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재야 법조계는 대체로 환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검찰의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며 경찰의 구조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가야 할 방향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대검 중수부 폐지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이 같은 제도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진영 간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대검 검사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막무가내식으로 나왔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통과된 법안은 지금도 인정되고 있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진행권을 법적으로 인정한 정도여서 장기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일정 부분 수사의 주체로 인정받은 만큼 향후 경찰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민변 회장은 “경찰 개혁과 관련된 논의는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15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가진 권력기관인 만큼 장기적으로 자치경찰화하고 수사를 전담하는 사법경찰을 행정경찰로부터 독립시키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차원을 넘어 국민 인권 향상이라는 보편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길질 했던 용역이 ‘집행관 조끼’ 입고 들어와”
“부적절 대응” 비판…부산지법 “법적문제 없어”

“하루 전날까지 정문에서 우리를 막고, 6월10일 희망버스가 오기 전날 나에게 발길질을 했던 씨제이씨큐리티 용역 직원이 제 사지를 들고 끌고 나갔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4시께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아무개(29)씨는 190여일 동안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파업하며 대치하던 용역직원의 손에 들려 강제퇴거 당했다. 그는 40여명의 동료 농성자들과 함께 85호 크레인 바로 앞 바닥에 앉아서 농성중이었다. 김씨는 “분명히 190일동안 서로 대치하던 용역인데 집행관 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다 걔네들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고노동자 정태훈(39)씨는 지난 27일 크레인 위 계단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밧줄로 몸을 묶고 앉아 있었다. 그 곳에서 동료들이 끌려나가는 걸 지켜봤다. 그도 “직원들 사지를 들고 끌고 나간 사람들 중에는 우리랑 늘 대치해있던 회사 용역이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참담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한진중공업에서 집행관에 의해 이뤄진 ‘퇴거명령’ 집행에 동원된 인력의 절반인 150명은 한진중공업 회사쪽 용역인 씨제이 씨큐리티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법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물리적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집행관실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퇴거명령 집행에 사용된 인력에 대해 “법원에서 정식으로 간 직원 150명과 현장에서 회사쪽 인원 150명이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쪽에 추가로 지시해 동원된 150명은 실제 집행에는 참여하지 않고 혹시나 있을 안전문제에 대비해 뒤에서 집행관들을 보호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강제퇴거당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은 회사 쪽 용역 직원이 집행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관계자는 “설사 집행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집행관의 지시에 의해 했다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연 ‘한진중공업 노사협의 원천무효 선언’ 기자회견에서 “강제퇴거 집행조치 자체가 원천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의 주문을 살펴보면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인 영도조선소에서 퇴거할 것 △집행관은 이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할 것만을 명하고 있다”며 “퇴거명령과 출입금지를 공시할 수 있는 간접강제는 할 수 있지만 용역 등을 동원하는 직접강제를 하기 위해서는 대체집행을 신청하는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한데 집행관이 이를 지켰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을 통해 대체집행 절차를 거쳤더라도 해당 회사의 용역을 ‘강제집행’에 동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한진중공업은 지난 190여일간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들과 농성중인 노동자들 간 갈등이 심했고, 그 과정에서 상호 충돌도 있었다”며 “집행관이 이런 면을 고려하지 않고 씨제이씨큐리티 직원을 용역으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강제퇴거 집행에 나선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현행 민사집행법에는 집행관이 제3자에게 법원이 민사집행에 관한 직무를 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3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 강제 퇴거 등 물리적 충돌이 있을 수 있는 일을 대신 집행하는 사람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민에 대한 강제퇴거 집행이 이뤄질때도 오랜 세월 철거민과 대립해오던 용역회사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집행’ 조끼를 입고 퇴거집행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강제퇴거 집행’이라는 법률적 목적을 달성할 때는 가급적 충돌이 없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그런 면이 전혀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수사권 지휘 조항 ‘법무부령→대통령령’ 바뀌었다고…
30일 국회 본회의서 조정안 통과땐 결단할 듯
대검부장들 29일 사의…“기득권 유지” 비판도

 

» 김준규 검찰총장

 

김준규(사진) 검찰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새달 4일 사퇴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대검찰청 부장(검사장) 전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항의해 이날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경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을 빚으면서 정작 국민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다툼’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밤 10시 국제검사협회 행사가 끝난 직후 행사장 주변인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 등 참모진과 긴급 심야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합의안 번복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계검찰총장회의가 폐막한 이후인 7월4일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장검사 등 간부들은 김 총장에게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수정안을 거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가 주도한 사법개혁 논의에서 검찰 쪽 ‘창구’를 맡은 홍만표(52·사법연수원 17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이날 오전 사표를 낸 데 이어, 김홍일(55·˝ 15기)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신종대(51·˝ 14기) 공안부장, 조영곤(53·˝ 16기) 강력부장, 정병두(50·˝ 16기) 공판송무부장이 사의를 밝혔다. 검찰의 이런 무더기 사표는 지난 28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정 의결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박 차장검사는 일단 이 사표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들도 크게 반발했다. 인천지검 등 전국 30여개 지방검찰청·지청 평검사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평검사들은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의 미온적인 대응을 성토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일선 경찰의 집단 반발에 이어 이번엔 검찰 간부들이 집단으로 사의를 밝히자, 검·경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세력다툼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시행령을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것인데, 검찰 권한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변화된 것이 없는데 반발하고 있다”며 “검찰이 자기네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집단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인터뷰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경찰, 독립적 수사기관 되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심사숙고해 다양한 논의 모아야
국회도 통제할 수 없는 ‘제왕적 검찰’…권한 나눠야

1952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반세기 넘게 끌어온 수사권 갈등이 검·경 수사권 합의안 도출로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은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장하는 대신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형사소송법이 개정 이후 처음으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한 것으로 경찰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경찰이 수사보조자 위치에서 수사주체로 격상됐다는 긍정론과 검찰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된 새로운 노예조항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지난 21일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을 직접 만나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오 사무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사권 조정은 더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권한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에서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조정했다. 2항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3항에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대체한 것이다. 이는 검찰 수사지휘권을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내용도 동일하다. 구체적 사항은 6개월 후 법무부령으로 결정될 방침이다.

수사권 조정 명목만 남은
대국민 사기극

오 사무국장은 “이번 합의안에서 수사권 자체는 조금도 조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수사 주체는 검찰 뿐이다”라며 “수사권 조정 명목만 남은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오 사무국장은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이 양보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 파워를 과시하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또 “복종 의무를 없앴지만 곳곳에 복종하게 만들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마치 오른손으로 때리다 이제 왼손으로 때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을 언급하며 “청와대가 다양한 논의를 모으기는커녕 합의 안하면 못나간다는 식의 압박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한마디로 졸속”이라고 비난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시민은 논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경 양 기관의 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사권 조정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심사숙고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다양한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검찰은 처분 대상이지 합의 대상이 아니다.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데 개혁 주체랑 무슨 합의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파쇼 출현해도
검찰파쇼보다 약하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사’를 수사지휘대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검·경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 검찰은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경찰이 내사권까지 갖게 되면 통제할 수단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검찰 논리에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독자적 내사활동까지 지휘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오 사무국장은 “내사권은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오 사무국장은 “피내사자는 내사를 인지하지 못해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내사는 수사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다. 내사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춘 검찰’이라며 검찰 권력에 우려를 표했다. 오 사무국장은 “검찰은 형사 사법 절차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형사 사법 절차는 검찰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며 “국회도 통제할 수 없는 ‘제왕적 검찰’이다. 검찰은 임기 초반의 대통령을 제외하곤 누구보다도 권한이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검찰 통제 장치가 적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오 사무국장은 특히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경찰파쇼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경찰파쇼 출현’이 우려된다고 말한다”며 “설사 경찰파쇼가 출현하더라도 지금의 검찰파쇼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 기소유예권, 형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를 책임지는 검찰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사무국장은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검찰만을 위한 검찰권 행사와 정권과 코드 맞추기 식의 검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은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파쇼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경찰파쇼가 우려된다면 고위공직자 비위수사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부패는 힘에서 생기는 것이다. 권한을 분산하면 부정부패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수사와 공소는 엄격하게 나눠 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경찰은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돼야한다. 또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결과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즉 기소·불기소 처분과 공소유지만 맡아야 한다”며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 기관이 엄격하게 구분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오 사무국장은 “권한을 끊임없이 나눠야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국민들이 편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버스비만 입금하고 안갔는데 경찰이 출석요구 했다”
경찰 “채증사진 있어…적법한 절차 거쳐 수사중이다”

지난 12일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 지원을 위한 ‘희망버스’ 행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은 시민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시민은 행사 참가비를 ‘희망버스’ 주최 쪽 통장으로 계좌이체한 것 말고는 다른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희망버스 계좌’까지 추적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회사원 김아무개(40)씨는 지난 23일 부산 서부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해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 안으로 불법진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피내사자 신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버스비 3만원을 계좌이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버스비를 입금한 뒤 행사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 10일 갑자기 어머니가 폐렴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주말 내내 병원에만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이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은 자신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을 두고 ‘희망버스 계좌’를 추적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또 경찰이 자신이 진보신당 당원이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며 표적수사를 벌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의 행사참가 사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행사에 참가한 채증사진을 갖고 있고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희망버스 계좌를 추적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12일 전후에 내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있었던 것은 가족들과 병원 관계자 등이 증언할 수 있다”며 “채증사진을 갖고 있다는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행사를 주도한 송경동 시인은 “단순히 계좌입금만 하고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 중 2명이 출석요구서를 받은 상태”라며 “참가자 예상 명단을 외부에 공개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경찰이 이렇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경찰이 2차 희망버스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잡도리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조선소 안에서 폭력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단순 계좌 입금한 사람조차도 수사를 하는 것은 전례없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집행 사형수 60여명...집행하지도 않는 사형제 왜 놔두나
"인권 후진국 오명 자초, 차라리 사형제 폐지해야"

[아시아투데이=유선준 기자] 김대중 정부 이후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고도 집행되지 않은 기결수가 60여명에 이르면서, 사형제 존폐여부를 싸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집행하지도 않을 극형을 존치하는 바람에 국제 사회에서 '인권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만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60여명의 사형수가 존재하고 있다.

사형수에 대한 형집행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법무부 장관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6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집행됐다.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는 1991년 직장에서 해고된 데 앙심을 품고 승용차로 서울 여의도광장을 질주해 2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상처를 입힌 김용제(27) 등 23명이었다.

그후 10년이상 사형집행이 중단되면서 엠네스티 등은 한국을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법무부는 2008년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사형을 선고 받은 사형수에 대해서도 본인이 원할 경우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작업 또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실제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도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진보단체들은 이것 또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보수단체나 상당수 국민들은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형선고가 필요하며, 일벌백계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사형집행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이 이런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서명을 받아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과 사형제 유지 찬성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법안 성립은 무산됐다.

민주당의 김부겸 의원,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도 개별적으로 사형제 폐지법안을 국회에 냈으나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법상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형법의 내란과 외환유치, 살인죄 등 16종과 국가보안법 45종, 특정범죄가중처벌법 378종, 군형법 70종에 이른다.

오창익 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범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보수단체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까지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대중 인기영합주의적 포퓰리즘이다"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사형 판결은 판사의 오판이나 변호사의 선임,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극형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수들은 이왕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해 더 인성이 파괴되거나 사회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무기형으로 끝난다면 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뉘우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수도 있는 등 인권보호나 생명존중 측면에서 사형제 폐지는 옳다”고 밝혔다.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도 사형제 폐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이 간사는 “제도 자체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위배되기 때문 사형제가가 폐지돼야 한다”며 “판결에도 오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다 해도 장기 종신형을 선고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사형 받은 죄수가 사형에 대한 압박감으로 자살한 사건도 여러번 있었다”며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죄를 뉘우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도 종신형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박순호 엠네스티 한국지부 간사도 “유엔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권장하고 있고, 유럽의 경우 거의 모든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대세를 따르는 것이 국격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준 기자 rsunjun@asiatoday.co.kr>

경찰 “감찰자료 못 준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나서

경찰이 두달 전 발생한 의경 자살 사건의 진상조사와 징계절차를 마무리하고도 조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말 서울 성동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김아무개(22) 의경이 외박을 나왔다가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려 숨지자 곧바로 부대 내 가혹행위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김 의경에 대한 동료들의 가혹행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신입 의경들이 물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때 고참의 하락을 받아야 했던 점 등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달 말 김 의경이 소속된 소대를 해체하고, 관리 책임을 물어 소대장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를 유가족에게는 통보하지 않았다. 전·의경 사망 사고 조사 결과를 유가족에게 통보해주는 절차를 경찰이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족인 민규식씨는 “경찰이 조사 결과를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통보가 없어 6월 초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특별조사계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며 “전화를 받은 분이 내부 보고가 끝났다고 하기에 조사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했더니 성동경찰서에 요구하라거나, 법적인 절차를 밟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유가족은 지난 17일 경찰청에 감찰 및 수사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으며, 정보공개 결정 여부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또 민씨는 “조사를 진행할 때 유가족이나 숨진 아이의 친구들 이야기도 들어볼 법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는 “유가족이 요청하면 설명을 해줄 수 있지만, 다른 의경들의 이름 등 개인정보가 있는 감찰자료를 무작정 외부에 유출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에서는 군 복무를 하거나 전·의경으로 근무하다 숨지는 경우, 유가족들이 관련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군인이나 전·의경 사망 사건의 감찰자료에 타인의 사적인 내용이 있어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유족한테는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일 청와대 서별관. 오전 10시부터 이곳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청와대 협상'이 시작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이귀남 법무부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조현오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까지 불러 모았다.  

국무총리실의 중재도 먹혀들지 않자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청와대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처럼 국가적 현안은 청와대가 적극 나서라"라고 지시했다. 임태희 실장도 이귀남 장관 등을 향해 "오늘 합의가 안 되면 여기서 못 나간다"고 압박했다.

1시간 30여 분간 협상이 진행된 끝에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되 검찰이 모든 사건을 지휘한다'는 합의안이 나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해 경찰을 새로운 수사주체로 인정했다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한층 강화해 '무늬만 수사권 조정'이라는 비판적 평가까지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밀실에서 단박에 이루어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정 과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검·경의 '이해관계'만 반영됐지 정작 피의자 인권보호 등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시민'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오 국장은 "범죄의 마그나카르타라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다루는데 피의자 인권보호 등은 논의하지 않고 청와대가 문 닫아 걸고 '합의 안 하면 못 나간다'고 압박해서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은 부적절했다"며 "검·경 양 기관이 국민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밀실에서 야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형사소송법 조문만 복잡해졌지 조정된 게 전혀 없다"며 "이것은 수사권 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 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도출 과정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밀실에서, 단박에 이루어졌다"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검찰의 권력분산'이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래 취지를 살린 합의안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여기에서 (검찰개혁 등과 관련된) '노무현 방식'과 '이명박 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수차례 공청회 등을 열어 논의를 진행한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논의 자체를 봉쇄해 검찰개혁이 진행되지 않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오 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과정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개혁 웬말이냐?'라며 연좌시위를 벌이는 것 같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입법부에서 논의해야지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가 논의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국장은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나선 이유와 관련해 "임기 말이 불안한 이명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검찰 편을 든 것"이라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말 관리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척지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서 임기 말과 임기 이후를 보장받으려는 꼼수"라고도 했다

오 국장은 "하지만 검찰 편을 들어준다고 해서 검찰이 임기 말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속성을 모르는 것 같은데 검찰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파쇼'에 비하면 '경찰파쇼'는 아무 것도 아니다"
 
경찰인권위원회 인권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경찰감시활동'을 벌였던 오 국장은 "지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때 대학생 70여 명이 경찰서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경찰의 수준과 자질이 확 드러났다"면서도 "하지만 수사권 조정과 경찰의 자질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검찰이 경찰의 자질을 이유로 수사권을 줘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입법부의 경우 자질이 있어 법을 제정하냐?"면서 "민주주의는 자질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질만 따진다면 '파워 엘리트 체제'로 흐르기 때문에 자질론을 인정을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한 오 국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찰파쇼론'도 반박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경찰이 정보, 보안, 경비활동에다 수사권까지 가지면 '경찰파쇼'가 될 거라고 얘기한다"며 "설사 '경찰파쇼'가 된다고 해도 '검찰파쇼'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검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경찰이 아무리 수사해도 검찰이 불기소하면 수사결과물을 얻을 수 없고, 영장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압수, 체포 등 강제수사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수사는 강제성이 있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 개헌을 하지 않는 한 경찰은 영장청구권을 가질 수는 없다"며 "경찰이 독자적인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사권을 준다고 해도) 경찰력의 한계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특히 특수수사를 해야 '돈도 되고 권력도 되는' 고급정보가 모이는데 그런 정보는 모두 검찰에 집중돼 있다"며 "경찰이 정보력을 가지고 파쇼가 된다는 주장도 현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국장은 "어떻게 야당인 민주당이 청와대 골방에서 합의한 안을 사개특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국회 법사위로 보낼 수 있냐?"며 "(이명박 정부의) 당·정·청 협력 플레이에 야당이 부화뇌동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국회 법사위는 이 합의안이 수사권 조정의 본래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야당은 합의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는 데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경찰파쇼? 검찰파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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