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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소모임? 답사? 자원봉사? 취향 따라 실천 방법도 제각각 [2009.12.29. 제792호]
임지선
[새해 캠페인] 운동합시다
스텝 ③ 이상형 단체 찾아 이상적 참여 방식으로 실천 중인 시민들
» 운동합시다
찰떡궁합 시민단체도 소개받고 심연의 욕구도 파악했는데 아직도 망설이고 있습니까? 그럼 이제 ‘미래’를 엿보시죠. 여기, ‘이미 운동을 찾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 운동’에 나선 서울 토박이부터 ‘인권운동’에 나선 군인까지 사연도 가지각색입니다.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부터 ‘천연 화장품 만들기’까지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들에게 운동하는 내 모습을 투영해보세요.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길 안내를 종료합니다. 편집자

“우리 나이에 같은 가치를 갖고 함께 갈 곳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치?”

염미숙(46)씨의 말에 피우진(54)씨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김은경(44)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9년 12월23일 저녁, 세 명의 중년 여성은 서울 중구 장충동 어귀를 거닐며 즐거워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인권연대 송년회장이었다.

인권연대를 찾은 ‘여군 3인방’의 웃음

이들은 같은 군부대 출신이다. 21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김씨는 김 소위, 염씨는 염 대위, 피씨는 피 소령이었다. 세 사람은 “상관 험담을 하며” 나이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됐다. 1989년 김씨가 전역했고, 10년 뒤인 1999년에 염씨가 전역했다. 또다시 10년이 흘러 2009년 9월, 피씨가 정년 전역을 했다.


21년 세월이 세 사람을 갈라놓을 수도 있었다. 이들을 묶어준 건 ‘운동’이었다. 군인 시절부터 인권에 대해 고민하던 이들은 군대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지난 2006년 11월, 당시 중령이던 피우진씨가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퇴역을 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세 사람은 인권연대에 가입했다. 인권연대는 ‘인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단체다. 운동을 함께하며 우정도, 인권 감수성도 키워나갔다. 든든한 동지들 덕에 피씨는 승소해 1년7개월 만에 복직했고 무사히 정년을 채울 수 있었다.

이제 옛 친구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보다 미래를 말한다. 인권연대 소식지를 같이 받아보고 단체에서 마련한 수요대화모임, 영화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다 보니 얘깃거리도 끊이지 않는다. 피씨는 “인권연대에 오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옛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며 늙어갈 인생이 기대된다.

» 인권연대 송년모임에서 ‘여군 3인방’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김은경, 염미숙씨, 그리고 염씨의 딸 김다진양. 이들 뒤로 인권연대 사진 소모임 회원들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왼쪽).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 왼쪽이 김성희씨. (왼쪽부터) <한겨레21> 윤운식 기자·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공

황인수(32)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마포 지역에서 다닌 ‘마포 토박이’다. 지금도 마포구에 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FC 서울’의 서포터스이기도 하다. 그렇게 “별일 없이 살던” 황씨가 운동을 시작했다. 공덕시장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봐온 동네 시장마저 재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됐다는 소식을 3년 전부터 들었다. 황씨는 마음이 심란했다. 이미 공덕시장 인근에는 허름한 건물들이 헐리고 주상복합빌딩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었다. 동네는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갔다. 황씨는 “지역 유산이자 사람들이 모여 소소한 정을 나누는 공간인 공덕시장을 왜 헐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공덕시장 상인들과 함께 문화연대에 가입했다. 문화연대는 ‘문화권리와 문화민주주의의 확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단체다. 최근에는 재개발 대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후 황씨 스스로 대형마트를 끊고 공덕시장을 더 자주 이용했다. 문화연대가 공덕시장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날엔 옆에서 박수를 크게 쳤다.

그가 꿈꾸는 ‘마포’는 지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공동체다. 녹지를 가꾼다고 잔디를 심기보다는 그 자리에 무·배추를 심어 함께 먹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부모님은 그가 ‘운동’을 한다고 걱정하지만 그는 ‘운동’ 덕분에 즐겁다. 황씨는 “혼자 외치면 아무도 안 들어주지만 같이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그게 운동의 재미”라고 말했다. “동네 할머니들이 마포 사람은 멀리 못 떠난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계속 마포에 살면서 꾸준히 지역을 위한 운동에 나서려고요.” 그의 소박하고도 큰 꿈이다.

‘내가 원하는 운동’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즐겁다. 시민단체에 회원 가입을 하면 단돈 1천원의 월 회비를 내는 일부터 시민단체가 마련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일, 자원봉사·집회에 참가하는 일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자원봉사나 소모임 활동, 회원끼리 함께하는 토론과 집회는 운동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공정무역 상품 모델·십시일반 기부도 ‘운동’

대학생 김성희(21)씨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이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일이 그에겐 운동이다. 그가 입은 옷은 생산자가 직접 실을 뽑고 천연 염색한 공정무역 상품이다. 공정무역은 노동 착취나 환경 파괴 없이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김씨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그 사진이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간다. 스튜디오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일이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옷맵시도 뽑내고 공정무역 상품도 홍보할 수 있으니 김씨에겐 1석2조의 운동 방법이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디자인팀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사회적 기업과 공정무역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 서울 용문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어 번 수익금의 일부를 녹색연합에 기부했다. 기부금을 넣은 겉봉투에 김민수 교사가 학생들을 대신해 편지를 썼다. 녹색연합 제공

후원금을 내거나 기부하는 일은 운동의 기본 영역이다. 시민단체는 저마다 회비에 대한 원칙을 세운다. 회비 납부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학벌 없는 사회’와 같은 단체도 있고, 여성환경연대처럼 ‘학생 회원은 5천원, 일반 회원은 1만원부터’라고 기준을 못박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정기 회비 외에 따로 후원금을 내는 시민들에게도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2009년 10월, 중학교 사회교사 김민수(32)씨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학교에서 바자회를 열었다. 그가 담임을 맡은 3학년 5반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물건을 가져와 사고팔았다. 500원~3만1천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붙은 물건은 모두 팔렸다.

그 수익 전액을 각자 갖는 대신 수익금의 10% 안에서 기부를 하기로 했다. 35명의 아이들이 낸 돈을 봉투에 담아 어느 곳에 기부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학급회의를 열었다. 학생들은 “환경단체에 기부하자”고 뜻을 모았다. 봉투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전달됐다. 녹색연합은 ‘3학년 5반’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했다. 학생들은 이 영수증을 돌려보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본 김 교사도 뿌듯했다.

김 교사가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군이 산에 낙서한 것을 지우고 다니는 단체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녹색연합을 찾았다. 녹색연합 회원이 된 뒤 산에 다니는 소모임인 ‘녹색친구들’ 활동을 열심히 했다. 소모임에서 <한국 산맥 자연환경 조사보고서>를 낸 것도 자랑이다. 그는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 회원끼리 금세 끈끈해져 더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소모임 활동은 그가 10년 가까이 운동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회원 사이가 끈끈하다 보면 일을 내기도 한다. 회원들끼리 모여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1986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가 ‘공해추방을 위한 여성교육’ 강좌를 열었다. 평범한 주부들이 참석했다.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 시너지가 발생했다. 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단체 산하 여성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단체 이름의 변경을 거쳐 현재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얼마 전 <아무것도 사지 마라>란 책을 출간했다. 수박 껍질로 보습력 강한 스킨을 만드는 노하우 전수부터 주방에서 일회용품을 치우자는 제안까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환경 서적이다.

시민운동의 방법은 시민단체 개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무실에 찾아가 인사하는 것도 운동이다. 녹색연합에서는 홀수달 넷쨋주 토요일에 ‘신입회원 한마당’이 열린다. 녹색연합에 회원 가입은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 잘 모르는 회원들끼리 모여 친환경 음식도 나누며 ‘녹색생활 기본기’를 익힌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시민운동이라면 믿어지는가. 다산인권센터는 1년에 한 번, 김장김치가 시어갈 때쯤인 2월께에 ‘손 큰 언니·오빠들의 만두잔치’를 연다. 고기만두와 버섯채식만두를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날이다. 먹다 보면 운동의 길이 열린다. 다산인권센터에는 채식요리 동아리가 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채식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다. 이 단체 회원이 되면 방송 진행도 운동의 일환이 된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웹라디오 방송 ‘인파 속으로’의 하루 DJ가 되어 자신의 인권 이야기를 버무려 음악을 틀어주는 방송인이 된다.

인권연대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영화를 본다. 단체 내 소모임인 사진 동아리는 송년회 때 사진전을 열고 판매대금을 버마 민주화운동 단체에 기부했다. 시민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에도 작은 소모임들이 있다. 매달 북한산국립공원 진관내동 습지에서 새를 관찰하는 모임도 있고, 사철 푸른 상록수에 대해 연구·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느리게 걷기’라는 소모임이 인기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이 서울 시내 소소한 장소에 모여 느리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산책의 즐거움을 더 만끽하려면 문화연대의 운동에 가담해도 좋다. 문화연대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문화유산·도시공간·생태환경과 관련된 답사를 간다.

“나이·성별 넘어 ‘살아있는 느낌’ 즐길 수 있어”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왜곡·허위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광고주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삼성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삼성불매 펀드 적립’에 참여할 수 있다. 각자 삼성제품 대신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 뒤 그 가격을 언소주 카페(cafe.daum.net/stopcjd) 게시판에 올리면 금액이 적립된다. 2009년 12월22일 현재 193일간 97억1371만원이 적립됐다.

인권단체에 가입한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이기 이전에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직업이 무엇이건, 나이가 몇 살이건 운동에 나선 시민들의 한결같은 소감이 있다. “살아 있다는 느낌과 즐거움”이다. 시민운동은 그 즐거움에 뿌리를 둔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삶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민들이 크고 작은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고백해주세요

3단계 스텝을 모두 밟으셨다면 이제 ‘고백’해주세요. 이름하여 ‘나의 운동기 고백’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실제 해보니 어떤지 간단한 사연을 적어 <한겨레21>로 보내주세요. 지면을 통해 다른 독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민도 받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시는 분들, 운동을 하다가 고민에 빠진 분들은 상담을 신청해주세요. 고민의 내용에 따라 맞춤 상담자를 찾아내 답을 드리겠습니다. ‘나의 운동기’와 ‘나의 고민’은 전자우편으로 받습니다. 전자우편 주소는 sun21@hani.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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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기회보장" vs "남성위주 문화에 적응못해"

시민단체들 "신중히 접근해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국방부가 `여성 지원병(兵)'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12일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실효성 등을 놓고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일부 시민은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환영 의사를 밝힌 반면 오랜 세월 남성 위주의 문화가 뿌리내린 곳에 여성들을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군에서 전역한 대학생 강승리(23)씨는 "구타와 같은 악습도 근절됐고, 병사들의 인권도 좋아졌다. 여성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여성이 간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병 제도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행정병과 등에서는 남녀의 능력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남녀 불평등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철(43)씨 역시 "의무 복무가 아닌 지원제라면 여성들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는 의견을 냈으며, 대학원생 이지영(27.여)씨도 "남녀간 기회의 균등을 구현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제도 도입으로 야기될 문제점 등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않았다. 

대학생 최지연(22.여)씨는 "군대 내무반은 오랜 기간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었다"며 "거수경례 자세, 행진자세만 하더라도 남성들 신체에 더 적합한 자세들인데, 이런 작은 것들부터 하나하나 고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신나래(25.여)씨도 "여성 중에 병으로 군대에 가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남녀가 함께 군대에서 어떻게 생활하려면 적응기간도 꽤 걸릴 것"이라며 "민감한 문제인데 충분한 대책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안이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제도의 취지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고, 실효성을 위해서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국방력은 인원수만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닌데, 병 충원을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반대론을 폈다. 

그는 "군 가산점 논란과 관련해 여론을 떠보는 것에 불과하다"며 국방부가 예상되는 문제의 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섣부르게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진보연대 장대현 대변인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이 진출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제도의 취지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현재 국군 병들은 인권 제약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여성들에게도 이런 고통을 주는 결과만 가져올 수도 있다며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연대 관계자도 "소수 여성지원자를 위해 내무반 장비 등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 제도가 `군 가산점' 부활을 지지하는 논거가 돼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우려했다.

hysup@yna.co.kr
국방부가 최근 신종플루 확산 방지 대책으로 휴가 및 면회 등을 금지하자 장병들과 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외 출퇴근 간부는 놔둔 채 사병만 통제하는 건 전염차단 효과가 작고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정책’ 탓에 장병들 사기만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자대 전입 후 처음 주어지는 휴가와 일부 청원휴가 등을 제외한 모든 휴가를 신종플루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또 면회와 외출, 외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전군 차원에서 장병 휴가가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국방부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 게시판 등에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아이디 ‘다음’은 “사병 휴가를 금지하려면 출퇴근하는 간부들도 영내 대기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진주씨는 “현실을 무시한 일률적인 통제로 휴가를 기다리던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5일 현재 군내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1499명. 이 중 1409명이 완치됐고 90명이 군 병원 등에서 격리치료 중이다. 휴가 및 외출이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90% 이상 완치됐기에 이번 조치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휴가를 금지하는 건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며 “국방부는 사후 관리 등 합리적 대책보다 휴가 통제 같은 손쉬운 방법에 의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 백신접종이 시작되는 내년 1월 이후까진 이번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선은 아니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인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다!

이주민 노동자 문제와 성적 소수자 문제 등 요즘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권'의 가치입니다.

예전에는 노동 운동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인권 문제가 이제는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승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두 달에 한 번, 가수 강산에 씨는 홍대 앞 클럽에서 1년 동안 정기 공연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룹 '뜨거운 감자'와 함께 인권을 주제로 무대에 서기로 뜻을 모으고, 첫 순서로 지난 23일 강제 출국된 이주 노동자 미누 씨를 위해 노래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강산에, 가수]
"처음에 인권, 이렇게 들었을 때 그 자체가 무겁게 다가온다는 것 자체는 반대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이죠."

인권 바람은 영화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명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마다 의미를 더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시리즈.

올해에는 임순례 감독과 문소리 씨가 동참했고 윤도현 씨는 미니 앨범 '하모니'를 이 영화에 헌정하면서 인권 실천에 동참했습니다.

동성애 문제를 신선하게 다뤘던 김아론 감독은 이번에는 '라라선샤인'을 통해 아동 성폭행 문제를 조명하고, 영화 '집행자'는 사형제가 살인인지 아니면, 법의 집행인지를 화두로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윤계상, 배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맞는가 고민 많이 했는데 끊이지 않은 과제가 아닐까..."

인권 문제를 대중문화를 통해 전달하는 장점은 무엇보다 인권의 의미를 친숙하게 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김민아,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와 다른 문화 매체를 통해서 인권을 전달하면 생황일을 보지만 아, 저런 경우에 내가 잘못할 수 있다는 점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오창익, 인권실천연대]
"곳곳에서 인권 상황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 예술인들도 우리사회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요, 여러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려는 것 같습니다."

소통과 공존을 위한 기본 조건은 인권에 대한 존중입니다.

대중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인권의 가치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현[hyun@ytn.co.kr]입니다. 
한국교회 인권센터 ‘민주와 인권회복’ 위해 목요기도회 개최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불법으로 민간인 사찰을 해 물의를 빚었던 한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 전 기무사)가 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여전히 민간인 사찰을 진행하고 있음이 밝혀져 ‘민주와 인권회복을 위한 목요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무사는 군내의 보안, 간첩활동을 막고 군사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군 수사정보기관이다. 이들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지난 8월 12일 이정희(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에서 기무사에 의한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국가기관이 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 감시자로 나서는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목요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 10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당시 이병, 29세) 씨는 “보안사가 정치계·노동계·종교계·재야 등 각계 주요 인사와 민간인 1303명을 상대로 불법적인 정치사찰을 벌였다”며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자를 해임하는 판결을 내렸고 1991년 1월 ‘보안사’는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으며, 사건을 폭로한 윤 씨는 1995년 ‘올해의 인권상’을 수상했다. 

11년이 지난 뒤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불법 민간사찰에 대해 한국교회 인권센터 측은 “국가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의한 인권침해에 맞서 온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금번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과거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목요기도회를 개최해 민간인 불법 시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우리사회의 민주와 인권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며 기도회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번 목요기도회는 ‘국가기관의 민간인사찰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주제로 이정희(민주노동당) 의원, 오창익(인권연대) 국장이 발제에 나선다. 행사는 11월 19일 저녁 6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윤석양 씨의 양심선언 및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를 배경으로 창립됐다.
놀란 임신부 유산… 인권위 권고마저 거부

국가인권위와 경찰이 23일 과잉 수사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사전통보 없는 새벽 압수수색으로 임신부가 유산에까지 이른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요구한 ‘경찰관 주의’ 조치를 경찰이 거부한 게 이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임신부 홀로 있는 집을 심야 압수수색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경찰관에게 주의조치를 내리도록 경기경찰청에 권고했으나 거부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경찰관들이 살인 사건과 관련, 한모씨(40)의 임신 중인 부인이 홀로 있는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해당 경찰관에게 주의조치를 취할 것을 경기경찰청에 권고했다.

한씨는 지난해 7월 인권위에 낸 진정서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집으로 도망 온 사촌동생을 설득해 자수키로 하고 함께 경찰서에 간 사이 경찰관들이 증거물을 제출받는다며 임신한 처가 혼자 있는 집에 갑작스레 방문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당시 참고인 진술을 위해 경찰서에서 밤을 지샜다. 경찰이 한씨 아내 혼자 있던 집에 온 시간은 새벽 3시30분쯤이었다. 경찰관 7~8명이 한꺼번에 찾아와 아무런 설명 없이 한씨 사촌동생이 입었던 피묻은 반바지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한씨의 주장이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놀란 한씨 아내는 경찰관들이 돌아간 뒤 하혈을 하다 이튿날 오후 병원에서 유산 통보를 받았다. 

인권위는 “심야시간 경찰관 여러 명이 동원된 위압적인 상황이었다”며 “주거의 평온을 보장하기 위한 업무상의 주의 의무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책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 주의조치를 권고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은 인권위에 “살인사건 피의자의 증거확보를 위한 긴급성이 요구되고, 형사소송법상의 적법 절차를 준수해 정당하게 직무를 집행한 것으로 귀책사유가 없다”며 권고 불수용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의 권고 사항에 대한 경찰의 미처리율도 현 정부 들어 점점 늘고 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인권위 권고사항 미처리율은 2006년 2%, 2007년 1.8%에서 2008년 8.1%로 늘고 올해 8월까지는 20%로 급증했다. 

경찰 인권위원을 지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은 수용 가능한 것만 권고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현 정부의 ‘인권 푸대접’ 기조를 눈치보며 따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용균·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 앵커멘트 】
앞으로 살인이나 아동 성범죄 등을 저지른 흉악범들의 DNA를 국가가 관리합니다.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차민아 기자입니다. 


【 기자 】
흉악범들의 DNA를 채취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 아동 성폭행과 살인 등 12가지 유형의 흉악범죄자가 DNA 채취 대상입니다. 」

수사 기관은 이들 범죄로 형이 확정된 피고인이나 구속 피의자의 DNA를 채취하고,「재판에서 무죄 판결 등을 받으면 DB에서 즉시 삭제합니다.」

▶ 인터뷰 : 전강진 / 법무부 형사법제과장
- "범인의 조속한 검거가 가능하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개인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될 뿐 아니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 "범죄와 무관하다 하더라도 현장에 유전자 정보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랬을 때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기를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법무부는 이달 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 스탠딩 : 차민아 / 기자
- "수사냐, 인권이냐,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MBN뉴스 차민아입니다."
<8뉴스>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금 전 끝난 한국 시리즈 4차전에서는 SK가 KIA를 누르고 2승 2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이 소식은 잠시 뒤에 전하기로 하고 조금 늦었지만 8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나 어린이 성폭행범 조두순 같은 강력 범죄자의 유전자를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도록 하는 법안이 오늘(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김지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무회의를 통과한 'DNA 이용 법률'은 강력범죄자의 DNA를 수사기관이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살인이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강간·추행에서부터 마약, 상습폭력까지 피해가 크고 재범위험성이 높은 12개 유형의 범죄자가 적용 대상입니다.

구속된 피의자나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면봉으로 구강 점막에서 DNA를 채취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강제 채취할 수 있습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여기에 포함되며, 해마다 3만 명 안팎의 DNA가 저장될 것으로 법무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강진/법무부 형사법제과장 : 조두순 사건으로 촉발된 아동 성폭력 등 흉악범 엄벌을 위한 정부대책의 첫 번째 결실로서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흉악범 대책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당사자가 무혐의 처분 받거나 무죄를 선고 받았을 때, 사망했을 때는 정보가 삭제됩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침해 우려가 높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 지금은 매우 위험한 범죄부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모든 범죄로 확대하고요. 마침내 전 국민에게 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험합니다.]

법무부는 당장 이번 달 안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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