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시간 가두시위가 예상됩니다. 초기에 검거를 많이 하는 게 해결책이기 때문에 보는 족족, 보는 족족 검거하기 바란다.”

“설사 인도에 산재돼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쫓아가서 검거를 해!”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주상용(사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발언들이 위법성 논란을 낳고 있다. 주 청장이 지난 5월1~2일 무전기로 ‘촛불시위’ 해산을 지시하며 한 이 발언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발언들과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 등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14일 “‘보는 족족 검거하라’는 발언은 집시법 20조 위반”이라며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명백한 불법 사실이 있지 않을 경우, 검거가 아니라 해산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집시법 20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집시법 시행령 제17조는 강제로 해산절차에 들어갈 때에도 ‘종결선언 요청, 자진해산 요청, 해산명령 및 직접 해산’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무전기 녹취록을 보면, 주 청장은 이러한 해산절차 없이 곧바로 검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 청장이 “인도상의 시민을 쫓아가서 검거하라”고 지시한 것도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철 변호사는 “인도상의 시민은 현행범이 아니므로, 형법 124조 불법체포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또한 인도에 있는 시민을 고의적으로 감금했기 때문에 국가배상 민사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2009년 집회시위 경찰관리 지침’은 ‘단순 도로점거가 해산된 후 시위대가 인도에서 일반시민과 섞여 있는 경우 무리한 검거를 지양하라’고 정하고 있다”며 “주 청장이 먼저 나서서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주 청장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비례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1조는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집시법 위반 사항과 그 밖에 드러난 경찰의 위법적 태도를 모두 검토해 고소·고발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다음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다음달 5일까지 매일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올 경인지역 위반 1709건 중 과태료 부과·형사처벌 전무…

2009년 10월 09일 (금) 최해민·이현준 goals@kyeongin.com


[경인일보=최해민·이현준기자]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악덕업주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이 실제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관청이 최저임금법 위반 사건에도 반의사불벌죄인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업주가 근로자에게 미달금액을 돌려주기만 하면 처벌을 면하기 때문인데, 이같은 솜방망이식 처벌이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를 인정한다는 법의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경인지방노동청 등에 따르면 올해 8월말 현재 경기·인천지역 사업장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근로감독관에 적발된 건수는 총 1천709건으로, 2006년 1천44건, 2007년 1천295건, 지난해 2천811건 등으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원 정도로 최저임금법은 적정 수준 이하의 저임금으로부터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돼 이 법을 어긴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 위반 건수중 과태료 부과는 커녕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부천지청에서 1회, 2007년에는 부천과 성남지청에서 총 3회, 2006년에는 지방청과 성남지청에서 3회 부당 사업주를 사법처리한 것이 전부다.

최저임금 주지의무를 위반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도 2007년 평택지청에서 단 1회를 제외하곤 한 건도 없었다.

이는 노동청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을 통상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정도로 보고,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주고 진정을 취하시킬 경우 처벌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사업주 사이에선 최저임금법은 '지키지 않아도 될 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실제 관련 법을 위반했다 적발된 경험이 있는 한 사업주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직원들에게 적정 임금을 주고 싶어도 못 그러는 게 현실"이라며 "솔직히 적발돼도 돈을 주면 되고, 안 걸리면 넘어가는 건데 굳이 법을 지킬 필요가 있나 싶다"고 귀띔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악덕업주에 대한 사법처벌 여부보다도 노동행정 당국에서 '최저임금으로 문제되는 사업장은 없어야 한다'는 훨씬 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면 근로자 인권과 직결되는 최저임금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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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없는 형살이 [2009.09.30. 제780호]
전종휘
[줌인] 징역 다 살고도 최장 7년까지 더 갇혀야 하는 보호감호…
2005년 폐지됐으나 예외 조항 탓에 현재 77명, 앞으로 187명에게 적용
» 사회보호법을 폐지하게 도와달라며 2005년 2월 한겨레신문사에 쏟아진 청송보호감호소 수용자들의 편지. 사진 한겨레 자료
2005년 2월 중순께 한겨레신문사에 편지 60여 통이 며칠 사이 잇달아 배달됐다. 모두 같은 곳에서 보내온 편지들로, 글쓴이는 전부 달랐으나 내용은 얼추 비슷했다.

“긴 수감 생활 동안 사랑하는 아내한테 이혼을 당하고,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입니다. 하지만 죗값을 다 치르고도 언제 출소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감호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호감호제가 폐지될 수만 있다면 강력범을 상대로 한 유전자 검사에 스스로 응해서라도 하루빨리 딸들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80%는 흉악범이라 보기 힘든 절도범

정아무개씨는 징역 3년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으나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2004년부터 경북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다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편지 보내기 운동’을 주도한 강아무개(당시 41살)씨는 당시 감호소에서 한겨레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유전자 채취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피감호인들의) 각오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범행을 저지를 경우 자신들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유전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보호감호는 벗어나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보호감호는 유죄에 따른 징역을 확정받은 범죄자 가운데 강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누범들에게 징역살이를 끝낸 뒤 보호감호소에서 최장 7년까지 ‘보호’와 ‘감호’를 추가로 받도록 한 사회보호법상의 제도다. 하지만 징역 뒤 보호감호는 이중 처벌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적 개념만 보호감호일 뿐 실제 운용은 징역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교도소와 같은 시설에서 같은 밥을 먹고 교도관들의 통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보호감호 중인 이의 80% 가까이는 흉악범이라고 보기 힘든 절도범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수많은 인권단체들의 분투 속에 2005년 중반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드디어 2005년 8월4일 사회보호법은 공식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법원은 더 이상 판결문 뒤에 “보호감호 처분을 명”하지 못했다. 이중 처벌 논란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걸로 끝난 것일까?


오대수(43·가명)씨는 현재 경북 청송제3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는 2001년 3월 강도·성폭행 혐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집에 가지 못했다. 보호감호자들이 모여 있는 이곳으로 이감됐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됐는데, 3년 뒤 징역형을 마친 그가 왜 보호감호를 받는 걸까?

사회보호법은 2005년 목숨을 다하면서 외마디 비명을 남겼다.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 2조에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확정된 보호감호 판결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 확정판결에 따른 보호감호 집행에 관하여는 종전의 ‘사회보호법’에 따른다”고 규정한 것이다. 법을 없앨 당시 법무부와 일부 여론은 거의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흉악범들’이 사회에 쏟아져나오면 범죄가 다시 들끓고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열린우리당의 사회보호법 폐지 주장에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낸 정동기 당시 대구지검장(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얼마 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취임)이 나서서 “보호감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논의는 자칫 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2조의 어정쩡한 절충이 이뤄졌다.

오씨는 바로 이 조항에 걸려 청송제3교도소로 온 것이다. 그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보호감호 처분은 이중처벌이니 금지한다고 해놓고, 법 폐지 이전에 나온 것은 이중 처벌이 아니라고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청송제3교도소는 다른 교도소와 비교해 시설이나 처우가 다르지 않다. 다른 교도소와 순환 근무하는 법무부 교정본부 소속 교도관들이 감시를 한다. 본형인 징역형을 살 때나 지금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때나 다른 것은 없다.

» 사회보호법이 폐지되기 전인 2003년 8월 들여다본 당시 청송보호감호소 내부 취사반.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출소 심사를 통과 못하면 7년까지 이곳 밥을 먹어야 했다. 사진 한겨레 자료

징역형과 보호감호 처분, 다른 게 없어

사건 이후 그를 면회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를 더 이상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는 그와 아내를 강제로 이혼시켰다. 일찍 결혼한 탓에 벌써 고2가 된 딸이 어디 사는지도 알 수 없다. 한국방송통신대 법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나가면 다시 트레일러 기사로 열심히 살겠다”며 여전히 보호감호 상태에 있는 이들을 당장 석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청송제3교도소에서 오씨처럼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이는 모두 77명에 이른다. 2005년 이전에 징역형과 보호감호 처분을 동시에 선고받았으나 아직 징역형이 끝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무기수 11명을 포함해 모두 187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야 한다. 숨이 다해야 감옥문을 나설 수 있는 무기수의 경우 보호감호는 불필요한 것이지만, 흔히 무기수의 상당수가 말썽 부리지 않고 10∼20년가량 지나면 형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판사는 보호감호를 함께 선고한 것이다. 무기수였다 탈옥 뒤 강도 행각을 일삼은 신창원씨도 22년6개월 징역형과 보호감호 처분을 추가로 선고받은 바 있다.

보호감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철학적 바탕은 ‘범죄는 사회적인 것으로, 온전히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라는 데서 출발했다. 실제 송문호 전북대 교수(법학)가 2003년 당시 청송보호감호소 수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022명 가운데 71.4%(730명)가 중졸 이하의 학력 소지자였다. 입소 전 경제 수준에 대한 물음에도 응답자 1008명 가운데 71.2%(719명)가 하층이었다고 대답했다.

여기, 보호감호 처분 중인 77명 가운데 한 인물이 있다. 그의 얘기를 전하는 것 자체가 가난하거나 한부모 슬하에 있는 아동에게 낙인 효과를 강화할까 두렵지만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오씨처럼 지난해 징역형을 마치고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박오성(51·가명)씨. 그는 서울 왕십리가 고향이다. 일찍 친어머니를 여의고 ㅁ초등학교 2학년이던 9살 때 계모 손에 이끌려 경기 수원역에 버려졌다. 혼자 어찌어찌 기차를 타고 다다른 곳이 서울 영등포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어느 누나를 만났다. 박씨는 “몸 파는 누나가 나를 동생처럼 키워줬다”고 말했다.

» 2005년 6월21일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황석주 기자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그는 주변 형들과 어울리면서 오토바이 세계에 빠져들었다. 형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치다 상습절도 혐의로 3년형을 받은 게 18살 때인 1976년. 1979년 만기 출소한 그는 여덟 달 만에 다시 절도 혐의로 2년형을 받았다. 1988년에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고위 공무원 등만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탓에 언론은 그에게 ‘신사강도’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청송보호감호소를 그때 처음 구경했다. 2002년 14년 만에 사회 구경을 한 그에게 ‘청송’ 동기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1년 뒤 박씨는 강도·성폭행 사건에 엮였다. 자신은 밖에서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다 동기들이 현금 등을 빼앗아오면 도망하는 구실을 했다. 눈 가린 채 이뤄진 피해자와의 대질 때 피해자가 “저 사람은 성폭행범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5년 징역형과 함께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그가 감방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만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25년째다. 앞으로 보호감호 7년을 꽉 채울 경우 2015년이 돼야 교도소를 나설 수 있다.

오씨나 박씨는 청송제3교도소에 있는 인물 가운데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한다. 개중에는 청송에 들어오게 해달라며 일부러 물건을 훔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아동 성폭행을 10차례 이상 저질러 다른 감호자들이 보기에도 사회에 내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징역의 연장선상과 다름없는 현재의 보호감호 처분을 계속 받게 하는 건 4년 전 사회보호법 폐지 취지와 모순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이들은 처벌받도록 법이 정한 죄형과는 상관없는 처벌을 계속 받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보호’와 ‘감호’를 위한 별도의 예산도 책정되지 않아 일반 교도소 업무를 다루는 법무부 교정본부 쪽이 이들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의 처지는 일반 수형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

최후의 1인은 2035년에나 석방

이들을 계속 보호감호 상태에 남겨두고 싶다면 일정한 자유의 박탈을 빼고는 일반 사회인들이 누리는 최소한의 조건들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형벌이 아니라 ‘보호’와 ‘감호’이기 때문이다. 그럴 예산과 의지가 없으면 석방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또 현재 한 달에 1명가량에 그치고 있는 가출소를 확대함으로써 법 폐지 정신에 맞게 수용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마당에, 단순히 누범이란 표지 때문에 이들을 보호감호 처분하고 있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이들을 하루빨리 석방하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수를 뺀 유기징역 수감자 가운데 미래의 보호감호 처분을 기다리는 마지막 수용자가 청송제3교도소 문을 나서는 때는, 길면 2035년이 될 예정이다.

사회보호법이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첫 대상자

애초 사회보호법을 잉태한 건 전두환 신군부였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불량배 일제검거에 관한 계엄포고 13호’를 발동해 전국적으로 6만여 명을 검거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3만9천여 명을 강제로 군부대에 보냈다. 이른바 ‘삼청교육대’다. 명분은 우리 사회의 ‘인간 쓰레기들’을 ‘청소’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사실은 공포정치를 펼치는 것이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사회에 쏟아져나오면 군부정권의 실상이 탄로날 것이 두려웠던 신군부는 1980년 12월 사회보호법을 제정했다. 광주 학살 직후 군인들이 모여 만든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해서다. 사법부가 처벌적 성격의 징역형을 피고인에게 선고할 때 죄질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는 최대 7년까지 ‘보호감호’ 처분을 추가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1983년 청송보호감호소가 문을 연 뒤 ‘청송’은 지리적으로 격리된 상황을 반영하듯 ‘최악의 구금시설’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기되기까지 청송에서는 의문의 죽음과 수용자들의 집단 단식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1984년에는 박아무개씨가 교도관들의 구타와 고문 끝에 숨진 뒤 유족 몰래 화장되는가 하면, 1987년 7월에는 처우 개선과 근로보상금 인상을 요구하는 수용자들의 단식농성이 벌어졌다. 2002년에도 가출소를 확대하고 사회보호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단식농성이 잇따랐다.

청송=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2일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그림 로비 의혹'이 제기됐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서울고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장윤석,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5일 협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법사위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의 경우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출석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법사위는 또한 고검 국감의 참고인으로 검찰이 최근 촛불집회 경과 등에 대해 펴낸 `촛불 백서'와 관련,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을, 용산참사와 관련해 유족측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를 각각 확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요청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인 박대성씨,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박연차 게이트' 관련),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김용철 변호사(`삼성 떡값' 관련) 등은 한나라당이 반대해 일단 채택되지 않았다.

hanksong@yna.co.kr

시행 1년도 안 돼… “호응 적고 상권 위축”
“시민 목소리 규제 탁상행정의 표본” 비판

경찰이 “선진 집회·시위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만든 평화시위구역을 시행 1년도 안 돼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시민 목소리를 규제·통제하려는 발상으로 만든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4일 “올 상반기 운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시민 호응은 물론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1월부터 전국 7곳에 지정, 시범 운영해 온 평화시위구역을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평화시위구역’은 경찰이 도심 한복판 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며 지난해 9월 청와대 국가경쟁력위원회에 보고한 뒤 시행 발표됐으며, 올 9∼10월 전국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다.

시행 초기 시민·사회 진영에선 “장소와 성격에 따라 시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면 헌법에 어긋난다”, “평화시위구역 밖에서 열리는 시위는 모두 위법한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경찰이 편의시설 제공 등 각종 협조 약속에도 시민들은 “경찰이 지정한 구역에 얌전히 들어가길 바라느냐”며 외면했고, 평화시위구역 주변 상인들도 “상권만 위축시켰다”며 반발했다.

경찰의 평화시위구역 제도 폐지를 두고 일각에선 “야간 옥외집회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다른 집시법 독소조항 폐지 여론이 힘을 얻고 있어, 경찰이 그 전에 무리하게 추진한 평화시위구역 시비부터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촛불시위 후 시위문화 개선 차원에서 평화시위구역을 운영해왔지만 일부 문제가 있어 폐지키로 한 것”이라며 “선진 시위문화 조성을 위한 시행착오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평화시위구역은 법률적 근거조차 없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탄생한 제도”라며 “이번 폐지 결정으로 경찰이 법 집행 기관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시위구역 (7곳)=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앞 광장,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인천 중앙공원, 울산 울산역 광장, 광주 광주공원 아랫광장, 대전 서대전 시민공원.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신원진술서, 이런 것까지…"
공공기관, 타인정보 요구… 인권침해 요소 커
사기업도 근거없이 집평수·삼촌직업 등 요구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올해 초 4개월간 중앙부처에서 행정인턴을 한 이모(27)씨는 당시 업무배치에 앞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신원진술서 작성을 거부했다.

그러나 부서배치 첫 날 직원에게 따로 불려가 '행정인턴을 하려면 무조건 신원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결국 신원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기재사항에는 친구 3명의 직업과 주민등록번호, 거주지까지 포함돼 있었다"며 "'정규직도 아닌 기간제 인턴에게 이럴 필요까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임용예정자나 공기업 및 대기업 신입직원 등에게 요구되고 있는 '신원진술서'가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 침해 요소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원진술서에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물론,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타인의 정보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적으로 신원진술서 제출을 요구할 근거가 없는 일반기업들마저 신입직원들에게 신원진술서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원진술서는 국가정보원법(제3조)과 보안업무규정(대통령 훈령) 등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 임용예정자 등이 작성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상당수 공공기관은 관행적으로 지원단계에서부터 신원진술서 제출을 강요하거나 기재사항 이외의 개인정보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사기업들도 신원진술서를 요구하거나 변칙적으로 입사지원서에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적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은행에 입사한 전모(27)씨는 "신원진술서에 가족재산은 물론이고 집 평수까지 묻는 사항이 있었다"며 "부모 재산에 따라 평가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에 입사한 최모(28)씨도 "대놓고 '돈 많은 지인이 있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사회가 원래 이런 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마저 울적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만지는 업종 특성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본인과 주변 사람들 경제상황에 대한 질문이 포함돼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상교 사무차장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권리에 대한 침해인 것은 물론, 자신들의 조직원마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학맥과 인맥 등 이른바 '연줄'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신원진술서도 기재내용과 제출절차 등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2008년 2월 호주제 폐지와 인권보장 등을 고려해 신원진술서 서식이 일부 변경되면서 호주, 친권자 재산 등의 내용은 삭제됐으나, 배우자 부모를 비롯해 북한 및 해외거주 가족(3촌 이내), 친교인물(교우)의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최종학력, 거주지 등은 여전히 기재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신원진술서 기재내용 이외에 '은밀한'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임용된 수도권지역 모 판사의 경우 사법연수원 시절 '개인적으로 아는 법조인과 유명인을 모두 적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육군과 해군도 학사장교 모집 때 모든 응시자에게 신원진술서를 받아오다 인권침해 소지가 인정돼 장교 임용예정자에게만 진술서를 받을 것을 17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 받기도 했다. 인권위에는 신원진술서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진정이 2006년 1건, 2007년 2건, 2008년 3건 등 해마다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 진정건수가 수치상으로 적은 것은 이 문제가 취업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약자인 개인이 무조건 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모든 국민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17조)과의 상충논란도 있는 만큼 이제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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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직자 도덕적 기준 ‘있으나 마나’

2009 09/29   위클리경향 844호

ㆍ9·3 내각의 ‘위장전입’과 ‘탈세’… 결격사유 불구 임명 감행하나

9·3 개각 후보자들. 왼쪽부터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
청문회는 ‘국회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이나 진상의 규명, 입법정보의 수집, 관련 전문가 또는 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제도’다. 청문회는 1988년 6월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가 요즘 보고 있는 인사청문회는 제15대 국회 마지막 회기였던 2000년 2월에 국회법 개정을 통해 입법화됐다.

이처럼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통해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어떤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9·3 개각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서 도덕적 기준이 허물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위장전입’, ‘탈세’, ‘논문 표절’ 등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도덕적·법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청문회의 기준이 어디로 갔느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늘 나오는 얘기이지만 ‘하나 마나한 청문회’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기 식구 감싸기’도 도를 넘은 지 오래됐다.

‘위장전입’의혹 민일영 대법관 임명
9월14일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9월18일 현재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어졌다. 9월14일 열린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 후보자 가족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1988년을 전후해 자주 주소를 옮긴 것이 아파트 전매 제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988년 8월 민 후보자의 배우자가 사원아파트로 전입신고 했지만 실제 거주를 하지 않아 1990년 7월 무단전출로 직권말소됐고, 두 달 뒤 가족 모두가 살지도 않은 사원아파트로 재전입한 것은 또 다른 위장전입이다”고 주장했다. 민 후보자는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이 청문회에서 “법 위반인 줄 알면서 사원주택이 욕심나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 후보자는 9월17일 민주당의 반대 속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돼 임기 6년의 대법관에 임명됐다.

9월15일 열린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최 후보자의 부인이 2005년에 매각한 대구의 부동산 실매매 가격을 지식경제부와 최철국의원실에 문의했더니 ‘계약서를 분실했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17억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뒤 30여 억원, 나중에는 40여 억원이라고 했다”면서 재산신고 누락 의혹과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재산신고 기준이 공시지가에서 실거래로 바뀌어서 그랬다”며 “부부가 동거 목적으로 아파트를 산 것은 증여가 아니다”면서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및 부인과 자녀에 대한 재산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주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34평형을 1억3500만원에 구입했다고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당시 시가는 6억5000만원이었다. 실제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의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주 후보자의 배우자가 전업주부인 데도 재산이 11억원이나 된다는 점과 자녀들의 예금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사실 때문에 증여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주 후보자는 “중개사에 맡겼다”, “과표보다 높게 신고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었다” 등의 해명을 했다. 배우자의 재산 11억원에 대해서는 “집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이렇게 많이 해 놓았는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자녀의 예금은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를 모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 ‘장인특혜’ 의혹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청문회가 무산되자 환노위원장실에서 추미애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 개최 여부와는 달리 임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우철훈 기자>

9월16일 열릴 계획이었던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갈등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임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계속 나오고 있다. 위장전입 의혹과 더불어 5공화국 당시 신군부의 실세였던 장인 덕택에 온갖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임 내정자는 군복무 기간에 서울대 대학원 과정을 다닌 것으로 확인돼 복무 태만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그는 보안사령관으로부터 두 차례 공로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재무부 재직 시에는 행정사무관으로 실질근무시간이 2년에 불과한 데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는 임 후보자의 장인이자 신군부의 권력실세였던 권익현 전 의원의 비호에 따른 특혜”라고 주장했다.

9월17일에는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렸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역시 ‘위장전입’과 ‘다운 계약서’, ‘차명 부동산 투기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의 부인이 ‘매매예약 가등기'를 이용한 것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장모가 장인이 하던 해운회사를 팔아 그 돈을 굴리며 살아왔다. 장모가 동생이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가등기를 원했다”면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거듭 사과 한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9월18일에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동시에 열렸다. 백 후보자 청문회장에는 여성단체 회원들이 후보자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성 관련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영양학자가 여성부장관에 임명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백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 장남의 병역 관련 의혹 등이 불거졌다.

유일하게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사람은 김태영 국방부장관 후보자다.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7억원 정도. 청문회에서 나온 흔한 위장전입이나 탈세의혹이 전혀 불거지지 않았다. 대신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와 국방개혁 등에 대한 추궁만 나왔다. 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잘된 인사”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학력 의혹과 배우자 수입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정 후보자가 과연 청문회에서 나올 각종 의혹에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9월14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공통적으로 ‘탈세’, ‘위장전입’ 등 불법적인 행동이 지적됐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더라도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거나 정부가 임명을 철회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도 꼼짝 못할 사실이 드러날 경우엔 “몰랐다”고 답변하면 그만인 청문회가 된 것이다.

한나라당 감싸주기 눈총
9월18일 서울 전인새싹학교 학생들이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을 찾아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10여 년 동안 공직자 윤리와 자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이번 청문회를 통해 깨지고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다”면서 “비록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위장전입과 탈세 등 국민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 등은 우리 사회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법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수장과 사법부의 최고재판관이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자진사퇴나 임명 철회를 하지 않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용납할 수 있나”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결격 사유를 가지고 직무에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도 “지난해 촛불집회 주동자들은 최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위장전입은 징역 3년 이하로 큰 범죄에 속하는 것이다”면서 “아무리 땅과 아파트를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황당했을 것이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경환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최 후보자와 17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했는데 능력이나 자질 검증이 불필요한 자질과 인품을 갖춘 분”이라면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묻지마식 허위폭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는데 청문회는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지 묻지마식 허위 인신 공격의 장이어선 안된다”고 최 후보자를 감쌌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최 후보자의 아파트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에서는 좀 부동산을 사라고 권장하던 시절이었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청문회 무용론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청문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청문회 무용론이 아니라 임명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하고 결격 사유가 있으면 임명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때다”면서 “차라리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나 탈세 비리가 밝혀진다면 임명 자체가 자동으로 철회되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9년 전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으로 총리직에서 낙마한 민주당 장상 최고위원은 9월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의 2중 잣대를 비판했다. 장 최고위원은 “청문회는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그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 결자해지의 용기를 발휘해 사과하고 도덕성 기준에 대해 명백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종교 근본 가르침은 ‘인간존중’ 공통점”

ㆍ‘일본정신’ 펴낸 이찬수 목사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47·목사)은 2006년 강남대에서 ‘재임용 부적격’ 통지서를 받았다. ‘관용’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불상에 절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는 ‘창학 이념 위배’를 이유로 들었다. ‘현대판 종교재판’ 논란 속에 이 원장은 복직 투쟁에 들어가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대학 측이 인사를 내지 않아 복직을 못하고 있다.

이찬수 목사
이 원장은 해직 이후에도 자신을 고난에 빠뜨렸던 종교간 관용·대화·소통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종교 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한 <일본정신>(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을 펴냈다. 지난 22일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는 이화여대에서 만난 이 원장은 “일본인 중에 자신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삶의 자세나 문화적 양식을 보면 신도, 불교 등 오랜 종교적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며 “의식적·무의식적인 종교적 표현을 통해 일본 사람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일상적 언어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책은 2007년 8월부터 1년간 일본의 한 불교계 대학에 교환교수로 초청받아 다녀온 결과물이다.

이 원장은 이화여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종교신학’, 한신대에서는 ‘종교학’ 개론을 가르친다. 성공회대에서는 ‘기독교와 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원광대에서 불교학을 가르쳤다. 당시 목사가 불교를 가르친다고 화제가 됐다. 정신적·물질적 고초를 겪고도 종교간 대화 문제를 학술·교육에 끊임없이 접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성경에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나오고, 열반경의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불성을 지닌다는 뜻입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인간은 귀한 존재라고 선포하는 게 공통점입니다.”

이 원장은 “서로 인정·포용하기보다는 차이를 차별로 착각해 배타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때문”이라며 “공통적인 여러 종교의 근본 가르침을 도모하는 게 제 사명”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교의 고귀함이 기독교적 가르침과 모순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풍요롭게 한다”며 “신은 기독교인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종교인에 대해서도 그 종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기독교적 언어로 고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개신교 전통의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서강대 화학과)에 입학하던 1981년은 광주항쟁 이듬해였다.

“정말로 불의한 시대에 저는 목사가 되어 낮은 사람과 함께 사는 방식으로 시위하겠다고 다짐했죠.”

대학원에 진학해 종교학을 전공했다. 석·박사논문은 불교에 관한 것이었다. 이 원장은 “저는 개신교인데 가톨릭 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목사가 돼서 종교학과 신학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경기도 퇴촌 ‘길벗예수교회’의 담임 목사다. 주일에 한번 퇴촌의 한 산골의 컨테이너 예배당에서 20명 남짓한 신도들과 함께 예배를 본다. 스님과 수녀, 원불교 교무가 와서 설교했다. 이 원장은 “학문과 신앙이 일치된 삶을 살고 싶고, 기복적·이기적 신앙을 벗어나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종교 공동체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복직 문제와 관련, “인권연대 등 여러분들과 함께 교육부 민원 제기나 민사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학교 측이 불교적으로 말해 대승적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배타성을 극복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입력 : 2009-09-23 18:02:43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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