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시민권의 개념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더 이상 ‘인권’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외 보수진영에서도 북한‘인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강대국이 분쟁지역에 개입할 때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해당지역 주민의 ‘인권’이다. 이제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진보나 보수를 표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권을 옹호하는 주장이 인권에 의해 논박되는 경우도 있다. 형사피의자의 인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는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반론에 부딪히곤 하고, CCTV 설치로 인한 인권침해는 ‘범죄로부터의 자유로울 권리’와 대립한다. 최근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보호권이 학부모들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인권의 개념 자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이 인권개념의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인권’(최현 저, 책세상, 2008)을 펼쳐 보는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권에 관한 굵직굵직한 단행본들이 여러 권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짧으면서 가장 평이하게 쓰여진 훌륭한 인권 대중서라고 할 수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100쪽 남짓의 이 깜찍한 책에 인권개념의 역사가 알차게 정리되어 있다. ‘안티고네’에서 보여지는 인권개념의 원형에서 출발해서, 근대와 현대의 인권개념을 시대 순으로 경쾌하게 스케치하고 나더니,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독자들을 위해 책 말미에서는 지구화시대의 인권에 대한 전망까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인권사에 대한 훌륭한 저술인 ‘인권의 역사’(스기하라, 한울, 1995)와 비교해 보면, 난이도는 더 평이하고, 현대적 쟁점까지 포괄되어 있는데다가, 그림까지 곁들여져 있는 편집은 더욱 훌륭하다. 누군가 인권입문서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이제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또한 그동안 인권논의에서 잘 다뤄지고 있지 않던 ‘다문화사회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해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현실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고대 인권 사상에서 출발해서, 자유권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인권사상을 소개한 뒤, 이것이 20세기 이후의 사회권으로 발전해 나가는 점을 차례로 서술하고 있는 것은 여느 인권사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권개념사를 ‘시민권’과 연관시키는 서술은 이 책만의 특징이다. 책의 서두에서 인권을 ‘도덕적·당위적·추상적 차원에서 논의된 인간의 권리’로, 시민권을 ‘제도적·법적·현실적으로 보장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권의 ‘이념’이 시민권의 ‘제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권과 시민권의 동학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면서, ‘기본권’이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왕에 ‘개념’에 천착하기로 했다면, 인권, 시민권, 기본권 등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권 관련 개념을 모두 다루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인권이념의 추상성은 제도화된 시민권을 통해 극복되고, 시민권의 한계가 인권논의의 개방성에 의해 보완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통찰이다. 하지만, 이 인권과 시민권의 상호작용에, 우리 헌정질서가 기초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우리의 헌정질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민들은 기본권을 근거로 하여 권리를 보장받고 구제를 받는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인권과 시민권의 개념사를 다루면서 기본권을 빠뜨린다는 것은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게 보면 우리 인권 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권을 연구하는 (헌)법학자들은 초실정적인 인권이념의 풍부한 논점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고, 반면 인권이나 시민권을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자들은 기본권이 우리 헌정질서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규범’이라는 사실에 눈감곤 한다. 인권논의들의 상당수가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헌법이론을 통해 이미 규범화된 것이 많고, 기본권은 이미 헌법재판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규범을 도외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한 철학적인 인권이념이나 사회학적인 시민권이론이 독자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헌법학의 기본권이론으로 해명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질 때,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판례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권보호의 사각지대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할 때, 인권/시민권 논의의 독자적 가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을 말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헌법의 기본권이론과 헌법재판소 판례‘도’ 뒤적거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이다. 일부에선 ‘이러다 조선이 동북4성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2008년부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2년 이상 강경자세를 유지해 왔다. 대북 인도적지원도 끊겼다. 그렇게 강하게 나가면 조선도 더 못 버틸 것이고 그러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했다. 그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상식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평양에 있는 정책담당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뭐하러 자존심 굽히며 한국에 무릎을 꿇겠는가. 60년을 이어온 ‘혈맹’ 중국이 있는데 말이다. 해마다 대규모 인도적 지원도 해주고 경제지원도 해준다. 대접은 또 얼마나 극진한가. 결국 기다리며 압박한 결과가 동북4성인 셈이다.

 남북관계에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11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논설실장단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처음 썼다고 한다. 정석구 한겨레 선임논설위원이 5월4일자 칼럼에 쓴 증언을 들어보자.

 “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신 있는 말투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남북문제는 김대중 정권 초기에도 8개월, 노무현 정권 초기에도 10개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런 (대화 중단) 전략을 써왔다. 대화 중단하고 이대로 있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권은) 북한과 색깔이 다르니 (다른 정권에 비해 대화 중단 기간이) 몇 달 더 걸릴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위원도 지적했듯이 기다리기 전략의 결과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바로 조선이 경제와 정치 안보 모든 면에서 갈수록 중국의존도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이제는 거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10년 전인 2000년 조선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일본과 비슷한 25% 수준이었지만 2008년에는 73%가 됐다. 교역액은 10년 사이에 5배 넘게 증가했다. 조선에 대한 총투자액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석유는 이미 사실상 100%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은 꾸준하고 ‘통 큰’ 대북지원을 통해 명분과 실속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지난 2007년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제안하면서 공사비 전액(약 2200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집행한 대북지원예산 2조 366억 원(식량차관 8715억 원 포함)의 10%가 넘는 액수다.  

 북중교역은 최근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조선의 대중 주력 수출품은 2000년대 초반 어패류 등 동식물성 식품(38.51%)이었지만 최근에는 철광석, 석탄, 아연 등 광물성자원(41.3%)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대북 총투자액의 70%도 지하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조선을 방문해 중국 훈춘과 조선 함경북도 나선항을 잇는 93㎞ 도로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나선항 부두 개발권을 확보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지역 개발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대북 인프라(SOC)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중 경협 확대가 곧 동북지역 개발인 셈이다.

 북중교역과 남북교역은 반비례관계다. 남북교역이 약화되면 북중교역이 늘어났다. 북중교역은 2001년과 2008년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2002년과 2006년, 2007년에는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다시 말해, 최근 급격히 증가한 북중교역은 지난 2년간 ‘관계’ 자체가 없어져 버린 남북 간 갈등의 산물이다. 미국이 이란을 경제 제재하는 사이에 중국이 어부지리 챙기는 것과 닮은꼴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정권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말고 전략이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무대뽀’였고 천안함 사고 이후엔 거의 정신줄 놨다고 보면 너무 심한 말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데 한국 혼자만 난리치는 것을 보면 뒷감당 어찌하려 그러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조선(=북한) 연계”를 자꾸 흘리는 것과 검찰이 즐겨 쓰는 ‘피의사실 공표’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은 나 혼자 드는 망상일까?)

 이와 관련 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미국 주간 뉴스위크에 기고한 ‘조선을 잃어버리고 있다: 한국은 북방정책 펴야’라는 글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이 대통령을 G20 정상회의 의장이 아니라 조선을 잃은 남한의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는 “한국의 우파들은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이 된다고 비판하지만 그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라면서 “한국의 근시안적 보수파들은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쌀을 보내는데 필요한 적은 돈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역시 귀담아 들을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생각한 화두는 “조선이 중국에 팔려가고 있다”였다. 거기서 나오는 질문을 던져보자. “조선을 중국에 팔아버린 자는 누구인가.” ‘퍼주기’라는 조악한 유언비어를 유포했던 자들과 거기에 고개 끄덕거렸던 이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눈물 흘리며 반성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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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인권단체가 서울에만 몰려 섭섭해요” [2010.05.03. 제809호]
지방 거주 학생의 ‘운동 갈증’ 고민 해결…
학생회·인터넷 등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인권운동을 개척해보세요
» 운동합시다

Q 안녕하세요?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는 24살의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대전에서 다니고 있는데요, 전부터 인권 문제나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비정부기구(NGO)를 알아보았습니다. 지역 단체도 있지만, 제 관심사와 조금 달라서 참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제앰네스티와 유니세프 등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마침 <한겨레21> ‘운동합시다’ 꼭지에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리더십 양성 프로젝트’ 소개가 있더라고요. 사실 전부터 국제앰네스티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지방이라 짬을 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구를 아우르는 ‘세계시민’이 되고 싶은데 서울에서 겨우 200km 떨어진 지방도시에 있다고 그런 활동을 마음대로 못하는 게 아쉬워요. 기부금을 내는 것만으론 만족스럽지 않은데, 지방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요?

A 인권단체는 주로 서울에 몰려 있어요. 서울 외에 인권단체가 있는 지역은 수원·대구·광주·전주 정도뿐이지요. 이 때문에 지방에서 인권단체와 함께 활동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인권단체들이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지방에 계신 분들이 인권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강좌나 실천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지요. 죄송하네요.

활발한 인권운동을 벌이는 곳이 주로 인권단체다 보니, 인권운동이란 게 인권단체 또는 직업 인권운동가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님의 고민은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보다는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는 게 맞을 거예요.

하지만 인권운동은 꼭 인권단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인권단체를 통하면 좀 더 안전하겠지만, 인권운동을 인권단체 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조금만 넘어선다면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답니다.

지금은 학생이니까 학생회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학생회를 통해 사실상의 인권운동을 하는 거죠. 학생회가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면, 인권 문제를 함께 고민할 강좌라도 열어달라고 요구해보세요. 학생회가 마땅치 않으면, 스스로 인권단체를 하나 만들어보셔도 좋겠네요. 학생이 무슨 인권단체냐고요? 맞아요. 정형화된 인권단체만을 생각하면, 비교적 돈도 없고 사회적 관계망도 튼실하지 않은 학생 입장에서 인권단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인권단체가 꼭 사무실이 있고 상근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사이버 공간에 있는 건 어떨까요.


» 가슴팍 도사

학교란 공간이 지닌 장점도 많으니까 학내 인권동아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당장 학교의 승인을 받고 동아리방까지 차지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친구 몇 명이라도 함께 모여 인권 관련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이 생긴다면,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인권단체가 될 수 있어요.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요. 혼자서는 힘들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해나가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거예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인권운동도 무척 많아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것처럼 양심수에게 연대의 편지를 쓰거나,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나라 정부에 항의 편지를 쓰는 것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편지 한 장 보내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때론 사람 목숨을 구하고 중요한 정책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가지기도 해요. 인터넷 환경이 좋으니까, 자유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겠네요.

인권단체 사이트도 찾아와보세요. 이메일로 소식을 보내주기도 하니까 메일을 받아보면서 인권단체가 요청하는 서명 활동 등에 참여해 보세요.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아직 학생이지만, 님도 훌륭한 인권운동가가 될 수 있어요. 인권운동가를 꼭 전업으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학생이어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더디 가도 좋으니, 뭐든 구체적으로 시작해보세요. 자, 파이팅!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홍미정/ 건국대학교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정통 유대교 랍비이며 반시온주의자였던 모세 히르쉬(Moshe Hirsch)가 2010년 5월 2일 예루살렘에서 86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그는 시온주의를 반대하면서 이스라엘 국가가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에 건설되었다고 주장하는 정통 유대교도 분파인 네투레이 카르타(Neturei Karta)의 최고 지도자였다. 이스라엘 점령민들(Israeli Settlers)은 유대인 랍비 모세 히르쉬를 ‘이스라엘 국가의 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장례식을 공격하였다. 히르쉬는 근본주의자 이스라엘 점령민들에게 염산공격을 당하여 한쪽 시력을 이미 잃었다.  

 모세 히르쉬의 장례식날, 텔아비브 시장 론 훌다이(Ron Huldai)는 “모든 극보수 정통 유대교 분파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을 중단하도록 ‘침묵하는 대중들’이 나서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가를 부정하는 극단주의자 하레디 단체들, 즉 극보수 정통 유대교 단체(Ultra-Orthodox Communities)들에게 지급되는 국가의 지원금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러한 이스라엘 국가에 반대하는 이스라엘내의 하레딤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10퍼센트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히르쉬는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유대인 업무에 관한 고문으로 일하였고, 팔레스타인인들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하였다. 히르쉬는 아라파트를 형제이자 친구로 생각하였고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에 건설된 이스라엘은 해체되어야한다고 역설하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예루살렘 행정 고문인 하템 압델 까데르(Hatem Abdel Qader)는 “랍비 히르쉬는 팔레스타인인이며, 우리가 매우 경의를 표하는 팔레스타인 유대인이다. 우리의 문제는 유대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온주의와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랍비 모세 히르쉬가 야세르 아라파트와 함께(2003년 9월 16일)
사진 출처 - 네투에리 카르타

 네투에리 카르타는 ‘도시의 수호자’란 뜻이며, 1938년 예루살렘에서 반시온주의를 내걸고  창립되어 현재까지 시온주의와 투쟁하면서 이스라엘 국가 해체운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수 천 명에 불과하지만, 때때로 예루살렘 중심가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면서 이스라엘 국가라는 실체를 거부하는 반 이스라엘 시위를 조직한다. 이 단체는 가자의 하마스 통치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지한다. 이 단체 회원들은 2006년 이란에서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개최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대회에 대표단도 파견하였다.(http://www.nkusa.org/aboutus/index.cfm)

 이와 같이 보수적인 정통 유대교 단체들이 반대하는 ‘유대국가 이스라엘’ 영토 확장 사업을 위하여, 이스라엘은 오늘도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서안, 가자에 대한 무장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동예루살렘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재산권을 강탈하는 이스라엘 점령촌 확장 사업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회담을 주선하고 있다. 이 회담을 통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이 ‘이스라엘을 유대국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과 관련되는 사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 획정, 난민 귀환권, 동예루살렘 주권, 천연 자원, 이스라엘 점령촌 등을 의제로 채택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대신에 ‘이스라엘 안보’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점령촌 건설을 포함한 ‘점령지 유대화 정책’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현실적으로 빼앗기 위한 것이며, 199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돼온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분명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세종시법 수정안 홍보 ‘공무원 총동원’

ㆍ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장 명의 공문 보내 관련교육 실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법 수정안과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정부 부처 공무원을 총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한 지난 1월 11일 이전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 뜨거운 이슈가 된 세종시법 수정안 및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사실상 공무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여론전에 임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장 명의의 ‘세종시법 수정안’교육공문과 행정안전부가 각 부처에 보낸 ‘4대강 사업’ 교육 공문. 표는 각 부처가 행정안전부에 보낸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실적.

<Weekly 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국무총리실장 명의의 문서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12월 18일 ‘세종시 문제 이해 제고를 위한 교육 실시 협조’ 공문을 33개 정부 부처와 각 청에 내려보내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안과 관련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긴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행법 위반” vs “정책 교육 당연”
이 문서의 주요 내용은 정부지원협의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각 부처 직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협의됨에 따라 교육계획을 송부하니 부·처·청별로 자체 계획을 수립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열린 정부지원협의회에서 국가적 이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직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 부처에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즉시 해야 한다고 결정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공무원 교육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세종시기획단은 세종시법 홍보 리플릿(전단지)을 각 부처에 200부씩 배포했으며, 강의용 소책자와 PPT(파워포인트)는 파일로 전달하고 필요한 만큼 자체적으로 제작해 활용토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민주당)은 “세종시법 원안(현행법)에 따라 행정기관 이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더욱이 세종시법 수정안에 따른 법률들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을 실시한 것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법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미리 교육시킨 것은 행정 공백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재정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공무원들에게 국가 시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리실 세종시기획단 관계자는 “세종시법 수정과 관련해서는 1월 11일 이전부터 민관합동위원회에서 큰 골격이 잡혀 있었다”면서 “참여정부 때도 정부 부처 일부를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통과되기 이전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리실의 문건에 따르면 교육 일정은 부·처·청별로 자체적으로 계획해 실시하되 강사는 부처별 차관(또는 차장)이 맡아서 하도록 했다. 특히 세종시기획단은 강사를 요청하는 기관에 강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이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질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총리실의 공무원에 대한 세종시법 홍보 교육 지시와 함께 1월 11일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에 구체적인 교육 지침을 내렸다. 행안부는 공무원들의 직무능력과 인성증진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다.

행안부가 각 부처에 발송한 ‘국정 현안 공유 공직자 설명회 개최 협조 요청’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경우 실·국장 1000여 명을 대상으로 1월 13일(광화문청사)과 14일(과천청사) 실시토록 했으며, 과장급 이하 전 공무원에 대해서는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이 같은 공문을 지방자체단체에도 보내 지방공무원에 대한 설명회 참석을 독려했다.

행안부는 1월 14~15일 또는 1월 18~19일에 권역별 순회 설명회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행안부 교육훈련과는 중앙부처의 실·국장 및 과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담당했으며, 자치행정과는 시·군·구 부단체장 및 시·도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권역별 설명회를 맡았다. 이는 정부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법 수정 홍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민심을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도 12만명 이상 교육 받아
특히 행안부는 부처별로 교육실적을 취합해 통보하도록 했다. 정부가 세종시법 홍보 교육을 받도록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부처에서 실시되는 공직자 교육 또는 직장교육에 뚜렷한 이유 없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행안부가 마련한 세종시 교육실적 제출 서식은 ‘총괄’과 ‘당일 교육내역’ 등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총괄란’에는 ▲부처명 ▲총교육 대상 ▲금일 교육 ▲누계 ▲누계율 등을 기재해야 하며, ‘당일 교육내역서’에는 ▲교육 일시 ▲장소 ▲참석 대상 및 인원 ▲강사 ▲교육 내용 등을 써서 제출토록 했다.

이 같은 세종시법 홍보 교육은 대부분의 공무원이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유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경찰청 세종시 교육 실적’에 따르면 서울청 등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총 12만1491명의 경찰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공무원(10만여명)과 전·의경 등을 포함한 인원이모두 14만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0% 가까이 세종시법 수정안 교육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교육보다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인성·교양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 경찰은 국가경찰이지 정부의 경찰이 아니다”면서 “논란이 있는 정부시책을 경찰에게 교육시키는 것은 경찰을 국가경찰에서 정부경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을 여지 없이 동원해 교육을 시켰다. 행안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일(6월 8일) 후인 7월 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국가공무원 직장교육 방안’을 각 부처에 보내 8월 말까지 자체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교육 대상은 중앙부처 40개 기관의 공무원 9만7000여 명이다. 교육 내용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 기대효과 등이다. 교육은 동영상(DVD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시청, 특강, 질의응답 등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대통령령인 공무원교육훈련법 시행령에 따라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책 사안에 대해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정부가 대형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원하기 쉬운 공무원을 모아 놓고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사회적으로 반대 여론에 부닥치는 정책 이슈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권을 동원한다는 지적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정부가 공무원을 동원하면 힘없는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교육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되든 안되든 공무원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김 녕/ 인권연대 운영위원

 필자는 ‘소신’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며, ‘소신 있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연함‘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이나 행동 역시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조각가 로댕의 비서였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로댕 어록』속의 로댕의 어떤 말이 가슴에 와 닿아 적어서 오랜 동안 벽에 붙여 두고 지냈었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깊고 의연하고 성실하십시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 발표를 주저하지 마십시오. 언젠가 그들은 이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에게 깊은 진실인 것은 모두에게도 진실이기 때문입니다.”가 그것이었다. 이러한 ‘소신’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되며 로댕의 이러한 격려는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한편, 2010년 3월 24일자 어느 주요 일간지 1면에서 필자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헤드라인이 하나 있었다. 워낙 ‘소신’ 없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혹은 ‘소신’을 들먹이기엔 자신감들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쉽게 신문에서 접하지 못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소신’이라고 믿던 터에, 그 단어가 들어간 헤드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나 싶다. “李대통령 ‘4대江 사업은 내 소신’,” “생태계를 복원하는 생명 살리기…반대하는 사람들 설득해야”가 그것이었다. 그 기사를 일부 인용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3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생명을 살리고 죽어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이자 내 소신”이라며, 최근 천주교 주교회의의 반대 성명 등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4대강 사업은 1995년 국회에서부터 이야기해온 나의 소신”이며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도 정치적으로 반대가 많았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도 상대 당이 시장 사퇴하라고 공격하곤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내게 와서 원상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결국은 반대하던 사람들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도 우리의 소중한 국민이다. 생각을 바꾸든 안 바꾸든 성실하게 설명하고 알려야 할 책임이 정부에는 있다”고 했다. 그 후 4월 27일자 다른 일간지에는 “전국 하천 ‘4대강 방식’ 개발 추진,” “청와대 이미 승인” 등의 헤드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른 한편, 4월 26일에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천주교연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첫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천주교연대의 집행위원장인 사제는 미사에서 “우리는 정치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정의 때문에 왔다”고 말씀을 시작하였고, 미사에 앞서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사제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명동성당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국민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며 “생태와 환경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교회의 염원을 담아 명동성당에서 기도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 했고, “정부는 (최근 여론 악화의 원인이)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정부가 대화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5월 10일에 1만 명이 참가하는 대형 미사가 예정되어 있는 명동성당은 이제 4대강 반대운동의 중심이 될 것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서명 운동과 함께 전국적인 생명·평화 미사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반대 운동은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계, 더 나아가, 개신교계 내에서도 퍼져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불교계는 4월 17일에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를 개최했고 개신교 목회자 800명은 이미 4월초에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범종교계의 이런 흐름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살아 흐르는 강물을 막고 강과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의 터전인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기에,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계로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투신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 것이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와 신도들이 황사가 섞인 비가 내린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우산을 쓴 채 생명평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아울러, 세계적 권위의 과학전문지『사이언스』최근호도 국제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토목공사를 밀어붙여 불도저란 별명을 얻은 건설회사 시이오(CEO) 출신인 이 대통령의 청계천 살리기 사업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소개하며 “4대강 사업은 유역관리 방법으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작년 11월 유엔환경계획이 마련한 한국의 녹색성장에 관한 검토보고서 초안에서도 “4대강 사업은 논쟁적이며, 습지에 끼치는 영향 평가와 영향을 줄일 조처를 촉구하고 있다”고『사이언스』는 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가 ‘4대강 사업’을 특집기사로 다룰 만큼 이 사업은 이제 세계 과학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이 대통령의 ‘불도저’ 식의 ‘소신’이 과연 옳았는지 무모했는지, 그 결말 역시도 이젠 국제적인 관심사이리라.   

 2년 전인 2008년 6월 3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촉발되었던 촛불집회 한가운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개최한 시국미사의 강론 제목을 필자는 지금 새삼스레 떠올리게 된다.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 그것이다. 그 강론의 마지막 부분은 대통령이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할 것,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설 것, 그리고 쇠고기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인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 것 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그 후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겸허한 자기성찰 없이, 마냥 승리했다고만 믿는 교만한 권력에게도 교훈이 있었을까. 그것이 없었다면 또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해도 이상할 게 있을까.   

 다시 서두의 로댕에게로 돌아가 보자. “깊고 의연하고 성실하십시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 발표를 주저하지 마십시오. 언젠가 그들은 이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에게 깊은 진실인 것은 모두에게도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소신은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가능한 것일까.  

 이렇듯, ‘소신’은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고 무모한 것일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속도전식으로 몰아붙인 ‘위업’이라 스스로 자평하는 70년대, 80년대 경제개발과 중동 건설, 경부고속도로 건설, 거대한 어항을 만든 것인 청계천 사업의 치적을 강조하며, 이번에도 자기가 옳을 것이다, 나중에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겠다는 그 소신... CEO가 아니라 분명히 대통령인데... 아! 그 소신, 참으로 괴롭고, 무섭다. 제발 비극적이지 않기를...

김 녕 위원은 현재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 대학, 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5천만 인구 중에서 무려 3백만 명이 대학생으로 살고 있고 대학 진학률은 90%에 가깝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이미 지성의 전당,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면모를 상실하였습니다. 대학은 구조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서열화를 고착화시키는 한편,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만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대학으로 인한 폐해 때문에 받는 고통도 적지 않습니다. 더 이상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고, 더 이상 무모한 자기 파괴행위를 반복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인권연대에서는 “대학, 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강좌를 마련하여 대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 일시: 2010년 5월 24일(월)부터 6월 21일(월)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 장소: 
만해 NGO 교육센터 약도 클릭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로 약 2분 거리)

○ 주최: 인권연대 교육센터
모집인원:
수강신청은 선착순으로 마감합니다.
수강료: 전체 강좌 40,000원
             (단체활동가 및 인권연대 CMS회원, 학생 20%할인)
입금:
우리은행 1005-801-523022 (예금주: 인권연대)
문의: (전화) 02-749-9004/
hrights@chol.com www.hrights.or.kr


프로그램

일  자

강     의

강  사

5/24(월)

한국의 대학을 고발한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5/31(월)

대학, 이렇게 바꾸자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

6/7(월)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가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

6/14(월)

대학, 꼭 가야 하나?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6/21(월)

대학에서의 배움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

 - 온라인 수강 신청하기 ☜ 클릭

<강사 소개>

홍세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2002년 귀국했다. 현재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 ‘학벌없는 사회’ 공동대표, 월간 ‘작은책’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공저) ‘생각의 좌표’ 등이 있다. 

김동애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회 앞에서 강사의 교원 신분 회복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촉구하며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저서로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공저)등이 있다.  

이찬수
7년 동안 재직한 강남대에서 부당하게 해직되고, 현재 서강대, 이화여대, 한신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 등 세계 종교의 정수를 파헤치고 있으며, 저서로 ‘불교와 그리스도교, 깊이에서 만나다’, ‘생각나야 생각하지’, ‘종교로 세계 읽기’, ‘인간은 신의 암호’(역서), ‘리영희 프리즘’(공저) 등이 있다.

김규항
어린이 인문잡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자전거 타기, 타악기 연주를 좋아한다. 2010년 3월 ‘한겨레21’이 정치인과 사회인사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좌파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가장 높은 사람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저서로 ‘B급 좌파’, ‘나는 왜 불온한가’, ‘예수전’ 등이 있다.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정치, 철학,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판적인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다. 저서로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역서), ‘한 권으로 읽는 니체’(역서), ‘리영희 프리즘’(공저) 등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등에 대한 찬반집회를 열거나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근엄한 표정으로 정부에도 충고를 건넸다.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권력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선관위의 보무당당함이 언뜻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선관위가 밝힌 이유를 읽다보니 웬걸, ‘이게 뭐야’ 하는 헛웃음이 절로 난다.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등은 정당과 입후보예정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하고 정치논란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쟁점’에 해당하고 선거쟁점에 대한 정부, 정당, 단체의 활동을 선거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다...

 정당과 입후보자가 공약으로 내세우기만 하면 그것이 무엇이건 그 공약에 대해 시민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이보다 더 권력의 입맛에 맞는 법 해석이 있을까. 더구나 4대강 사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다.

 비유가 극단적이라고 나무라지 마시라.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정부가 북진통일을 결심하고 여당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다면, 그리고 야당이 이에 결사반대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선거쟁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인인 유권자 시민들은 잠자코 전쟁의 참화를 기다려야 하는 건가. 정부가 만약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반체제인사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고 여당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다면 또 어떻게 되는 건가. 선거쟁점이기 때문에 암울한 미래를 예감하면서도 그저 잠자코 기다려야 하는 건가. 정부와 여당이 만약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일본과의 합병을 선언한다면 어떻게 되나? 선거쟁점이라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의사표현을 유보하고 기다려야 하나?

천주교 인천교구 고촌성당 들머리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고 극단적인 비유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이렇게 안이한 법 해석으로 규제하려는 선관위의 태도를 접하고는 달리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깨끗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 시민단체의 준법의식과 모범적인 활동이 중요하다”는 당부에 이르러서는 약이 살살 오른다. 덮어 놓고 강바닥을 파헤쳐 나와 내 가족, 내 이웃들이 마시는 상수원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쌓아둔 준설토가 날려 때 아닌 황사까지 날아드는 판에 선거쟁점이기 때문에 입 다물고 뒷짐 지고 지내라고? 한번 물어보자.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잘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 중에 이렇게 주권자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대한민국 국민은 선관위의 계몽을 받을 만큼 그렇게 수준 낮은 국민이 아니다. 한쪽에선 포크레인이 강바닥을 부지런히 긁어대고 시멘트 덩어리로 흐르는 강물을 막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눈 감고 입 다물고 있으라니. 대한민국 선관위, 제발 국민의 수준에 맞게 좀 처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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