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광주시 민선5기를 집권한 강운태 시장은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핵심 추진전략 중 하나로 ‘인권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앞선 집행부에서도 ‘민주인권평화도시’를 표방했었다. 하지만 이는 ‘1등 시민, 1등 광주’를 위한 치장품이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와 달리 현 강 시장은 공약사항이었던 ‘인권담당관실’을 신설했고 ‘UN 지정 인권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 사실 도시를 운영하는 중요한 가치로 인권을 제시하고 선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고 ‘평등과 차별의 배제’를 통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권의 후퇴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이라는 사람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막말을 내뱉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언은 더욱 환영받을 일이다. 또 광주는 ‘5·18민중항쟁’의 도시이니 인권도시 논의는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인권도시의 내용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UN이 지정하는 인권도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권도시는 그저 1989년에 설립된 국제인권단체인 PDHRE(인권교육민중운동, People's Decade for Human Rights Education)가 1998년 인권도시 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오스트리아 그라츠, 아르헨티나 로자리오 등 20여개의 도시들이 참여하면서 알려지게 된 개념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UN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미 이러한 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되었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UN 지정 인권도시’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득력 없는 근거를 들면서 UN이 인권도시를 지정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동안 ‘UN 지정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유행처럼 얘기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UN이 지정하는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한 말이 와전되면서 공식적인 용어처럼 굳어져버린 것이다. ‘UN 지정 인권도시’도 마찬가지다. 강 시장이 선거에서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해서 고집해서는 안 된다. 사실 자체를 기만하는 용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또 인권도시는 도시의 내실을 인권 친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상생활의 규범에서부터 법과 제도, 관행, 나아가 공동체 문화까지 인권적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력과 재정은 기본이다. 인권도시를 추진하려면 이러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가 내놓고 있는 인권도시 추진계획은 내용에 대한 고민보다는 전시행정만 엿보인다. 안 해도 그만인 이벤트성 대형 행사를 내세우거나, 자문기구 구성에 있어서 극히 관료적인 접근 등 속내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많다. 화려한 외양이 내용까지 담보할리는 없다. 마지막으로 ‘인권담당관실’도 문제다. 부시장 산하에 1담당관, 3팀 11명, 총12명으로 구성되는 인권담당관실에 민간인 참여는 배제되었다. 그나마 개방형 공모로 선정하겠다던 담당관은 공모를 진행하고도 뽑지 못해 기존 관료가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 초기에 대거 개방형 공모를 통해 인권관련 경험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인권업무는 무엇보다 ‘인권감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전담하게 하는 부서에 단 한 명의 인권관련 경험자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문제다. 담당관 1명만 개방형으로 뽑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관실의 구성에 대해 지금이라도 인권활동가와 전문가 등 시민사회가 참여해 전면 재논의 되어야 한다. 광주는 그동안 ‘5·18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먹고 살아왔다. 그 유산을 긍정하고 가치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이용해 포장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그만 좀 팔라’는 비아냥을 가슴 아프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더더욱 광주의 인권도시 논의는 겉치레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인권도시 광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것은 ‘인권의 기준’으로 접근했을 때이다. |
인권으로 바라본 세상
- 광주시의 ‘UN 지정 인권도시’라는 거짓말 -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2011.04.21
-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2011.04.21
- 단가 낮은 사람들... - 김현진/ 에세이스트 2011.04.21
- 센카쿠열도와 독도 -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2011.04.21
- 함께 모여 노래 부르기 - 전국완/ 양강중학교 교사 2011.04.21
- 방글라데시 줌머인들에게 주고 싶은 추석선물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2011.04.21
- G-20 회의 시에 안전(?)하게 데모하기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2011.04.21
- 말과의 싸움, 그 피곤함에 대해 - 전종휘/ 한겨레신문 기자 2010.09.03
광주시의 ‘UN 지정 인권도시’라는 거짓말 -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이현정/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지난 8월 중순경에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를 다녀왔다. 당시 압록강이 흐르는 중국 단동시를 답사하는데 계속해서 폭우가 내렸고, 결국 압록강 범람으로 예정돼 있던 단동의 일정이 취소되었다. 거기에 압록강 바로 위쪽에 있는 집안시의 고구려 유적지는 길이 끊겨 아예 가보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압록강 건너편에 있는 북한 신의주 지역이 7, 8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엄청난 수해를 겪었다. 1950년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데, 세계식량계획, 유엔아동기금 현지 요원들과 북한 관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농경지 92%가 수해로 인해 훼손되었고, 30만 신의주 시민들에게 채소를 제공했던 위화도의 채소밭이 물에 잠겨 전혀 수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주택, 도로, 상단수원지와 변전소 파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신의주뿐만 아니라, 북한의 타 지역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번 수해로 인해 북한 주민의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100만 톤 이상의 식량이 긴급히 필요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북한 수해 지원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몇몇의 시민사회단체에서 북한에 쌀과 물품들을 보내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도 한 달 여 간의 모금운동을 통해 지난 달 27일, 육로를 통해 개성과 황해남도 배천군 수해주민들에게 밀가루 100톤과 쌀 10톤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최근 인도적 지원이 정치, 안보적 우려로 제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일행이 평양을 찾았다. 또 미국 정부는 대북 수해 구호품을 지원하였고, 민간단체들도 대북 수해 지원에 직접 나섰다. 중국 정부도 내년 1월 말까지 북한에 쌀 50만 톤을 지원 약속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불어 호주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북지원에 나섰고, 내년에도 83억원의 대북지원금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입장은 위 상황과 다르다. 지난 5.24 조치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대규모 식량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유엔 등 국제 사회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책임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결국 현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도적 지원마저도 막고 있다. 경상남도와 민간단체에서 모은 615톤의 쌀을 계속해서 반출 승인 보류를 내고 있다. 경남에서는 지자체의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여부를 중앙정부에서 미승인을 낼 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 지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사의 방북을 불허하기도 하였다. 우리 정부가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수해 지원은 북한 수해 돕기만의 차원이 아니다. 쌀 재고량이 너무 많아 쌀 가격의 엄청난 폭락에 따른 우리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매년 북한에 40만 톤의 쌀을 지원해 쌀 가격이 적절하게 유지됐었는데, 현재 3년째 지원을 끊어 현재 150만 톤의 쌀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 쌀창고 관리비만 4,500여억 원이 드는 현실이다. 결국 올해 15년 만에 최고의 재고량을 기록하고 있고, 이로 인해 15년 전의 가격으로 폭락한 상황이다. 이렇듯이 대북 쌀 지원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농민들을 살릴 수 있는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 동안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를 조금이마나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교류·대화 단절, 개성공단 운영의 파행, 금강산·개성관광 중단의 피해 당사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아니라 고스란히 남북이 껴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로 인해 미국은 한반도와 일본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국은 남북 경색의 틈을 타 북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남북관계가 멀어진다면, 한반도에서의 우리의 운명 결정권을 주변 나라에게 쥐어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열린 적십자회담이 식량지원 문제로 결렬되었는데, 이번 11월 말경에 개최될 적십자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지원 규모 및 방식, 그리고 배분 모니터링과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북한과 협의해가면 된다. 이럼으로써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로 잃어버린 것들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한반도의 역학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해서 6자회담 재개와 주도권을 가져가려 할 때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한미동맹 만의 일방적 외교가 아니라,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돌파구를 열어가는 것이 현명한 외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과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못할 때에도 여러 차례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지금처럼 북한-중국 동맹이 더 강화되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고위 인사가 계속해서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스스로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틀을 버려야 한다. 정치적 식량지원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실용적 대북정책임을 명심하고,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
단가 낮은 사람들... - 김현진/ 에세이스트
단가 낮은 사람들... - 김현진/ 에세이스트
김현진/ 에세이스트
“나도 자식들 가방끈 늘려주려고 이리 고생하고 있습니다. 내 딸, 아들 학교 다니면서 식당에서 서빙하며 학교 다니지 않게, 부모가 되어가지고 내 딸 서빙 안 시키려고 이렇게 학교에 나와서 일하는 게 잘못입니까. ”라는 부분이었다.
여름까지 서빙 노동자였던 나는 갑자기 몹시 우울했다. 우울하다기보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생활한다는 것은, 그렇게 시시각각 기운이 쭉 빠지는 일투성이인 모양이다. 자식 가방끈 늘려 줘서 서빙 같은 일 안 시키려는 부모 마음이야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내가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많이 다녀 봐서 커피 맛을 잘 아는데 커피 맛이 엉망이라며 4500원을 던지듯 놓으면서 내가 이 돈을 왜 내는지 모르겠다, 도둑년, 이렇게 내뱉고 나가는 손님 봤을 때 시키는 대로 시간당 사천 얼마 받으면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도둑년 소리를 듣나 싶어 의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어느 부모도 자식 서빙 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방끈 길게 늘어뜨리고 책상 앞에서 근사하게 일할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서빙을 해야 할 텐데 같은 비정규직끼리도 절대로 내 자식은 그거 시키기 싫다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내 자식 비정규직 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뼈가 부서지도록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자식이 가방 끈 길어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외교부 특채 사건처럼 ‘내 딸 최적화’ 시험 같은 걸 만들어줄 수 없으니 역시 기운 빠지는 일이다. 여름까지 일했던 커피숍은 여섯 시가 되면 생맥주를 파는 호프집으로 변신했다. 다섯 시 반까지 출근하는 주방 담당 아주머니는 하늘이 무너져도 자신을 꼭 사장님이라 부르라 했다. 몇 년 전까지 자기 가게를 운영하다가 일이 생겨 남의 가게에서 월급 받고 일하게 된 그는 그 사실에 늘 진저리를 냈다. 손님이 혹시라도 사장님이라고 안 부르고 주방장님, 이모, 아줌마, 뭐 이렇게 부르거나 하면 그야말로 진저리를 쳤다. 분해 죽겠다는 투로 내가 남의 가게 종년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버젓이 남의 가게 종년 노릇하고 있는 나는 또 기운이 쭉쭉 빠졌다. 별로 스스로 종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건만 자꾸 종년 종년 하니까 기운이 빠지는 거였다. 지금 반 년 넘게 새벽에 사무실에 녹즙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시간에 일하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을 마주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꾸벅꾸벅 인사하고 힘들게 일하시는구나 하고 존경도 하다가 이젠 마주칠 것 같으면 전속력으로 내뺀다. 가끔 청소 아줌마들에게 녹즙 판촉용 샘플을 주지 않는다고 꼬집어 뜯기고 쥐어 박힌 다음부터는 일단 도망치고 본다. 그리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혹시나 경비 실장 눈 밖에 안 나려고 조심하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하청 업체는 계속 하청 일을 받기 위해 본사에 종종 좋은 자리 만들어 대접하고, 경비 노동자들 역시 계약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경비 아저씨들은 나에게 샘플 몇 개씩 경비실에 놓고 가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모두 파리 목숨인 비정규직끼리도 이러고 사는구나 싶을 때마다 기운이 또 좍좍 빠진다. 녹즙 먹는 손님이 프로야구 우승팀 내기를 하자고 한다. 자기가 이기면 한 달 녹즙 값을 공짜로 해 달라고 한다. 녹즙 값 내지 않고 퇴사하기라도 하면 그 돈 받아낼 수도 없고 꼼짝없이 자기 돈으로 채워 넣을 수밖에 없는 녹즙 노동자는 살 떨린다. 그럼 내가 이기면 한 달 대신 배달해 줄 거냐고 했더니 자신은 시간당 단가가 비싼 사람이니까 불공정 거래라며 하루 대신 배달해야 공평하다고 한다. 그나마 있던 기운도 다 빠졌다. 비정규직이란, 단가 낮은 사람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시간당 단가 싼 사람들, 그러니까 막 부려먹어도 되는 사람들. 단가에 따라 인권 값도 결정되는 2010년 대한민국. |
센카쿠열도와 독도 -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센카쿠열도와 독도 -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무단 침범한 중국 어선 선장을 일본 정부가 구속시킨 것이 발단이 돼 두 나라 사이에 피말리는 갈등상황이 벌어졌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대체로 중국의 판정승이다. 단순히 일본이 선장을 석방시켜줘 모양새 구긴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센카쿠열도=분쟁지역이라는 점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중국은 승리했고 일본은 패배했다. 좀 더 냉정히 말하면 일본의 과잉대응은 '삽질'이었다. 기왕 나포할 거였으면 후딱 중국으로 치워버렸어야 했다. 어차피 일본이 영유권 갖고 있는 마당에 세상 사람들 입에 센카쿠냐 댜오위다오냐 하는 식으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일본에겐 손해다. 센카쿠는 말하자면, 일본의 '독도'인 셈이다. 역으로 말하면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다케시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 문제제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근본적으로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익세력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대외정책 목표와 국내정치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영토문제에 관한 한 양보하지 않는다는 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 가수가 사재를 털어 미국 신문에 독도 광고를 하거나, 재미한인이 고속도로 전광판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된다. 그걸 빌미로 일본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이는 그 자체로 독도는 분쟁지역이란 인식만 키우기 때문이다. 사족: 어찌됐건 센카쿠라 불러주는게 맞지 않나 싶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곳이다. 다케시마가 아니라 독도, 북방4개섬이 아니라 '남 쿠릴 4개 섬'인 것과 마찬가지다. |
함께 모여 노래 부르기 - 전국완/ 양강중학교 교사
함께 모여 노래 부르기 - 전국완/ 양강중학교 교사
전국완/ 양강중학교 교사 지난 주말 저녁 TV 앞에서 나는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간만에 행복했다. 손뼉을 쳐가며 깔깔거렸다가 뭉클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야말로 벅찬 감정에 가슴이 흠뻑 젖어 마구 출렁거렸다. 한바탕의 출렁거림이 진정되고 난 후에 나는 가슴 속에 말랐던 모세혈관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 흐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서두를 너무 감상적으로 꺼냈나? ‘남자의 자격’팀의 합창대회 출전 이야기이다. 필자의 기억 속 가장 잊을 수 없었던 합창대회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늘 전교 꼴찌를 도맡아 하던 우리 반은 무서운 호랑이 수학선생님이신 담임선생님을 늘 실망시키며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합창대회 일정이 공고되었다. ‘그래도 너희 반이 노래실력은 좋아!’ 라시던 음악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당시 선명회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의욕적으로 나서서 선곡도 하고 지휘를 맡아 ‘우리도 뭔가 해 보자’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쉬는 시간에도 모여서 노래 부르고, 종례 전 다함께 하던 청소시간에 마룻바닥을 닦으면서도 같이 연습을 했다. 하나밖에 없던 음악실을 선점하기 위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침 일찍 등교하기도 하고 방과후에 남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화음을 맞추며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되는 ‘가고파’ 가사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도 CD도 없던 그 시절, 키에 콩을 담아 까불리며 파도 소리를 만들어 테잎에 담는 극성까지 보였다. 거기다가 붉은 장미꽃까지 한 송이씩 머리에 꽂고……. 우리의 의욕적인 연습에 음악선생님께서도 ‘너희가 최고다!’라고 격려해 주셨고, 대회당일 아침 비릿한 날달걀을 눈 한 번 꾹 감고 삼켰다. 우승을 예감하며 벅찬 가슴을 안고 ‘함께 모여 노래 부르기’ 라는 현수막이 붙은 무대에 섰다. 머리에는 꽃을 꽂고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서……. 그렇게 우리는 떨리는 마음을 마주 잡은 친구 손의 체온에 진정시켜가며 입을 쫙쫙 벌려 열창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외부에서 초빙된 심사위원은 우리 반이 아닌 다른 반에게 1등상을 안겨줬고, 우리는 지휘상 하나 달랑 받았다. 대회가 끝나고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심사위원을 원망하며 체육관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눈물이 마를 무렵 호랑이 담임선생님은 우리들 앞에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셨고, 그 무서운 분이 목이 멘 소리로 ‘사실은 우리 반이 최고였다.’고 벅차게 말씀해 주셨다. 결국 우리는 눈물로 시작했다가 그 체육관 한가득 까르르 웃음소리를 울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담임선생님은 더 이상 성적으로 우리를 면박주지 않으셨고, 만년 꼴찌반 우리들은 그래도 행복했다. 그 때 그 기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교사가 된 뒤에도 합창대회 때가 되면 반 아이들을 독려해 열심히 노래지도를 했더랬다. 혹자는 전체주의의 흔적이라며 부정적으로 지적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서로 조금씩 부족하고, 다른 색깔을 지닌 아이들이 손을 마주잡고 화음을 맞춰가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감동적이었다. 각자가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주며 ‘나’만의 노래가 아닌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일, 그러기 위해 많은 시간 함께 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을 하는 과정이 따뜻하지 아니한가.
그리고 그 날 ‘남자의 자격’ 팀의 대회 출전기를 보고 내가 뭉클했던 건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멋진 화음을 만들어가던 과정도 감동적이었지만, 대회에 출전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팀의 합창 모습을 보며 눈물짓던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부족한 대로 모자란 대로 모여서 한마음으로 만들어 낸 화음과 그런 타인들의 모습에 그들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많이 각박하다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아직 알고 있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도 감동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뜨거운 가슴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치르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바쁘다. 바쁜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수업과 방과후 수업, 보충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못지 않게 바쁘다. 거기다가 대입 수능에서 예체능 과목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수도 많이 줄어 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추진될 집중이수제로 인해 영어, 수학, 국어 과목 등의 소위 ‘주요과목’만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이런 까닭인지 내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도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의 경우, 선발인원이 대대적으로 줄었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국영수보다는 예체능에 소질이 있고, 그런 과목이 있어 그래도 학교생활이 즐거운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 어떤 것으로 학교생활의 낙을 삼아야 할까? 이 아이들에게 ‘인생이란 원래 고해(苦海)’다 라는 말로 국영수를 들이대며 끝없는 고문을 해대야 하는가. 학교수업도 모자라 방과 후에 학원수업까지 국영수 일색으로 들이밀면서 말이다. 수많은 ‘다름’이 모여 만들어 내는 ‘하나’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아, ‘나’ 가 아닌 ‘우리’의 행복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모으던 그 여유가 영영 사라진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다르게 태어났으되, ‘같음’을 강요받으며, 그다지 다르지 않고 비슷비슷한 개인들로서 서로를 견제하며 결국엔 따로따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게 우울하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런 재미없고 삭막한 삶을 강요해야 한다는 게 정말 슬프다. |
방글라데시 줌머인들에게 주고 싶은 추석선물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방글라데시 줌머인들에게 주고 싶은 추석선물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가을. 반가운 햇살이 파란하늘에 그득하다. 지난 달 20여일 넘게 비가 내린 뒤 비추는 햇살이라 더 살갑다. 서울 남산공원을 걷다가 만나는 많은 외국 사람들도 비슷한 행복감을 함께 느낄 것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온 외국인이나 망명객들에게 명절은 더 각별할 것이다. 그래서 줌머인들에게도 멋진 선물을 주고 싶어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본다. 꿈이니까. 경찰청장이나 청와대에서 이번 “2010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존의 방침을 폐지하고 표현의 자유, 소수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추진하기로 해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2010년 서울에서 평화적인 기자회견의 보장을 위해 신임 경찰청장은 청와대의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찰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시범운영해 폭 넓은 기자회견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밝혀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찰이 제안한 새로운 기자회견 기준을 검찰이나 다른 기관에서도 공청회를 통해 적용해 보기로 했다는 둥 이런 것도 좋겠다. 이런 소식이 사실로 바뀌고 사례가 많아질수록 평화롭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특히,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망명해 한국에 살고 있는 줌머인들은 어떤 추석 선물을 받고 싶을까. 지난봄에 있었던 기자회견때 불법집회라고 강제연행하고, 뱅갈어나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해산방송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한지 25분도 되지 않았는데 게눈 감추듯 연행해 가는 일들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명절선물이라 생각한다. 방글라데시의 1억4천만의 인구 중 120만명을 제외하고는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다. 이 120만 명 중에 줌머인 60만명이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치타공산악지역에서의 교육과 복지의 역할을 승려들이 중심이 된 시민단체와 사찰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아원 운영에서부터, 초, 중등교육, 직업교육, 빈민구호활동 등 대부분의 사회복지 역할이 사찰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원조 또한 사찰과 승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종교인들도 늘어나 일부 교회 또는 기독교 시민단체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원을 하고 있다. 각종 차별과 폭압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위협을 피해 대한민국에 망명요청을 한 사람들이 다수 있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가장 많은 망명 승인을 받은 25명이 넘는 수가 줌머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은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합법적으로 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혜택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망명인들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줌머인연대는 자국인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상대로 그들 스스로의 권리내지 인권탄압의 중지, 자신들의 보호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기자회견이나 권리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재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향하여 이러한 주장을 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주장도 받아줄 곳이 없을 만큼 그들에게는 유일한 소통구이다. 이들은 머나먼 타국으로 도망을 와서 이 땅에서 집회나 시위로 문제를 일으킬 생각도 없었고, 대한민국의 교통에 방해를 끼칠 의사도 전혀 없이 오로지 평화의 방법으로 기자들을 향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할 뿐이었다. 사진에 나와 있는 협소한 인도에서 대사관 앞까지 불과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간 것이 불법행진이라며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어서는 안될 것이다. 평화적인 의사가 있고, 경찰의 요청에 따라 구호를 외치지 않고 피켓도 내리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도 끝내 불법집회라고 하는 경찰관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줌머인들의 상당수는 관할경찰서장의 지시로 내려진 해산명령이 무엇인지 이해도 못 할 뿐 아니라 한국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경우 경찰로부터 안전하고 원활하게 기자회견을 진행하도록 보호를 받기는커녕 이들을 도와주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탄압을 피해서 낯선 한국에 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것이 또 다른 탄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올 한가위(추석명절)에도 어김없이 많은 종교계 인사들이 복지시설을 위문하거나, 관할경찰서 전의경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는 좋은 문화가 있다. 더불어 누구라도 기자회견을 합법적으로 하고, 인도에서 강제 연행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선물을 주었으면 좋겠다. |
G-20 회의 시에 안전(?)하게 데모하기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G-20 회의 시에 안전(?)하게 데모하기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먼저 정부의 G-20 서울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seoulsummit.kr/) 에 가보았더니 정말 ‘헐’이다. 정부 측 홍보하는 사람들과 감수성이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웃기기까지 했다.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국민들은 건전(?)한 술자리 문화와 습관을 가져야 하고 지하철에서 통화를 소곤소곤, 음악도 적게 틀어야 한단다.(G-20 에티켓편) 수많은 국가의 정상들과 관련된 경제인들이 저녁에 회의 끝나고 우리들하고 같이 소주 한 잔하고 지하철로 퇴근할까 싶어 저러나 싶기도 하고, 아주 먼 기억이었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 연희동 29만원 전 모대통령 정권이 주창한 국민의식 함양 프로젝트 ‘외국인보면 무서워하지 않고 Hello 하기 운동’이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웃고 넘기기엔 조금 심하다 싶은 것도 있다. 1박 2일 외국 우두머리 초청 행사가 어떻게 32개국 축구 잘하는 국가들이 모여서 하는 월드컵행사와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지적하려면 수도 없지만 (특히 한비야씨 인터뷰 중 한국의 기부문화가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하는 부분과 한국이 너무 자랑스러워 이민자를 붙잡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서글프기까지 했다.) 나름 웃겨주시는 센스에 깊게 태클 걸 생각은 없다. 아무래도 민변이 관심 가져하는 분야는 집회와 시위 관련 법률적 부분이고 애초의 외국인분의 요청 또한 법률 강좌이기에 G-20 관련 법안에 대한 검토를 해 보았는데, 이미 5월 19일 국회에서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가 되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특별법 하에서 안전한 캠페인이나 집회 및 시위는 불가능해 보였다. 왜냐하면 특별법 통과 시 발표한 민변의 성명서(자세한 내용은 http://minbyun.org/?mid=voice_01&document_srl=31046&listStyle=&cpage=)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한마디로 특별법에 의하면 통제단장(대통령실 경호처장)의 요청으로 군대 동원이 필요시에 가능하여 졌고, 경호처장이 자의적으로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하여 이 구역 내에서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으며, 경호안전구역 지정 역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필요시 군대를 동원하여 서울 각 도처의 회의장이나 주요도로, 행사장을 삥 둘러쳐서 군인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정부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캠페인이나 시위는 서울의 거의 모든 전역에서 모조리 불허되고 만약 불복하고 집회를 열며 바로 감옥으로 집어 넣어버리는 법이다. 가뜩이나 집시법 때문에 집회, 시위하기가 지랄 같은데 이 법은 집시법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봉쇄와 탄압을 법률적으로 보장해주는 법인 것이다. 군대까지 동원가능하다는 것에 5.18을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써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이건 뭐 막가자는 법률안이다. 그것도 이미 통과된... 젠장!!
돌아와서 민변을 포함한 인권단체는 이 법률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 법안이 시효 되는 순간부터 집회신고, 헌법소원 및 위헌제청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의 외국인의 요청사항은 난감하게 되었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계엄령과 유사한 특별법 하에서 준법 캠페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캠페인은 알아서 눈치껏 통제단장이나 일선의 경찰 지휘관의 판단에 거스르지 않을 만큼으로 진행하여야 한다고 하며, 운이 없어 잡히거나 수감이 되면 수감자로써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들을 알려주는 강좌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시위하거나 또는 잡히거나” 뭐 이런 식?? 그리고 정부 측에서는 이번 G-20 회의개최로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참나... 오버도 이런 오버가... 자뻑도 이정도면 달인 급이다. 쯧쯧)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한국경찰에 의한 세계 톱클래스의 집회 및 시위 진압 실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 지는 건 아닐까 두렵다. |
말과의 싸움, 그 피곤함에 대해 - 전종휘/ 한겨레신문 기자
전종휘/ 한겨레신문 기자
<한겨레>에서 노동을 담당한 지 6달째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환경부와 함께 가장 반역의 세월을 보내는 정부 부처가 노동부라고 생각하는지라, 공무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가자미눈을 뜨고 지켜본다. 내가 일상적으로 가자미로 변신하는 때는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기사를 쓸 때다. 특히, 내가 주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근로자’라는 용어를 ‘노동자’로 바꾸는 일이다. 대한민국 고용노동부는 노동단체들이 ‘노동절’이라고 부르는 5월1일도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른다. 노동 관련법에도 근로자는 등장하지만 노동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고용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 모두 근로자다.
근로부가 아닌 고용노동부는 왜 노동자를 근로자라고 쓸까? 한 번은 고용부의 한 관리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나도 궁금해 이것저것 따져봤는데, 별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두 단어에는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고 믿는다. 노동자와 근로자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임금을 받아서 생활을 영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말 뜻 그대로만 놓고 보면, ‘勞動者’는 말 그대로 힘을 써 움직이는 자이고, ‘勤勞者’는 부지런히 힘을 쓰는 자이다. 나는 ‘노동자는 항상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이 자본 중심적 논리가 마뜩찮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뚱보 사장’의 자본논리에 애궂은 꼬마 기관차들이 혹사당하는 것같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노동자도 사람인지라 때로 부지런히 일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필요하다.
이런 내 머릿속 치환작업이 기능을 하지 않는 때가 있다. 바로 법정 용어를 써야 하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에 ‘근로자’에 관한 법은 10개가 있지만, ‘노동자’에 관한 법은 하나도 없다. 죄다 ‘건설근로자’ ‘근로자복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등에 관한 법뿐이다. 왜 노동조합은 근로조합으로 부르지 않는지 신기할 정도다.
요즘 언론 지상을 장식하는 ‘타임오프’ 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있는데, 이 제도의 법률 용어는 ‘근로시간면제제도’다. 이 법률용어를 기자 마음대로 ‘노동시간면제제도’라고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 ‘근로시간면제제도’라는 용어는 단순히 노동이라는 단어를 근로로 대치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근로시간면제제도라는 말만 놓고서는 일반인이 이게 도대체 무슨 제도인지를 알아먹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근로시간을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면제한다는 것인가?
사정을 이해하자면, 노동조합 전임 간부의 노조 활동이란 게 회사가 재화를 생산하는 일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 기본적으로 월급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법으로 노조 전임자가 노조 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만큼의 시간은 근로시간에서 면제해주되 그렇지 않은 시간은 월급에서 까야한다는 뜻 같다. 뒤집어서 보면, 법으로 정한 만큼은 노조 전임자가 근로시간에서 면제된 상황에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보장해주자는 뜻같기도 하다. 엎어 치나 메치나인데, 어쨋거나 고용부 관리와 기자들, 일부 관련자들 빼고 이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는 이가 있을까싶다. 고용부와 의회가 이처럼 어렵고 애매한 단어를 법률용어로 쓴 까닭이 조합원인 노동자와 노조 간부를 분리하기 위함이 아닐까하는 불온한 상상도 한다. 실제로 ‘타임오프’ 제도가 현장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까닭은, 단기적으로는, 이 문제가 노조 간부의 문제이지 조합원의 이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세간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타임오프 반대’ 집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7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타임오프제와 노조탄압 분쇄를 다짐하는 ‘노동기본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제공)
그래서 나는 기사를 쓸 때 근로시간면제제도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유급 노조활동시간(타임오프) 한도 제도’라고 쓴다. 월급을 받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놓은 제도라는 취지다.
여기서 활용형도 등장한다. 고용부는 이른바 타임오프에 정해진 시간을 쓸 수 있는 노조 간부를 놓고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말은 법에도 없는 말인데, 고용부는 기존 노조 전임자는 무급으로 한다는 법조항이 있는 만큼 이제는 월급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하는 이는 노조 전임자가 아니라 근로시간면제자라고 주장한다. 산 넘어 산이다.
이런 식으로 ‘말과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한다. 얼마 전에는 고용부라는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두고 고민했다. 임태희 장관 시절 고용노동부는 ‘노동부’가 아니라 ‘고용부’로 불리길 원한다고 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바로 고용이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 부처 이름까지 바꾼 만큼 노동부보다는 고용부가 약칭으로 더 맞는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노동 문제가 더 중요한데 고용부가 아니라 노동부라고 약칭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나는 그냥 ‘고용부’라고 쓴다.
원래 이름이란, 불리는 자가 불리고 싶은 대로 불러주는 게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게 원칙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스스로의 약칭을 ‘총련’이라는데도, 굳이 ‘조총련’이라고 쓰는 일부 보수언론을 보면 ‘새디스트 집단’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용부라는 약칭을 쓰는데는 내 나름의 뒷계산도 깔려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보다는 자본가,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더 대변한다는 게 내 가자미눈의 시각인데, 스스로의 이름에서 노동을 버리고 고용을 택하는 노동부가 얼마나 더 노동자에게서 멀어지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에 존재는 언어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고용은 자본가의 단어다. 노동자의 단어는 취업이다. 취업노동부가 아닌 고용노동부가 앞으로 고용주가 아닌 취업 희망자의 편에서 관련 정책을 쏟아낼지 지켜보겠다면, 고용부는 ‘공연한 트집’이라며 시비를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