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활동이 중단됐던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1년 3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13일 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 16명의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와 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 김동국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김석용 바이란트 치과 원장, 원영만 경국사 주지스님, 금경연 온누리교회 부목사, 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김용태 신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우편향적인 데다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 관련연구나 활동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경찰청에 쓴소리를 할 수 없는 무색무취한 인사들로 구성됐는데 어떻게 내부 비판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각계의 추천을 받아 인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 오달란기자 kitsch@seoul.co.kr


경찰청 인권위원 경력엔 '인권'이 없다
1년여만에 새로 위촉 재가동
전문가 1명… 감시역할 의문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지난해 6월 경찰의 촛불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면서 위원들이 전원 사퇴한 후 활동이 중단됐던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1년 3개월 만에 위원 전원을 새로 위촉해 활동을 재개한다. 하지만 새로 위촉된 위원 대다수가 인권 활동과는 무관한 경력을 갖고 있어 경찰의 인권 침해 감시라는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최근 인권위원회 3기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3기 위원은 16명으로 1, 2기 때보다 2명 많다. 위원장엔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3)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내정됐고, 법학 교수 5명, 변호사 3명, 종교계 인사 3명, 시민사회단체 2명, 의료계 2명이 참여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론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경찰청 각 부서, 법조계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의경과 유치장 수감자 등의 위생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인사를 위촉했고, 여성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시민사회단체 인사를 모두 여성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김인옥 인권보호센터장은 "2기 위원 사퇴 후 내부에서 인권위를 경찰위원회에 흡수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이후 존치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보학 교수 정도를 빼면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나 활동 경력을 갖춘 이들이 안 보인다"며 "신임 위원들이 경찰의 반인권적 제도와 관행을 예리하게 찾아내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 2기 위원이었던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경찰 인권위가 조직과 기능이 왜소해져 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철을 밟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전임 위원들을 비롯해 폭넓은 인선에 나섰지만 고사하는 분들이 많아 섭외에만 두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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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위 ‘친여·인권무관 인사’로 채워

ㆍ진보적 시민단체 인사 배제 ‘반쪽 위원회’로
ㆍ‘촛불진압 항의’ 총사퇴후 15개월만에 재가동

경찰 인권위원회가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부분 배제한 채 반쪽짜리 위원회로 재가동된다. 지난해 6월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해 2기 인권위원들이 총사퇴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13일 제3기 경찰 인권위원 16명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인 김동건 변호사(63)가 선임됐다. ‘바른’은 강훈 대표 변호사가 이명박 정권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정부 관련 소송을 다수 수임, 현 정권과의 밀착된 관계로 주목받고 있다. 나머지 위원들은 온누리교회 목사, 치과·피부과 전문의 등 친여 또는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민진영에서는 허미연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과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이 포함됐다.

경찰 인권위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 출범했다. 경찰 활동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시정권고하고, 인권과 관련된 경찰의 제도·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 인권위는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시위 농민이 경찰 진압 중 사망하자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이종우 기동단장 징계를 권고했으며,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직위해제 조치했다.

앞서 1·2기 인권위원에는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진보성향의 인권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으나 이번에는 모두 배제됐다. 3기 인권위원 중에서는 경희대 서보학 교수만이 인권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경찰 인권위는 2기 인권위원 14명이 지난해 6월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전원 사퇴한 뒤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동안 경찰은 용산참사, 서울광장 봉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철거, 쌍용차 농성진압 등 강경진압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내부에선 인권위 폐지론까지 제기돼 왔다.

1·2기 인권위원이었던 오창익 국장은 “새로운 인권위원들이 인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사들인지 의문스럽다”며 “경찰이 인권 문제에 대해 부담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도 “국가인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입력 : 2009-09-13 18:22:09

경찰청 인권위, 1년 3개월 만에 부활
작년 2기 위원들은 촛불집회 진압방식 항의 전원사퇴...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 우려도
이경태 (sneercool) 기자
 
  
지난 2008년 8월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경찰기동대 폭력만행 규탄과 인권기준 준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장일호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이하 경찰청 인권위)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한다.
 
지난 2005년 발족한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의 인권정책수립에 대한 자문 ▲정책집행 모니터링을 통한 인권정책 평가 ▲인권침해 사례 발생 시 현장조사 및 개선대책 권고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방식에 항의하며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 14명이 전원 사임한 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3일 "최근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오후 위촉식을 열 계획"이라며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3대 경찰청 인권위 위원장에는 서울고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3) 변호사가 내정됐다. 김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아직 1대, 2대 인권위의 업무를 파악하거나 다른 민간위원들과 만난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이 충돌할 때 그 적법성과 타당성을 따져 청장에게 권고, 자문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변호사,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시민단체 대표라는 복합적인 위치 안에서 경찰청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위원들도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 종교계에서는 조계종 종산 스님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 온누리교회 금경연 목사가 위원으로 내정됐고, 시민단체에서는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과 허미연 서울여성능력개발원장 등이 3기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하게 된 경찰청 인권위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댓글을 통해 "자기들 싫을 때 잠시 넣어두고 아무 일 없을 땐 다시 꺼내냐"며 불신을 표했고, 신 아무개씨는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이었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청 인권위의 새로운 출발은 분명 환영할 일이나 위원으로 내정된 분들이 경찰과 인권이 연결된 업무를 어떻게 다룰지는 걱정이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어, "위원들은 경찰 조직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인권 관련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있거나 활동경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경찰청이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09.09.13 14:43 ⓒ 2009 OhmyNews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연 23조원 넘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발표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3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도 우리나라 세입·세출예산 217조원의 10.6%에 해당하는 수치다.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 한 건이 일어날 때마다 평균 4,997만원,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와 교통범죄는 4,415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범죄발생에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예방에서 대응까지 각 단계별 비용이 적절하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출소자들에게 주는 복지혜택을 확대해 재범요인을 줄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사장 승성신)은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범죄의 사회적 비용 추정 컨퍼런스’를 열고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공단이 최근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흥식 교수팀에게 의뢰해 발표한 것이다.

연구팀은 범죄발생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보안·방범·보험 등 예방단계와 실제 범죄로 발생한 재산·신체·정신적 피해액 등 결과단계, 형사사법기관·교정시설 등 대응단계, 총 3단계로 분류해 계산했다. 2007년 국내에서 발생한 196만 5,977건(법무연수원 범죄백서)을 기준으로 했다.

조 교수는 “2007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따라 투입된 사회적 비용은 모두 23조1,200억원에 이르며, 이중 범죄예방단계에서 7조5,000억원, 결과단계에서 7조200억원, 대응단계에서 8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정치는 영국의 100조원보다는 낮지만, 호주의 11조~17조원 규모보다는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범죄 1건당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재산범죄가 4,997만3,607원으로 가장 높았고, 강력범죄와 교통범죄가 4,415만3,716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범죄 유형군들은 3,700만원대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적절하게 자원이 할당되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검증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출소자들이 출소 후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한시적일지라도 긴급구호적 성격의 복지급여 혜택을 확충해 재범을 방지한다면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토론자로 참여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우리나라 출소자의 재범률은 52.3%에 이르고 최근 4년간 강력범 재범률은 78.9%에 달한다”며 “하지만 출소자들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숙식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은 경우 재범률은 평균 0.5%에 불과해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출소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의 확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단은 이날 컨퍼런스 외에도 출소자 지원을 위한 기금마련과 범국민적 참여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바자회와 콘서트를 중심으로 한 ‘출소자 HUG 후원의 날’ 행사도 함께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한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유선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공단 임직원, 연예인 홍보대사와 자원봉사자, 시민 등 4,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재홍 nov@lawtimes.co.kr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2009년 9월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 「법정과 맥아더 동상을 공격하는 세력의 정체」

 용산 참사 사건 법정에서 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법정소란 행위가 외부단체의 지시나 사주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인천 자유공원에서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풍경을 깊이 들여다보면 뿌리가 닿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사법부의 권위와 한미동맹의 상징을 흔들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 단순히 재판진행 방해 차원을 넘는 것이었다. 좌파단체들이 도심에서 벌이던 조직적인 불법 집회시위를 법정으로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 도심 불법시위보다 훨씬 심각한 국기(國基) 문란이다. …… 이런 세력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체제와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려는 것임을 국민 모두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땅굴을 파듯이 우리 사회의 밑동을 야금야금 위협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위 사설의 논리는 이렇다. ‘재판거부 행위 → 외부 단체 지시․사주 → 자유민주주의 부정 세력 → 좌파단체 국기문란행위, 땅굴세력’ 이라는 도식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단순 무식함이 부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단순하게 세상을 한 가지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다면, 거칠고 험한 세상에 무슨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용산참사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기록 3,000여 쪽을 법원의 증거개시 명령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피고인을 변호해야 되는지 여부를 놓고 변호인단 내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피고인을 보호하는 것이 1차적인 변호인의 책무이므로 변론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것은 검찰의 불법적 행동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법원의 재판을 정당화시켜주는 들러리 역할밖에는 안되므로 재판을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 등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결국은 다수 입장에 따라 재판을 거부하고 변호인 직을 사퇴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재판 참여 및 거부 입장을 놓고 벌어진 변호인단의 치열한 논쟁은 어느 누구의 입장이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피고인 보호라는 방식에서의 시선의 차이가 존재했을 뿐이고, 내부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였다. 이러한 입장정리에 따라 변호인들은 재판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고, 흥분한 일부 유가족들이 법정을 잠시 소란하게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법정소란의 그 모든 원천과 죄악은 검찰에 있었다. 검찰이 정정당당하게 법률에서 말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옹호 기관‘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수사를 하였다면 왜 떳떳하게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우리 사회와 언론이 이성을 갖고 있다면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문제였다. 공익적 기능을 고민하는 언론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은 모르쇠하면서 표피적․일시적인 행위만을 문제삼아 마치 국기문란사범처럼 호도하는 것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적반하장의 만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정에서 검찰의 증거 비공개 내지 은익 문제로 인하여 발생된 재판의 파탄 상태를 두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의 발호처럼 호들갑을 떠는 그들의 실체, 실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들여다보자.

 먼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부모형제가 경찰의 집회․시위 진압과정에서 5명이나 사망했는데도 검찰이 수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당신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존중하는 만큼 조용히 침묵하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겠는가. 동아일보의 논리를 거꾸로 전개해보자. 그러면 ‘우파세력 →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 → 재판 순응’의 논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우파세력이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를 검찰이 짓밟고, 법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그대로 순응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인가.


1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과 유가족들이 용산 참사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하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수사기록 공개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문제는 좌파, 우파 세력의 편 가르기 다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문제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유지와 수호를 위하여도 반드시 지켜야 할 문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보호받아야 할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는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수호하는 것이다.

 거꾸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보호되어야 할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는 자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썩어 빠진 낡은 이념의 펜을 휘두르는 당신에게는 차라리 돼지 꼬리에 진주를 다는 일이 훨씬 보람 있는 일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용산참사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며, 현 정권의 비인간적이고 물신적인 사고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사건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돈과 물질을 숭상하고, 권력을 사용함에 있어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자들에 의하여 짓밟힌 영혼의 절규와 눈물이 흐르는 사건이 용산참사 사건이다.

 용산의 눈물은 비록 현재는 별다른 울림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우리를 성찰하게 만든 시대의 눈물이었다는 사실이 널리 인구에 회자될 것이고, 현 정권의 가슴을 찢어 놓는 사건이 될 것이다.

 어느 활동가의 편지가 생각난다. “난 용산참사와 관련하여 하루라도 빨리 감옥에 가고 싶다”고, 하여 그가 흘리는 용산의 눈물이 정의의 강물처럼 흐를 날도 곧 오리라고 믿고 싶다.
 

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둥중입니다.


지난 여름, 여순감옥에서 이회영 선생을 만나고 왔다.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위장전입으로 시끄러웠던 민일영 대법관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장전입 5회 경력, 김준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 요즘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 정부 초기 때는 사퇴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퇴도 임명철회도 없다. 사과 한마디가 전부다. 거기에 정부여당 사무총장이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려면 이제는 국민들이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접어줘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는 판국이다.

 그러면 말이다. 위장전입으로 기소돼 전과자가 된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 모두 사면해줘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은 눈 감고 넘어가도 된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후자 같다. 위장전입 5회라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는 몇 번의 위장전입은 공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현 정부를 부르는 말들이 참 많다. 친서민 중도실용정부, 강부자․고소영정부, 기업프렌들리정부, 반서민정부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위장전입 정부’도 추가되었다. 정부 고위공직자 중 5명 가운데 1명꼴로 위장전입을 했으니 말이다. 정책과 사법처리를 집행할 집단 지도자가 위장전입 범법자들로 넘쳐나고 있으니, 사회 도덕성과 양심, 정의는 사라졌다. 존경해야 할 지도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지도자의 사회적 책무정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이 암울한 현실에서 ‘우당 이회영 선생’이 떠오른다. 이번 여름에 중국 대련에 있는 여순감옥을 갔다 왔다. 안중근 의사, 신채호 선생이 서거한 곳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회영 선생도 이곳에서 서거하였다. 선생은 평생을 독립운동으로 살다가 여순감옥에서 고문으로 생을 마감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삶을 보여주신 분이다.  

 조선과 대한제국 말기 많은 지배계층이 친일로 변절했을 때, 조선조 10명의 재상을 배출한 선생의 가문은 항일운동의 길을 걸었다. 선생은 한일병합 이전에는 을사늑약 오적 암살 시도,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운동, 최초의 독립운동 비밀결사체인 신민회를 조직하였다. 한일병합 후에는 6형제 중의 넷째였던 선생의 제안으로 6형제와 그 가족 등 60여명 모두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났고, 만주에서는 전 재산을 들여 신흥무관학교 등의 여러 교육기관을 설립하였다. 1920년 봉오동, 청산리 대첩 또한 약 3,500여명의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상해 임시정부 초기에 참여했으나, 권력집중에 반대하여 신채호 선생 등과 함께 무정부투쟁에 나섰고, 분권화된 지방정부를 강조하며 마을공동체 설립운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재중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과, 절대 자유평등의 이상적 신사회를 건설코자 남화한인청년연맹을, 일본 고위관료와 친일파를 암살할 목적으로 비밀행동단인 흑색공포단을 결성하였다.

 결국 이회영 선생은 1932년, 만주일본군사령관을 암살코자 대련으로 이동하다가 일본경찰에 체포돼 여순감옥에서 고문으로 서거하였다. 이 때 선생의 나이는 65세였다. 이렇게 독립운동을 펼치는 동안, 거대 명문집안이었던 선생 일가는 끼니도 챙기지 못하는 빈민으로 살아갔다. 교육도 못 받고, 옷을 팔아 연명하며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굶어 죽기까지 하였다. 5남이었던 이시영 선생을 제외하고는 남은 5형제와 그 가족 대부분이 먼 이국땅에서 굶주림과 병, 고문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또한 선생의 장남이었던 이규창 열사는 남화한인청년연맹의 행동단체였던 흑색공포단을 조직한 후, 친일파 이용로를 암살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11년을 복역하다가 1945년 해방을 맞이하여 출옥하였다. 우리 사회지도층의 많은 자녀들이 여러 특혜를 받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생은 노비문서를 불사르고, 재혼금지를 반대하고, 신분 평등을 실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이회영 선생은 암울한 대일항쟁 시기에 평생 동안 지도자의 사회적 책무를 끌어안고 행동으로 실천하신 참 지도자였다.

 현 정부와 여당은 연일 불법집회, 노조 이기주의를 언급하면서 ‘법치’를 외쳐댄다. 또 지난 4월, 법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성숙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전에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국회의원, 공무원, 법조인들이 먼저 높은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이렇게 법치를 중요시하는 정부와 여당이 범법자들을 임명, 동의하고, 임명받은 자들이 사회 지도층이 되는 이 현실이 그들이 말하는 ‘성숙한 법치주의’인지 묻고 싶다.

 그 뿐인가. 용산에서 일반 서민을 폭력 철거민으로 둔갑시켜 불태워 죽이고도 수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반면, 한 방송국 작가의 이메일을 세상에 낱낱이 공개하였다. 재판에 개입한 대법관도 문제되지 않고,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등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과 단체가 표적감사와 수사 등으로 잡혀가고, 물러나고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도 탄압받고 있는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성숙한 법치주의를 외치는 정부와 여당에 되묻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숭고한 정신, 자유와 평등의 인간의 기본권을 존엄하는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자들이 많을 때 성숙한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지도자 층의 위장전입 등을 접어주고 가는 것이 성숙한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것인가를...

 인권연대가 매월 회원님들을 위한 회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영화모임>이 열 번째로 만날 작품은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입니다. 이주 노동자와 여고생의 만남을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그린 <반두비>는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지만, 유머의 소재로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정치의 유머화 혹은 유머의 정치화에 성공한 영화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인종차별적 안티세력의 공격에 시달리면서 논란을 촉발 시킨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모임>에는 <반두비>를 연출한 신동일 감독이 특별히 참석합니다. 신동일 감독과 함께 영화제작에 얽힌 이야기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성가족>,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등의 화제작을 연출하고, 시애틀 국제영화제 뉴디렉터스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한 신동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반두비>, 감독과 함께 관람하실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회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일시 : 2009년 10월 5일(월) 저녁 7시
  • 장소 : 인권연대 교육장(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2분거리)
  •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02-3672-9443)

  영화 정보

INFORMATION
영어제목 : Bandhobi 

감독 : 신동일

주연 : 백진희, 마붑 알엄

배급사 :  (주)인디스토리
제작국가 : 한국
등급 : 18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드라마

SYNOPSYS

세상이 껌인 소녀, 세상이 벽인 청년과 친구가 되다!

엄마는 애인 챙기느라, 친구들은 학원 다니느라 외톨이인 민서는 누구보다 자립심이 강한 당돌한 여고생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원어민 영어학원 등록을 위해 갖가지 알바를 해보지만 수입은 신통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버스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카림의 지갑을 수중에 넣고, 발뺌하다가 엉뚱하게 그와 엮인다. 민서는 다짜고짜 경찰서에 가자는 카림에게 소원 하나 들어줄 테니 퉁 치자는 당돌한 제안을 하고, 카림은 1년치 임금을 떼먹은 전 직장 사장 집을 함께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민서는 얼떨결에 시한부 ‘임금추심원’이 되긴 했지만, 낯선 카림이 옆에서 걷는 것조차 신경이 쓰이는데…

신동일 감독의 ‘관계 3부작’ 마지막 작품 <반두비 >

 <반두비>는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두편의 장편영화로 ‘신동일파(?)’라 부를 만한 강력한 강성 지지자들을 형성해낸 신동일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관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방문자>는 여호와의 증인 청년과 결함이 많은 386 지식인의 우정을 그린 관계에 관한 우화였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성공한 386세대와 그의 하층민 친구의 사연으로 그려진 관계에 관한 죄의식과 불안증이었다. <반두비>는 지금 이 안에 살고 있는 두 이방인의 관계에 관한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고찰이다. 전작에 비한다면 좀더 미래의 상을 걸고 뻗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민서와 카림이 관계를 쌓아나가는 장면 또는 마음의 친구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장면에 관한 묘사는 전작들보다 훨씬 유하고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게 하는 이 영화 속 세계의 구조를 돌이켜보면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민서는 맛난 것을 사먹기 위해 돈에 욕심을 낸 것이 아니라 영어학원에 가기 위해 돈 욕심을 낸다. 영어학원에 가기 위해 돈을 훔치고 싶은 여학생, 이라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상을 자극하는 현실이 지금 극장 문을 열고 나가면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신동일은 정말 간절하게 말하고 싶어 한다.
 

 감독의 전언은 확고한데 직설적 화법이라는 면모도 확고하다. 그건 신동일 영화의 뚝심이자 동시에 여전히 어떤 문젯거리로 남아 있다. 전작에 비해 유연해졌어도 이런저런 독한 농담들을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영화의 맥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 농담을 듣게 될 당사자들이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정치적 영화에서 분노와 야유가 정서의 흐름을 막아서는 안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세계의 모순을 끌어안으려는 영화는 늘 그 자신의 형식적 구조의 문제도 함께 끌어안아야 하는 고됨이 있다. 마음은 여전히 맑되 형식은 더 간교해지는 신동일 영화의 길은 어떨까, 궁금하다. 어쨌든, 그래도 <반두비>를 보고 나면 마음의 온기가 돌아 좋다.

 

글 : 정한석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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