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적극 사용?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 (CBS 라디오 05.10)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1년 5월 10일 (화)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정관용> 최근에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한 경찰관이 맨손으로 맞서다가 부상당한 사건이 벌어졌고, 그때 파출소 팀장은 가스총을 쏘기는커녕 도망을 쳐서 논란이 되기도 됐지요. 그 다음에 조현오 경찰총장이 앞으로 흉기를 든 사람이 난동을 벌이면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라, 이런 지시를 했는데요, 인권단체는 어떻게 볼까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오창익> 예, 안녕하세요?
▶정관용> 딱 전제조건을 달았어요. 경찰관서에 난입해 난동을 벌이는 취객이 있거나 조직폭력배를 제압하는 등 그런 상황에서는 규정에 따라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라, 이게 이제 조현오 경찰총장의 발언 내용이지요? 어떻게 보세요?
▷오창익>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입니다.
▶정관용> 왜 그렇습니까?
▷오창익> 경찰총장의 지시는 곧 명령이지요. 경찰은 위계가 분명한 계급 조직입니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뭐 명령 불복종이 될 텐데요, 일선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우려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그러면 이걸 반대로 보면 난동을 부리거나 조직폭력배 제압하는 데에도 총기를 쓰지 말아야 합니까?
▷오창익> 총은요, 일단 사용하면 그 피해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지요. 인명을 살상하는 무서운 무기입니다. 신창원 검거 실패 이후에도 경찰총장이 비슷한 지시를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총기 사용을 지시했지요. 그때는 어떻게 했냐 하면 공포탄 두 발 발사하고 실탄 쏘던 것을 공포탄 한 발만 발사하고도 실탄을 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냐 하면 총기 사용 건수가 2배로 늘었고요, 희생자도 속출했습니다. 절도 미수 용의자가 등에 총을 맞기도 했고, 중학교 3학년생이 총을 맞고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경찰관사 안은 아니었지만 어떤 경찰관은 서울대 병원 로비에서 총을 쏜 일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고요. 또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이 숨지는 일도 있습니다. 딱 20년 전에 한국원씨라고 서울대 박사과정의 학생이었는데, 신림동에 서 있다가 도로를 맞고 튕겨져 나온 경찰의 총탄에 맞고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관용> 예, 그런데 뭐 우리 사회 일각에는 지금 공권력의 기강이랄까, 뭐랄까요, 공권력에 어떤, 국민들이 공권력을 바라보는 시각, 이런 데에 문제가 있다, 이렇게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아요?
▷오창익> 당시 이제 서울 관악에 있던 파출소에서의 난동이 문제가 됐는데요,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다음에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꼭 부적절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정신없이 그야말로 난동을 부리는 시민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일반 시민들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게 파출소 안에 가두어버렸거든요.
▶정관용> 그렇지요.
▷오창익> 그건 잘한 겁니다. 경찰총장도 이건 잘 했다고 그랬고요, 다만 문제가 됐던 건, 도망갔던, 현장에서 피했던 팀장인가 하는 경찰관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니까 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고 그런 경찰관이 문제이지, 그래서 이제 경찰이 비난당하고, 공권력이 좀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지, 이 상황에서 총기 사용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는 아닙니다. 이를테면 가스총으로도 제압할 수 있었고요, 또 경찰봉, 삼단봉 같은 게 있는데요, 그런 거로도 제압할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나중에 물론 제압을 했고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팀장이라는 책임 있는 경찰관이 도망가 버린 것이 문제이지 총을 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정관용> 아니, 조금 아까 제가 이야기한 것은 파출소나 이런 데에 가서 난동까지 부린다는 것 자체가 공권력이라는 경찰 자체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
▷오창익> 그렇지요. 이해할 수 없는 시민들이 많잖아요. 국민의 숫자가 많으니까요. 또 술에 취해서나 환각 상태에서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 총 문제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야 할 것이요, 경찰관들이 사실 사격훈련을 별로 안 받습니다.
▶정관용> 아, 그래요?
▷오창익> 예, 어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느냐 하면은요, 사격훈련을 할 수 있는 사격장 자체가 서울에 다섯 개에 불과합니다. 서울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한 3만 명 정도 되거든요. 외근 경찰관의 경우에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거나 교통, 이런 분들이지요? 밖에서 활동하는 경찰관들은 1년에 4번만 사격 훈련을 합니다. 작년까지는 6번이었는데 그나마 줄인 거고요. 그것도 고정표적에 대고 사격연습을 합니다. 사격점수가 나빠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고요. 그렇게 되니까 움직이는 사람에게 총을 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현실이 이런 상황에서요, 이 경찰의 총기 사용은, 이를테면 특별하게 훈련된 사람들, 총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 경찰 특공대는 그런 경우가 될 텐데요, 이런 사람들이 아닌 일반 경찰관들이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한번 검토를 해봤으면 합니다.
▶정관용> 사격훈련이 거의 없다?
▷오창익> 예.
▶정관용> 총기 사용과 관련된 현재 경찰 내의 어떤 지침이나 이런 건 어떻게 되어 있나요?
▷오창익> 법률에 경찰관 집무집행법에도 나와 있고요, 또 총기 사용 매뉴얼도 있습니다.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데요, 문제는 아무리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어도 결국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개인의 판단에 의해서 총기 사용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좀 예전 통계이긴 한데, 총기 사고가 잇따를 때요, 경찰관에 의한. 경찰관 총기 사용의 80%가 20대 순경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경험이 적으니까 너무 쉽게 교육기관에서 배운 대로 총기를 사용해버린 거지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 상황이 총기를 사용할 상황인가, 그렇지 않아도 제압이 가능한 상황인가, 이런 걸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총기처럼 한번 사용하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무기가 아니라 이를테면 가스총이라든지 전기충격이 가능한 삼단봉 같은 것도 있습니다. 경찰에 보급되어 있지는 않은데요. 이렇게 좀 안전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러나 경찰 활동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범인도 제압할 수 있는 그런 대안들을 찾아내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총기는 마지막이다?
▷오창익> 그렇습니다.
▶정관용> 지금 가스총이나 아까 말씀하신 전기충격용 삼단봉 같은 것, 지금 가스총은 다 보급이 되어 있나요?
▷오창익> 예, 되어 있습니다, 가스총은요.
▶정관용> 가스총 정도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요?
▷오창익> 실내에, 제한된 공간에서는 가스총이 효과가 있지요. 그러니까 이번 파출소 난동 같은 경우는요, 가스총을 쏘았다면 금세 제압이 되었을 거고요. 길거리는 바람의 방향이나 이런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스총이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또 하나는 난동 상황이라는 게 다 다르거든요. 이를테면 가스통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인질극을 벌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번 파출소처럼 그냥 무차별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거든요.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대안이 마련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정관용> 전기충격용 삼단봉, 이런 것은 아직 보급이 안 되었다고요?
▷오창익> 예. 지금 보급되어 있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물리력만 가할 수 있는 삼단봉인데요, 거기에 전기 장치를 두어 가지고, 약간의 자극, 뭐 인체에 위험하지 않은 정도요. 그러나 쇼크는 유발할 수 있는 자극을 준다면 총기보다 훨씬 더 부담스럽지 않은 대안이 될 수 있지요.
▶정관용> 이걸 왜 보급 안 하고 있지요?
▷오창익> 그건 경찰에서 들어봐야 되는데요,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정관용> 오창익 사무국장은 몇 년 전에 경찰 인권위원 하셨잖아요?
▷오창익> 예.
▶정관용> 그래서 현재 경찰에 보급된 장비나 이런 법규 같은 것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계신데, 법규나 지침 같은 걸 바꿀 필요도 있나요?
▷오창익> 지금 상황에서 법규나 지침을 바꿀 필요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자세하게 바꾸더라도요,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법률이, 또는 매뉴얼이 지침을 줄 수는 없거든요.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할 수 있는 경찰관들이 얼마만큼 고도로 훈련되었는가, 또 총기 사용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격훈련을 아주 자주 받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세 달에 한번, 분기에 한번 정도 사격을 해가지고는 실제 상황에서 총을 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고정표적이 아니라 움직이는 표적이기 때문에 불가능하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그런 훈련, 그런 훈련도 지금 별로 안 받고 있지요, 일선 경찰들이?
▷오창익> 그렇습니다.
▶정관용> 그런 훈련하고 사격훈련 같은 것을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는 것이고요. 만약에 총기 사용을 어떻게 하더라도 이런 훈련들이 된 후에나 검토해야 된다?
▷오창익> 저는 경찰관 일반이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은, 총을 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경찰관들, 특공대들만 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일단 인권단체, 인권연대에서는 그런 시각을 보여주셨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창익> 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