는 목표를 세운다는 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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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인권단체가 서울에만 몰려 섭섭해요” [2010.05.03. 제809호]
지방 거주 학생의 ‘운동 갈증’ 고민 해결…
학생회·인터넷 등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인권운동을 개척해보세요
» 운동합시다

Q 안녕하세요?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는 24살의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대전에서 다니고 있는데요, 전부터 인권 문제나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비정부기구(NGO)를 알아보았습니다. 지역 단체도 있지만, 제 관심사와 조금 달라서 참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제앰네스티와 유니세프 등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마침 <한겨레21> ‘운동합시다’ 꼭지에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리더십 양성 프로젝트’ 소개가 있더라고요. 사실 전부터 국제앰네스티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지방이라 짬을 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구를 아우르는 ‘세계시민’이 되고 싶은데 서울에서 겨우 200km 떨어진 지방도시에 있다고 그런 활동을 마음대로 못하는 게 아쉬워요. 기부금을 내는 것만으론 만족스럽지 않은데, 지방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요?

A 인권단체는 주로 서울에 몰려 있어요. 서울 외에 인권단체가 있는 지역은 수원·대구·광주·전주 정도뿐이지요. 이 때문에 지방에서 인권단체와 함께 활동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인권단체들이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지방에 계신 분들이 인권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강좌나 실천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지요. 죄송하네요.

활발한 인권운동을 벌이는 곳이 주로 인권단체다 보니, 인권운동이란 게 인권단체 또는 직업 인권운동가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님의 고민은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보다는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는 게 맞을 거예요.

하지만 인권운동은 꼭 인권단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인권단체를 통하면 좀 더 안전하겠지만, 인권운동을 인권단체 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조금만 넘어선다면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답니다.

지금은 학생이니까 학생회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학생회를 통해 사실상의 인권운동을 하는 거죠. 학생회가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면, 인권 문제를 함께 고민할 강좌라도 열어달라고 요구해보세요. 학생회가 마땅치 않으면, 스스로 인권단체를 하나 만들어보셔도 좋겠네요. 학생이 무슨 인권단체냐고요? 맞아요. 정형화된 인권단체만을 생각하면, 비교적 돈도 없고 사회적 관계망도 튼실하지 않은 학생 입장에서 인권단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인권단체가 꼭 사무실이 있고 상근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사이버 공간에 있는 건 어떨까요.


» 가슴팍 도사

학교란 공간이 지닌 장점도 많으니까 학내 인권동아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당장 학교의 승인을 받고 동아리방까지 차지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친구 몇 명이라도 함께 모여 인권 관련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이 생긴다면,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인권단체가 될 수 있어요.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요. 혼자서는 힘들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해나가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거예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인권운동도 무척 많아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것처럼 양심수에게 연대의 편지를 쓰거나,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나라 정부에 항의 편지를 쓰는 것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편지 한 장 보내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때론 사람 목숨을 구하고 중요한 정책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가지기도 해요. 인터넷 환경이 좋으니까, 자유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겠네요.

인권단체 사이트도 찾아와보세요. 이메일로 소식을 보내주기도 하니까 메일을 받아보면서 인권단체가 요청하는 서명 활동 등에 참여해 보세요.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아직 학생이지만, 님도 훌륭한 인권운동가가 될 수 있어요. 인권운동가를 꼭 전업으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학생이어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더디 가도 좋으니, 뭐든 구체적으로 시작해보세요. 자, 파이팅!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정치]세종시법 수정안 홍보 ‘공무원 총동원’

ㆍ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장 명의 공문 보내 관련교육 실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법 수정안과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정부 부처 공무원을 총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한 지난 1월 11일 이전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 뜨거운 이슈가 된 세종시법 수정안 및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사실상 공무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여론전에 임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장 명의의 ‘세종시법 수정안’교육공문과 행정안전부가 각 부처에 보낸 ‘4대강 사업’ 교육 공문. 표는 각 부처가 행정안전부에 보낸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실적.

<Weekly 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국무총리실장 명의의 문서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12월 18일 ‘세종시 문제 이해 제고를 위한 교육 실시 협조’ 공문을 33개 정부 부처와 각 청에 내려보내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안과 관련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긴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행법 위반” vs “정책 교육 당연”
이 문서의 주요 내용은 정부지원협의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각 부처 직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협의됨에 따라 교육계획을 송부하니 부·처·청별로 자체 계획을 수립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열린 정부지원협의회에서 국가적 이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직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 부처에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즉시 해야 한다고 결정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공무원 교육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세종시기획단은 세종시법 홍보 리플릿(전단지)을 각 부처에 200부씩 배포했으며, 강의용 소책자와 PPT(파워포인트)는 파일로 전달하고 필요한 만큼 자체적으로 제작해 활용토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민주당)은 “세종시법 원안(현행법)에 따라 행정기관 이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더욱이 세종시법 수정안에 따른 법률들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을 실시한 것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법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미리 교육시킨 것은 행정 공백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재정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공무원들에게 국가 시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리실 세종시기획단 관계자는 “세종시법 수정과 관련해서는 1월 11일 이전부터 민관합동위원회에서 큰 골격이 잡혀 있었다”면서 “참여정부 때도 정부 부처 일부를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통과되기 이전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리실의 문건에 따르면 교육 일정은 부·처·청별로 자체적으로 계획해 실시하되 강사는 부처별 차관(또는 차장)이 맡아서 하도록 했다. 특히 세종시기획단은 강사를 요청하는 기관에 강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이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질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총리실의 공무원에 대한 세종시법 홍보 교육 지시와 함께 1월 11일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에 구체적인 교육 지침을 내렸다. 행안부는 공무원들의 직무능력과 인성증진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다.

행안부가 각 부처에 발송한 ‘국정 현안 공유 공직자 설명회 개최 협조 요청’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경우 실·국장 1000여 명을 대상으로 1월 13일(광화문청사)과 14일(과천청사) 실시토록 했으며, 과장급 이하 전 공무원에 대해서는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이 같은 공문을 지방자체단체에도 보내 지방공무원에 대한 설명회 참석을 독려했다.

행안부는 1월 14~15일 또는 1월 18~19일에 권역별 순회 설명회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행안부 교육훈련과는 중앙부처의 실·국장 및 과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담당했으며, 자치행정과는 시·군·구 부단체장 및 시·도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권역별 설명회를 맡았다. 이는 정부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 홍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민심을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도 12만명 이상 교육 받아
특히 행안부는 부처별로 교육실적을 취합해 통보하도록 했다. 정부가 세종시법 홍보 교육을 받도록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부처에서 실시되는 공직자 교육 또는 직장교육에 뚜렷한 이유 없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행안부가 마련한 세종시 교육실적 제출 서식은 ‘총괄’과 ‘당일 교육내역’ 등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총괄란’에는 ▲부처명 ▲총교육 대상 ▲금일 교육 ▲누계 ▲누계율 등을 기재해야 하며, ‘당일 교육내역서’에는 ▲교육 일시 ▲장소 ▲참석 대상 및 인원 ▲강사 ▲교육 내용 등을 써서 제출토록 했다.

이 같은 세종시법 홍보 교육은 대부분의 공무원이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유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경찰청 세종시 교육 실적’에 따르면 서울청 등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총 12만1491명의 경찰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공무원(10만여명)과 전·의경 등을 포함한 인원이모두 14만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0% 가까이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교육보다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인성·교양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 경찰은 국가경찰이지 정부의 경찰이 아니다”면서 “논란이 있는 정부시책을 경찰에게 교육시키는 것은 경찰을 국가경찰에서 정부경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을 여지 없이 동원해 교육을 시켰다. 행안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일(6월 8일) 후인 7월 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국가공무원 직장교육 방안’을 각 부처에 보내 8월 말까지 자체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교육 대상은 중앙부처 40개 기관의 공무원 9만7000여 명이다. 교육 내용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 기대효과 등이다. 교육은 동영상(DVD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시청, 특강, 질의응답 등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대통령령인 공무원교육훈련법 시행령에 따라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책 사안에 대해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정부가 대형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원하기 쉬운 공무원을 모아 놓고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사회적으로 반대 여론에 부닥치는 정책 이슈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권을 동원한다는 지적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정부가 공무원을 동원하면 힘없는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교육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되든 안되든 공무원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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